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사쿠라다리셋

나는 라이트노벨이 좋다 - 「사쿠라다 리셋」



작가 : 코노 유타카
일러스트 : 시이나 유우
레이블 : 카도카와 스니커 문고 / NT노벨


 라이트노벨이 좋다고 말한다면, 도리어 반문을 들을 수 있다. 그럼 라이트노벨은 뭔데? 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로 시간을 허비했고, 또 허비하고 있다. 소위 '이 쪽'문화에 입문하는 병아리들이 항상 비슷한 화제를 커뮤니티에 던질 때마다 이제는 웃음이 나올 정도랄까. 

 축구가 뭔데? 잔디 구장에서 11명의 선수가 공을 차며 골을 넣는 것이 축구의 전부인가? 야구는 또 뭐지? 공을 치고 달려 다시 홈으로 되돌아 오면 그만인 게임인가. 그렇다면 장르문학은 또 뭐고, 판타지 소설과 라이트노벨은 뭐가 다르단 말이지? 이걸 고민하는 것은 정말 쓸데없는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축구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로스 타임에 극적인 결승골을 넣고 흘리는 만년 교체 선수의 눈물의 의미를 설명할 수 있나? 야구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십 수년간 몸 담았던 그라운드를 떠나는 베테랑 선수의 쓸쓸한 어깨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 

 결국 마찬가지다. 라이트노벨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라이트노벨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을 느낀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아니, 그게 바로 라이트노벨이다. 코노 유타카의 「사쿠라다 리셋」은 그런 매력을 너무 감미롭게 전달해 주고 있다.



 - 사쿠라다, 이능(異能)의 마을

「사쿠라다 리셋」은 각종 이능이 등장하는 '사쿠라다'라는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마을의 설정은 매우 흥미롭고 무한하여, 파고 들 수 만 있다면 정말 큰 세계관을 설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세상을 3일분만큼 '리셋'시킬 수 있는 능력, 만진 것은 뭐든 지워버릴 수 있는 능력, 미래를 아는 능력, 고양이와 생각을 공유하는 능력 등, 사쿠라다의 가능성은 무한에 가깝다.

 그러나 이렇게 지극히 라노베스러운 배경은 어디까지가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은 이능으로 대결을 펼치는 것도 아니고, 거창한 비밀을 파헤치려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여기에, 이 작품의 라노베스러움의 절정이 있다.


- 케이, 소마, 그리고 하루키

 '기억을 유지하는 능력'을 지닌 케이는, '세상을 3일분만큼 리셋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닌 하루키와 함께 다양한 사건들을 맞닥뜨리며 해결해 나간다. 그리고 두 사람의 만남에는, '미래시'의 능력을 지닌 소마 스미레라는 소녀의 역할이 존재한다. 무감각하다 싶을 정도로 냉정한 케이의 시점에서 이야기는 진행되지만, 결국 이 이야기에 중심에 있는 것은 한 소년과 두 소녀다.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고 사쿠라다에 들어온 케이가, 스스로를 속여가면서까지 관심을 갖게 된 것이 하루키 미소라라는 감정 없는 소녀다. 또한, 그들을 만나게 해 주고 2년 동안 함께 있을 수 있는 이유를 제공한 것이 소마 스미레. 리셋, 미래시, 기억유지 - 이와 같은 강력한 능력들은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핵심은 매우 간단하다.


 소마는 케이를 좋아한다.

 케이는 하루키에게 한 눈에 반했다.

 하루키는 점점 케이를 좋아하게 된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능력을 지닌 소녀들의 삼각관계, 그것이야말로 이 작품의 본질이다. 시스템? 관리국? 능력? 핵심으로 보이는 것 같은 설정들은, 사실은 핵심이 아닌 것이다.


- 뭐가 라노베스러움인가

 그냥 연애 요소만 넣으면 라노베스러움인가? 그렇게 해석할 수 있을 뿐이고, 어떤 재미를 즐기든 그건 자유 아닌가? 

 물론 즐기는 방식이야 사람 나름이다. 이 작품은 충분히 머리 싸매며 읽기에도 적합하고, 또 설정 놀음을 하기에도 재미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케이 - 소마 - 하루키 세 사람의 이야기에 주목을 하지 않을 수 없었으며, 그렇게 감상을 하면서 내가 바라던 즐거움을 느낄 수가 있었다.

 하루키는 로봇처럼 감정이 없는 소녀였다. 그에 반해 소마는 매우 활달하고 거짓말처럼 명랑한 소녀. 이 두 사람은 결과적으로 같은 소년을 좋아하게 되었지만, 그 방향과 진도는 정반대에 가까웠다. 미래를 알고, 결말을 알고 있는 소마는, 어떻게든 케이가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기 위해서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케이의 앞에 서 있는 그녀는 매우 강하지만, 아무도 없는 낡은 호텔방에서 혼자 잠들 때의 묘사는 소마가 얼마나 가녀린, '사랑에 빠진 소녀'에 불과한지 잘 알 수 있게 해 준다.

 반면에 항상 곁에 있다는 베스트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하루키의 이야기는 좀 더 솔직하다. 마치 아기 같이, 그녀는 하나씩 하나씩 삶에 필요한 감정을 습득해간다. 케이를 위해서 도시락을 싸 주고, 함께 저녁을 먹으며 기뻐하나, 케이가 소마에게 신경 쓰는 모습을 보고는 화도 낼 수 있도록 변해가는, '사랑을 배우는 소녀'의 모습. 소마가 자유롭고 자극적인 매력을 자랑한다면, 하루키는 지켜주며 챙겨주고 싶은 캐릭터일 것이다.




 새삼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이 <카도카와 스니커>문고에서 나오지 않은 작품이라면, 라이트노벨이 아니었다면, 이토록 '노골적으로' 이 소녀들의 매력을 전달해 줄 수 있었을까? 5권 334페이지에서 나왔던 것 같은, 숨막힐 듯한 두 소녀의 대립 장면 -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이야말로, 「사쿠라다 리셋」의 근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 를 이만큼 표현해 낼 수 있었을까. 

 이 '노골적'은 당연히 요즘 유행하는 가볍고 값싼 러브 코미디 류의 '그것'과는 굉장히 다른 스펙트럼을 지닌다. 요즘의 라노베에 익숙해진 독자라면 '이게 뭐야? 겨우?'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런 정도의 '노골적'이야말로, 일반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라노베스러움'의 근원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홀라당 벗기고, 10페이지만 지나면 남자 주인공에게 푹 빠지고, 그런 노골적과는 다르다는 것). 

 판매량은 정말 안습이고, 국내에서 이 작품을 즐겁게 읽는 독자가 얼마나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은 라노베스러움을 보여주는 데 있어 분명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가볍기만 하고 일러스트로만 사람을 낚는 작품들이 넘쳐나는 시기에, 판매량이라는 현실에 밀려 새로운 작품들도 그 트렌드를 따라가는 시기에, 이와 같은 작품을 선사해 주고 있는 작가와, 국내에 들여오고 있는 레이블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by Laphyr | 2012/01/08 20:16 | = 라이트노벨 | 트랙백 | 덧글(11)

[감상] 6/20~26 라이트노벨 감상 정리


 1. 공허의 상자와 제로의 마리아 3


 1,2권에서 보여줬던 몽환적인 게임이 아니라 직관적인 형태의 게임으로 구성되었던 3권. 게임의 형식은 '인사이트밀'과 같이 유명한 작품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의심과 시기가 넘치는 서바이버 방식이나, 지극히 라노베다운 느낌으로 재구성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다소 애매모호한 작품 자체의 내용과도 비슷하게, 전체적으로 흐릿한 인상이었던 캐릭터들의 특징이 확연해 졌다는 것이 강점. 이야기의 구조상 캐릭터의 특징이 부각되는 건 당연한 것일 수 있는데, 긴박감이 넘치는 게임 양상을 전개해 나가면서 이와 같은 자연스러움이 드러나도록 만들었다는 점이 베테랑 작가답다는 느낌입니다. 다른 작품에서도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이야기를 펼쳐 오긴 했지만, 제가 읽어본 미카게 에이지의 작품 다섯 권 중에서는 이번 하코마리 3권이 가장 라노베에 가깝지 않았나 싶네요. 

 미스터리 계열의 소설이 갖고 있는 것처럼 한 번 책을 쥐면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장점을 지님과 동시에, 그 안에서 각 캐릭터의 매력을 1순위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라 재미가 없을 수 없었습니다. 라노베 중에 게임, 미스터리, 수수께끼 같은 요소를 좋아하시는 분께는 추천할 만한 에피소드. (물론 다소 허들이 높은 1,2권을 무사히 넘어 오셔야 합니다만......)



 2. 사쿠라다 리셋 1


 초능력자들이 살고, 그 초능력이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여지는 현실 속에서 '리셋' 능력을 지닌 소녀와, 그 능력에 혼자만 영향을 받지 않는 소년이 중심이 되어 펼쳐 나가는 이야기. 어쩐지 요즘 즐겨보는 슈타게하고도 약간 겹치는 감이 있는 설정인데, 오카린의 '리딩 슈타이너'와 마찬가지로 주인공 케이는 뒤바뀐 세계선 안에서 기억을 유지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다른 점이라면, 세계선 변화가 D메일이 아닌 하루키라는 소녀의 '리셋' 능력으로 뒤바뀐다는 것, 그리고 세계가 바뀌는 것은 아니고 단순히 세이브한 시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

 호오인 쿄우마를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이런 상황에 놓인 주인공은 매우 중2중2거릴 확률이 높은데, 주인공 케이가 전혀 그런 녀석이 아니다 보니 거부감 없이 작품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초능력자들이 많다', '사쿠라다 마을에서 나가면 능력이 사라짐', '그것을 뒤에서 조절하는 관리국'이라는 수상쩍은 설정에 걸맞지 않게, 1권의 에피소드는 케이와 하루키가 다른 소년, 소녀들과 얽히면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착한(?) 이야기였는데요.

 일단 시간을 되돌린다는 설정 + 갖가지 다양한 능력 덕택에, 제대로 된 추리를 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미스터리라기보단 유흥물에 가깝다는 인상도 있습니다만, 케이와 마찬가지로 작품 자체가 그것을 자랑으로 여기지 않는 담백한 맛이 있기 때문에 부담을 갖고 내용을 파악한다기보다, 가볍게 쭉 따라가면서 이야기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중간중간 풀려가는 깨알같은 복선들도 굉장히 흥미롭고, 요즘 작품답지 않게 바람직한(?) 결말을 보여주고 있어 뒤끝도 깨끗했네요..

 한국에서는 작년 NT 가격 인상과 함께 등장한 작품이라 거의 묻혔었는데.. 사실 비싸다고 욕을 하면서도 이런 작품을 내 주는 출판사는 NT밖에 없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좌절..


 3. 이것은 좀비입니까? 그래, 마이 달링은 밥법레다

 
 애니메이션 감상 후 재미있게 원작 정주행 중인 좀비 5권. 1~3권은 쭉쭉 봤습니다만 그 이후로는 좀 아껴두고 있습니다. 같은 루트로 비탄의 아리아도 애니 시작 후 원작을 정주행 중인데 전혀 아끼는 마음이 일지 않아(....) 쭉쭉 보고 있는 데 반해, 이 작품은 정말 취향 직격입니다. 아니, 정말로요......

 분위기로 봐서 5권은 애니판 12화의 모태(?)가 된 서비스 에피소드에 가깝습니다. 크리스 선생님의 부활과 악마남작의 등장이라고 하는 급전개가 이루어졌던 4권에 비하면 한 숨 놓고 쉬어갈 수 있는 셈인데, 이게 또 좀비스러운 느낌이 잘 살아 있다고나 할까요.. 오리토가 메인이 되는 단체 미팅 이야기와, 사라스바티가 메인이 되는 흡혈닌자 집회 이야기가 크로스 되어 아유무가 속한 세계의 캐릭터들이 다양한 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이 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히라마츠까지..

 애니 12화를 다들 어떻게 감상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재미가 있었습니다. '죽어도 죽지 않는' 좀비의 특성을 가진 주인공과도 같이 이 작품의 특징은 '시리어스해도 시리어스해지지 않는', 언제 어디서나 개그가 튀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였는데요. 원작에도 존재하는 '인터넷 아이돌'이라는 소재에서 바리에이션 된 각 캐릭터들의 노래 경연의 장은 그야말로 막장이지만, 또 그 안에서 좀비만의 웃음 코드가 있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입니다(그에 반해 최근 공개된 13화는 다소 서비스 정신이 강했지만요).

 5권이 바로 그런 힘을 보여준 장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전권에서 흡혈닌자 부대장다운 장렬함을 보여줬던 사라스의 귀여운 면, 솔직한 면, 충실한 면을 통해 '무엇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가 전달 되었으며, 쿄코 갱생(?) 스토리에서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는 달리, '무엇이 정말로 중요한지'에 대한 메시지가 실려 있었죠. 얼핏 진지해 보이다가 캐막장으로 달리고, 또 캐막장 엉망진창 같지만 그 안에 훈훈한 메시지가 숨어 있는 것, 그것이 이 작품의 최고의 매력이 아닌가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5권의 사라스는 너무 멋있고 사랑스러웠습니다. 그러나 반한 이유가 '찰진 엉덩이'라는 점에서 마냥 얘를 좋아할 수도 없어요.... 이 이율배반적인 부분이 코레좀비의 매력..!!)

by Laphyr | 2011/06/27 00:08 | = 라이트노벨 | 트랙백 | 덧글(4)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