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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마도카☆마기카 반역의 이야기 감상



 마법소녀 마도카☆마기카 극장판 신편, 반역의 이야기를 보고 왔습니다. 토요일 3회차를 관람했는데, 12시에 도착했어도 이치방쿠지는 모두 팔리고 없을 정도로 팬들의 열정이 대단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국 덕들이 아직 죽지 않았구나! 라는 느낌이랄까요? 갖가지 굿즈와 장식물, 코스프레 행사요원 분들로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아래는 극장판 스토리를 포함한 감상이니, 스포일러를 원하시지 않는 분은 스킵해주세요.]



 1. 처음에는 부드럽고 달콤하게

 원래 마도카는 TVA 때부터 초반은 꿈과 희망이 있는 마법소녀 이야기인 것처럼 보였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TVA의 마지막은 마도카가 원환의 섭리(얼티밋 마도카)가 되어 사라진 세계에서 외롭게 싸우는 호무라의 날개가 까매지는 논란의 장면으로 매듭을 지었었죠. 근데, 극장판의 초반은 그런 이야기는 어디 갔냐는 듯 매우매우 달콤합니다. 

 마녀도, 마수도 아닌 '나이트메어'는 소녀들의 고민에서 태어나는 존재로 묘사되고, 마법소녀 전대의 달콤한 처치(?)를 받으면 이윽고 가라앉는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다섯 명의 마법소녀들은 이 세계에서 정말 행복하게, 걱정없이 살아갑니다. 

 소녀들이 바라던 일상이기도 했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들도 한 번 보고 싶었던 달콤한 환상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쿄코가 교복을 입고 같은 학교에서 어울린다거나, 마미가 억지로 강한 척 하지 않고 편하게 있을 수 있고, 사야카는 과거의 아픔을 잊고 새로운 친구와의 우정을 쌓으며, 무엇보다 마도카가 '있는' 세계. 있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아름다웠기에 바랐고, "신편" 이니까 아예 패러렐 월드의 얘기인가 싶으면서도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내심 하게 되는 그런 광경이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이 작품은, 그렇게까지 소녀들에게 상냥하지 않았죠.


 2. 뒤틀어진 세계

 누구보다 많은 고통을 겪어오며 누구보다 많은 경험을 한 호무라는 이변을 감지하지만, 다른 마법소녀들은 그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마미 vs 호무라의 총격전 대결은 화려한 영상미로 눈을 즐겁게 해 줍니다. 마미의 경우에는 1~3화의 화려한 전투장면, 우아한 포즈 때문에 굉장히 인기가 많았는데, 여기서 호무라와의 대결 장면을 통해 다시금 마미의 활약을 보고 싶었던 팬들을 즐겁게 해 줬다는 느낌. 마녀 옥타비아의 그림자를 비추는 사야카 역시 마찬가지로, 그녀의 입장이 TVA와는 달라졌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호무라는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다시금 고독한 관찰자 (이건 다른 작품이지만)의 시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나, 결국 가장 참혹한 결말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존재인 마도카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최후의 마녀에 의해 거짓된 세계가 창조되어 있었던 것이죠.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조종한 원흉은 바로 귀염둥이 큐베였고요. 일관된 포지셔닝이라서 참 이해하기 쉽습니다 (...)


 3. 최후의 마녀, 그리고 반역의 이야기

 결국 호무라는 자기 스스로 만들어 낸 결계 안에서 스스로 마녀로서의 목숨을 끊으려 하지만, 마법소녀 동료들은 그런 호무라를 구하기 위하여 안간힘을 씁니다. 특히, TVA에서는 비공식적으로 원환의 섭리의 일부가 되었다고 여겨지는 (모습은 안 나오고, 마도카랑 같이 있다고 목소리만 나왔었죠) 사야카의 활약이 눈부셨습니다. 마녀 옥타비아의 힘까지 완전히 제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마녀 vs 마녀의 구도가 나온 장면은 정말 멋졌고, 아픔을 겪었던 만큼 누구보다 절실하게 호무라를 말리려고 하는 호소력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네요.

 여기서 마도카와 호무라의 대화는 정말 눈물이 날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습니다. 저는 얼티밋 마도카의 희생이 정말 아름다웠고 숭고했다고 생각했으며, 또 그것이 그녀의 성장의 결정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호무라 역시 마찬가지로, 그런 그녀의 희생으로 구원을 받았죠. 근데 야속하게도, 아무 것도 모르는 카나메 마도카는 자기 자신이 그렇게 할 수 있을리가 없다는 솔직한 얘기를 내뱉고 맙니다. 호무라와 모두를 위해 희생을 감수하겠지만, 실은 그게 너무나도 무섭고 외롭다는 것이었죠. 

 어떻게 보면 호무라의 꺼져가던 마음에 불을 지피고, 악마가 되서라도 마도카를 구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것이 이 순간이 아니었나 합니다. 뭐 내용상으로는 얀데레 호무라의 치밀한 계획인 것처럼 보이지만, 아예 상황을 모르던 처음부터 계획을 했다기에는 너무 흑막론이 아닐까 싶고.. 자신을 소중하게 대해주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 입장에선 어떻게든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자 생각을 한 게 아닐까 싶어요.

 결국, 그 결과는 감상하신 분들이 잘 아시는 것처럼 '흑화' 호무라의 탄생이고, '신'에 대응하는 '악마'의 힘에 의한 세계의 두번째 개편입니다. 원환의 섭리에서 카나메 마도카를 떼어냈고, 엔딩 장면의 반쪽짜리 달이 의미하는 것처럼 매우 불완전한 세계가 구성되었습니다.



 정리하자면, TVA의 엔딩, 즉 "얼티밋 마도카의 희생에 의한 구원" 에 대한 완벽한 '반역'의 이야기가 이번 극장판의 핵심입니다. 하지만 이는, 오직 마도카를 위해서 마법소녀가 되었던 호무라의 입장에서 보면 반역이 아닌 성공입니다. 그녀 시점에서는 애초에 TVA의 엔딩이 최대의 비극이었고, 카나메 마도카를 구해낸 이번 엔딩이야말로 그녀의 '소원'을 이뤄낸 셈이 되니까요. 얀데레라는 네타적인 요소가 들어가 버려서 해석이 좀 힘들긴 한데, 만약 그 초점없는 눈빛 (얀데레의 전형적인 그..) 장면이 나오지만 않았으면 저는 요번 엔딩이 호무라에 의한 해피엔딩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단지 아쉬운 것이 위 요소와, 끝이 난 것 같지 않은 마지막 장면입니다. 생각해보시면 TVA의 그 장면 - 검은 날개 호무라가 나왔던 장면 - 감독이 별 생각이 없었다는 언플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쨌거나 그것은 공식설정이 되었고, 신극장판의 이야기와도 잘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점을 생각해보면, 엉망진창이 되도록 부려먹히는 신세가 된 인큐베이터나 얀데레 캐릭터로 불안정한 상태가 되어버린 호무라의 모습은, 절대로 제대로 된 엔딩은 아닐 거라는 상상을 해 볼 수 있겠죠.

 어쨌거나 개인적으로는 이번 이야기는 호무라의, 호무라를 위한, 호무라에 의한 스토리였다고는 생각합니다만, 이걸로 마마마 자체가 끝이 났다고는 절대 생각이 들질 않습니다. 또 한편으론,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대체 우리 호무호무는 언제쯤 제대로 된 구원을 받을 수 있는 걸까요? 다음 극장편에서는 기대해 봐도 될까요? 
 

by Laphyr | 2013/11/30 23:29 | = 애니메이션잡담 | 트랙백(1)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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