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녀동생

[감상] 거짓말쟁이 미군과 고장난 마짱 3권


 작가 : 이루마 히토마
 일러스트 : 히다리
 레이블 : 전격문고, 익스트림 노벨

 말투에 대한 글을 직접 써놓고 말하는 것도 우습지만, 확실히 캐릭터의 말투와 인상은 너무나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습니다. 2권에서는 토오루의 말투 때문에 정말 아쉬움이 많았었는데, 이번에는 정반대로 좋은 인상을 받을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같은 작품이 이렇게나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도 오랜만인 것 같군요.


 1. 미 군


 3권에 의미를 두어야 하는 것은 본격적으로 미 군의 이야기가 시작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1,2권에서도 미 군의 여러가지 과거 - 그의 정체, 어린 시절, 옛 여자친구 등 - 가 등장했지만, 특유의 '거짓말'을 통해서 직접적인 접근은 굉장히 힘들었지요. 그러나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가끔씩 미 군의, 아니 XX 군의 솔직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얘도 미친 놈인 것은 분명한 사실인데, 마유처럼 생각없이 미친 것은 아니니까 말이죠. 프로게이머로 비교하자면 요즘 한창 물량으로 기세를 올리는 STX의 김윤중 선수와 2.0 전성기를 달리는 SKT의 김택용 선수의 느낌이랄까요? 둘 다 물량이 상당하지만 김윤중 선수는 그래놓고 지고, 김택용 선수는 아시다시피 포스를 뽐내고 있으니. 생각없이 물량만 vs 생각하며 물량을 - 이런 느낌?

 사실 '정신 이상자' 라는 캐릭터는 굉장히 편리합니다. 마유와 같은 위험한 여자애와 생활하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 마유랑 사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라는 것은 빼고 생각합시다 - 다른 살인사건이 일어났다고 위험을 무릅쓰고 진범을 찾아 나서지는 않겠죠. 그러나 "걔, 미쳤잖아." 라는 설명을 들으면 어지간해서는 납득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탐정 뿐만 아니라 범인까지 미쳤다고 한다면, 더욱 이야기는 간단해지고 말입니다. 거기서 보충할 수 없는 재미를,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미 군과 서브 캐릭터들을 통해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의 속마음 공개란 것은 언제나 재미있는 법, 하물며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녀석이라면 더욱 들춰보는 재미가 있었죠.


 2. 서브 캐릭터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번에는 매력적인 서브 캐릭터들이 굉장히 많이 나왔습니다. 히다리 씨의 컬러 일러스트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 그녀들은, 2권의 나가세 자매와는 달리 확실한 개성을 보여줬습니다. 이것은 상대적으로 빈약했던 추리 서스펜스 쪽의 불만으로부터 눈을 돌리게 하기에 충분했고, 미 군의 눈을 돌리게 하는 모습도 등장했죠.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미 군은 우리가 텍스트로 만날 수 없는 시간 동안에도 언제나 마짱과 함께 있다는 부분입니다. 저는 원래 마유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이 '사실'을 생각하면 더더욱 끔찍하게 싫어집니다. 메인이 되는 살인 사건과 벗어난 마유의 경우, 사건을 해결하려는 미 군에게 있어서 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2권의 개입 발단이 '과거의 애인 - 살인 의혹', 3권의 개입 발단이 '과거의 가족 - 살인 의혹' 인데, 그 어느 쪽도 마짱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죠. 연관을 짓자면 못할 것은 없지만, 미 군이 살인 사건 수사(?)에 뛰어드는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이 사실. 그런데 미 군은 그녀를 항상 돌봐야 하고, 떼어놓아야 합니다. 

 3권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그런 미 군의 유일한 '자유 시간'을 의미있게 메워준 서브 히로인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호로와 로렌스의 대화를 연상시키는 비와시마와의 날이 선 만담, 유일하게 솔직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던 후시미와의 시간, 고집과 어리광으로 똘똘 뭉친 앙코 공략(?) 등은 확실히 1,2권에 등장했던 '자유 시간' 활용 묘사에 비해 재미가 있었습니다.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독자 입장에서뿐만 아니라, 당사자인 미 군 역시 그러한 '일상'에서 충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겠지요. 아무리 M이라고는 해도, 미친 놈이라고는 해도, 마짱과의 그러한 일상만으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보다는 훨씬 현실적인 묘사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3. H


 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서는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보면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바로 미 군과 마짱이 어른의 관계를 갖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라이트노벨의 특성 상, 혹은 독자층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설정 - 마유는 어린애 상태니까, 그런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 이 되어 있지만, 작품 전체의 완성도를 감안한다면 오히려 마이너스 요소가 되고 있지 않나 싶어요.

 3권에서 미 군이 '어째서 내가 계속 마유 곁에 머물러 있는가' 에 대해 자문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건 사실 독자 입장에서도 묻고 싶습니다. 미 군이 마유에게 찔리고 뚫리는 것 이외에 인생에 흥미를 느끼지 않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이 녀석은 자기 스스로도 다른 아이들과의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인정했고 나츠키와의 대화는 '보급'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정상적인 면도 있는 어중간한 미친 놈입니다. 여기에 H를 넣으면 굉장히 설득력이 있는 관계가 되지 않을까요?

 미친 놈과 광년이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도 우습지만, 위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미 군과 마짱은 우리가 보지 않는 곳에서도 24시간을 보낸다는 것을 분명히 감안해야 됩니다. H는 피지컬과 멘탈 양면에 있어서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치며, 대상이 이런 미친 애들이라면 더할나위가 없죠. 맛이 간 마짱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미 군을 향한 족쇄가 되며, 어느 정도 정상적인 면도 갖고 있는 미 군에게는 그나마 버텨나갈 수 있는 밧줄이 될 수 있습니다. 

 얀데레 미소녀가 등장하는 미연시를 플레이 해 보면, 은근히 이런 부분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단순한 H씬의 유무를 떠나, 주인공의 정신적인 측면에 작용하는 영향이 대단히 크죠(넘어가는 루트일 경우). 이렇게 쉽게 가져다 쓸 수 있는 소재를 놔 두고, 단순히 '얘도 미쳤다'는 사실에만 크게 의존해야 하는 모습이 약간 아쉽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애초에 1,2권의 미 군이라면 제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겠지만, 3권에서는 분명히 '정상인이 될 가망이 있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더더욱 이 부분이 걸리는군요. 

 

by Laphyr | 2009/05/12 16:50 | = 라이트노벨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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