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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라이트노블을 즐겁게 쓰는 법

 작가 : 혼다 토오루
 일러스트 : 키리노 카스무
 레이블 : GA문고, J노블


 상당히 고민을 한 작품이었습니다. GA문고에서는 일러도 그렇고 나름 밀어주는 타이틀이긴 한데, 워낙에 내용이 없다는 감상 + 제목 떡밥을 욕하는 감상이 많았으니 말입니다. 알고는 있었지만, 일러의 힘이 무섭긴 무섭네요. 온라인 쇼핑이라면 안 질렀을지도 모르겠는데, 오랜만에 찾아간 북새통에서 표지를 발견하고는 그냥 사 버렸습니다.... -_-;


 1. 즐겁게 쓰는 법 따위 없다?


 이미 많은 사전 조사(?)를 통해 '라노베 쓰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감상들을 접했었기에 새삼 말할 필요도 없지만, 그래도 언급하지 않으면 섭섭할 것 같은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라이트노벨을 즐겁게 쓰는 방법으로 이건 어때?" 라고 제목을 바꿔주고 싶습니다. 물론 그 물음에 대한 대답도 준비되어 있죠. 당연히 "안 돼!!!!!".......

 굳이 라이트노벨이라는 소재에 집착하지 않고 살펴본다면, 이중 생활을 하고 있는 작가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것은 확실히 재미있는 시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경험을 하지 않으면 못 쓰는' 억지가 심한 설정이 문제가 되긴 하지만, 나름대로 러브 코미디 스토리를 전개해 나갈만한 왕도적 구도는 충분히 완성시킬 수 있었으니까요. 우주에서 떨어진 공주님, 갑자기 나타난 이능력자 미소녀, 많고 많은 남자 중에 주인공에게만 매달리는 가련녀 등 이런 유형의 이야기에서 질릴 정도로 많이 보아온 구도가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분명히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큰 줄기를 따라가야 할 소재들이 제멋대로 따로 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여러가지 억지를 써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데는 성공을 했지만, 부가적으로 등장하는 '쓸데없이 라이트노벨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요소' 들이 눈에 걸렸던 것 같네요. 때문에 어느 한 쪽만을 따라간다면 어느정도 용인하며 즐길 수도 있으나, 기본을 중요시한다면 눈썹을 찌푸리게 되는 심하게 취향을 타는 작품이 된 것 같습니다.


 2. 독특한 캐릭터와 기본에 충실한 러브 코미디

 
 그렇지만 기본에 충실한 야쿠모와 츠루기의 러브 코미디에서는 나름대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히메미야 미오, 즉 야부사메 츠루기의 캐릭터가 굉장히 독특한 성격으로 등장하고 있는 점이 키 포인트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문무 양쪽으로 현실을 능가하는 스펙을 갖춘 초절정 미소녀인 주제에, 심한 자뻑과 불안감을 동시에 갖춘 굉장히 작위적인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러브 코미디 작품에서는 '밀고 당기기'가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걸 잘 하느냐, 못 하느냐에 따라서 작품의 인기는 물론 길이까지 좌우되기 때문이죠. 그리고 밀고 당기기를 아슬아슬하게, 또 재미있게 잘 그려내려면 절묘한 심리 묘사가 필요합니다. 캐릭터들이 해당 상황에서 느끼는 사랑, 질투, 아쉬움, 슬픔 등의 감정이, 독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명이 되어야 하니까요. 호평을 받는 러브 코미디 작품들이 대부분 이러한 심리 묘사가 잘 되어 있으며, 그렇지 못한 작품은 캐릭터성으로 점철된다는 것을 생각하시면 어떤 느낌인지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현실적인 캐릭터의 심리 변화를 나타내는 것은 가상적인 캐릭터의 심리 변화를 나타내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가상적인 캐릭터의 경우 말도 안 되는 소재를 갖다 붙이면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억지로 밀고나갈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묘사되던 캐릭터가 그런 행동을 한다면 독자들에게는 이질감을 주게 되니까요. 한국 드라마에 등장하는 불치병, 숨겨진 자식, 알고보니 남매 등의 코드가 욕을 먹는 것과도 약간은 관계가 있는 이야기입니다. 완벽한 '만화'에서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일지 몰라도, 현실을 배경으로 하면서 이게 진짜라는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드라마에서는 저런 소재들을 받아들이기 힘든거죠. 인식의 차이라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 츠루기가 갖고 있는 재미있는 캐릭터 설정은, 현실적인 제목으로 떡밥을 삼지만 망상 속 세상이 구현되어 있는 이 작품에 잘 어울리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그녀의 이중적인 모습은 분명히 비현실적인 모습이긴 합니다만, 이미 다른 요소들이 망상 속에서 돌아가고 있는 이 작품에서 그녀만이 쓸데없이 사실적인 심리를 보여줬다면 작품 전체의 분위기가 완전히 통일성을 잃어버릴 수 있었다는 거죠. 그런 그녀가 그야말로 라노베에서나 등장할 법한 여러가지 이벤트 속에서 웃고, 떠들고, 슬퍼하며 변해가는 모습은 말이 안 될 수는 있어도 재미는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행동을 보며 '만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저런 감정을?' 이라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면, 이미 이 작품과는 취향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싶네요.


 3. 소재로써의 라이트노벨

  
 라이트노벨 자체가 소재로 다루어지는 작품이 나온다는 것은 분명히 이쪽 장르가 어느 정도 형태를 갖추었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를 '라이트노벨적 소재'로 보아야 할 것인가는 분명히 주의해야 할 부분입니다. 워낙 라노베 자체가 범위가 애매한 장르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칫 넓은 시야를 갖추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작년 MF문고J에서 발매되었던 <ラノベ部(라노베부)>는 조금 애매한 감이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고등학교 경소설부를 배경으로 라노베에 대해서 잘 모르는 소녀를 주인공으로 각종 라노베에 등장했던 얘깃거리들을 소재로 삼아 진행되는 일상물이었는데요. 문제는 여기에 등장하는 소재들이 비단 라노베 뿐만 아니라,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등에서도 공통적으로 쓰이고 있는 오타쿠적인 요소 - 여기서 오타쿠는 일본에서 쓰이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잘 통하는 애니,게임 쪽 매니아를 지칭 - 라는 것입니다. 물론 그러한 요소들이 라노베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하나의 갈래에 불과한 것을 아무리 갈래가 크고 굵다고 하여도 전체라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기도 하죠.

 <라이트노블을 즐겁게 쓰는 법>도 비슷한 실수(?)를 보여줍니다. 솔직히 히로인 츠루기를 제외한다면, 주인공인 야쿠모를 포함해 모든 등장 인물들이 지나친 스테레오 타입의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어디의 누구!" 라고 지목할 가치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어디서나 등장할 법한 뻔한 인물들과 구도라는 겁니다. 거기서 일어나는 각종 에피소드 역시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결국 엔딩에서 보여주는 감동마저 어느 정도는 예상이 가능한 뻔한 이벤트로 전개되는 겁니다. 굳이 따지자면 2류 미연시 스토리에 가까운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내용은 그대로 둔 채 미오의 직업을 미연시 시나리오 라이터로 바꾸고, 제목을 <미연시 시나리오를 즐겁게 쓰는 법>으로 바꾸기만 해도 전혀 위화감이 생기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죠.

 어떻게 보면 말장난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떤 식으로든 문화를 한정시키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로서 이야기에 어울리는 소재를 가져다 쓴 것에 불과할 수 있겠습니다만, 이런 식으로 '가장 잘 팔리는 소재'를 재소비하기만 하는 작품이 늘어난다면 분명히 어떤 형태로든 부정적인 영향이 되돌아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4. 히메미야 미오에게 배울 것


 그래도 작위적인 캐릭터 야부사메 츠루기, 아니 작가로서의 히메미야 미오는 이 작품을 통해 작가, 독자에게 모두 통용될만한 메시지를 남겼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라도 무조건적으로 배척하지 않는 태도". 알고 있으면서도 잘 실천되지 않고, 의식하고 있어도 따라가기 힘든 그런 부분이죠.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작중에서 그녀는 휴대전화 소설을 경멸하는 태도로 일관하다가, 나중에 가서야 그것이 잘못된 행동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이해하려는 자세를 보여줍니다. 이는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작가의 입장에서도 유념해야 할 사항에 대한 베테랑 작가의 조언이며, 독자에게는 "라이트노벨을 즐겁게 읽는 법" 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메시지가 담겨 있다가 발현되는 과정 또한 굉장이 자연스러웠다는 것도 칭찬할 만한 부분이 되겠죠. 

 나머지 하나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꽂혔던 장면. -_-;; 서투른 핸드폰 조작으로, 사과의 문자를 보내오는 츠루기의 "아가는 미안햇다~`" 라는 오타작렬 메시지!! 이것도 갭 모에의 일종일까요. 너무나도 당당한 평소의 모습과는 반대로 어설프기 짝이없는 오타 메시지를 보내오는 츠루기가 정말로 귀엽다는 것을 실감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번역체 어미, 어색한 대화체, 딱딱한 흐름 등으로 역자를 까고 싶은 요소는 정말 많습니다만, 이 센스가 넘치는 현실적인 문자 번역으로 이미 모든 것을 잊고 싶어지네요.

by Laphyr | 2009/05/30 00:49 | = 라이트노벨 | 트랙백 | 핑백(1)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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