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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도마뱀의 왕 3 : 잘 나가다가 불완전연소

 작가 : 이루마 히토마
 일러스트 : 브리키
 레이블 : 전격문고, 익스트림노벨


 이루마 히토마 작가의 작품은, 동일한 작가의 그것임에도 불구하고 호오가 갈리는 부분이 명백한 듯 하다. 현지에서도 마니악한 그의 마니악한 성향에 이끌리는 코어 팬층이 있긴 하지만, 알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난해함에 일반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재미가 있다가도 없기도 하고, 좀 어려운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이번 <도마뱀의 왕>3권 같은 경우는, 어떤 부분이 문제였는지 개인적으로는 명백히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은 1권은 애매모호했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2권에서 민달팽이의 활약에 힘입어 재미를 붙였던 케이스다. 토카게 - 스가모 커플(?)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데 반해, 민달팽이는 너무나 명확한 의지를 갖고 있었고, 역경에도 그것을 굽히지 않는 멋진 모습을 보여줬었기 때문이다. 3권의 중후반부까지도 사실 민달팽이의 턴이었다.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신체적 어드벤티지를 갖고 있지도 않은 그녀는, 이야기의 핵심에 당당하게 서 있었다. 나루미를 구해주는 필사적인 모습이나 유리노 씨와의 미소를 짓게 하는 대화장면 등은, 여전히 멋진 그녀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이야기였다고 생각한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스가모와 토카게였다. 그 중에서도 스가모가 제일 문제. 작품 전체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캐릭터이면서도, 그녀의 사고방식과 행동은 소위 말해 싸이코다.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캐릭터'는 라이트노벨 안에서 재미요소로 작용할 수 있지만, '독자가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캐릭터'는 재미보다는 짜증을 불러 일으킨다. 토카게 소년을 향한 비뚤어진 그녀의 애정은 일반적인 독자에게 이해를 받기엔 어려운 감정이며 - 왜냐하면 정상적인 감정이 아니니까 -, 그 때문에, 이 작품 자체가 이해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물론 토카게 자체도 문제다. '리페인팅'이라는 보잘 것 없는 능력을 지닌 이 소년은 얼핏 굉장히 현실적인 인물로 보이지만, 사실은 스가모에 못지 않게 비현실적, 이상적인 인물이다. 작가 특유의 '몸을 막 굴리면서도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캐릭터로, 어떤 일을 겪어도 인간적인 감성보다는 몽상적인 이상에 맞춰 생각하는 것이 특징. 1권 때도 절찬리에 그랬던 것처럼 3권에서도 상황에 따라 휙휙 바뀌는 자신의 처지를 그냥 흘러가는대로 받아들이며, 주변 인물들의 바람에 맞춰 움직이면서도 마치 자신의 힘인 것처럼 행동하는 모습은 진정한 중2병이라고 할 것이다. 힘이 없어 받아들일 뿐이라면 또 그것대로 웃기는 작품이지만 (주인공인데 전혀 힘이 없다는 것이다!), 그 자신도 어느 정도는 needs가 있었던 듯 하니, 더더욱 웃긴 일이다.


 잘 나가다가 불완전연소라고 느낀 것은, 2권과 같이 민달팽이의 절실하며 명확한 이야기로 전반부를 끌어가다가, 비현실적이고 몽상적인 스가모, 토카게의 턴으로 3권이 종료되었기 때문이다. 백로, 히카루 같은 캐릭터들의 다뤄져야 하기에 4권이 나오긴 하겠지만, 이 아슬아슬한 구도에서 대체 어떻게 이야기를 끌어가려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 우미가메는 또 어떻게 된 건지? 젖꼭지를 늘리는 능력(거짓말)으로 토카게 소년의 탈출을 도와준 이후, 그걸로 그냥 끝인가. 여러모로 불완전연소였던 3권이다.

by Laphyr | 2013/12/22 22:45 | = 라이트노벨 | 트랙백 | 덧글(0)

전파녀와 청춘남 9~10화, 애니가 더 청춘이다!


 아니 정말, 뭐라 표현할 길이 없는 이번 분기 최고의 작품이 아닐까 - 싶은 전파녀와 청춘남. 현 시점에서는 말이지요. 보통 라이트노벨을 원작으로 하는 애니의 경우에는, 매우 높은 확률로 기대 이하의 물건이 나온 적이 많았는데.. 이 작품은 "라노베의 애니화는 이렇게 하는 거다"라고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퀄리티.

 라노베 -> 애니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작품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면서, 소설로는 표현하기 힘든 애니만의 장점을 +@로 가져간다는 부분입니다. 한 쪽은 만족시키지만 한 쪽을 만족시키지 못해 불만이 터져나오는 경우가 많죠. 전자는 뭐 말 그대로 '원작의 매력을 갉아먹지 말 것'이라 조금 간단하지만, 후자는 다소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CV가 붙으면서 더해지는 캐릭터성, 화면을 나타낼 수 있음으로서 생기는 직관성 정도로 압축되겠죠.



 
 이 작품이 가장 잘 캐치해 내고 있는 것이 그런 부분들입니다. 위 장면은 3권에 나오는 마에카와가 마코토에게 야구를 하자고 권유를 하는 장면으로, 3권이라면 전에 포스팅 한 것과 같이 마에카와가 3파전에 0.5 정도의 리소스를 투입(...그러니까 사각관계?)할 망설임을 보여줬던 에피소드. 아무리 초연한 그녀라지만 마코토를 부르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을 것입니다.

 이러한 그녀의 마음이, 애니에서는 표정과 행동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소설에서는 텍스트 기반이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강조하기 힘들었지만, 그와 그녀의 '대화' 이외에도 동시에 '행동'을 묘사할 수 있다는 장점을 극대화 한 것이죠.


 류코 씨와의 청춘이 더욱 청춘스러워진 것은 위의 두 가지 이유가 모두 결합된 결과입니다. 소설 속에서도 류시는 충분히 우물쭈물, 귀여운 여자아이입니다만, 대사가 대사인지라 '너무 엉뚱한 거 아냐?'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죠. 그러나 지난 분기 큐베로 열연해 주신 에미링의 사랑스러운 연기 + 꼬물꼬물 움직이는 귀여운 동화로 인해, 그녀의 다소 뜬금없는 대사들마저 귀엽게 느껴지도록 상쇄해 주고 있는 것.

 위 전화 장면은, 사실 마코토 1인칭 시점에서 서술될 때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소년의 청춘', 즉 '청춘남'의 입장이 메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소설 내에서는 그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소녀들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진행해 주기도 하였는데, 애니에서는 서술 없는 동등한 장면 묘사를 통해, 대부분의 장면에서 비슷한 효과를 얻어내고 있습니다. 

 요 장면을 봐도, 앉았다 누웠다 하거나, 이불을 꼬옥 쥔다거나, 다리를 움직인다거나 하는 류코 씨의 움직임과 함께, 정말 부끄러워하는 에미링의 연기가 결합되어, 서술이 없이도 그녀가 어떠한 마음으로 전화를 했는지 쉽게 눈치챌 수 있었죠. 


 방점을 찍는 에리오의 존재. 사실 류코와 마에카와도 애니화의 덕을 많이 봤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녀들의 경우는 일종의 '속성 강화'에 가까웠습니다. 기존에 갖고 있던 매력이, 애니를 통해 강화된 거죠. 그런데 에리오의 경우에는 '속성 추가' 입니다. 솔직히 소설 속의 에리오를 보고 에로 속성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러나 빛 입자 폴폴 날리는 작화느님의 능력에 힘입어, 우리의 에리오는 맨발 + 맨다리로 화면의 살색 비중을 높여주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당당히 에로 속성을 추가. 게다가, 텍스트로 표현되던 '이토코 졸졸 따라다니기', 요것이 애니로 충실히 구현되어 귀여움 파워 200% UP!! 목 꼬집기, 팔에 달라붙기, 타타타탓 쫓아오기, 거기다 옷은 흘러내리고 안 귀여울 수가 있겠습니까. 물론 오오가메 아스카 양의 CV도 절대 마이너스 요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소 긴 대사에서는 어색한 면이 있긴 하지만, 어차피 에리오는 짧은 대사가 많고, 무엇보다 '흐에에엥~~' 하는 목소리가 너무 귀여움. 인정.



 여하튼, 애니화를 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 의 교과서가 되지 않을까 싶은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기존의 매력은 그대로 보존, 아니 더 업그레이드 되었고, 애니로서 가질 수 있는 장점들도 추가, 거기에 캐스팅까지 완벽. 인기가 있는 물건은 괜히 인기가 있는 게 아니라는 느낌. 

 과연, 3/4분기 라노베 원작 신작들 중에서는 어떤 작품이 이 바통을 이을 수 있을지. 


  

by Laphyr | 2011/06/20 00:09 | = 애니메이션잡담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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