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문성진

[감상] 클럽데이 MSL 32강 F조 - 듣보잡의 승리!

 제목은 저렇게 써놓긴 했는데, 오늘 문성진 선수가 보여준 실력은 정말 듣보잡이 아니었습니다. 작년부터 올해에 이르기까지 일부 선수를 제외한 저그가 침체기를 겪으면서, 가장 주효한 원인 중 하나가 마재윤 이후 보급된 하이브 운영이 통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 이 있었는데요. 문성진 선수는 신예급이면서도 신예답지 않은 판단력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르까프 안티 설정놀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지난 MSL 조지명식이 썩 즐겁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지난 시즌에 르까프 선수들이 워낙 성적이 좋았던지라 -_-; 구석에 몰려 앉아서 대진표를 싹 바꾸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거기서 문성진 선수는 제일 약해 보이는 상황이었으니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결국 '별 생각없이 골랐다'는 멘트와 함께 손주흥 선수에게 선택을 받았죠. 근데 누가 봐도 그건 "이 저그가 젤 약하니까 얘 해야지♪" 하는 느낌이었을 겁니다. 좀 멘트라도 해줬으면 좋았을텐데, 손주흥 선수는 '아무 이유없이 골랐다'는, 누가 봐도 뻔히 속마음이 들여다보이는 대답을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당시 선택을 받은 문성진 선수는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았겠지만, 착잡함을 얼굴에 숨긴 채 '경기로 보여드리겠다'는 다짐을 했죠.

 근데 오늘 ㄲㄲ 그걸 완전히 되돌려 준겁니다. 제일 만만해 보이는 상성 종족을 고른건데, 그것도 신예급인데, 바로 밀려버린거죠. 문성진 선수도 속이 시원했을 겁니다. 조 지명식에서 당했던 어쩔 수 없는 치욕을 그대로 갚아줬으니까요.

 거기서 끝났느냐? 껌 씹는 손주흥 선수의 불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작년에 반짝 시드를 받았던 이후 몰락했던 CJ의 주현준 선수와의 최종전 굴욕이 남아있던 것이죠. (고인규 선수 얘기는 안하겠습니다. 오늘은 올 상반기에 보여줬던 테테전 특유의 센스가 전혀 보이지 않더군요. 어느 정도 마음을 놓았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아쉬운 모습이었습니다.)

 손주흥 선수는 지난 시즌 8강에서 '최종병기' 이영호 선수와 붙으면서 괜히 이상하게 '비밀병기'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르까프에 비밀처럼 숨겨져있던 병기라는 얘길텐데, 실질적으로 팀단위로 생각해보면 차라리 구성훈 선수 쪽에게 어울리는 별명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상한 별명이라고 생각을 했는데요.. 그나마 레이스를 자주 쓰는 테테전의 스타일이 반영되고, 그런 가운데 보여줬던 무빙샷 컨트롤을 통해 '이제동의 뮤탈'과 엇비슷하게 '손주흥의 레이스'라는 식으로 이름을 붙이려고 했는데....

 ㄲㄲ 오늘 어줍잖게 주현준 선수에게 역레이스 관광을 당하면서 그런 얘기도 못하게 될 것 같네요. 물론 빌드상으로 조금 불리하긴 했지만, 4벌쳐 드랍 타이밍에 탱크를 너무 의식한 나머지 제대로 피해를 못준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상대가 생더블이고 내가 멀티가 늦다면, 적이 전진하는 타이밍은 당연히 느리니까 일꾼을 잡아서 자원 차이를 줄일 생각을 했어야 하는데, 전혀 나올 생각도 없는 주현준 선수의 탱크를 괜히 노리다가 - 그것도 잡지도 못했죠 - 4벌쳐를 모두 허무하게 잃었던 것입니다..
 
 그 이후 레이스 한 두 마리 뽑아서 재미 좀 보려고 했는데, 자원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2스타 역레이스에 제공권을 제압당하면서 레이스 + 탱크로 GG. 한 때 '손주흥의 레이스'란 말이 나오게 했던 선수의 탈락기. 참 재미있었습니다.

 문성진 선수가 16강에서 저그 박명수 선수와 만나게 된 것이 정말 아쉽네요. 사실 요즘 저그 선수들이 적기도 하지만, 리그에 살아남아 있는 선수들 - 이래봤자 이제동, 김준영, 박명수, 문성진 끝! 이군요 - 도 적은 가운데 오늘 보여준 대 테란전 능력이라면 16강에서 테란을 만나도 할만 할 것 같았는데 아쉽습니다. 오늘 vs 주현준 경기에서 보여줬던 신예답지 않은 대담한 판단력, 준비해온 전략을 그대로 시전하면서도 그게 막혀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말이지요. 저그 vs 저그 전이라면 변수가 너무 많아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아, 변수 하니까.. 오늘이 김동준 해설의 군입대 마지막 해설이었습니다.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정확한 해설, 풍부한 경험으로 MSL을 지키던 김동준 해설이 사라지니 MSL의 느낌이 사뭇 달라질 것 같네요. 군대 빨리 다녀와서 복귀했으면 좋겠습니다.

by Laphyr | 2008/10/09 21:00 | = 게임 | 트랙백 | 덧글(3)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