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자긴

코드기어스 R2 14화, 블레스레이터 14화 - 인간과 복수

 전혀 다른 이야기로 1화를 맞이한 두 작품이지만, '인간'과 '죽음' 이라는 소재를 다루기 시작하면서 코드기어스 R2와 블레스레이터가 묘하게 겹쳐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똑같이 일요일에 방영되는 작품이라는 것, 가장 재미있게 보고 있는 작품이라는 요소 등이 영향을 주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코기 14화. 샤리를 죽인 범인이 이렇게 빨리 밝혀진 것이 의외이긴 했습니다만, 루루슈의 발끈러쉬가 어택땅은 잘 찍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굳이 샤리가 불행한 최후를 맞이한 이유를 꼽으면 수없이 많겠지만, 그 근원이 결국 기어스와 그것을 연구하는 교단이라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니까요.

(오묘하게 기쁜 것 같은 표정이라 상당히 인상깊었던 한 컷. 생각해보니 이번 화만큼 C.C.가 풍부한 표정을 드러낸 에피소드가 있었던가 싶을 정도네요. 2기에서.)

 이것은 대 브리타니아戰 차원에서 감안해봐도 지극히 타당한 선택입니다. 14화에서 C.C.가 루루슈의 교단 습격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있기 때문에 헷갈릴 수도 있지만, 디트하르트가 오우기를 의심하는 과정에서 별 의미없는 것처럼 등장한 '각지에서의 승전보'가 상황을 잘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은근히 중요한 장면들이 한꺼번에 휙~ 지나가버린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누구누구 씨를 포함해서..)

 이미 제로가 이끄는 흑의 기사단은 중화연방에서의 사건을 기점으로 브리타니아戰에서의 승리의 가능성을 갖기 시작했고, 각지에 파견한 원정군이 성과를 거두며 세계를 흑의 기사단 VS 브리타니아 (오프닝에 나온, 두 가지 색깔로 물든 세계지도처럼 말이죠)의 구도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거기서 문제가 되는 것이 황제의 기어스와 V.V.의 존재이며, 만의 하나라도 변수가 될 수 있는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서 교단 습격은 당연한 선택지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들과 다른 가치를 주장하는, 이민자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저렇게 한 사람을 무참히 공격할 수 있는 힘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애니에서만 등장하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블레스레이터 14화는 과거편 제2편으로, 자긴과 죠셉의 과거와 함께 현재 벌어지는 '심판'의 원천이 되는 사건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13화가 조금은 억지스럽게 연출한 빈민층의 극단적인 불행이라는 느낌이었다면, 14화는 좀 더 현실적으로 계산적이지 못한 선의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노력의 여부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루루슈가 마리안느에 얽힌 비밀 여부에 따라 한번에 무너질 수도 있는 증오를 품고 있는 반면, 자긴은 스스로가 현실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에 분노는 더욱 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난민들은 힘들게 살아가면서도 단지 시민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심한 배척을 받고, 그것을 도우려 했던 자긴의 노력마저 현실의 잔인한 벽에 부딪혀 버리고 말죠. 자긴은 사샤의 죽음에 의해 불공평한 현실에 대한 증오에 휩싸이며, 주어진 강력한 힘을 이용해 바꾸려 했던 현실에 복수할 것임을 다짐합니다. 이것은 어머니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외면당했던 루루슈의 모습과도 오버랩 되지만, 스스로 바꾸려는 노력마저 무너진 경험이 있다는 면에서 자긴의 복수는 제로의 그것보다 잔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해가 가더군요.

 '흑의 기사단의 분열론'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는 비난을 하고 싶습니다. 그 전개를 주장하시는 분들을 향한 비난이 아니라, 분열되는 흑의 기사단원들에 대한 비난입니다. 교단을 습격하면서 보인 일부 병사들의 동요, 비렛타의 모습을 보며 고민하는 오우기의 모습은 솔직히 말해서 분에 겨운 처사입니다. 그들은 애초에 제로를 믿지 않으면 그만큼 일어날 수도 없는 존재였으며, 제로의 책략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도쿄 결전 이후 부활한 흑의 기사단은 나름대로 고난은 있었어도 예전과 비교할 수 없는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데, 이번과 같은 일부 병사들의 동요 + 거기에 동조하는 감상은 예전의 모습을 잊어버린 행복한 불만이라고 생각합니다. 1기에서 가끔 등장했던 일레븐에 대한 차별은 심각한 수준이었으며, 그것은 블레스레이터의 시민이 이주민을 대하는 것 이상이면 이상이었지 이하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흑의 기사단은 이제 영토가 생기고 잘 살게 되니까, 까놓고 말하자면 배가 부르니까 '정말 브리타니아 시설 맞아? 제로의 말을 믿어도 되나?' 라는 의심을 하게 되었고, 시청자는 흑의 기사단이 일어선 본래의 목적(제로의 목적 말고), 그들이 분기할 수 밖에 없었던 에리어11의 참혹한 현실을 비춰주지 않은 최근의 영상 때문에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만약 오우기나 일부 흑의 기사단이 '제로와 같은 길을 걸을 수 없다'는 이유로 반란을 일으킨다던지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들은 결코 저 논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제로가 앞으로도 말도 안되는 학살을 범하지 않는 이상(그럴리도 없겠지만), 과거를 잊어버린 자들이 현실만 보고 달콤하게 내뱉는 '사람다운' 말은 모순을 담기 마련이니까요.

 Ps. 로로 팬은 아니었습니다만, 오늘은 어째선지 "로로 죽지마, 루루슈 그거 누르지 마!!"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샤리를 죽인 것은 용서할 수 없지만, 시설의 어린이들과 조우했을 때 "어 너희들이구나" "로로 형..꽤액!" 이 장면이 너무 임팩트가 있었어요. 모르는 체 하는 것도 아니고, 알면서 순식간에 휙 그어버리니.... 저는 이상하게 이런 캐막장 남성 캐릭터에 끌리는 것 같습니다.

 Ps2. 죠셉과 자긴의 과거에 대한 떡밥이 참 많이 나왔었는데, 과거편이 2편으로 마무리되니까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사샤 - 자긴 - 죠셉을 둔 뭔가 애증의 관계(연애의 의미가 아님)가 있지 않을까 했는데, 이건 뭐 조금 싱겁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간단한 구도 인것 같아서 말이지요. 어쨌거나 앞으로 메카닉도 더욱 많이 등장하니, 분노하는 아만다의 활약을 기대해봅니다.

 Ps3. 다양한 장면을 비춰준 만큼, 여러 캐릭터의 매력적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인상적인 14화였던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단연 대비되는 사람은 철의 여성 vs 불사의 마녀의 모습일 것 같습니다.

 (오오 왕녀님 ㅜ_ㅜ 그, 그 구둣발로....응?!)

(루루슈 이외의 사람들에게 이런 얼굴을 보여줬다는 것이 조금 불만이긴 했습니다만, 뭐 죽었으니까...)

by Laphyr | 2008/07/14 04:49 | = 애니메이션잡담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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