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오오하나돈

하늘빛 물빛 하권 감상 및 성우 잡담



 하늘빛 물빛(そらのいろ, みずのいろ)은 게임 발매 당시부터 참 말이 많았던 게임입니다. 초반부만 진행했거나 소개에 낚인 사람들을 우롱하는 막장 H씬 난무로 "혹시 이번에는!" 하며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줬었죠. (물론 반대로 만족한 분들도 있겠지만요;)

 하지만 워낙에 Tony씨 원안의 캐릭터가 아름답고 매력적인지라, OVA화를 기다리는 분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며 트루 블루, 불꽃의 임신전학생 등의 제작사 ひまじん에서 상권을 발매했을 때의 반응도 괜찮았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현재는 양지에서도 많이 활동하고 계신 쿠로다 카즈야 씨(늑대와 향신료, 괴물왕녀 등)의 캐릭터 디자인도 게임과 큰 이질감이 없도록 이뻤고 말입니다.

 상권이 나온지 엄청 오래됐는데 이제서야 하권이 나온 것은 아니나 다를까 제작사 문제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히마진이 18금 아니메 철수를 선언하면서 여러 작품들의 후속작이 흐지부지 되었었던거죠. 하지만 이러니 저러니 하다가 결국 Amour로 다시 찾아오게 되었고 방과후2, 하늘빛 물빛 등의 작품들의 후속작을 이제서야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히토메구리 2화나 나와줬음 하는 바램이 있지만요. =_=


 어쨌거나 제작사가 '일단' 바뀐 셈이니 어느정도 상권과 하권이 갖는 느낌의 갭은 당연히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소 수수한 느낌이면서도 일단은 회상 형식을 취하면서 아사와 하지메, 나츠메의 사정을 그려냈던 것이 상권이라면, 하권은 그야말로 H씬 일색입니다. 당연한 것이라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두 소녀와의 삼각관계(정확히 말하면 삼각관계라는 표현도 정답은 아니겠지만)가 깊어지면서 난무하는 H씬들을 재현한 것이겠지요.


 머리로는 납득이 되는데, 왜 애니메이션에 잘 어울리지 않는 형식으로 만들었는지는 이해를 잘 못하겠습니다. 1화야 '가까워진 계기'를 설명하는 거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굳이 2화까지 '과거의 일을 회상하는 형식'의 느낌을 줄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됩니다. 작화의 미묘한 변경 또한 신경이 쓰였습니다. 다소 수수한 느낌도 있었던 상권에 비해서, 하권은 확실히 반짝반짝하는 H애니의 전형적인 볼륨감을 보여주더군요. 이 부분은 어느정도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죠.


 제가 언급하고 싶은 것은 성우 문제입니다. 아시다시피 상권의 성우는 아사 - 세리조노 미야, 나츠메 - 미루의 조합이었습니다. 게임판도 마찬가지의 성우였죠. 사실 저 두 성우분은 Ciel의 전작인 After에서도 메인 히로인격인 카나미(세리조노 미야), 나기사(미루) 역할을 맡으셨다는 연도 있고, 어쨌거나 캐릭터 자체에 알맞는 느낌이었는데요. 

 특히 아사의 '푹 빠져 있으면서도 은근히 고집을 부릴 때가 있는 쿨한' 모습을 연기하기에는 세리조노 미야 씨 특유의 음색이 알맞았으며, 나츠메의 '가련한 의지'를 표현하기에도 미루 씨의 가냘픈 콧소리가 안성맞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게임판 뿐만 아니라 애니판에서도 잘 드러났었죠.

 근데 아쉽게도 하권에서는 성우가 바뀌어버렸습니다. -_- 그것도 비슷한 음색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말이죠. (사실 워낙에 메이져한 분들이라 비슷한 사람으로 바뀐다해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권에서는 캐스팅이 스탭롤에 표시되었는데, 하권에서는 공개되지 않아서 정확한 정보는 알 수 없지만 일본쪽 게시판 정보를 보니 아사 - 나카지마 사키, 나츠메 - 오오하나 돈의 조합이라는 얘기가 정설인것 같았습니다.

 나카지마 사키씨는 투하트2의 카린, 하야테처럼!의 키지마 사키 등을 비롯해 음지양지를 가리지 않고 활동하시는 분인데다, 최근에는 아니메 주연급도 맡으셨기 때문에 "왜 나카지마가 여기에?" 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만 얼굴없는 달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충분히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고... 무엇보다 저도 들으면서 "설마 혹시?" 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익숙한 목소리라서 맞는 것 같았습니다. 오오하나 돈(=아사이 키요미) 씨는 키미노조의 아유 역으로 유명한데, 워낙에 여동생 캐릭터로 유명하신 분이니 부연 설명은 필요없을 듯.

 근데 문제는 역시나 -_- 캐릭터와의 상성입니다. 아사는 앞에서 말한대로 '하지메에게 푹 빠져있으면서도, 때때로 고집을 부리며 인정하려 들지 않는' 부분이 매력인데, 이것은 세리조노 미야 씨의 목소리가 아니면 제대로 재현할 수 없는것 같았습니다. 나카지마 씨(정확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한다면)의 아사는 그냥 '몸으로는 좋은데 입으로는 싫다고 하는' 18금 OVA에 나오는 전형적인 츤데레 캐릭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애초에 미야 씨보다는 조금 더 힘이 있는 음색이기 때문에, 튕기는 매력은 강해졌을지 몰라도 캐릭터의 느낌이 변해버렸다는 감상은 지울 수가 없더군요.

 더 문제되는 것은 나츠메. 가냘프고 연약하면서도 의외로 뚜렷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 - 그러면서 자연스레 보호본능 + 파괴욕을 자극하는 - 이 나츠메의 캐릭터 성향인데, 미루 양과 비교하면 너무나 '강한' 느낌의 오오하나 돈 씨(라고 합시다 정확하진 않지만)의 목소리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하더군요.. 특히 축제 에피소드 부분에서 과감함을 보여줄 때는, 미루 씨 특유의 '부끄러우면서도 행동하는' 느낌이 가미되어야 하는데, 오오하나 돈 씨의 나츠메는 너무 강하다보니 그냥 흥분한 여자애 -_- 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드라마 CD와 애니의 캐스팅이 다르면 다른대로 즐기는 맛이 있다는 코나타의 명언을 놓고 생각해본다면, 한 애니메이션에서 다른 두 성우가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것은 나름 신선한 경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예 대놓고 재더빙한 트루 블루 같은거 빼고) 하지만 게임 - 상권의 캐스팅이 같았던 만큼, 하권만 독립적인 느낌을 받아버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것 같네요. 오래 기다린만큼 많이 기대를 했었는데, 그만한 기대에는 못미치는 OVA였던 것 같습니다.

by Laphyr | 2008/07/07 14:10 | = 애니메이션잡담 | 트랙백 | 덧글(8)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