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J노블

스트라이크 더 블러드 3 : 조잡한 번역, 교정


 작가 : 미쿠모 가쿠토
 일러스트 : 마냐코
 레이블 : 전격문고, J노블
 옮긴이 : 정호욱

 애니메이션을 보고 나서 스트라이크 더 블러드를 소설로도 감상하고 있습니다. 읽으면서 애니에서 느끼지 못했던 세심한 심리변화, 상황묘사 등에 대해서 읽을 수 있다보니, 이미 내용을 아는 책이지만 그래도 충분히 재미있게 읽고 있네요. 반면 "예쁜 도장찍기" 같은 애니메이션의 준수한 작화에 비해, 마냐코님의 일러스트는 워낙 기복이 심하기 때문에.. 표지는 이쁘지만 내부 일러들은 영 마음에 들질 않네요.


 게다가 제일 짜증나게 만드는 것은 제목에도 적은 것처럼 조잡하고 병신같은 번역과 교정입니다.
 요즘은 누구에게 번역을 시키는지 잘 모르겠지만 라노베가 워낙 많아지다보니 A급 역자분과 그렇지 못한 어중이떠중이의 차이가 너무 심해졌죠. 그렇다고 교정, 편집자까지 제대로 일을 안 한다는 건 말도 안 되죠.

 
 1~2권의 역자는 송덕영 씨였으나, 3권의 역자는 정호욱 씨라는 분으로 바뀌었더군요. 송덕영 씨는 학생회 시리즈 등으로 굉장히 많은 라노베 번역 경력이 있기도 하고, 다작 덕택에 오타가 심해서 1~2권에서 나츠키쨩의 성이 나나미야였다가, 미나미야였다가 계속 바뀌는 등의 오류가 있긴 했지만 어느 정도는 볼만 했습니다만, 정호욱 씨라는 분은 좀 너무하네요. 그냥 기초적인 실력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1. 악우



  세상에, '惡友'를 '나쁜 친구'라고 번역하는 사람은 처음 봤습니다. 
 '악우'라는 건 위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반어적으로 막역한 친구사이를 말할 수 있는 단어입니다. 많은 라노베에서 이걸 그냥 '악우'라고 번역하는 것도 그다지 마음에 들진 않지만 - 왜냐하면, 진짜 나쁜 친구라는 뜻도 있으니까 - 그래도 '나쁜 친구'라고 직역해 버리는 건 진짜 좀 아니죠. 아카츠키 코죠에게 야제 모토키가 나쁜 친구인가요? 참 어이가 없어서..


 2. 아브로라, 오로라

 전 제4진조인 염광의 야백의 이름 얘기입니다. 검색을 좀 해보니 '아브로라'는 러시아어로 '오로라'를 의미하는 모양인데, 그렇다고 어떻게 쓸지 결정도 안 하고 막 불러대면 안 되죠. 3권에서 초반에는 아브로라라고 부르더니, 중후반에는 오로라라고 표기하고 있습니다. 역자분이 어떻게 쓸지 헷갈렸나요? 전반, 후반에 동일한 인물을 지칭하는 단어가 통일이 안 됐는데, 교정자 놀았나요?


 3. 설하랑 - 셋카로, 황화린 - 코우카린

 또 어이없는 게 나오죠. 1~2권에서는 유키나와 사야카의 무기를 각각 셋카로, 코우카린이라는 식으로 일본어로 취급하여 표기를 했습니다. 고유명사에 대해서는 정책에 따라 다를수도 있겠지만.. 외국어 표기법 자체가 빈틈이 많으니까 뭐 이해는 합시다.

 근데 3권에서는 이걸 갑자기 설하랑, 황화린이라고 한자식으로 표기를 합니다. 대체 왜? 어떤 기준으로 바뀐거죠? 전 뭔가 내부에서 정책이 바뀐건줄 알고 - 가끔 그런 경우 있습니다. 단, 그런 경우에는 역자후기 등에서 사과의 말씀 등으로 설명을 해주죠 - 나중에 설명이 나오나 했더니 전혀 없더군요. 그럼 아예 '유키나'도 '설채'로 바꾸지 그래요? 1,2권이랑 단어가 바뀌었는데, 그것도 제일 중요한 히로인이 쓰는 무기명인데, 교정자 일 안 하나요? 편집자는 찍기만 하나요? 나 참..

 
 4. 알데이기아, 울림이여! 등등..

 그 외에도 번역자, 편집자가 놀았나 싶을 정도로 어이없는 번역이 많습니다. 일본어체, 번역투, 직역체 같은 건 그냥 생략할께요. 로컬라이징이 아니고 워낙 수준이 낮은 번역이라, 이런 건 물고 늘어지면 끝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냥 딱 봐도 틀렸다는 걸, 혹은 교정자가 놀았다는 걸 볼 수 있는 게 저런 겁니다.
 3권에서 등장하는 라 포리아의 출신지는 알디기아, 일본어 표기는 "アルティギア" 입니다. 작은 'ィ'는 외국어 발음보조를 위해 사용되는 글자지, 그냥 읽으라고 넣어둔게 아니죠. 실제로 발음을 들어봐도 왕녀의 출신은 '알디기아'이지 '알데이기아'가 아닙니다. 쩝...

 다음은 유키나가 쓰는 기합 중 "ゆらぎよ" 라는 게 있습니다. 내공의 기운을 불어넣어 날려버리는 기술인데, 번역이야 뭐 문맥에 맞춰서 하면 되겠죠. 근데 이 단어를 1~2권에서는 "일렁임이여!" 라고 고풍스럽게 번역을 했습니다. 나쁘지 않죠. 근데 3권에선 "울림이여!" 라고 번역을 하고 있네요. 울림이든 일렁임이든 뭘로 하든 좋은데, 통일은 시켰어야죠. 같은 작품인데 역자 달라진다고 단어가 달라지면 교정자, 편집자는 논다는 얘기밖에 안 됩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아주 기초적인 것들인데 너무 틀려놓으니 눈에 거슬려 죽겠더군요. 이게 2쇄던데, 적어도 표기법 같이 명확히 틀렸다고 생각되는 건 수정 좀 해 줘야 되는 거 아닌지.. 하긴 2권에서 나나미야 - 미나미야도 5번을 넘게 틀려놨으니 이런 건 문제도 아니라는 건가? 진짜 한심할 따름입니다.

by Laphyr | 2014/01/05 12:26 | = 라이트노벨 | 트랙백 | 덧글(0)

[감상] 정령사의 검무 3 : 잘 팔리는 작품은 이유가 있다

 작가 : 시미즈 유우
 일러스트 : 사쿠라 한펜
 레이블 : MF문고J, J노블

 시미즈 유우는 MF문고J에서 <드루이드가 떴다>, <백은의 성희> 등의 작품으로 나름대로의 개성을 드러냈으나 크게 성공하지 못하고, 미디어팩토리식 조교(?)를 받은 본 작품에 와서야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최신간인 8권의 첫 1주 판매량이 오리콘 기준 3만부를 넘겼으니,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의 이번 작품은 어떤 것이 달라진 것일까. 이전의 작품들에서는 보여주지 못했던, 대체 어떤 것을 터득한 것일까.


 - 집필 능력

 솔직히 집필 능력이 갑자기 좋아졌다고는 보기 힘들다. <정령사의 검무> 자체가 뛰어난 실력을 요구하는 작풍이 아니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그러한 러브 코미디 계통의 필력이 A급을 올라선 것도 아니다. 이건 <나는 친구가 적다 유니버스>에 실린 시미즈 유우의 단편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이웃사촌부 멤버들의 특성을 잡아 그려내는 것은 성공했을지언정, 그들의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상황 자체를 재현하는 데는 원작과 많은 차이가 있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이것이 정답이다.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잘 못했는지.


 - 가장 잘 하는 것은 무엇인가?

 본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히로인들을 굉장히 귀엽게 그려낸다는 부분이다. 히로인의 속성 자체는 사실 특출날 것이 없다. 전형적인 츤데레인 불고양이 클레어 루주, 쌔고 쌘 아가씨 캐릭터 린슬렛, 히카사 요코의 목소리가 자동으로 떠오르는 쿨데레 앨리스, 에로 요소 담당 피아나 왕녀 등, <정령사의 검무>에 등장하는 아가씨는 하나같이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아이들 뿐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전형적인 히로인 캐릭터들은 정말 많은 러브코미디 라노베에 등장하고, 또 묻혀간다. 아마 1개월에 묻혀가는 아가씨 히로인, 츤데레 히로인 숫자만 집계한다고 해도 1년이면 손가락 세 개를 헤아려야 할 것. 이유는 매우 당연한데, 개인적으로는 "전형적인 히로인을 전형적으로밖에 그리지 못했기 때문" 이라고 정리하고 싶다. 

 뻔한 히로인들, 잘 나가는 속성의 히로인들을 가져와 자신의 작품에 등장시키는 것은 굉장히 훌륭한 2등 전략이다. 그렇지만 2등 전략을 쓰는 경쟁자들이 엄청 많은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차별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말이 쉽지, 그 차별성이라는 것이 또 시장에서 독자에게 먹힐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건 굉장히 어려운 문제일 수밖에 없다. 


 그렇긴 하지만, 라노베를 좋아하는 우리 덕 독자들은 대체로 답을 알고 있지 않은가. 라노베를 왜 보는가? 좋은 스토리를 보려고? 뛰어난 설정을 즐기려고? 치밀한 두뇌싸움을 기대하고? 우리 솔직해지자. 작금의 라노베는, 귀여운 히로인의 등장이 가장 큰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지 않은가.


 - 후아앗, 후에엑..!!

 그렇다면 결국 가장 쉬운 정답은? "전형적인 히로인을 더 귀엽게 그리면 된다" 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시장이, 대중이 바라는 가장 단순한 차별성이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라노베보다 더 귀여운 여자아이들이 나온다면, 충분히 그 작품에 손을 대고 싶은 기인이 된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 점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솔직히, 작가의 전작들에서는 히로인들이 굉장히 별 볼 일 없었다. 좋게 말해 치유계인 <드루이드가 떴다>는 심심하기 짝이 없었고, 칭찬하는 말로 '양작'인 <백은의 성희>는 충분히 흥미로운 설정임에도 히로인이 부각되지 않았다. 자신의 작품에서 어떤 부분이 문제였는지를 파악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방안을 찾으며, 또 시장에 통할 법한 해결 방안으로 결과를 도출해 낸 것이다.

 <정령사의 검무>의 여자아이들은 정말 매우 사랑스럽다. 주인공인 카미토가 옷차림을 칭찬한다거나, 음식을 칭찬하거나, 심지어 똑바로 바라보기만 해도 화악- 하고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다. 또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질 못하다 보니, 손발을 옴질옴질 거리면서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른 여자아이와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불같이 화를 내며 때리고 난리를 치다가도, 자신이 갖고 싶어하던 팬던트를 생일선물로 주는 모습에 눈 녹듯 분노는 사라지고 발개진 얼굴로 솔직하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등 순진한 모습도 일품이다. 

 주인공 카미토의 태도 역시 같은 맥락. 그는 여자아이들을 칭찬할 때 부끄러워하며 돌려서 말하거나 하지 않고, "다람쥐나 작은 동물같이 귀엽다고 생각해서." 와 같이 닭살 돋을 듣한 직접적인 말투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는 약간 세련되지 못한 방법일 수도 있으나 히로인이 작은 동물같이 귀엽다는 사실을 독자에게 어필한다는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굉장히 큰 효과를 갖고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가 없다. 

 후아앗, 후에엑과 같은 갖가지 비명소리가 텍스트를 통해서 그대로 전달이 되고, 다소 유치하다 싶을 정도의 부끄러운 대사들이 오가기도 하는데, 결국 이는 히로인들을 귀엽게 그려내기 위한 방편인 것이다.


 
 이처럼 <정령사의 검무>와 같이, 얼핏 굉장히 허접한 필력과 유치한 상황설정을 가진 작품들이 성공하는 이유는 분명 그 작품만의 차별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긋한 연령대의 자칭 "인터넷 라이트노벨 리뷰어"들은 종종 이러한 계열의 작품의 흥행을 이해할 수 없다며 초중딩의 코 묻은 용돈의 힘이 대단하다는 식의 평가를 내리곤 하는데.. 일본 현지의 수만 독자들이 모두 코 묻은 용돈 유저라고 단정짓기에도 힘들고, 비슷한 이유로 히트하는 작품들이 점점 늘어나는 만큼, 사실로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하지 않나 싶다. 

  

by Laphyr | 2012/11/11 23:31 | = 라이트노벨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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