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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GS1



작가 : 마루토 후미아키
일러스트 : 미사키 쿠레히토

  본편의 이야기들을 '그녀들'의 시각으로 다시 돌아보는 외전, 걸즈 사이드 1권을 감상했습니다. 사실 라이트노벨의 외전에는 여러가지 전개방식이 있습니다. <어떤 마술의 금서목록>과 <어떤 과학의 초전자포>와 같이, 세계관과 캐릭터만 공유하면서 전혀 다른 캐릭터와 사건을 들고 나오는 경우가 있고,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걸까>와 <소드 오라토리오>와 같이, 시작은 다르지만 미묘하게 본편의 사건과 겹쳐 나가기 시작하는 경우가 있죠. 본 작품은 약간은 다른 방식으로, 본편과 완전히 동일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면서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 뒷이야기들만을 풀어 나간다고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전술한 2개의 사례가 본편에 종속되지 않는 외전이라면, 사에카노의 외전은 완전히 본편에 종속되어 있죠.


 결과적으로 걸즈 사이드의 이야기들은 우타하와 에리리의 시점으로 그녀들의 이야기를 그려나가고는 있고, 그것은 대부분 우리가 결과로써 알고 있는 사실들입니다. 본편에서는 외전처럼 세세한 그녀들의 심리묘사까지 다루진 않았습니다만, 사실 이 두 사람의 속마음과 감정은 이미 독자들이 잘 알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앙숙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를 끔찍히 아낀다는 것, 서로의 프로로써의 영역에 굉장한 리스펙트를 갖고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토모야를 사이에 둔 미묘하게 불타오르는 감정까지. 사실, 본편에서도 이러한 감정의 응어리를 풀어 나가지 않았다면 이야기 진행 자체가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에, 독자들이 이것을 알고 있는 것은 당연하기도 한데요.


 자,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외전 걸즈 사이드를 그렇게 재미있게 읽지 못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본편의 여운을 쓸데없이 설명하여 줄여 버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전술한 것과 같이, 대부분의 내용이 우리가 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사실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본편에서는 결과를 알 수는 있지만, 그 과정까지 알 수는 없었습니다. 우타하와 에리리가 서로 티격태격 대다가도 중요한 순간에 서로를 위해주는 장면이 나온다든지, 7권 마지막의 폭탄선언에 이르기까지 그녀들이 어떠한 생각을 했었는지, 이런 부분을 잘 알 수가 없었죠. 덕택에 독자들은 과연 그녀들이 왜 이렇게 행동했을까? 앞으로는 대체 어떻게 이야기가 흘러가는 걸까? 라는 의문을 키워나갈 수가 있었는데요, 이러한 내용들을 걸즈 사이드에서 "너희들 무척 궁금했지? 자, 내가 잘 설명해줄께!" 라는 느낌으로 줄줄 풀어나갔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7권의 마지막까지 읽었을 때, 그 충격의 선언을 들었을 때 저는 대체 앞으로의 스토리를 어떻게 끌고 나가려고 하나? 저 두 사람은 토모야를 좋아하는 것이 분명한데,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 등을 비롯하여 수많은 물음표가 머리속에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이 물음표를 채워 나가 줄 수 있는 다음 편을 학수고대하게 되었고요. 근데, 외전에서 그것을 너무 친절하게 설명을 해 줘버리니, 적어도 본편에서 그녀들의 다음 행동에 대한 변수는 사라져 버리게 되었지요. 그러면, 독자로써 본편에서 우타하, 에리리의 행동과 언질에 궁금증을 가질 필요가 없어진다는 겁니다. 어차피 그녀들의 목적과 생각, 그리고 본심은 외전에서 다 드러났으니까요.


 물론, 작품을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는 열성독자라면 그녀들이 나오는 이야기들, 속마음을 엿보고 싶은 감정이 생겨날 수 있는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더더욱, 본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외전은 나오지 않는 편이 낫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술한 사례처럼, 오히려 본편의 기대감을 부추길 수 있는 외전들도 많고, 애초에 이 작품 자체도 <사랑하는 메트로놈>이나 <에고이스틱 릴리>와 같이 훌륭한 외전들의 사례를 많이 보여줬었죠. 그런 느낌으로 외전을 나온다면 전혀 본편에도 영향이 없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습니다.


 
 결과적으로 3인의 히로인 중 안 그래도 상대평가에서 밀리고 있었던 2인의 일으킬 수 있는 변수가 크게 줄어든 이상, 사에카노의 카토 원탑 체제는 굳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도 지금까지의 상황들을 보면 '카토 외전'이 나오지 않는 이상, '그녀들의 속마음(=이미 독자들도 다 알고 있음)'이라는 떡밥의 외전은 크게 재미를 주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베테랑 시나리오 라이터&작가이신 마루토 후미아키 님은 저의 이러한 염려를 멋지게 깨 주실 수 있는 재밌는 후속편을 내 주실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 사에카노는 앞으로도 재밌게 지켜봐야겠죠.

by Laphyr | 2016/04/03 13:37 | = 라이트노벨 | 트랙백 | 덧글(2)

[감상]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6


작가 : 마루토 후미아키
일러스트 : 미사키 쿠레히토
레이블 : L노벨

 마지막 무기라고 할 수 있는 본심을 개방한 에리리가 등장한 6권. 평소의 츤데레 표정과는 다른 솔직한 얼굴을 드러낸 표지 일러스트에서처럼, 작중에서도 그녀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며 장렬한 전투(?)를 치뤄냅니다. 결국 두 사람은 8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관계를 되찾게 됩니다만, 어쩐지 모르게 클라이막스가 허전하다는 느낌이 있어 찜찜했었죠. 근데 마지막 7장에서 그 찜찜함이 무엇인지 밝혀지며, '항상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이라는 뻔하디 뻔한 클리셰를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 에리리 루트, 엔딩

 애니메이션에서 에리리 에피소드를 보고, 원작 소설을 접하지 않은 아는 분이 "이게 원래 그런건가? 아니면 애니메이션에서 짤린 건가? 도대체 에리리가 왜 저렇게 납득하는지 모르겠어!" 라는 푸념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확실히 에리리의 제1루트는 다른 히로인들과 다르게, 굉장히 애매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원죄'라고 할 수 있는 어릴 적의 왕따사건을 전혀 해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덕택에 우타하 선배나 미치루가 제1에피소드를 마친 후 토모야에게 솔직한 감정을 부딪혀 오는 것에 비해, 에리리는 고압적인 츤데레 캐릭터를 버릴 수 없어서 자폭하는 패배한 개 포지션이 될 수밖에 없었죠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귀여웠지만).

 이 이야기를 매듭 짓는 것이 바로 6권의 에피소드였습니다. 에리리의 병약 체질과 두 사람의 과거의 추억이 담긴 별장을 무대로 하면서, 자연스럽게 예전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죠. 다만, 이 작품은 히로인 우훗우훗 성향뿐만 아니라 제대로 '크리에이터의 고민'을 그려내려고 노력한다는 부분도 간과하기 어려운 요소입니다.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매듭 짓는 것 뿐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남자아이에게 인정 받고, 그의 도움이 되고 싶어하는' 원화가의 갈등과, '객관적으로 평가하던 친구의 그림에 진심으로 팬이 되어버린' 프로듀서의 고민 역시 에피소드 안에 잘 녹아들어 있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적어도 이 에피소드를 통해서, 작은 한 걸음이지만 두 사람의 거리는 분명히 가까워졌습니다. 과거의 상처는 진짜로 아물었고, 솔직해 질 수 없었던 소녀는 이제서야 속마음을 드러내기 시작했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의 네 히로인 중, 관계의 변화가 가장 크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그 한 걸음의 거리가 토모야에게 어떻게 느껴질지, 에리리에게 충분히 만족스러운 거리일지는 애매한 문제겠지만요.



 - 카토 루트, 시작?

 에리리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만, 솔직히 6권의 클라이막스를 읽으면서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물론 두 사람의 이야기도 충분히 매력적이었지만, <사에카노>스러운 중요한 무언가가 빠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이는 결국 마지막 장에서, 카토의 입을 빌어 직접 밝혀지고 있습니다. 근데 솔직히, 그녀의 말을 듣고는 저도 놀랐습니다.

 저는 이 작품에서 카토라는 캐릭터가 얼마나 매력적인지는 잘 알고 있었으며, 그녀의 매력에 한껏 빠져 다른 히로인의 에피소드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활약상을 찾는 것을 또 다른 재미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우타하 선배 에피소드인데 카토가 활약하네, 에리리 에피소드인데 카토의 토라진 모습이 귀여웠어, 미치루 에피소드인데 카토가 실마리를 다 제공해 줬잖아?! .... 같은 거죠. 그런데, 다른 히로인들에겐 좀 미안한 말이지만, 이건 접근방법 자체가 달랐던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은 이랬던 거죠.

 XX의 에피소드인데, 오히려 카토가 귀여웠어~ (X)
 XX의 에피소드인데, 카토가 없으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았을 꺼야 (O)

 6권은 분명히 에리리의 에피소드이지만, 카토가 얽히는 비중이 1~5권까지의 이야기와는 달랐습니다. 덕택에 에리리 Only 루트로 매듭이 지어졌지만, 거기에서 부족함이 느껴졌던 겁니다. 결국 이 작품의 시작, Blessing software의 시발점이자 메인 히로인인 카토가 없으면, 제대로 된 이야기의 매듭이 지어지지 않은 상태였다는 거죠.


 작품 외적으로 봤을 때는 그렇고, 작품 내적으로 봤을 때는 처음으로 카토가 자신의 의지로 토모야의 억지스러움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습니다. 평범하고 예쁜 여자아이인 그녀가 왜 교내 제일의 오타쿠에게 휘둘렸는가- 라는 것이 원초적인 이 작품의 수수께끼라는 점을 고려할 때, 휘둘리지 않게 되었다는 것은 그야말로 작품의 근간을 뒤흔드는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타하, 에리리, 미치루야 뭐 이미 '사랑'이라는 강렬한 마법에 걸려 있다는 것이 기정사실인 반면, 카토가 왜 토모야에게 그렇게까지 협력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었죠.

 그녀가 토모야에게 서운한 감정을 느낀 원인은 1~5권처럼 그녀를 믿어주고, 억지에 가까울 정도로 휘두르지 않고 자신만의 힘으로 에리리를 되찾아 왔다는 점에 있었는데.. 과연 이 감정의 색깔이 핑크빛에서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또다른 그녀만의 생각이 있었던 것인지, 이제는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가 드디어 찾아온 것 같습니다. 애니메이션에서도 그녀의 주가는 한껏 올라가 있는 만큼, 소설판 원작의 엔딩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질 것 같습니다.

by Laphyr | 2015/03/29 22:20 | = 라이트노벨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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