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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렸던 라노베 감상들 간단히 정리



 <신의 게임 2권> (NT노벨)

 1권에서 보여줬던 장점과 단점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습니다. 키라라와 마이카를 중심으로 하는 메인 스토리와 각각의 발아 이야기를 서브 스토리로 놓고 두 이야기를 조화시키는 구도 및 세부적인 에피소드의 재미는 느낄 수 있습니다만, 애초에 저 구도 자체가 너무나 작위적인 냄새를 풍기고 있어서 중간중간 흥이 끊기는 점은 이번에도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카노'라는 절대적인 인물의 매력을 내세우며 무마시키려는 것 같지만, 그녀 자체의 캐릭터가 그다지 개성적이지 않고 뛰어난 매력을 보여주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작품 자체를 대표하는 얼굴로서는 부족한 점이 너무나 큽니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결투를 벌이는 미나토 & 이로하 쪽과 여전한 아키바의 착각이 더욱 재미있을 정도.

 

 <신의 게임 3권> (NT노벨)

 1,2권에서 느꼈던 단점은 3권에서도 여전합니다. 아니, 메인 스토리가 심각해짐에 따라서 작위적인 느낌은 더욱 강해졌다는 느낌도 드는군요. '발아'하는 캐릭터가 너무나 엉뚱했던지라, 서브 에피소드의 엔딩들은 대체로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었습니다. 그나마 1,2권의 이야기들은 해당 스토리가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는 나름대로 흥미있는 부분이 존재했는데, 3권은 너무 심하다는 느낌이네요. 작가는 "감동" 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좀 더 공부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말 부분의 반전이 있기에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네요. 본편 중의 역량으로는 어떻게 흘러갈지 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조금은 의외였습니다. 완결까지는 볼 필요가 있을 것 같군요.

 

 <학교의 계단 4권> (EX노벨)

 무엇보다도 일러스트 담당을 좀 때려주고 싶군요. 안경소녀가 분명 모에 코드의 하나이긴 하지만, 평균적인 퀄리티가 이렇게나 떨어지는 그림을 표지로 그려놓다니... 내용면에서도 좀 때려주고 싶습니다. 전형적이지만 효과가 확실한 소재를 내세우는 것이 '학교의 계단' 시리즈의 모습이었는데, 이번에는 전형적이기만 한 고민이 사에구사에게 주어졌더군요. 그의 이야기와 계단부의 인연만으로 결말을 짓는다면 좀 나았을지도 모르겠는데, 말뼈다귀 같은 여학생 한 명(그녀 역시 일러스트 ㅄ)이 등장해서 너무나 애매한 이야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래서 안경 + 두뇌파 + 냉정 캐릭터는 평생 조연이라는 걸까요.


 <相剋のフェイトライン (상극의 페이트라인) 1권> (HJ문고)

 조금은 특이한 계기로 읽은 작품인데, '감상의 교집합은 거짓을 전하지 않는다' 라는 어법에 맞지 않는 문장을 떠올리게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카즈마와 류호(in 스크라이드), 솔과 카이(in 길티기어) 라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주인공 쿄우지와 라이벌 진의 관계, 거기다 황량한 배경 속에서 고정된 틀을 깨고자 & 지켜가고자 하는 이념의 대립까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구도로 엔딩까지 달려갑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바라보는 소년 소녀들의 등장은 괜찮은 느낌이었지만, 전개 과정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물론 애초에 축이 되는 것이 상극인 두 소년이기에, "비슷한 작품이 많으니까 구성을 바꿔" 라고 말하는 것이 무리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정도로 비슷해서 욕을 먹을 것이라면 차라리 히로인 나인에게 비중을 두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 역시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캐릭터이긴 하지만 말이죠. 적당히 비슷하다면 "베낀거지!" 라고 의혹을 제기하고 싶기도 한데, 이 정도로 똑같으니 "정말 작가가 스크라이드를 몰랐나?" 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명색이 프로 작가인데.. 알면 능력의 이미지까지 이렇게 비슷하게 잡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by Laphyr | 2009/05/24 16:37 | = 라이트노벨 | 트랙백 | 덧글(3)

[감상] 학교의 계단 - 3개의 놀라움

 
 요즘 라이트 노벨을 보면서 순수하게 놀라기는 참 힘듭니다. 물론 훌륭한 흡입력에 동반되는 내용적인 부분에서의 반전을 제외하면 말이죠. <학교의 계단>에 대해서는 여러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이렇게 '딱 맞춘듯한' 놀라움을 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들어왔던 이야기와, 작품에 대해 가졌던 기대감에 대해서 말이죠.

 1. 첫 번째 놀라움 -  익숙한 구도

 <학교의 계단>은 갓 고등학교에 입학한 소년, 칸바 유키히로가 학교와 가정에서 겪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소년은 부모님을 모두 잃고 사촌의 집에서 살고 있는데, 사촌의 부모님이 해외로 나가는 바람에 연상의 4자매와 동거하게 됩니다. 거기다 학교에서는 기이한 만남이 이어지고, 평범했던 소년은 개성 있는 남,여 학생이 즐비한 특이한 '부'에 들어가게 됩니다.

 라이트 노벨이나 애니메이션, 게임 등을 즐기시는 분이라면 '뭐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익숙한 구도입니다. 많은 매체를 접해보신 분이실수록 그 감정은 점점 '식상하다'에 가까워지겠죠. 특히 유키히로의 사촌 4자매는 그야말로 무난하기 그지없는, 등장인물인 이즈츠의 말을 빌리자면 '에로 게임 같은' 캐릭터의 반응을 보여줍니다. 과도한 애정공세를 펼치는 첫째 누나, 엉뚱하고 멍한 둘째 누나, 보이쉬한 셋째 누나, 같은 학교에 다니지만 감정의 표현이 없는 넷째 누나- 이쯤 되면 '더 이상 무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바로 그 익숙한 구도를 통해, 첫 번째 놀라움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어떻게 이런 구도로 이런 이야기를 펼쳐나갈 수 있나?' 하는 놀라움이었습니다. 배경 자체는 그야말로 '학원 판타지'에 가깝습니다만, 주인공인 유키히로가 겪는 고민은 지극히 현실적입니다. '이상한 부' 때문에 자신이 따돌림을 당할까봐 염려를 하기도 하고, 히로인(?)의 권유도 무자비하게 거절하는 등, 짜여진 흐름대로 판타스틱한 상황에 적응해가는 주인공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의 계단>에 등장하는 다른 캐릭터들도 범상치않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모두 만화 주인공같은 개성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마냥 작가로부터 부여된 설정이 아니라는 것을 수시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익숙한 구도 속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사건의 흐름이, 식상함으로 다가오지 않고 친근함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에로 게임 같은' 4자매와 유키히로의 생활 역시 마찬가지. 그녀들이 보여주는 다소 오버스러운 느낌의 과도한 개성은 주인공 유키히로의 '상식적인 대응'과 맞닥뜨립니다. 보통 이런 구도에 처한 남자 주인공들은 독자들이 느끼기에 '어째서?!'라는 생각이 드는 침착한 대응력을 보여주는데, 유키히로는 일반인이 보기에도 지극히 당연한 대응을 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친숙함을 자아냅니다. 

 이처럼 애초에 배경과 캐릭터 설정이 식상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서 느낌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마치 교과서처럼 입증시켜주는 흐름에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2. 두 번째 놀라움 - 평범한 이야기

 <학교의 계단>에서는 그 어떠한 특수능력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특정 인물들 간의 심오한 갈등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아니고, 하나의 스포츠에 불타오르는 소년소녀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도 아닙니다. 심지어 캐릭터 간의 드라마틱한 인연의 실조차 제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작품에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에는 공감에서 우러나오는 호흡을 통해 엄청난 힘을 갖게 됩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활동인 '학교의 계단을 뛰어다니는 것'은 누구나 학창 시절에 해봤을법한 놀이입니다. 저는 중학교 때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쉬는 시간, 점심시간을 가리지 않고 얼음땡과 경찰과 도둑이라는 놀이를 즐겼습니다. 운동장에는 나가지 않고, 오직 5층으로 이루어진 교내를 3개의 계단을 통해 뛰어다니면서 잡고 잡히는 놀이였지요. '계단부'는 쇼트니 랠리니 하면서 조금 거창한 이름을 붙이고 있긴 합니다만, 결국 그들이 즐겁게 달리는 순간만큼은 우리가 학창 시절에 즐겼던 그 순간들과 큰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한 번 달리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어!"

 정말 그랬습니다. 저도 중학교 1학년을 마치고 대부분의 아이들과 헤어질 때까지, 대체 왜 복도를 뛰어다니는지 몰랐지만 그 즐거운 일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거기다가 <학교의 계단>의 캐릭터들은 자신들의 '주특기'에 이름을 붙여서 'V턴' 이니, '검은 날개의 천사'니 하면서 놀고 있는데, 그것을 보면서 '왜 그 당시의 우리는 저렇게 놀지 못했을까?'라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습니다. 

 '학원물'의 가장 큰 장점은 공유할 수 있는 공통경험에 의한 접근의 용이성 입니다만, 최근의 학원물은 조금 성격이 다릅니다.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장르에서 맛볼 수 있었던, '경험할 수 없었던 학창시절의 대리만족'의 경향이 강해지면서 오히려 현실성은 떨어지는 경우가 많이 나타났죠. 그런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이 작품은 그야말로 '진정한 학원물'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주인공 유키히로가 계단부에서 성장해나가는 과정 또한 여타 작품과는 전혀 다릅니다. 유키히로는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트레이닝를 통해서 기적적인 기술을 습득하지도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가 청소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 모습에서, 학교의 건물과 길을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습니다. 바닥의 굴곡을 발견하고 기뻐하는 그의 모습은, 얼음땡을 하면서 숨기에 적당한 구석진 장소를 발견하고 즐거워하던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것이 <학교의 계단>이 가지는 최고의 매력이겠죠.

 3. 세 번째 놀라움 - 자연스러운 메시지

 이능력이 가미되지 않는 학원물의 경우, 단권에서 제대로 된 메시지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대부분의 학원물 = 연애, 러브코미디인 경우가 많은 경향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렇고요. 그렇다고 이 작품이 거창한 메시지를 품고 있는 대작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문제이니까요.

 이 작품을 '진정한 학원물'이라고 부르고 싶은 또 하나의 이유는, 학교를 배경으로만 사용하지 않고 그것이 갖고 있는 고유한 성격이 작품 안에 묻어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햄스터(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는 생활, 똑같은 일상과 제한된 환경, 이것은 학창시절을 겪었거나 혹은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민해본 문제일 것입니다. 단순히 사랑싸움이 일어나는 장소, 혹은 일탈해야 하는 일상으로서가 아니라, 오히려 이 쪽이 익숙한 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작가는 마지막에 가서야 작품 내에서 가장 작위적이라고 할 수 있는 감동의 순간을 선사합니다만, 그에 대한 주인공들의 대응과 이후의 이야기 역시 지극히 평범합니다. 주인공들의 대응은 건조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현실적입니다만, 그렇기에 더욱 그들이 마지막으로 토해내는 심정으로 대표할 수 있는 작품의 메시지는 마음에 와 닿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단권으로도 상당히 훌륭한 구조였지만,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현실적인 모습을 많이 갖고 있는 개성적인 캐릭터가 다수 등장했기 때문에 다음 이야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속된 말로는 무수한 떡밥을 던져두었다고나 할까요. 1권에서는 최소한으로 등장했던 각 캐릭터의 이야기가 - 그도 그럴 것이, 만나서 얼마 되지도 않는 부원들이 갑자기 자기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은 비현실적일 수밖에 없죠. 오랜만에 만나서 동거하게 된 사촌 4자매와 15살 고교생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고요. - 오히려 복선으로 작용하여, 이후로는 정말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배경이 마련되었다는 느낌입니다.

 전에 정의소녀환상 리뷰를 쓰면서 이야기의 흐름과 메시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보았는데, 바로 그 정반대의 위치에 서 있는 것이 이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작가인 카이마 타카아키는, <학교의 계단>을 통해서 마치 이렇게 외치고 있는 것 같거든요.

 "거창한 소재를 사용하지 않고도, 불타는 청춘의 이야기는 얼마든지 재미있을 수 있다구!"



이글루스 가든 - 라이트노벨을 읽어봅세

by Laphyr | 2008/07/29 17:14 | = 라이트노벨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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