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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야쿠시지 료코의 괴기사건부


 얼마 전부터 야쿠시지 료코 시리즈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NT에서 나온지 상당히 오래된 작품이지만 정작 살 계기는 없었는데, 애니가 방영된다는 소식을 들으니 책도 읽어보고 싶더군요. 최근 여러 라노베의 애니화 과정에서 많이 실망한 이유도 있었기에, 이 작품은 과연 어떨까? 하는 것을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전에 <델피니아 전기>와 <하늘의 종이 울리는 별에서>, 두 판타지 작품을 비교하면서 시대의 흐름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다나카 요시키 씨라는 작가는 이 쪽 계열에서 거대하고 웅장한 탑을 쌓아온 분이니만큼, 비슷한 맥락에서 살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라이트 노벨의 많은 부분을 캐릭터가 차지하고 있다고 정의한다면, 야쿠시지 료코의 괴기사건부는 상당히 라노베적인 작품입니다. 주인공인 료코와 이즈미다는 물론이고, 간간히 등장하는 동료들도 개성이 넘치죠. 그렇지만 이 작품은 2000년대 이후의 라노베들과는 조금 다른 냄새를 풍기고 있습니다. 캐릭터 그 자체의 영향이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은하영웅전설은 보지 않았지만, 창룡전은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창룡전은 말할 것도 없이 용의 후손인 4형제에게 엄청난 비중이 할당되어 있으며, 작품은 그들을 조명하면서 시작되고 또 그들의 움직임을 좇습니다. 악의 무리가 등장하긴 하지만 그들은 4형제에 비하면 별 포스를 내뿜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그들의 입장이 나타나는 부분도 적은 편입니다. 이러한 구도에서는 주인공 4형제의 행동을 재미있게 여기지 않으면 작품 자체가 읽기 싫어질 것입니다. 야쿠시지 료코의 괴기사건부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작품도 철저하게 야쿠시지 료코를 위주로 돌아갑니다. 그녀는 창룡전에 등장했던 용왕 4형제처럼, 배경과 재능을 겸비한 완벽한 인물로 등장합니다. 그녀는 괴기스러운 사건이 일어난다고 해도 무서워할 줄 모르고, 고위 간부나 정치인 등의 압박에도 코웃음을 치며 무시할 수 있는 그야말로 '여왕'같은 인물입니다. 화자인 이즈미다는 굉장히 침착하고 냉정하게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것이 화려하고 과격한 료코의 이미지를 부각시키죠. 좋은 쪽이든, 안 좋은 쪽이든 말입니다.

 내용의 전개도 수수께끼와 같은 괴기 현상을 풀어나가는 추리 소설 같은 모습보다는, 괴기 현상 그 자체와 싸움을 벌이는 료코의 활극과 같은 형태이기 때문에, 작품은 야쿠시지 료코라는 캐릭터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어있습니다. 이쯤 되면 결론은 이미 나온거나 다름없습니다. 이 작품은, 야쿠시지 료코라는 캐릭터를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에 따라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그 이후에는 양쪽 모두 할 이야기가 많을 것입니다.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흥미로운 소재,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 통쾌한 액션극 등을 들어가며 재미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죠. 반대로 싫어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단순한 구도, 뻔한 결말, 거기서 나오는 지루함 등을 지적할 것입니다. 요즈음의 라노베 독자의 시각으로 살펴본다면, 절대선과 절대악을 나누어 놓고 중요하지 않은 등장인물은 그 한 면모만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문제점으로 이야기할 수 있겠죠.

 하지만 결국 모든 이야기는 료코라는 캐릭터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어느 쪽이 되었든, 그것이 출발하는 장소는 다름아닌 그녀가 될 테니까요. 저는 다행스럽게도 료코와 이즈미다 콤비가 마음에 들었고, 그렇기에 그들이 보여주는 다소 시대에 맞지 않는 90년대식 활극도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비슷한 패턴과 적당한 배경이 어우러진 작품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 요즈음에 비하면, 그야말로 '취향을 타는 작품은 이런 것이다' 라고 온 몸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 같은 책이 바로 <야쿠시지 료코의 괴기사건부>가 아닐까 싶네요.

by Laphyr | 2008/09/15 01:32 | = 라이트노벨 | 트랙백(1)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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