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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왕 듀얼몬스터즈 1~16화 감상

 사실 카드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이것저것 1~2화를 건드렸습니다만, 게임 시작과 함께 제대로 보기 시작한 것은 역시 듀얼몬스터즈 편! 국내에서 방영될 때 가끔씩 보면서 "저게 대체 뭐지?" 했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살아나면서 - 구자형 님의 멋진 야미 유우기 연기와 함께 - 슥슥 계속 감상 중. 무엇보다 장점인 것은 '별 생각을 하지 않아도, 생각을 하게 된다' 는 부분. 아래에서 조금 더 자세하게 풀어놓겠습니다.


 1. 먼치킨? 아니, 그냥 손발이 오그라드는 솔직함이다제


 원작 만화책을 배제한 상태에서 살펴보면, 유희왕 듀얼몬스터즈는 한국 판타지와도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도에이판 유희왕은 망ㅋ하여 이전 이야기가 애매한 상황에서, 처음부터 등장한 주인공 유우기는 너무나 강력하기 때문이죠. 이는 굳이 성장물을 표방하지 않더라도 소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장기 애니메이션 시리즈라는 점을 감안할 때, 긍정적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이 많을 위험성이 있습니다. 제작사에서도 이러한 사실과, '유희왕 듀얼몬스터즈' 애니메이션으로 이 작품을 접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인지, 초반의 이야기 연출은 확실히 신경을 쓴 면모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경영 씨의 <리콜렉션>에 등장하는 리오 등의 인물들이 <가즈나이트>나 <이노센트>를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범상치 않은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무언가 분명히 이질감이 나타나는 것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상기 작품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판타지 / 퓨전무협 장르에서는 어떻게든 저 이질감을 독자에게 납득시키려고 노력합니다. 주로 원래 강했는데 힘을 잃어버렸다거나, 스스로 능력의 제한을 걸거나, 아니면 '유희 - 여기서는 드래곤의 그것을 말합니다 - '의 개념을 가져온 인위적인 무대를 만드는 경우가 많았죠. 근데 위에서도 말했지만 이 문제는 노력을 한다고 없어지는 부분이 아닙니다. 어느 정도 이야기를 접해 온 독자라면, 좋든 싫든 눈치를 챌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죠.

 하지만 유희왕은 그 문제에 다가서는 시각이 달랐습니다.
 "병신같지만 왠지 멋있어."
 라는 말은 여기서 나옵니다. 말도 안 되는 조건을 제시받아도, "훗(코웃음), 우케테타츠제!!" 라고 외치는 야미 유우기처럼 정면돌파를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바로 '닭살스러움과의 정면승부' 라는거죠.

 요즘에는 10살 소년들조차 창피해서 얼굴을 붉힐 것 같은 노골적인 우정 컨셉, 현실과 확률을 완전히 무시해버리는 카드 게임의 진행, 자동으로 물음표를 생성하게 만드는 설정 이야기 등, 굳이 유치함을 감추려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무기로 삼아 이 작품은 주제를 전달하려 하고 있습니다. 전혀 다른 이야기를 통해 숨겨진 메시지를 전달하는 모습이 폼 난다는 인식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만, 그 말이 직접 주제를 전달하는 방식을 부정하는 이야기는 되지 않죠. 괜히 시리어스한 척 하는 키라보살과 라크스히메가 까이는 것과는 달리, 유희에게 "야 무슨 우정 말하면 손에 카드가 들어와??" 라고 까는건 잘못된 일일 것입니다. 아니, 잘못된 일로 만들었습니다. 만약 잘못된 일이 아니라면, <유희왕 듀얼몬스터즈> 시리즈 첫 편의 성공과 이후의 신화를 설명할 수는 없겠지요.


 2. 생각없이 본다? 생각하게 만든다?


 코드기어스와 더블오의 공통점은? 미소년이 많이 나온다? 메카가 나온다? ...물론 많이 있겠습니다만,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두 작품 모두 굉장히 깊게 생각할 떡밥들을 던져주면서 방영 당시 국내외 네티즌 - 당연히 일본 기준 - 을 즐겁게 만들어 줬었죠. 이건 '생각하면서 보고 싶다'는 사람들에게는 분명한 장점입니다. 대사 하나하나가 의미가 있을 수 있고, 나중에 밝혀지는 비밀 등에 전율을 느낄 수도 있으니까요. 근데 반대로, 별 생각없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단점입니다. 대충 보고 싶은데, 자꾸 그렇게 꼬아두면 - 그러면서도 실제로는 실체가 없다. 이게 가장 큰 문제지만 - 짜증이 날 수도 있거든요.

 유희왕은 어떻게 보면 정말로 별 생각없이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천년퍼즐과 어둠의 게임, 전생의 비밀 등의 떡밥이 숨어있긴 합니다만, 그야말로 아이들이 카드에서 몬스터를 소환하며 싸움을 시키는 모습만 지켜봐도 이해하는 데 별 무리가 없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실제로 '듀얼' 이라는 게임이 이루어지는 만큼, 계속 의미없는 전투만 반복된다면 지루해질 수도 있겠죠. 그런 우려를 없애줄 '깊은 떡밥' 이 바로 '듀얼 몬스터즈' 그 자체입니다.

 유희왕 듀얼몬스터즈에는 분명히 룰이 있고, 카드들이 존재합니다. 정말로 그걸 페가서스가 만들었는지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 작가가 만들었나? -_-;; -, 애니 속에 등장하는 멋진 카드들은 실제로도 존재하죠. 후발주자의 혜택이라고나 할까요? 카드와 게임을 먼저 접하고 애니를, 혹은 비슷한 타이밍에 접하는 유저들은 "생각하면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준비된다는 겁니다. 애니 속에서의 효과처럼 멋진 모습은 실체화되지 않지만, 그 모양새를 상상하며 게임을 하는 것은 가능하죠. 반대로, 애니 속에서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빠져나갈 것인가? 어떤 카드로?' 라는 게임의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만여 종에 가까운 카드를 모두 외운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림을 알아도 효과를 완벽히 암기하는 것은 힘들 수 있지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카드라면 모를까, 애니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활용방식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이상한 카드도 충분히 등장하여 시청자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면에서 <유희왕 듀얼몬스터즈>는, 가벼우면서도 무겁게 즐길 수 있는 이중적인 매력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은 초반이라 제가 헛다리를 짚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확실히 오래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작품의 요소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떡밥만 무수히 던지는 애니메이션은 순간의 대세가 되기는 쉬워도, 이러한 이중적인 매력에 끌려 홀릭해버리는 팬을 만들기는 어려울 수 있지요. 설정이 어쩌니, 플래그가 어쩌니, 루트가 어쩌니 하며 분석하며 작품을 보던 사람들은 다음 떡밥 작품이 나오면 옛 떡밥은 버려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그런 면에서는 오히려 이런 식으로 솔직한 작품의 매력이 분명히 존재하는구나, 라고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by Laphyr | 2009/05/20 03:34 | = 애니메이션잡담 | 트랙백(1)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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