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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노 입장에서 발브레이브 10화는 막장이 아닌 승리의 에피소드

 매 화마다 상상을 뛰어넘는 전개를 보여, 나쁜 의미로 많은 화제거리가 되고 있는 발브레이브. 그 탑을 달리고 있는 것은 이해불가 사시나미 쇼코와 강철멘탈 루키노 사키였는데요. 막장전개로 인하여 까먹기 쉬운데, 어쨌든 이 둘은 하루토를 놓고 대립하는 히로인의 구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전까지는 상식을 초월하는 언동을 보이는 쇼코에게 밀리는 사키였습니다만, 발브레이브 2호기의 탑승자가 되는 일련의 에피소드를 거치며 그녀는 강력한 연적 라이벌로 부상했죠. 그녀는 하루토와의 키스장면을 통해 A.I.쨩이 섹드립에 눈을 뜨게 만들기도 했는데, 이게 10화에서 복선이 회수되었네요. 어쨌거나 발기브레이브, 발브레이프 등의 평가를 듣고 있긴 하지만, 어떻게 보면 10화는 최고의 승리 에피소드였을지도 모릅니다. 어디까지나 루키노 사키 입장 한정이지만요. 

 복잡한 VVV의 설정은 제쳐두고, 하루토 - 사키 - 쇼코의 관계도만을 놓고 10화를 리뷰해 보겠습니다.

 

 
[둘 뿐만(二人ぼっち)은 이제 끝인가...]


 사키가 쇼코에게 있어, 하루토에 대한 우위를 점할 수 있던 것은 그녀가 단 두 명 뿐인 발브레이브의 파일럿이 된 시점부터였습니다. 일련의 에피소드를 통해 두 사람은 정신적인 교감까지 갖게 되었고, 발브레이브로 싸운다고 하는 동질감은 그녀로 하여금 적어도 한 분야에서만큼은 하루토를 독점하고, 그와 둘만의 시간을 보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죠. 그러나 이누즈카와 썬더의 합류로 이는 무산되고 맙니다. 뿐만 아니라, 썬더는 남자라는 공통점을 이용하여, 원래 사키가 하루토를 독점할 수 있었던 영역에서 그녀를 혼자(一人ぼっち)로 만들죠.

 [누군가에게 죽어야 한다면, 루키노가 좋겠어.]


 단 둘이 남았을 때, 사키는 하루토가 여전히 자신을 의지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안도합니다. 아까는 다른 파일럿들이 함께였기에 내색을 하지 못했을 뿐, 실은 하루토가 누구보다 자신을 신뢰하고 있음을 위 말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항상 차가운 모습만 보이던 그녀가, 이렇게 솔직한 미소를 보이는 장면은 많지 않습니다. 근데 그렇게 웃고 있는 사키의 뒤에서 쇼코가 나타나죠. 매우 상징적이면서 효과적인 연출입니다.

 [아, 아니, 루키노와는 우연히 만나서 말야..]


 쇼코가 나타나자마자, 하루토는 진지하던 표정에서 반색한 얼굴로 그녀를 반깁니다. 게다가 두 사람이 함께 있음을 의심하는 듯한 쇼코의 발언에, 너무나도 무심하게 위와 같은 말을 내뱉고 말죠. 쇼코의 등장으로 두 사람만의 시간을 방해받은 것에 모자라, 당사자인 하루토에게마저 부정을 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은 사키는 당연히 기분이 가라앉을 수밖에 없습니다. 명불허전 토맛은 체념한 듯한 한숨의 명연기를 보여주는데, 이것은 말 한 마디보다도 많은 것을 내포하여 사키의 심리를 반영하죠.


 [소중한 사람이 울고 있어!]


 그리고 1화의 그 장소, 신사에서 울고 있는 쇼코를 달래주는 모습을 엿보러 간 사키는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들어버립니다. 알고는 있었지만, 그의 감정이 점점 성숙해져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며, 그런 만큼 그녀의 마음은 상처를 받았겠죠. 결국 고백을 한 건 아니지만, 언제나처럼의 사이 좋은 두 사람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본 사키는 그야말로 체념의 한숨을 내 뱉습니다.

 
[잘 되지 못할꺼야, 카미츠키와 인간은. 바보 아냐? 상대가 바라봐주지 않는 사랑은 절대 오래갈 수 없어.]


 쇼코가 떠난 뒤, 그녀는 냉정함을 가장하며 하루토를 설득하려 합니다. 굉장히 짜임새 있는 논리이긴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이건 그녀의 슬픈 오열과도 같습니다.

 "쇼코를 좋아하는 건 알고 있지만, 인간과 카미츠키의 관계에서 제대로 된 보답을 받을 수 없고, 그걸 너에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야 ㅡ "

 라는, 마지막 설득이죠. 직접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한 셈입니다. 차가우면서도 일부러 감정을 죽이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토맛의 명연기가 다시 한 번 빛을 발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발작의 순간.

 처음에는 사키도 당황한 표정으로 저항하려 합니다. 그러나 이성을 잃고 덤벼드는 하루토의 모습을 보고, 이것 (발브레이브 탑승자로서, 인간을 그만둔 괴물이 되어버린 상황)은 역시 저주라는 것을 되새깁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것으로 생각해온 이 상황이 어떤 것이었는지 다시금 떠올리고, 스스로가 너무 물렀다는 생각을 한 것이겠죠.

 "역시, 저주구나 ㅡ "
 
 라는 대사의 주어는, 아마 '나와 하루토가 짊어지고 만 것은' 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다음 순간에서, 그녀는 그런 하루토를 받아들입니다. 저주를 짊어진 것은 하루토와 쇼코가 아니라, 나와 하루토 단 두 사람이다. 그녀는 이런 것까지 받아들여줄 수 없으며, 하루토의 이런 모습까지 받아들여 줄 수 있는 것은 같은 저주를 짊어진 나밖에 없다 ㅡ 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무리 하루토가 VVV 빙의로 움직였다고 해도, 사키가 마음먹고 저항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겠죠. 아니면 결과가 같더라도 연출은 달랐을 겁니다. 하지만 사키는 난폭하게 달려드는 그를 부드럽게 감싸안았고 (위 스크린샷), 힘으로 찍어 누르려고만 하는 하루토의 손을 맞잡아 주는 것 역시 사키였습니다 (아래 스크린샷). 이런 정황을 보면, 결국 루키노 사키는 하루토를 마지막까지 받아들이기로 결심을 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쇼코, 이겼대.]


 제정신을 차리고, 벌어진 상황에 당황하는 하루토에게 해 준 사키의 이 한 마디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1. 그녀가 그렇게 적대하던 쇼코의 이야기를 하루토에게 해 준다.
 2. 이는 하루토가 쇼코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에게 있어 쇼코의 존재가 어떠한지 알기 때문에 선택한 일.
 3.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토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나밖에 없다.
 4. 쇼코가 어떠한 존재이든, 결국 그녀가 해 줄 수 없는 일을 나는 하루토에게 해 줄 수 있어.
 5. 쇼코는 선거에 이겼지만, 나는 하루토를 사이에 둔 싸움에서 쇼코에게 이겼어.

 사키가 쇼코의 이야기를 무덤덤하게 해 줄 수 있었던 내막에는, 위와 같은 사고의 프로세스가 있지 않았나 합니다. 여태까지는 쇼코를 어떻게든 배제하려고 노력했지만, 이제는 승부가 명확해진 이상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거겠죠..


 결과적으로, 사키의 시점에서 본 10화는.. 다양한 상황 연출을 통하여 여태까지의 쇼코 - 사키의 갈등, 하루토와의 입장에 대한 관계성 변화를 모두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말에는, 하루토를 받아들임으로써 최후의 승자가 된 사키의 모습이 있었고요. 솔직히 이후에 어떻게 행동하게 될 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루토는 VVV A.I.의 영향으로 사키를 원한 것이지, 그의 마음이 정리된 것은 아니니까요. 그러나 이렇게 된 상황에서 하루토가 사키를 동의없이 버린다면, 그건 진짜 천하의 몹쓸 짓이 되다는 것은 분명해진 상황이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비처녀 히로인을 싫어하지도 않기에 (주인공 한정이긴 합니다만), 앞으로 변화된 사키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 기대가 됩니다. 하루토 이 우유부단 남자가 그녀를 책임져 줄 것이라는 생각은 안 들긴 하는데, 그래도 주인공에게 모든 것을 바치고 헌신하는 히로인의 포지셔닝을 한 루키노 사키의 모습은.. 생각만 해도 너무 예쁠 것 같네요.

by Laphyr | 2013/06/16 14:51 | = 애니메이션잡담 | 트랙백 | 핑백(3)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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