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연대기



작가 : 크리스 멧젠, 맷 번즈, 로버트 브룩스
일러스트 : 피터 C. 리, 조셉 라크루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이하 WOW)>는 국내, 아니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온라인 MMORPG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엄청나게 방대한 배경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깊이 있는 퀘스트 시스템은 이전까지 닥사냥 위주였던 온라인 게임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고, 이후에 나오는 게임들은 어느 정도는 WOW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죠. 탱딜힐의 완벽한 조화, 호드와 얼라이언스라고 하는 엄청난 규모의 RvR 등 게임적인 요소도 있었지만, 워크래프트 시절부터 쌓아온 다양한 설정들은 우리를 아제로스의 세계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 WOW의 세계관의 이야기를 정리해 놓은 책입니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옛날의 티탄과 수호자들의 이야기부터, 우리들이 잘 아는 나이트 엘프와 인간들의 왕국의 기원까지 상세히 기록되어 있는, 그야말로 오리지널 공인 설정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네, WOW 설정, 스토리 덕후라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책이 되겠습니다.

[연대기 1편에서는 아제로스가 속한 우주 전체의 역사를 처음부터 다루고 있습니다.]

 WOW의 스토리는 마치 잘 짜여진 판타지 소설을 보듯 장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스토리에 자주 등장하는 용의 위상이나 각종 정령왕들은 물론, 악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살게라스와 불타는 군단, 공허의 존재와 고대 신들의 설정은 여느 온라인 게임에서는 절대 찾아볼 수 없이 잘 짜맞추어져 있었습니다. 덕택에 다른 어떤 이야기가 나오더라도 그에 대한 설정을 충분히 부여해 줄 수 있었고, 플레이어는 그만큼 게임 속의 모험에 빠져들 수 있었죠. 

[확장팩이 나올 때마다 어떤 지역에서든 등장하는 트롤. 그들의 활동범위는 어떻게 그렇기 넓었던 걸까요?]


 반대로 이 책에서는, 게임 속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익숙한 지명과 지형들에 대한 옛 사건, 사고들을 상세한 연대기를 통해서 만나볼 수가 있습니다. 줄구룹과 줄아만 등 비슷해 보이는 트롤의 도시들이 어떻게 그렇게 전 아제로스 대륙 곳곳에 퍼져 있을 수 있는지, 울다만의 노르간논 원반은 왜 그렇게 저랩지역(?)에 놓이게 된 것인지, 노스랜드의 나이트엘프 망령들은 왜 그런 곳에 머물게 된 것인지, 티르의 손 수도원이라는 곳은 알겠는데 대체 티르는 누구인지 등등, 게임을 하면서 한 번쯤 궁금증을 가질 법 했던 내용들을 담담히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배신과 타락이 밥 먹듯 일어나는 세계관 속에서, 끝까지 정의의 편을 관철한 수호자 티르]

 개인적으로 이 연대기 1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울다만의 아카에다스, 아이로나야라는 ???랩 보스들의 정체, 그리고 위에서 이야기 한 것과 같은 노스랜드의 나이트엘프 망령들의 사정, 그리고 오리지널 시절에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했던 마라우돈의 공주와 켄타우로스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아카에다스, 아이로나야는 다른 보스들과 다르게 ???랩으로 나와서 불멸자급의 존재라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티탄 바로 직계의 레벨인 줄은 몰랐었네요. 그리고 켄타우로스 같은 경우, 아제로스의 타 종족에 비해서 등장한 역사가 굉장히 짧다는 것이 의외였습니다. 잊혀진 땅 외에, 다른 지역에서 많이 퍼져 살지 못하고, 스토리 상으로도 그다지 등장하지 않았던 까닭이 있었네요.


 다만 역시나 아쉽고 짜증나는 것은 판다리아의 역사입니다. 다른 이야기들은 굉장히 짜임새 있는 스토리처럼 잘 맞아 떨어지는 느낌인데, 판다리아 대륙과 천둥왕의 이야기들은 중간에 나올 때마다 마치 다른 제품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위화감이 크더군요. 판다리아의 안개 자체가 인기가 없었던 것도 이해가 간다고나 할까요? 원래의 이야기하고 너무 동떨어진 느낌이 강했고, 기존의 설정을 뒤엎어야 하는 부분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아퀴르 곤충 종족들은 고대의 전쟁에서 패배한 이후에 나이트 엘프와의 대전쟁을 겪기 전까지 조용히 숨어 살았다는 것이 원래의 설정인데, 아퀴르 종족 중 하나인 '사마귀' 종족은 뜬금없이 그 이전부터 판다리아의 주민들과 싸우고 있었다.. 등의 부분이죠. 수천년 이상 조용히 있었다가 습격했기 때문에 당했다는 것이 스토리였는데, 사마귀 종족이 이미 위협을 주고 있었다면 나이트 엘프의 전사들이 그냥 몰랐다는 것도 좀 이상한 듯 합니다.

[1편의 마지막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인간, 드워프, 노움 등에 의한 새로운 세계가 조금씩 등장합니다.]

 사실 그 뿐만 아니라, WOW는 어차피 게임이기 때문에 새로운 캐릭터나 확장팩의 등장에 따라 조금씩 스토리가 바뀌기도 합니다. 살게라스 역시 원래는 순수한 악의 근원으로 묘사 되었으나, 이번 연대기와 군단 확장팩을 준비 하면서 '공허의 존재에 맞서기 위해'라고 하는 제로 레퀴엠적인 이유를 갖다 붙이게 되었죠. 일단 이렇게 연대기까지 낸 이상 이러한 공식 설정을 뒤엎진 않을 것 같으므로, 이전까지의 역사 수정(...)은 그러려니 하고 연대기를 공식 역사로 인정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양장본이고 가격도 굉장히 비쌉니다만, WOW를 좋아하고 스토리에 관심이 많았던 분이라면 소장해서 결코 후회가 되지 않을만한 책입니다.  


by Laphyr | 2016/06/05 23:49 | = 라이트노벨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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