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ロウきゅーぶ!(로우큐-부!) - 즐거운 마음으로 농구를 하자!



1. 스포츠의 두 얼굴


 스포츠를 즐기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스포츠 그 자체를 즐기는 방법이고, 하나는 그 승부에 집착하는 방법이죠. 이러한 소재는 정말 많은 작품들에서 다루어진 문제이지만, 의외로 우리나라의 현실 속에서는 잘 느껴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은 프로 스포츠 이외의 동아리 단위 스포츠가 굉장히 부족한 실정이기 때문입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축구를 하자!]


 20~30대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아니 어떤 나이 또래든 '만화영화'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한 번 쯤은 들어보셨을 축구왕 슛돌이의 명대사입니다. 슛돌이는 언제나 즐거운 마음으로, 친구들과 함께 경기를 하는 것을 재미있게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그에게 승부욕을 불태웠던 씨져, 줄리앙, 고래 같은 친구들을 모두 포용하여 같은 팀을 이루게 되죠. 그가 경기를 치루는 리그는 당연히 승부가 우선시되는 대항전임에도 불구하고, 슛돌이는 저 마음가짐을 버리지 않습니다.

 사실 '부활동' 제도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이런 문화는 이해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수 백,수 천 개의 초,중,고등학교 동아리 스포츠 팀이 존재하죠. 그네들은 학원 & 게임방 말고는 특별히 갈 곳이 없는 우리나라 학생들과는 달리, 굉장히 어릴 때부터 슛돌이의 팀과 같은 스포츠 팀을 체험해볼 수 있다는 겁니다. 직접 경기에 뛰지 않더라도, 마사시를 응원하는 코토네의 모습과 같이 학교 스포츠 팀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느낌상으로 굉장한 차이가 있습니다.


 [전 프로게이머 조용호 선수 : 환경이 힘들어도, 게임 자체가 즐거웠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스타크래프트는 기본적으로 게임입니다. E스포츠라는 간판 아래 상당한 궤도에 올라섰지만, 어쨌거나 시작은 하나의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었죠. 지금은 각 기업체가 스폰서로 후원하며 게임단 전용 건물을 주고, 화려한 연습실을 제공하는 등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예전에는 그야말로 게임방을 전전하며 연습을 해야했던 시기가 있었죠. 조용호 선수는 KPGA 투어에 나가던 시절에도 게임방 카운터를 볼 정도의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그래도 그런 그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게임 자체가 즐거워서" 였다고 합니다.


 2. 부활동으로서의 농구, 목표로서의 농구


 로우큐우부의 주인공 스바루는 촉망받는 중학교 농구선수 출신으로, 자신이 동경하는 선수가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됩니다. 현 단위 대회에서 우승한 경험까지 있는 스바루의 입장에서 농구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일 수밖에 없죠. 그리고 그런 자신이 농구를 시작하게 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우상에 가까운 선수가 주장으로 있는 학교에 진학했다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닐 것입니다. 그러나 그 주장은 고문 선생님의 딸인 초등학생 소녀와 금단의 사랑에 빠졌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학교의 명성에 누를 끼칠 것을 염려한 위원회에서는 농구부에 1년간의 활동정지 명령을 내리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이 상황에서 느껴지는 스바루의 심정을 얼마나 이해하느냐? 라는 부분이 될 것입니다. 부활동 스포츠가 거의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공부도 안 하고 운동만 하는 체육 특기생'의 이미지가 대부분일 일반적인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그가 느꼈을 절망감을 잘 실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1년이 지나면 부가 다시 생긴다고는 하더라도, 한창 때인 고등학교 시절의 1년이라는 공백은 스바루에게 너무나 큰 절망감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목표를 잃고 방황하는 스바루에게, 누나이자 교사인 미호시는 하나의 제안을 합니다. 바로 자신이 고문을 맡고 있는 여자 농구부의 임시 코치를 해 볼 생각이 없느냐는 것이었죠. 스바루는 웃기는 농담이라고 생각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미호시의 직장은 다름아닌 초등학교였기 때문입니다. 한 고등학생과 다섯 소녀의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3. 라이트노벨, 캐릭터


 표지와 작품 소개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이 작품에는 다섯 명의 개성이 넘치는 소녀들이 등장합니다. 팀에서 유일하게 농구 경험이 있는 상냥하고 예의바른 토모카, 밝고 명랑한 성격에 스스럼없이 친해지는 마호, 170cm에 육박하는 큰 키에 콤플렉스를 갖고 있지만 누구보다 여자아이 다운 아이리, 가장 조그맣고 유아틱한 말투를 쓰는 히나타, 마호의 베스트 프렌으로 안경을 쓰고 싹싹한 사키 등으로, 단 한 줄의 설명으로도 대략적으로 성격 파악이 되는 무난한 아이들이 많습니다.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이러한 구도는 굉장히 식상한 것이 사실입니다. 연령대가 초등학생이라는 것이 조금 특이할 뿐, '어떠한 일을 계기로 여자아이들에게 둘러싸이는 주인공' 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많으니까요. 하지만 많다는 것은 동시에 그만큼 그러한 구도가 일정 수준 이상의 인기를 보장한다는 이야기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욕 하면서도 ~~때문에 본다"는 이야기는 굉장히 많이 들어볼 수 있는 감상이지요.

 이 작품은 그러한 장점만을 선택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다섯 명의 소녀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으면서도, 이야기 자체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바로 위에서 언급한 '스포츠'와 '재미'가 연결되는 주제이며, 이 작품을 특이하게 평가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4. 고민들


 굳이 따지자면 이 작품은 성장물의 성격이 강합니다. 주인공 스바루도 목표 의식의 좌초로 인해 야기된 고민을 안고 있고, 토모카를 비롯한 소녀들 또한 여자 농구부의 의미와 미래에 대해, 각자 스스로의 문제로 인한 고민을 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초등학생 미소녀들과의 알콩달콩한 트레이닝 Life가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만, 주제의식이 확고한 상태이기 때문에 배가 산으로 가는 일이 절대 없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은, 단 하나의 시합을 중심 사건으로 사용하고 있으면서 주연급 인물들의 고민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냈다는 점입니다. 다수의 미소녀가 등장하는 작품의 경우, 하나의 에피소드에서 한 소녀의 갈등만을 소재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필연적으로 다른 조연급 캐릭터들은 있는 듯 없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굉장히 현실감도 떨어지죠.

 하지만 이 방식은 일단 작품의 분량을 쉽게 늘릴 수 있고, 작가/독자의 입장에서도 읽고 쓰기에 상대적으로 수월하며 (한 명의 이야기에만 집중하기 때문이죠),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특정 히로인'만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해당 에피소드를 굉장히 효율적으로 어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베테랑 작가의 경우에는 한 히로인의 이야기를 진행하면서도 다른 캐릭터의 이야기로 넘어갈 수 있는 복선을 깔아 놓는 등의 기교를 통해, 일거양득의 효과도 노려볼 수 있죠. 단점이 있음에도 이 방식을 굉장히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것은 결국 장점을 버릴 수 없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로우큐-부의 작가는, 이번이 처녀작인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의 에피소드를 통해 다양한 캐릭터의 갈등을 유연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목표를 잃어버렸던 스바루의 방황, 친구들과 함께 할 장소를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토모카의 노력, 스스로의 성격이나 단점 등 다른 소녀들의 고민 등을 자연스러운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다루고 있었죠. 이는 결과적으로 1권으로서는 상당한 완성도를 부여해 주었습니다.


 5. 진짜 얼굴, 스포츠


 하지만 이 작품은 치명적인 약점이 존재합니다. 위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다섯 소녀를 앞세운 표지의 얼굴이 작품이 가진 진짜 얼굴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소녀는 스포콘, 코치는 로리콘?!" 이라는 광고 문고는 명백한 낚시로,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모두 엄청난 스포콘입니다. 애초에 스포콘이 아니라면 갈등이 생겨나지 않았을 정도로요.

 귀여운 표지 및 내부 일러스트 등은 분명히 '귀여움'을 증폭시켜 주고는 있지만, 그것은 작품이 갖고 있는 주제와는 다른 방향의 증폭입니다. 일러스트만 보고 "이건 로리콘의 극치군! 로리를 좋아한다면 꼭 봐야 할꺼야!" 라고 판단하는 것은 크나큰 오산이라는 겁니다.

 오히려 이 작품을 읽고 감동을 받을만한 독자층은, 8~90년대에 많은 인기를 끌었던 스포츠물 만화를 즐겼던 사람들이 될 것입니다. 최근의 라이트노벨에서 찾아볼 수 있는 소위 '서비스' 장면은 거의 등장하지 않으며, 농구에 대한 열정을 주제로 "우리들이 함께 즐거운 농구를 할 장소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소년과 소녀들의 모습에서는 조금은 향긋한 땀냄새가 풍겨옵니다.

 하지만 이것을 한국 독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문제. 일본의 경우, 위에서 언급한대로 '학교 부활동' 에 대한 직간접적인 경험이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이들의 열정을 이해하기에 훨씬 큰 공감대가 형성되며, 결과적으로 '로리콘'이라는 단어에 낚였음에도 긍정적인 감상을 많이 찾아볼 수가 있었죠. 하지만 국내는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과연 농구부 소녀들과 코치 고교생의 '어떤' 이야기에 주목하는 독자가 많을지가 문제가 될 것입니다.


 6. 마치면서


 사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메리트라고 느꼈던 점은,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단권 구조로서 뛰어난 완결성'이라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미소녀 요소 + 정통 스포츠물의 느낌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나 약간 실망한 것은 이 작품의 2권이 전격문고 6월 신간 라인업에 올라와 있다는 점입니다. 1권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통해 양쪽 모두를 담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여기서 이야기가 이어진다면 분명히 '불타오르는 정통 스포츠물', '캐릭터에 의지하는 청춘물' 중 어느 한쪽으로 치우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 그렇게 되면 1권이 보여줬던 레벨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말이죠.

 과연 2권이 나오면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가 작품 자체로 봐도, 蒼山サグ라는 신인작가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by Laphyr | 2009/04/05 16:59 | = 라이트노벨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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