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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아레나MSL8강 이영호 vs 손주흥

 1~2개월 전의 이영호 선수였다면 당연히 그가 르까프 선수를 무찌르는(?) 모습을 느긋하게 지켜보려는 생각으로 감상했겠습니다만, 최근 이영호 선수의 기세가 좀 죽어있었기 때문에 긴장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최근 공식전 10경기 4승 6패, 온게임넷 8강 탈락, 거기다 오늘 1,5경기에 쓰이는 오델로에서 르까프의 박지수 선수에게 패했던 경기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지요.

 그래서 그런지, 오늘 이영호 선수의 테마는 철저히 '빌드' 였던것 같습니다. 1~2개월전 9할의 승률을 보여주던 이영호 선수는 원팩 더블 혹은 노배럭 더블을 자주 사용했었습니다. 비단 이것은 이영호 선수 뿐만이 아니라, 최전성기를 보여주던 지존급 테란 유저들의 공통점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상대가 무적의 포스를 뽐내는 당대 최강의 테란이라면 상대는 위축될 수 밖에 없고, 초반 플레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이에 지존급 테란은 빠른 멀티를 가져가면서 물량을 뽑아내서 최종적으로 승리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거든요. (빌드의 패러다임은 조금 다르지만, 머씨 형제의 전성기때의 모습이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컨디션의 난조로 '상대적으로' 잦은 패배가 나오면서 이영호 선수를 상대하는 선수들도 '해볼만 하다'라는 생각에 여러가지 전략을 걸게 되었고, 무시무시한 방어력으로 역전승을 자주 보여주던 이영호 선수 역시 힘에 부쳐 패배하는 상황이 발생했던 것입니다. 지난번 르까프 오즈와의 프로리그 vs 박지수전이 그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죠.

 그렇기 때문에 오늘의 이영호 선수는 철저히 준비된 빌드를 가지고 나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경기에서는 선가스 스타포트에 이은 맹공으로 승리를 잡았고, 3경기에서는 배럭 더블이라는 다소 극단적인 빌드였음에도 불구하고 벙커를 잘 이용하면서 멀티가 없는 손주흥 선수를 꺾을 수 있었습니다.

 다소 빠른 시간, 극단적인 빌드가 많이 나왔던 1~3경기에 비해서 4,5경기는 두 선수의 경기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4경기는 갈려버린 빌드의 차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2:1로 지고 있는 손주흥 선수는 의외로 대담한 노배럭 더블을 선택했는데, 이영호 선수의 정찰이 늦어지는 바람에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죠. 그러나 이영호 선수는 2스타포트 레이스로 골리앗까지 생산하는 체제의 손주흥 선수를 상대로 나름대로 점수를 따냈고, 거의 비슷하거나 유리한 상황까지 이끌어갈 수 있었습니다. 11시 지역에서의 공방전에서 업그레이드 차이, 센터 선점의 문제만 없었다면 손주흥 선수가 패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여기서는 2:1로 지고 있음에도 움찔하지 않고 과감히 전선을 전진시킨 손주흥 선수의 판단이 돋보였던 것 같습니다.

 5경기는 이번 경기의 백미였습니다. 오델로에서 더블이 좋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다는 것은 어느정도 예견된 상황이었지만, 두 선수가 완전히 똑같은 1팩 1스타로 경기를 시작했던 것이지요. 결국 배럭스로 먼저 정찰에 성공한 손주흥 선수가 2스타로 늘리면서 승부수를 띄우지만, 이영호 선수는 그것을 재빠른 골리앗 추가로 아슬아슬하게 막아내면서 멀티의 차이를 계속 늘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솔직히 앞마당까지는 그렇다쳐도, 레이스의 위협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제2가스멀티를 먹을 생각을 한 것은 정말 대단한 센스라고밖에 평가할 말이 없을 것 같습니다. 공중을 장악당해 정찰이 완벽하지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멀티를 먹어가면서 자원의 우위를 바탕으로 전선의 탱크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손주흥 선수는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레이스로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어보려고 했지만, 훨씬 숫자가 많았던 상황에서 공중에서 버벅댄 실수가 치명적이었습니다.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MBC게임에서는 양산형급 선수의 별명을 붙이는 것을 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경기 역시 최종병기 이영호에 맞선 비밀병기 손주흥이라는 컨셉이었는데요... =_= 결국 문제는 패배한 선수의 별명은 다시 쓰이지 않거나, 날빌귀 강수장처럼 놀림의 대상이 되어버린다는 것입니다. 폭군 이제동, 공명토스 박영민, 최종병기 이영호- 이 세 명의 별칭은 나름 양 방송사나 커뮤니티에서도 통용되는 느낌이긴 한데, 김구현 vs 박지수의 8강전에서 조커에 맞서는 타임어태커라는 별명을 보고 좀 우습기도 했고요. (워낙에 저 개인적으로 타이밍어택 하면 진영수 선수가 떠오르는 인식을 갖고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과연 4강전에서 이영호 선수가 박지수 선수에게 어떤 식으로 복수전을 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되네요. 역시 당대에서 잘하는 팀의 안티로 설정하고 E스포츠를 관전하면 참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서 그 팀 선수들이 나오니까 상대방을 응원할 수 있거든요(...)

by Laphyr | 2008/07/03 20:48 | = 게임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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