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송병구도재욱

스타리그 4강 도재욱vs송병구, MSL 16강 이제동vs윤용태

 오늘 금요일, 시험이 끝난 저에게 있어서 정말 축복과도 같은 날이었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스타리그의 빅 매치를 두 개나 감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물론 MSL 16강은 목요일이었지만, 시험 공부 때문에 녹화를 해놓고 일부러 경기 결과도 안 보다가 스트레이트로 스타리그 4강까지 감상했네요. 결과는 '축복'이라는 단어가 말해주는 것처럼, 제가 바라던 방향으로 나왔습니다.

 ☆ 도재욱 vs 송병구, 괴수 vs 공룡

 추풍령에서 벌어진 1경기는 도재욱 선수의 전진 게이트 전략이 제대로 먹혀 들어갔습니다. 악마토스 박용욱 코치의 잔영이 느껴지는 매너 파일런 견제에다가, 질럿 밀어넣기를 통한 프로브 견제까지. 거의 초반부터 절반 이상 경기를 이기고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격차가 벌어졌습니다. 물론 송병구 선수도 화려한 드래군 드라이빙을 보여주며 단번에 밀리지 않는 저력을 보여주긴 했지만, 물량에서 앞선 도재욱 선수의 리버를 당해낼 수가 없었네요.

 2경기 메두사에서부터 송병구 선수의 매서운 반격이 시작됐습니다. 1경기가 질럿과 프로브의 견제 싸움이었다면, 2경기는 빌드 싸움에서 완전히 경기가 갈렸습니다. 도재욱 선수는 1승을 등에 업고 투게이트 옵드라 + 멀티를 선택했는데, 송병구 선수는 마치 그것을 예측이라도 한 것처럼 4게이트 올인 러쉬를 감행한 것입니다. 엄옹도 언급했지만, 여기서는 송병구 선수가 자신의 본진 위쪽에 숨어있던 프로브를 정확히 질럿으로 스나이핑 한 것이 엄청난 영향을 미쳤습니다. 만약 그 일꾼이 잡히지 않아서 나중에 정찰에 성공했다면 도재욱 선수가 넥서스를 지을리가 없었을 테고, 막을 가능성이 높았겠죠.

 왕의 귀환, 아니 셔틀 리버의 귀환이 바로 3경기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대각선으로 먼 방향이 걸린 상황에서, 도재욱 선수는 무난한 사업 이후 로보틱스 테크를 탄 반면에 송병구 선수는 속업 셔틀로 승부를 걸었던 것입니다. 일반적인 경우 먼저 나온 셔틀로 견제를 하면서 멀티를 해서 자원 우위를 확보하려는 선수들이 많은데, 송병구 선수는 그 멀티를 섬지역의 자투리 멀티를 선택함으로써 역러쉬에 대한 대비를 겸했다는 점이 돋보였습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3경기의 압권은 바로 송병구 선수의 셔틀리버 컨트롤입니다. 맨 처음 이동했던 속업 셔틀이 상당히 빠른 타이밍에 들어가서 프로브를 무려 17킬이나 하면서 도재욱 선수의 기를 꺾었고, 이어지는 교전에서도 완벽한 셔틀리버 컨트롤로 많은 이득을 보았습니다. 도재욱 선수의 앞마당이 날아간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셔틀리버의 폭사였지만, 그 역시 옵저버를 꾸준히 커트해준 송병구 선수의 물밑 작업이 있었기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봅니다. 

 이후 경기는 어느 정도 기운 상황이었으나, 역대 최단시간 최고킬수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27킬+@(리버가 죽으면서 발사한 스캐럽에 죽은 일꾼) 리버가 다시 한 번 혼을 뺐고, 결정적으로 오늘의 송병구 선수의 컨디션이 최상이라는 것을 보여준 것은 도재욱 선수 진영에 들어간 셔틀 + 2리버의 아케이드였습니다. 차례차례 달려드는 드래군을 상대로, 엄청나게 정교한 hp관리를 통해 '셔틀리버 컨트롤이란 이런 것이다' 라고 시위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4경기 플라즈마는 더욱 말이 안 나오더군요. '필살기에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송병구 선수가, 상대방의 본진에 2게이트를 짓는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러쉬를 감행한 것입니다. 이 때 송병구 선수는 무뚝뚝하게 태연한 표정이었고, 도재욱 선수는 특유의 반쯤 뜬 날카로운 눈매이긴 했으나 아랫입술을 깨무는 장면을 살짝 볼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화가 나겠죠, 자기 본진에 프로브가 들어와서 2게이트를 짓고 질럿을 뽑았으니 말입니다. -_-;

 하지만 여기서 과감히 멀티를 선택하고 부족한 자원을 따라가는 모습은 역시 괴수 도재욱 다웠습니다. 괜히 거기에 매달리다가는 하이테크 유닛에 당한다는 것을 알고 넥서스를 먼저 지으면서 자원면에서 뒤지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였죠. 이러한 생산력은 역시 도재욱 다웠으며, 중간에 송병구 선수의 리버 견제가 어느 정도 효과를 보긴 했지만 대세에 큰 영향은 없이 플라즈마 가운데 큰 길에서 대전투가 벌어집니다.

 이제까지 도재욱 선수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물량을 바탕으로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송병구 선수도 절대 물량이 딸리는 선수는 아니라는 것을 오늘 유감없이 잘 보여줬습니다. 엄옹은 송병구 선수의 병력이 조금 더 많았다고 이야기했으나, 그것은 본진이 가까웠기 때문에 나중에 합류된 추가 병력일뿐 플라즈마 센터 교전이 터졌을 당시의 병력은 거의 비슷했죠. 여기서 송병구 선수는 가까스로 승리를 거두고, 또 하나의 멀티를 선택하고 있었던 도재욱 선수의 앞마당을 싹 밀어버렸습니다.

 도재욱 선수가 멀티를 선택한 것은 당연히 자신이 센터 교전에서 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실제로 병력 구성과 숫자는 거의 비슷했으니까요. 그런데 그 교전에서 밀려버리자 멀티에 투자한 돈만큼의 병력이 부족했던 상황에서는 절대 막을 수가 없었던 것이죠. 그런 와중에서도 마지막까지 송병구 선수의 셔틀 + 리버는 죽지 않고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감상 : 현존하는 최강의 프로토스가 누구인지 유감없이 보여준 경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송병구 선수는 여기저기서 잘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에 서킹을 잘 못받았습니다. 오늘도 그랬죠. 온겜 해설진은 자신들의 리그에서 만들어진 스타, 괴수 도재욱을 더욱 띄워주려는 의도가 다분한 이야기를 많이 늘어놨습니다. '보통은 안되는데, ~~니까 가능해요!' 라는 식의 서킹은 사실 우승자 아니면 안하는데, 오늘 참 많이 해주더군요.

 그래도 송병구 선수는 실력으로 그걸 극복 해냈습니다. 정명훈 선수가 프로리그에서 보여준 대 플토전 메카닉을 감안하면, 송병구 선수는 그 어느때보다도 우승컵에 가까운 상황이 아닐까 싶습니다.

 ★ 이제동 vs 윤용태, 폭군 vs 뇌제

 이제 윤용태 선수에게 뇌제라는 이름은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경기 메두사에서는 철저하게 계산된 이제동 선수의 운영에 말리며 패배했지만, 3경기 아테나2에서 보여준 그의 경기력은 저그를 상대하는 프로토스의 교과서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8강의 한 자리를 놓고 벌어진 아테나에서의 3경기는 정말 엄지 손가락을 들어주고 싶은 명경기 였습니다. 이제동 선수는 경기 초반 5개의 해처리를 펼치며 손쉽게 3가스를 확보했고, 이후 성큰과 럴커로 함정을 파면서 전투를 좋아하는 윤용태 선수가 달려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윤용태 선수는 여러가지로 불리했던 상황에서 한 방을 유지하며 꾹 참았고, 결국 그 참았던 한 방의 유무로 인해 후반까지 가느냐 마느냐가 갈렸다고 봅니다.

 이제동 선수는 프로토스전을 굉장히 잘하는 저그인데, 그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는 장기전에서도 긴장감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집중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독기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는데요. 어쨌거나 그런 집중력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바로 성동격서, 드랍을 이용한 프로토스의 본진 공략입니다. 사실 이제동 선수는 많은 프로토스 전에서 이러한 드랍으로 상대방의 게이트를 마비시키면서 이기는 모습을 보여줬고, 오늘도 그것이 시도되었습니다. 하지만 윤용태 선수는 절묘한 위치의 옵저버를 통해 그것을 파악하고 완벽하게 막아냈는데, 여기서부터 럭셔리 프로토스의 승리 시나리오가 시작됩니다.

 저그가 3,4가스를 빨리 먹고 목동 체제를 상대방의 예상보다 빨리 확보했을 경우, 전투를 늦추는 것이 도움이 될리가 없습니다. 멀티를 선택하는 대신 울트라와 디파일러를 뽑은 것인데, 상대방이 정면에서 싸워주지 않으면 좋을 것이 없겠죠. 하지만 한 번도 잃지 않은 프로토스의 한 방 병력에게 들이박는 짓 역시 미련한 행동이기에, 이제동 선수는 계속 게릴라를 하면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동안 윤용태 선수는 꾸준히 업그레이드를 하면서 멀티를 늘렸고, 결국은 부대 단위에 육박하는 리버와 화면을 가득 채우는 아칸의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경기에서 윤용태 선수는 평소의 닉네임에 걸맞는 화려한 스톰을 보여주지도 않았고, 전투의 신이라는 서브 네임과 같은 치열한 공격력을 보여주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이 꼭 싸워야 할 곳에서만 싸웠고, 또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기민하게 움직였습니다. 이제동 선수도 정말 부지런한 선수이지만, 상대방이 자기 이상으로 부지런하게 움직였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패배의 쓴 잔을 마시게 되는 결과로 찾아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기가 끝나고 좋아하는 윤용태 선수의 모습도 감동적이었지만, 패배한 이후 땀을 주르륵 흘리는 이제동 선수의 모습 역시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by Laphyr | 2008/10/24 21:25 | = 게임 | 트랙백 | 덧글(19)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