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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안녕 피아노 소나타 2권 - 너무해요, 선배님!


작가 : 스기이 히카루
일러스트 : 우에다 료
레이블 : 전격문고 / L노벨


 전체적인 구도에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1권을 읽은 독자들 사이에서 생겨났을 많은 갈래의 기대들을 전부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했을 것입니다.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더욱 깊숙히 빠져들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도 해볼 수 있었습니다.


 1. 변함없이 안정적인 구도


 1권의 주된 테마는 소년과 소녀의 만남, 소년의 성장, 소녀의 구원이었습니다. 그러나 나오미는 워낙에 대기만성형 캐릭터인 탓에, 다양한 에피소드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경험치가 쌓이지 않아 2권에서도 비슷한 스탯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별다른 진전없이 이야기를 장편으로 끌어가는 청춘물 - 을 가장한 하렘물 - 의 경우에는 주인공에게 있어서 이러한 현상이 드문 일은 아닙니다. 다루지 않았던 캐릭터, 새로운 캐릭터와의 이야기를 펼쳐나가기 위해서는 주인공 스탯은 어느 정도 고정되어 있는 편이 독자의 이해를 돕기 편하니까요. 하지만 <안녕 피아노 소나타(이하 안피소)> 2권에서는 조금 달랐습니다. 소년이 아니라, 소녀들이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2권의 이야기에서 나오미는 별로 한 일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뻔 하기도 했으니 재미를 원하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칭찬을 해 줘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어쨌거나 기본적으로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를 골자로 삼는 작품에서, 주인공인 소년이 별로 한 일이 없다는 것은 별로 좋은 현상은 아니죠. 그것도 1권에서 그만한 행동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오히려 퇴보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의 약간의 억지를 느낄 수 있어 부정적인 부분도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그것을 잘 메꿔준 것이 치아키 vs 마후유, 쿄코 vs 마후유, 소녀들의 전쟁이었죠.


 2. 치아키 vs 마후유


 전형적인 소꿉친구 캐릭터로 등장했던 치아키가 보여주는 행동은, 사랑 전선에 있어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랑' 과 '우정', 두 개의 감정이 교차하며 새로운 히로인과 맞서는 소꿉친구의 모습은 그다지 새로운 것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부끄럼쟁이에 고집쟁이인 히로인 마후유 또한, 치아키와의 관계에 있어서 먼저 한 발을 내딛지는 못하는 모습부터 결국은 함께 레인에 설 것을 조심스레 긍정하는 모습까지 낯설은 구도는 아니었지요. 그러나 까망 지빠귀, 페케테리코 밴드라는 소재는 여기에 커다란 변화의 베이스를 깔아줬습니다. 그녀들은 음악을 하는 사람들 - 이었다는 겁니다.

 소꿉친구 vs 진히로인의 우정 vs 사랑 구도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우정의 설득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문제입니다. 둔감한 주인공을 놓고 다투는 두 소녀가 평소에는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분명히 가식으로도 느껴질 수 있는 미묘한 여심(女心)의 영역이라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는 납득을 못할 수 있기 때문이죠. 많은 작품에서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는 데 하나의 주요 에피소드 - 주로 여행, 합숙, 사고 등으로 일상과는 다른 모습으로 두 소녀가 접하는 배경 - 을 할애하곤 하지만, 그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도 "우리, 함께 xx 군을 좋아하자!" 는 결론은 섣불리 받아들이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을 <안피소> 에서는 두 소녀가 함께 속해있는 밴드와 음악의 영역을 통해 멋지게 표현해 냈다는 것입니다.

 치아키는 드럼을 치고, 마후유는 그에 질세라 기타에서 손을 놓지 않으며 벌어지는 신경전. 다른 사람들은 감히 끼어들 생각을 할 수 없는 영역에서 두 소녀는 치열하게 싸웠고, 자신들의 감정을 부딪혔습니다. 어설프게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는 장면보다 훨씬 전율이 흐르면서도, 긴장감이 넘치는 연출이었죠. 하지만 두 사람의 연주는 서로의 감정을 다투는 싸움인 동시에,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써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이기도 했습니다. 어느 한 쪽으로 추가 기울지 않더라도, 어색한 화해가 아니라도 '말은 마음을 넘지 못한다' 는 말처럼 무엇보다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죠. 이러한 중반이 있었기에 소녀들의 싸움의 종장은 아름다울 수 있었고, 홀로 드럼을 치며 고군분투하는 자그마한 치아키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질 수 있지 않았을까요.

 
 3. 쿄코 vs ???

 
 그렇지만 뭐니뭐니해도 2권에서 가장 큰 놀라움을 준 것은 카구라자카 쿄코 선배였습니다. 주인공인 나오미의 말처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리 잡았던 그녀가, 이토록 빨리 솔직한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1살 밖에 나이 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충분하다못해 넘칠 만큼의 어른의 매력을 다양한 면모로 과시하는 그녀가 나서 vs 마후유 구도를 만들었다는 것은 굉장히 흥미로운 전개였습니다. 자칫 식상해질 수 있는 소녀들의 구도에 이보다 더 강력할 수 없는 기뢰를 설치한 셈이었죠.

 1권에서도 쿄코의 몸짓을 묘사하는 표현들에 대해서 굉장히 긍정적으로 감상을 적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혼혈아인 마후유의 경우에도 차갑고 뾰족한 태도와는 다르게 '나오미의 등 뒤에 숨는, 등에 매달리는' 모습이 자주 묘사되고 있어 귀여움을 더합니다만, 쿄코는 아예 몸짓 하나하나가 굉장히 독특했거든요. 검고 긴 머리카락을 아무렇게나 흩날리며 눈을 찡긋하거나 예고 없이 모델 같은 얼굴을 들이 밀며 눈을 마주치는 등, 2박 3일의 합숙을 맞이하여 두근거리지 않을 수 없는 그녀의 행동들은 이번에도 나오미(와 독자들)을 기쁘게(혹은 난감하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솔직한 마음, 그녀의 속에 감추어져 있던 아픈 기억까지 밝혀지면서, 고민하는 것 같으면서도 얼핏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이는 쿄코의 태도는 둔감하지 않은 독자들에게 야릇한 매력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나오미야 무슨 말인지 모른다고 하지만,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정말 얼굴이 빨개질 것 같은 말을 아무렇게나 던지고 있으니까요. 치아키와 마후유의 귀여운 싸움도 볼만하지만, 쿄코가 보여주는 어른의 싸움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으로 자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그녀가 갖고 있는 갈등의 뿌리 역시 마음과 마음, 음악과 사람의 관계에 있으니까 말이죠.


 4권 완결의 매력이 이러한 부분에 있다! 는 것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안피소> 2권. 조금 빠르지 않나 싶으면서도, 어느 새 그 리듬을 따라 결말까지 읽어나갈 수 있는 좋은 템포를 선보였다고 생각합니다. 2권에서는 클래식 뿐만 아니라 팝송, 특히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 '데스페라도' 등의 익숙한 곡들이 등장하면서 좀 더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여담이지만 안피소 2권을 읽는 중에 <열린음악회>에서 종합예술인 홍서범 씨가 호텔 캘리포니아를 불러서 굉장히 웃겼습니다.;;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평소에 잘 시청하지도 않는 프로그램을 딱! 봤는데 딱! 그 곡이 나오고 있으니 참 신기하더라구요.

by Laphyr | 2009/06/07 18:09 | = 라이트노벨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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