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요네자와 호노부, 리커시블 (2013)



작가 : 요네자와 호노부
출판사 : 문학동네 엘릭시르
출판년도 : 2013년
개인평가 (5점 만점) : ★★★★

 <인사이트밀>, <빙과> 등으로 유명한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의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예전에 한창 라이트노벨을 포함하여 책들을 즐겁게 볼 때, 위 작품들을 재미있게 봤었는데, 최근에는 일이 바빠서 거의 책을 읽지 못했습니다. 다만, 그 와중에도 아야츠지 유키토, 기시 유스케 등 미스터리 작가들의 작품들은 재미있게 봤었기 때문에 뭐가 또 있나 찾아봤는데, 요네자와 호노부 작가는 제가 잘 몰랐던 사이에 엄청나게 유명해져 있더라구요. <인사이트밀>은 워낙 재밌게 읽었길래, 이번에 그의 밀린 작품들을 한꺼번에 구매했습니다. 리커시블은 그 첫 번째로 읽은 작품.


 원래 제가 바란 것은 살인사건과 미스터리, 추리와 반전이 번뜩이는 작품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리커시블은 그러한 계통은 아니었습니다. 요약하자면, 한 여중생이 지극히 현실적인 가정형편에 휘말려, 지극히 현실적인 고민을 해 나가는 와중, 어떤 곳에서는 지극히 당연하지만 외지인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조리에 맞닥뜨려, 그것에 지극히 현실적으로 저항해 나가는 이야기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서평들에서 다소 '가볍다' 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까닭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더군요.


 주인공 하루카는 아버지의 횡령과 야반도주로 인하여, 새 어머니와 데려온 동생이라고 하는 가족과 함께 듣도보도 못한 시골에 내려가서 함께 살아야 할 처지에 놓입니다. 그것만 해도 멘탈에 상처를 입을 만 한데, 여중생 & 일본 특유의 감성으로 '따'를 당하는 것을 최대한 피해야 하는 상황에서, 동생인 사토루는 [과거, 미래에 무슨 일이 날지 알고 있다]며 기억의 혼란을 보입니다. 그녀 입장에서 사토루는 그다지 달갑지 않은 존재입니다만, 어떻게 보면 아버지도 떠난 마당에 자신이 이 가정에서 해야 할 역할을 지탱해 주고 있는 대상자(동생)이기도 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중학생답지 않은 행동력을 보이면서 마을의 수수께끼를 헤쳐 나가게 됩니다.


 앞서 이야기 한 '현실성'이라는 요소 때문에, 이 작품은 스토리에 몰입하기가 굉장히 쉽습니다. 뭐 이세계 전이물이 공감을 못 하게 한다고는 하지만, 허구한 날 밀실의 저택에 갇히거나 살인게임에 휘말리는 것도 솔직히 일반인이 공감 못 하기로는 마찬가지인데요, <리커시블> 같은 경우은 누구나 경험했던 학창시절, 그리고 자칫 내가 겪었을지도 모르는 불우한 가정환경이라는 현실성 있는 배경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주인공인 하루카의 감정이 그대로 느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덕택에, 명랑한 소녀인 린카가 자신의 편을 들어주었을 때는 주인공처럼 안도와 기쁨을 같이 느낄 수 있었고, 미우라 선생님과 친해지는 과정에서는 어긋난 집안을 떠나 '있을 곳'을 찾았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죠.


 그러나, 이 작품 역시 미스터리 장르임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와 같은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얘 무슨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닌가?], [사토루가 말하는 것에는 뭔가 복선이 있는 게 아닐까?], [미우라 선생님은 정말 아군이 맞는건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는 초반부 하루카가 마음을 놓고 있는 파트에서도 독자는 충분히 긴장감을 가져갈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물론, 작품 자체가 긴장도를 강제로 들이미는 방식이 아니다 보니, 의도적으로 하루카에게 감정이입을 하지 못한다면 초반부가 지루할 수도 있다고 생각 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초반에도 긴장으로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점점 밝혀지는 마을의 비밀은 영화 <이끼>의 음모를 떠올리게 만들기도 하는데, 최근 뉴스 같은 곳에서 나오는 [타지인을 배척하는 토착민들의 사례]를 접하다보니, 정말 있을 수 있는 일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인게임처럼 황당한 소재가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란 말이죠. 다만 중학교 1학년에 불과한 하루카가 이것을 너무나 명쾌하게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통쾌하기는 했습니다만 좀 억지스러운 느낌도 없잖아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만약 실제로 <리커시블>과 같은 일이 현실에 발생했다면, 모든 것을 잃고 조용히 지역 여학생A로 수렴되어 가는 한 소녀가 있을 뿐일 테니까요.


 이러한 면 때문에 본 작품은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 비하여 다소 낮은 평가를 받는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만, <빙과>를 통해 이 작가의 세계에 입문한 제 입장에서는 꼭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인사이트밀> 때도 그랬지만, 본격적인 작가들과 다른, 약간은 희망과 환상을 꿈꾸는 결말이 이 작가의 특징이 아닌가 싶어요.
 여튼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재밌게 읽었습니다. 몰입도도 좋고, 적당한 두뇌자극, 무엇보다 너무 비현실적인 미스터리가 아니라는 것에 점수를 주고 싶네요. 다만 미스터리란 원래 탈일상을 추구하고자 하는 경우에 읽는 때가 많다는 면에서는, 멘탈적으로 약해졌을 때 읽기에는 다소 부적합할 수도 있다고 생각 합니다. 너무 현실적이라, 그 결말까지 상상해 버린다면, 더 우울해 질 수 있거든요.


by Laphyr | 2018/02/25 20:11 | = 라이트노벨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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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LionHeart at 2018/02/28 12:32
저도 빙과를 통해 작가님 작품에 입문하였는데, '보틀넥'을 읽고 난 뒤에 이 책을 읽어서 그런가 현실적인 결말이 너무 힘겹게 느껴졌습니다. ;ㅁ;
이런 작품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있는 법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가벼워지는 것이 취향인 것 같아요 ;ㅁ;
Commented by Laphyr at 2018/03/03 18:59
저도 이번주에는 보틀넥을 읽고 있습니다! 이쪽은 좀 더 동화적인 결말인 걸까요? 내용 시작부터가 그렇긴 해서 기대가 됩니다 크크. 기시 유스케 같은 작가의 작품을 보다보면 이 정도도 굉장히 소프트 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완전히 판타지인 것과 아닌 것은 또 느낌이 다르니까요.. ㅎㅎ
오랜만에 왔는데도 계시군요!!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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