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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아트 온라인.... 무엇이 특별한가?

 굉장히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렇게 머리 아픈 고민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 또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물론, 내용적인 요소는 절대로 아닙니다. 외적인 부분, 그러니까 장르와 작가, 나아가서 환경이라는 요소까지 얽히는 복잡한 고민입니다.


 <액셀 월드>로 올해 전격문고 대상을 차지한 카와하라 레키의 인터넷 연재작, 소드 아트 온라인. 출간 후 2개월만에 수상 작품의 후속권이 아닌, 다른 작품이 나왔다는 것만 봐도 일본 쪽에서의 인식이 "약속된 (판매부수) 승리의 작가"로 굳어진 느낌이 드는 현실입니다. <액셀 월드>가 기존의 인기작들 못지 않은 판매부수를 올린 현실에서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싶은 생각도 들긴 합니다만....

 더욱 저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작품을 접한 일본 내 독자들의 반응. 발매된 지 나흘도 채 지나지 않았음에도, 수많은 독자들이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 솔직히 '까는' 글을 찾아보기 위해서 검색 스킬을 총동원하여 노력했는데, 정말 찾아보기가 힘들더군요. 그럼 뭐가 문제냐, 바로 '이해할 수가 없어서' 그런 겁니다.

 '현실과 흡사한 가상 현실의 게임 세계, 그러나 사용자는 로그아웃 할 수 없고 죽음은 현실의 죽음과 이어진다'는 설정은 굉장히 매력적이긴 한데, 솔직히 이제는 식상하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물론 하렘구도, 이능배틀과 같이 정형화된 패턴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미 .hack//이나 크리스 크로스와 같이 유명한 작품들이 차용하고 있는 설정인 이상 결코 신선할 수는 없죠. '삶과 죽음'을 소재로, 그것이 모호한 세계에서 리얼하게 묘사했다고는 하나, 그게 꼭 이 작품만의 매력은 아닐 것입니다. .hack//을 너무나 재밌게 감상했던 제 입장에서는, 도리어 얼음 속에서 피어난 꽃을 만지던 츠카사의 모습이 훨씬 와닿기도 했고요.

 그렇다면 캐릭터가 매력적인가? 네, 물론 매력적이긴 합니다. abec 씨의 일러스트는 표지뿐만 아니라 내부 일러도 상당히 만족스러운 수준이었고(물론 아스나의 복장이 상상한 것과 달라서 조금 불만이긴 했지만), 본문 중에서는 그다지 멋지게 묘사되지 않은 주인공 키리토마저 절정 미남자로 느껴질 정도니까요. 네, 일러스트 문제라구요? 하지만 어떻게 합니까, 저는 일러스트 말고는 그다지 캐릭터의 매력을 느끼지 못했으니 말이죠.

 애초에 구도 자체가 너무나 식상합니다. 베타 테스터 출신으로, 남들보다 광랩(...)을 해서 강력한데다 유니크 스킬까지 보유한 주인공. 거기다 이유없이 호감을 드러내고, 초절정 미소녀임에도 실력까지 뛰어난 히로인. 조금 비꼬아서 표현하자면, 그토록 까고 욕을 하던 <양판소>의 먼치킨 주인공 일행과 별 차이가 없어요. 물론 스스로 그 경지(=레벨)에 이르렀다는 것은 칭찬할만 합니다만, 문제는 그게 아니니까요.

 일본 독자들이 극찬하고 있는 '전투'와 '연애' 요소의 융합 역시, 그냥 어중간다하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생명의 위협'을 통해 사랑의 절실함을 호소하고는 있습니다만, 이건 까놓고 말해서 넌센스 입니다. 일반 판타지 세상, 그러니까 실제로 죽음이 오가는 환경에서의 사랑과 버츄얼 게임 월드에서의 사랑이 뭐가 다르냐는 겁니다. 어차피 생명이 걸려있는 것은 마찬가지, 별 설득력이 없는 이 작품보다 오히려 예전에 재밌게 읽었던 <내 마누라는 엘프>에서의 한과 르네의 사랑이 훨씬 리얼하지 않나 싶더군요(어차피 갈데까지 간다는 면에서는 양쪽 모두 비슷하니까).

 오히려 감동했던 것은 서브 이벤트라 해야할까, 주인공과 히로인 이외의 인물들이 주축이 되어 벌이는 에피소드였습니다. 확실히 예상을 뛰어넘는 전개였으며, 설마? 여기서? 라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는 장면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이는 <액셀 월드>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작가 자체의 능력은 확실히 인정해야 한다는 증거가 되겠죠. 2권을 기대하는 목소리, 웹 연재분을 읽은 독자들의 네타에 의하면 이후로는 이런 부분에 좀 더 집중하는 모습이 나타난다고 하니,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 결론은? 한국 게임 판타지 소설을 읽어봐야 겠다는 겁니다. 솔직히 저는 탐그루(이걸 게임 판타지라고 불러도 되나요?) 말고는 제대로 된, 게임이 연계된 한국 판타지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애초에 판타지 소설은 <양판소> 언급이 나오기 시작한 시기 이후로는 named 걸작만 읽어오기도 했고요. 몇몇 작품을 다른 커뮤니티에서 추천받았는데, <어나더월드>, <아르카디아대륙기행>, <레이센> 등을 탐독해볼 생각입니다. <액셀 월드>를 '게임 판타지' 취급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불만스러웠는데, <소드 아트 온라인>은 완전히 게임 판타지 소설이기 때문에 이러한 작품이 일본 내에서 이와 같이 열풍을 끈다는 것은 확실히 생각을 다시 해봐야 하는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by Laphyr | 2009/04/12 04:53 | = 라이트노벨 | 트랙백 | 덧글(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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