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6


작가 : 마루토 후미아키
일러스트 : 미사키 쿠레히토
레이블 : L노벨

 마지막 무기라고 할 수 있는 본심을 개방한 에리리가 등장한 6권. 평소의 츤데레 표정과는 다른 솔직한 얼굴을 드러낸 표지 일러스트에서처럼, 작중에서도 그녀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며 장렬한 전투(?)를 치뤄냅니다. 결국 두 사람은 8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관계를 되찾게 됩니다만, 어쩐지 모르게 클라이막스가 허전하다는 느낌이 있어 찜찜했었죠. 근데 마지막 7장에서 그 찜찜함이 무엇인지 밝혀지며, '항상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이라는 뻔하디 뻔한 클리셰를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 에리리 루트, 엔딩

 애니메이션에서 에리리 에피소드를 보고, 원작 소설을 접하지 않은 아는 분이 "이게 원래 그런건가? 아니면 애니메이션에서 짤린 건가? 도대체 에리리가 왜 저렇게 납득하는지 모르겠어!" 라는 푸념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확실히 에리리의 제1루트는 다른 히로인들과 다르게, 굉장히 애매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원죄'라고 할 수 있는 어릴 적의 왕따사건을 전혀 해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덕택에 우타하 선배나 미치루가 제1에피소드를 마친 후 토모야에게 솔직한 감정을 부딪혀 오는 것에 비해, 에리리는 고압적인 츤데레 캐릭터를 버릴 수 없어서 자폭하는 패배한 개 포지션이 될 수밖에 없었죠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귀여웠지만).

 이 이야기를 매듭 짓는 것이 바로 6권의 에피소드였습니다. 에리리의 병약 체질과 두 사람의 과거의 추억이 담긴 별장을 무대로 하면서, 자연스럽게 예전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죠. 다만, 이 작품은 히로인 우훗우훗 성향뿐만 아니라 제대로 '크리에이터의 고민'을 그려내려고 노력한다는 부분도 간과하기 어려운 요소입니다.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매듭 짓는 것 뿐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남자아이에게 인정 받고, 그의 도움이 되고 싶어하는' 원화가의 갈등과, '객관적으로 평가하던 친구의 그림에 진심으로 팬이 되어버린' 프로듀서의 고민 역시 에피소드 안에 잘 녹아들어 있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적어도 이 에피소드를 통해서, 작은 한 걸음이지만 두 사람의 거리는 분명히 가까워졌습니다. 과거의 상처는 진짜로 아물었고, 솔직해 질 수 없었던 소녀는 이제서야 속마음을 드러내기 시작했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의 네 히로인 중, 관계의 변화가 가장 크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그 한 걸음의 거리가 토모야에게 어떻게 느껴질지, 에리리에게 충분히 만족스러운 거리일지는 애매한 문제겠지만요.



 - 카토 루트, 시작?

 에리리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만, 솔직히 6권의 클라이막스를 읽으면서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물론 두 사람의 이야기도 충분히 매력적이었지만, <사에카노>스러운 중요한 무언가가 빠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이는 결국 마지막 장에서, 카토의 입을 빌어 직접 밝혀지고 있습니다. 근데 솔직히, 그녀의 말을 듣고는 저도 놀랐습니다.

 저는 이 작품에서 카토라는 캐릭터가 얼마나 매력적인지는 잘 알고 있었으며, 그녀의 매력에 한껏 빠져 다른 히로인의 에피소드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활약상을 찾는 것을 또 다른 재미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우타하 선배 에피소드인데 카토가 활약하네, 에리리 에피소드인데 카토의 토라진 모습이 귀여웠어, 미치루 에피소드인데 카토가 실마리를 다 제공해 줬잖아?! .... 같은 거죠. 그런데, 다른 히로인들에겐 좀 미안한 말이지만, 이건 접근방법 자체가 달랐던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은 이랬던 거죠.

 XX의 에피소드인데, 오히려 카토가 귀여웠어~ (X)
 XX의 에피소드인데, 카토가 없으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았을 꺼야 (O)

 6권은 분명히 에리리의 에피소드이지만, 카토가 얽히는 비중이 1~5권까지의 이야기와는 달랐습니다. 덕택에 에리리 Only 루트로 매듭이 지어졌지만, 거기에서 부족함이 느껴졌던 겁니다. 결국 이 작품의 시작, Blessing software의 시발점이자 메인 히로인인 카토가 없으면, 제대로 된 이야기의 매듭이 지어지지 않은 상태였다는 거죠.


 작품 외적으로 봤을 때는 그렇고, 작품 내적으로 봤을 때는 처음으로 카토가 자신의 의지로 토모야의 억지스러움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습니다. 평범하고 예쁜 여자아이인 그녀가 왜 교내 제일의 오타쿠에게 휘둘렸는가- 라는 것이 원초적인 이 작품의 수수께끼라는 점을 고려할 때, 휘둘리지 않게 되었다는 것은 그야말로 작품의 근간을 뒤흔드는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타하, 에리리, 미치루야 뭐 이미 '사랑'이라는 강렬한 마법에 걸려 있다는 것이 기정사실인 반면, 카토가 왜 토모야에게 그렇게까지 협력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었죠.

 그녀가 토모야에게 서운한 감정을 느낀 원인은 1~5권처럼 그녀를 믿어주고, 억지에 가까울 정도로 휘두르지 않고 자신만의 힘으로 에리리를 되찾아 왔다는 점에 있었는데.. 과연 이 감정의 색깔이 핑크빛에서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또다른 그녀만의 생각이 있었던 것인지, 이제는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가 드디어 찾아온 것 같습니다. 애니메이션에서도 그녀의 주가는 한껏 올라가 있는 만큼, 소설판 원작의 엔딩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질 것 같습니다.

by Laphyr | 2015/03/29 22:20 | = 라이트노벨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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