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를 사랑하는 사랑양과 아키하바라 데이트


 지난 7월에 여름휴가를 써서 오랜만에 일본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작년 ~ 재작년에도 일본에 많이 가기는 했는데, 대부분 협력업체 출장이나 TGS 출장 등이 겹쳐서 완전히 노는 휴가는 아니었기 때문에 꽤 오랜만이긴 했네요. 뭐 어차피 출장으로 갔어도 오는 날 일정을 바꿔서 개인여행을 붙이긴 했었습니다만..;;


 각설하고 이번에는 솔직히 TGS 같은 행사도 없고, 급하게 날짜를 잡느라고 라이브 공연 등도 전혀 예약을 못한 상태라, 그냥 이모저모 힐링을 목적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힐링을 위해서는 역시 메이드카페에서 노닥거리는(?) 것이 정신적으로 많이 도움이 됩니다. 다른 것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엄청 많이 하게 되니까, 딴 생각을 할 여유가 없습니다. 생활 일본어(?)를 쓸 일이 없는 저같은 덕후들이 서너시간 이상씩 1:1 대화를 하면서, 실전 감각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구요.


 제가 괜찮은 메이드카페류의 가게를 찾는데 사용하는 사이트는 메이드카페로 Go!(https://moeten.info/maidcafe/)라는 사이트인데요, 예전에는 정말 알짜배기 가게들도 올라오는 등 많이 도움이 되었었는데, 요즘에는 큰 가게들은 많이 빠져버려서 좋은 곳을 찾기가 힘이 듭니다. 게다가 예전에는 진짜 '메이드카페', 혹은 메이드와 데이트를 하는 등의 소프트 한 컨셉이 주를 이뤘다면, 근 5년 사이에 '리플레'류의 변종 업소들이 워낙 많아져서 더 찾기가 힘들어졌습니다. (물론 여기서 찾을 수 있는 것은 진짜 하드한 컨셉은 전혀 아니고 매우 건전한 가게들입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구관이 명관이라고.. 5년 전에 이용하고 포스팅 한 적이 있었던 '메이드씨랑 함께!'라는 가게를 다시 이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다만 사이트 주소나 시스템 자체는 동일한데, 가게 이름과 위치가 바뀌었더군요. 가게 이름은 '오더 메이드'로 바뀌었고, 위치는 <슈타인즈 게이트>의 '메이퀸 메이드카페'의 원형으로 유명한 '메이릿슈 메이드카페' 가 있는 건물로 이전을 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이번에 만난 메이드양을 소개를 하자면, 제목과 같이 무려 닉네임이 '사랑(サラン)' 입니다. 프로필에도 한국어가 특기로 적혀 있고, 트위터를 보면 아이돌을 비롯한 한국문화에 완전히 빠져있는 것을 알 수 있는 특이한 분이었는데요. 다른 매력적인 분들도 많았지만, 이만큼 한국문화를 좋아하는 (그것도 이렇게 대놓고 노출하는) 메이드양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 분과 만나기로 예약을 넣었습니다. 오더 메이드 가게는 기본적으로 이메일을 통해서 시간과 지명 등의 예약을 할 수 있고, 처음 이용하는 사람도 크게 제약이 없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그리고 약속 당일. 시간에 맞춰서 가게로 가서 대금을 지불하고, 약속장소로 가서 기다리고 있으니 빨간색 유카타를 입은 사랑양이 나타났습니다. 원래 기본복장은 사복이나 메이드복이고 추가복장을 요청하려면 요금을 더 내야 하는데, 이번에는 특별히 여름 이벤트 기간이라서 유카타 모습으로 데이트를 할 수가 있었는데요. 이런 식으로 다양한 이벤트가 있는 경우가 많으니, 예약하기 전에는 홈페이지 내용을 꼼꼼하게 살피는 것이 정말 좋습니다. 모르면 그냥... 기본 코스니까요.


 여하튼.. 아름답다기보다는 귀엽고, 여성스럽다기보다는 여동생 같은 스타일의 사랑양은 빨간색 립스틱을 칠하고 있었는데, 급하게 세팅하고 나오느라 그랬는지(?) 빨간색 립스틱이 앞니에 좀 묻어있는 모습이 또 귀여웠습니다. 말 하려다가 굳이 언급은 안 했습니다만 (...)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먼저 칸다신사로 가서 구경을 하기로 했습니다. 예전에는 뮤즈 멤버들이 연습을 하던 지옥의 108계단을 이용했습니다만, 사랑양이 안내해 준 루트는 좀 더 상냥한 (그래도 계단이 있는) 길이었기 때문에 대화를 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었는데요.


 오랜만에 간 칸다신사는 작년, 재작년과는 다르게 러브라이브의 성지라는 느낌이 많이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뮤즈를 좋아했던 제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크기도 했지만, 또 너무 한 쪽으로 쏠리지 않고 오덕문화의 느낌과 신사의 고즈넉함이 함께 어우러진 느낌도 괜찮더군요. 전에는 동전 넣기와 참배를 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10엔 동전을 준비해서 사랑양과 함께 소원을 빌었습니다. 신사 + 유카타의 조합이다보니, 특히 나이 드신 여성분들이 사랑양에게 보내는 관심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쓸데없는 자부심이.....


 신사를 돌면서 이야기를 해 보았을 때, 솔직히 그녀는 애니메이션이라든지 제가 좋아하는 일본문화에는 거의 지식이 없었고, 오히려 한국에 대해서 훨씬 관심이 많았습니다. 마침 하라주쿠에 새로 생긴 설빙이 여성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시점이라 그걸 계기로 이것저것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알고보니 그녀는 무려 한국에서 교류수업 같은 느낌으로 대학교를 다닌 적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어지다보니, 날씨도 덥고 해서 '@홈 메이드카페'로 가서 자리를 잡고, 좀 더 이야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녀는 소녀시대의 곡을 즐겨 부르고 태연을 굉장히 좋아하지만, 러브라이브 멤버 중에서는 니코니 밖에 모르고 (제가 에리치카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미안해요 몰라요 시전당함), 하이큐! 같은 애니메이션보다는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그야말로 한류에 푹 빠진 일본여성의 전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이전까지는 욘사마를 필두로 하여 드라마 쪽 위주로 좋아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었지만, 이렇게 직접 한류 아이돌에 푹 빠진 모습을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네요.


 마침 메이드카페에 들어가려고 대기하는 와중, 저희 뒤쪽으로 3명의 여성분들도 대기를 하고 있었는데... 사랑양 曰 "저 분들은 어쩐지 한국사람들인 것 같아요" 라고 하는 겁니다. 제가 보기에는 중국인 혹은 일본인 같았는데... 근데 조금 시간이 지나서 말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들어보니, 역시 한국인이더군요.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니, 화장법과 복장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일본여성과 한국여성의 특징이나 차이점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왔고, 신기하게도 한국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사랑양도 "한국여성은 멋있고 섹시한 스타일이, 일본여성은 귀엽고 특이한 스타일이 많다"라고 생각하고 있더군요. 자기도 잘 몰랐는데, 친구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면서 자신의 화장법을 보고 '너 그러면 100% 일본인이라고 들킨다'는 것을 지적받은 후, 차이점을 인지했다고 합니다.


 원래 메이드카페인 만큼 손님이 들어오면 담당 메이드가 음식을 가져다주면서 이것저것 말도 붙여주고 대화도 하고 그러는데, 저도 솔직히 메이드를 데리고 메이드카페에 가 본 적은 처음이었거든요 (...) 게다가 사랑양은 여름 한정이벤트로 귀여운 유카타를 입고 있으니, @홈의 메이드 분들의 관심도가 높았던 상태였습니다.

 유카타를 왜 입었나? -> 이벤트라서요. -> 사실 오더메이드 가게의 이벤트이지만, 다른 의미의 이벤트로 이해했을 듯
 두 사람은 무슨 관계인가? -> 오늘 처음 만났다 -> 엣 대단하네 근데 여길.. -> 이제 친구가 될 것 같다 -> 다행이네요
 (둘이 한국얘기를 계속 하고 있자) 나도 얘기 좀 끼워달라. 내 동생도 한국 아이돌 좋아한다. -> 넌 좋아하나? -> 난 모른다
 

 뭐 이런 식으로 (...) 솔직히 부익부빈익빈이라는 느낌이랄까, 확실히 여자사람을 데리고 가니까 메이드들도 훨씬 쉽게 말을 걸었고, 사실 그녀들 입장에서는 사랑양도 어차피 손님이니까, 대화도 잘 이어진다는 느낌이 컸습니다. 앞으로도 메이드카페에 메이드를 데려가는 것은 매우 좋은 전략으로 숙지해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일 얘기 (현재는 행사나 이벤트 관련 일을 하고 있어서, 오더메이드는 알바인 셈) 를 하기도 하고, 한국에서의 이야기 (한양대랑 중앙대를 지원을 했다가, 한양대에 붙어서 거길 다녔었다고 함)를 하면서, 진짜 많은 얘기를 했습니다. 메이드도 결국 서비스업인지라 정말 다양한 타입이 있는데, 사랑양도 확실히 굉장히 솔직하고 애교가 많은 성격이어서 치유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녀를 위해 준비해 간, 6월말에 발매된 태연의 신곡앨범(...)을 선물로 줬더니, 그야말로 엄청나게 진심으로 기뻐해서 보람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또 만날 기회를 기약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메이드 데이트 서비스는 보통 AS 같은 느낌으로, 메이드들이 해당 날짜의 데이트 내용을 블로그에 올리는 것까지 해서 마무리가 됩니다. 주인님들이 준 선물이나, 같이 먹은 음식, 놀러간 장소 등의 사진을 올리면서 어쨌어요 저랬어요 같은 내용을 올리는 내용인데요, 이것도 메이드들에 따라서 스타일이 다릅니다. 바로 올리기도 하고, 1달 후에 '늦어서 죄송해여☆' 하면서 올리는 애도 있고...

 사랑양은 그 주 주말에 바로 올려줬더군요. 한국말을 잘 한다더니 실제로 저랑 얘기할 때는 쓰지도 않았으면서 (제가 안 써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주인님'이라는 단어를 한국말로 쓰다니 부들부들.. 다음에 보게 되면 꼭 한국말로도 얘기를 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by Laphyr | 2016/09/11 10:55 | = 여행스케치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Laphyr.egloos.com/tb/3185517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