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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캠퍼 1권


 그냥 가볍게 볼 수 있었습니다. 츠키지 토시히코 씨의 작품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네임 벨류가 있고 팔리는(!) 작가 분이니 어떤 이유가 있어서 정발을 해줬겠지? 라는 생각으로 무심코 질렀는데요.. 2권부터는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엄청 고민됩니다.

 이야기를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평범한 고등학생인 주인공이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보니 여자가 되어있고 인형의 명령에 따라서 '캠퍼'가 되어 다른 캠퍼들과 싸워야 한다는 전개가 되겠습니다. 이후 같은 학교에 다니는 다른 캠퍼 여자아이와 만나고, 적과 조우하기도 하는 가운데 짝사랑하는 여자아이가 얽혀드는 러브 코미디 전개도 섞여 있기는 하네요..

 장점. 정말 읽기 편해요. 한 페이지를 넘기는데 20초도 안 걸릴 정도로, 뭔가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대사 & 설명이 하나도 없습니다. 배경 설명은 주인공의 중얼거림과도 같이 서술되어 있고, 일단 배경이 갖추어진 다음에 사건 자체는 70% 이상이 대화로 진행됩니다.

 "~해!", "~가 ~라서 ~란 말이야!", "그럼 ~ 하면 되잖아!" 이런 식으로 시원시원한 대화가 진행되니까, 상황을 멋들어지게 서술하는 문장을 읽고 귀찮게 상상력을 동원할 필요가 없습니다. 아, 동원하고 싶어도 대화 이외의 묘사는 부족하니까 웬만한 스킬 레벨로는 어림도 없겠네요.

 '내가 갑자기 여자가 된다면? 그것도 엄청난 미소녀로?' 라는 상상에 걸맞게 준비되어 있는 시츄에이션도 상당히 볼만합니다. 미연시에 자주 등장하는 그런 18금틱한 장면은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만, 주인공인 나츠루의 시점에서 무덤덤하게 내뱉어주는 - 왜냐하면 자기 몸이니까 무덤덤할 수밖에... - 묘사 등은 은근히 독자들을 흥분시키는 매력이 있을 것 같더군요. 게임 속에서 등장하는 것 같은 설정을 가진 서브 캐릭터들과의 관계와 어우러져, 건전한 TS물의 전형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이젠 좀 까겠습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만들어낸 이야기인지 모르겠네요. 작가는 모더레이터라는 전지전능한 존재를 등장 시켜놓고, 문제의 소지가 있는 설정은 죄다 그의 탓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왜 캠퍼가 되었는지? 왜 여자가 될 필요가 있는지? 다른 캠퍼와 싸워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증이 생길만한 부분, 채워넣어야 할 부분을 저런 식으로 대충 옆으로 치워두고 '재미있는 TS 소년의 러브 코메디 & 실감나는 전투 이야기나 그리자!' 라고 생각했다고 밖에 여겨지지 않는 것이 1권의 전개네요. 뭐, 재밌는 것을 재미 없다고 하지는 않겠습니다. 분명히 나츠루 소년이 여자로 변신하면서 겪는 첫사랑 소녀와의 에피소드나, 맹견녀 아카네라는 서브 히로인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재미있긴 하죠. 하지만 그런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한 권의 이야기 안에 묶어놓아야 비로소 그것을 작품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필요한 것은 제쳐놓고 재밌는 부분만 써버린다? 나는 그 분야(러브 코미디)의 전문가 이니까 그것을 믿고 독자들이 그 부분만 즐겨줄 것이다? 실제로 이렇게 생각했는지 어땠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미 캠퍼 1권에서는 그런 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네요. 얼토당토 않는 내장 동물들의 개그로 웃음을 자아내며 넘기려고 하고 있는데, 뭐 독자의 입장에서는 웃으면서 빵점을 주고 싶은 생각 뿐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1권에도 불구하고 8권까지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을 보면, 네임 벨류와 독자의 믿음이라는 것을 확실히 우습게 보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1권 완벽주의를 숭상하기 때문에, '4권이 재미있으니까 1~3권은 좀 참아라' 라는 논리를 정말 싫어합니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도 하고요. 이 작품도 그런 식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TS와 미소녀, 개그 요소로 대충 초반부를 얼렁뚱땅 넘기다가 4~5권 쯤 가면 캠퍼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고민하는 캐릭터의 모습이 비춰지고, 그걸 극복하는 모습을 선사하면서 5권의 감동이 어쩌구~ 5권까지 안 봤으면 말을 하지 마라 어쩌구~ 이런 모양새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 물론 그야말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장르 소설을 찾으시는 분이시라면 적극적으로 권장해 드립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아무 생각없이 문장 읽기도 좋고, 장면 장면의 흥미 요소는 확실히 재미있으니까요.

by Laphyr | 2008/09/30 17:37 | = 라이트노벨 | 트랙백 | 핑백(1)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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