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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흔들흔들 일렁이는 바다 저편 1~2

 

 대륙을 배경으로 하는 연대기 방식의 소설은 일장일단을 갖고 있습니다. 방대한 설정을 바탕으로 그야말로 환상적인 거대한 이야기의 흐름을 전개해 나갈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한다면, 그 이야기의 흐름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정형화된 패턴을 따라갈 수 밖에 없다는 점은 단점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흔들흔들 일렁이는 바다 저편(이하 흔들흔들)는 작가인 콘도 노부요시의 데뷔작인만큼, 이러한 제약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었지만 어느 정도 이것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듯 합니다.

 - 메노그와 라그나가 존재하는 독특한 세계관

 먼저 눈여겨 볼만한 부분은 현실인 '게팅'과는 구별되는 신비로운 공간 '메노그'와, 그 '메노그'의 주민인 라그나의 존재입니다. 메노그는 마치 성계 시리즈의 평면 우주와도 비슷한 개념으로 등장하는데, 이것을 이용하면 기존의 현실에서 이동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루트로 지역 간 이동을 할 수 있는 등의 특징을 갖는 일종의 '또 하나의 세계'를 의미합니다. 라그나라고 불리우는 생물들은 바로 이 메노그의 주민들이며, 단독으로는 메노그에 들어올 수 없는 인간들은 이 라그나를 이용하여 메노그를 항해하게 됩니다.

 작가는 후기에서 스페이스 오페라를 그려내고 싶었다는 마음을 밝히고 있는데, 이러한 의도는 메노그의 개념에서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메노그 안에는 중력이 없으며 대지도 존재하지 않는, 그야말로 망망대해의 우주와도 같은 상태인 것입니다. 게다가 메노그의 공기는 유독하기 때문에, 특수하게 제작된 방독면을 착용하지 않으면 인간은 금새 죽고 맙니다. 이것은 우주복을 입지 않으면 전투를 수행할 수 없다는 개념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죠. 거기다 고대의 기술을 발굴해내었다는 '전함'의 존재 역시 우주전을 떠올리게 합니다.

 다양한 종과 특성을 가진 라그나 또한 이 작품이 갖고 있는 독특한 매력입니다. 라그나는 게팅(현실 세계)에서는 그 특수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메노그 안에서는 화염구를 내뿜거나 초진동 충격파를 쏘기도 하고, 눈에 보이지 않도록 은신하거나 철벽의 방패를 생성해내는 등의 그야말로 '환상적인' 능력을 뽐냅니다. 메노그 안에서의 전투는 이러한 라그나에 의한 전술을 빼놓을 수 없기에, 굳이 비교하자면 흔들흔들의 세계관 안에서는 모빌 슈트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와 같이 다른 정통파 전기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약간은 새로운 개념과의 접목은 이 작품의 표면색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쨌거나 신비한 힘을 가진 라그나의 등장은 무척 매력적인 것이 사실이고, 이들이 투입된 전장의 모습은 단순히 인간들의 싸움으로 이루어지는 전투에 비해서 다른 색깔을 갖고 있으니까요.

 - 노우라와 라시드, 그리고 쥬라

 라이트 노벨이 갖고 있는 가장 큰 특성 중 하나는 스토리가 캐릭터의 활약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일텐데, 흔들흔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자칫 지루한 국가들의 다툼의 기록으로 치부되어 버릴 수 있는 내용이지만, 노우라라는 신비한 소녀와 라시드 형제의 등장으로 이러한 부분을 해소하려 하고 있습니다.

 특히, 라이트 노벨에서 주연급 여성 캐릭터가 빠지는 것을 상상하기 힘든만큼 그 자리를 메꾸어 주는 것이 기억을 잃은 신비한 소녀 노우라의 존재입니다. 작가는 압도적인 규모의 대회전을 등장시켜 쥬라와 라시드 형제를 소개한 이후, 전혀 다른 시점을 가진 노우라의 시선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변환시킴으로써 독자들에게 친절함을 베풀고 있습니다. 이는 레일담 복음 연맹이니 신성 아르가브 제국이니 하는 거대한 나라들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머리 속에 집어넣기 힘든 독자들을 위한 배려로, 아무것도 모르는 노우라의 시점에서 엘메로 회전에 참여했던 라시드, 쥬라를 알아가는 과정을 서술하는 것을 통해서 노우라와 독자가 함께 작품의 배경에 대해 알아간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복잡하게 얽힌 배다른 형제인 라시드와 쥬라, 대조적인 성격의 이 두 인물도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자신은 별다른 능력이 없으면서 주변의 인물들의 힘을 최대한 끌어내는 라시드는 마치 한고조 유방을 연상케하며, 자유 분방하면서도 슬픈 과거를 갖고 있는 쥬라 또한 그 얼굴만큼이나 강렬한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아군, 적군을 가리지 않고 매력적인 인물이 다수 등장하고 있는데, 이것은 역시 많은 인물이 등장할 수 밖에 없는 연대기 형식을 가진 작품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세심한 전황 묘사, But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는 전투

 흔들흔들에서는 1,2권을 통해 야전과 공성전이라는 대표적인 두 가지 형태의 전투를 모두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1권에서는 메노그에서의 싸움을 통해 라그나의 위력을 감상할 수 있고, 2권에서는 게팅에서의 싸움을 통해 보다 실질적인 전술적인 요소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400여 페이지에 달하는 1권의 두께의 놀라움처럼, 작가가 보여주는 세심한 전황 묘사는 처녀작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안정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 메노그의 특성상 신호탄을 쏘아올리며 전투를 진행하는 모습이나, 전황을 알리는 전령의 숨가쁜 등장 등은 그야말로 실제로 전투가 일어나는 모습을 곁에서 바라보는 것 같은 생생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많은 연대기에서 전황 묘사는 보다 입체적인 전투를 그려내기 위해서 전지적인 시점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흔들흔들에서는 보다 가까운 묘사를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나 연대기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전투 자체는 조금 실망스러운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전황을 뒤엎는 일발 역전의 전술이라는 것은 그 치밀한 내용으로 읽는 사람마저 놀라게 만들거나 - 삼국지에서 보여주는 제갈량의 계책의 느낌처럼 -, 혹은 독자가 그 장면을 애타게 기대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 델피니아 전기에서 그린다 왕비가 월을 구해내는 장면이나, 반지의 제왕 마지막 권에서 아라곤이 망자의 군대를 이끌고 미나스티리스를 사수하러 달려오는 장면 -, 1권에서 보여준 연출은 그야말로 뻔하기 그지 없었으며 일발역전의 전술이라는 것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만큼 별 설득력이 없었습니다.

 또한 2권에서 등장하는 게팅의 전투에서는 장렬한 각오를 다진 기사들의 공성전이 등장합니다만, 여기에서도 120명이 지키는 성을 공략하는 과정에 나오는 묘사 등에 그다지 공감할 수 없었습니다. 공격측의 명성이 있다는 참모나 장군들은 열 배가 넘는 병력을 가지고도 시종일관 '공성전은 어렵다, 함락시키려면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대사만 읊고 있는데 반해 겨우 30명, 50명 단위의 소규모 전투를 묘사하는데 사용되는 표현들은 마치 1권에서 등장한 대회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거창하기 그지없습니다. 

 - '중간'을 설정하지 못하는 한계

 흔들흔들은 아직 뒤로 많은 에피소드가 남아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아직 초반부인 1,2권에서 '인물'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것은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1,2권을 읽으면서 이 작품의 캐릭터는 극렬하게 두 부류로 나뉠 수 있었으며, 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당연히 예상하시겠지만, 그 두 부류는 잘난 놈과 못난 놈입니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습니다만, 연대기에는 필연적으로 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작품 내에서 모두 다른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만, 궁극적으로 작품의 방향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죠. 그렇기에 그들이 갖고 잇는 성격은 다를 수 밖에 없으며, 영웅이 있는가 하면 폭군도 있고 군자가 있는가 하면 살인마도 존재하는 것이 연대기의 특징입니다.

 흔들흔들에서도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로데윅 변경 주의 인물들을 비롯해 신성 아르가브 제국의 인물들도 등장하고, 레일담 복음 연맹의 수뇌부의 모습도 비춰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멋있는 인물은 한없이 긍정적인 모습으로만 묘사되고 그렇지 못한 인물은 구제못할 바보 멍청이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나 전투 상황 묘사에 있어서, 애초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거나 '죽어야 할' 등급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전황과는 반대되는 멍청한 소리를 지껄입니다. 반대로 멋있게 그려지고 있는 인물들은 그것을 보고 '저런 멍청한 놈!' 이라고 속으로 비웃고 있죠. 

 전쟁을 다루는 연대기에서 영웅이 있고 멍청이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만, 그것이 절대적인 시각으로 편가르기가 되어버린다면 의외성을 갖고 있어야 할 소설의 재미를 떨어뜨릴 수 있는 요소가 됩니다. 멍청하게 전황과 반대되는 헛소리를 내뱉는 지휘관이 어떻게 되는지야 뻔하게 내다볼 수 있는 노릇이라는 겁니다. 뿐만 아니라, 일상의 묘사에서도 작가는 '아 이놈은 멋있는 놈'이라고 정해준 캐릭터들은 '전투 능력도 뛰어나고 인간성도 뛰어나며 이해력도 있는' 착한 놈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사람이라는 것은 당연히 여러가지 면모를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1~2권이라는 초반부터 이렇게 각 주요 캐릭터들을 어느 한 속성에 옭아매려는 것 같아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과묵하고 싸움을 잘하는 믿음직한 동양 무사' 라던가, '자기 힘으로 자리를 쟁취한 실력파 장군' 같은 캐릭터 설정 자체가 좀 흔하다는 점도 작용하지 않았나 싶기는 합니다.

 - 총평

 사실 우리나라와 같이 일발 대박성 작품들이 인기를 누리는 분위기에서 연대기 종류가 인기를 끄는 것은 쉽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워낙에 호흡이 길고 발걸음이 더딘 데다, 판타지라는 문학 장르가 활성화된 상황에서 굳이 일본 판타지 격인 연대기 물을 선택할 이유도 적으니까 말이죠. 

 그렇지만 흔들흔들이 갖고 있는 매력들은 충분히 특정 독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특징이며, 처녀작임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보여주는 세심한 묘사들은 읽는 사람을 확실하게 몰입시켜줄 수 있는 효과를 지니고 있습니다. 스스로가 책을 읽으면서 텍스트의 장면을 머리속에 그려내는 상상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셨던 분들에게는 입문 서적으로 추천할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by Laphyr | 2008/05/24 21:31 | = 라이트노벨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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