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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크로스토크 - 형체 없는 공포



작가 : 라이라쿠 레이
일러스트 : 오가타 코지
레이블 : 전격문고, 익스트림노벨


 라이트노벨 장르에서 본격 호러, 스릴러 작품을 만나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일본 내에서도 많이 발매가 되지 않을 뿐더러,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경우는 더욱 적기 때문이죠. 크로스토크는 국내에 이미 정발된 <로미오의 재난>, <슬픈 키메라>의 작가로 알려진 라이라쿠 레이 씨의 작품으로, 확실히 라이트노벨스러운 것과는 다른 공포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 이 작품은 무서운 이야기를 공유하는 모임에 속한 한 소녀가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해 서로의 무서운 이야기를 듣고 들려주는 경험을 하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이야기 사이의 연결성은 없는 옴니버스 구성으로, 굳이 따지자면 모두 현대 + 가까운 일상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라는 공통점만을 갖고 있을 뿐이죠. 마지막의 반전(?)까지 포함하여 총 다섯 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라이라쿠 레이 씨가 다른 단편인 <로미오의 재난>에서 보여줬던 클라이막스 조성 능력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아쉬운 점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인공 소녀의 이야기를 좀 더 길게 보여주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 국내에 소개된 라이트노벨 중 호러 미스터리 성향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작품은 <단장의 그림>, <미씽>, <사쿠라 bump>, <시즈루 시리즈>, <카미스 레이나> 등이 있습니다. 모두 기본적으로는 현실을 배경으로 하면서 조금씩 비일상에 침식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앞선 세 작품은 그로테스크하고 직접적인 공포를 선사하는 반면 뒤의 두 작품은 의미심장한 두근거림을 안겨주죠. <크로스토크>는 기본적으로 후자의 성향에 가깝습니다. 어떻게 보면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가상의 사건에 불과하지만, 그것이 현실과 굉장히 가까울 수 있기 때문에 두려움은 계속 남게 됩니다. 


- 타이틀에서도 이야기 한 '형체 없는 공포'라는 것은 위에서 다뤘던 내용적인 부분과도 연관이 있지만, 작품의 구조와도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어느 이야기도 명확한 해결과 결론은 제시하지 않은 채, 어렴풋한 형태로 매듭을 짓고 있기 때문이죠. 이것은 평범한 소설적인 재미의 충족이라기보다는 도시전설과 같이 떠도는 소문의 모습과 비슷하고, 또 호러소설의 마무리와도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충분한 여운을 남겨 독자가 각각의 공포의 형체에 대해 직접 상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하지만 솔직히 라이트노벨에서 이러한 형태를 취하는 것은 모험에 가깝습니다. 라이트노벨에서 SF, 판타지를 하지 못하란 법이 없는 것처럼 본격적인 호러소설의 재미를 유도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굳이 특출난 재미를 느끼기에는 애매한 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라노베적인 장점인 캐릭터성을 강조한 조합을 통해 재미를 주었던 작품들이 위에서 이야기했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물론 <카미스 레이나 시리즈> 같은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만, 이야기 자체가 좀 더 심층적인 공포를 자극하는 형태인데다 전체를 꿰뚫는 공통된 주제가 있기 때문에 감상 후의 느낌은 차이가 있겠죠).


- 개인의 취향에 다를 수 있겠지만, 결코 이 작품은 여름날에 땀을 식힐 정도의 무서움을 직접 전달해 주지는 않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읽으면 '응? 그래서 어쨌다고?' 라는 감상 이외에는 답이 안 나올 수도 있죠. 그렇지만 작품을 읽으면서 상상력을 전개하셔서 또 다른 작품 세계의 모습을 그려나가시는 분들께는 그 어떤 라이트노벨보다 커다란 공포를 안겨줄 수 있을 겁니다.

by Laphyr | 2010/06/30 00:33 | = 라이트노벨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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