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기생수 파트1


 애니메이션이 잘 나와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옛날의 추억을 되새기게 만들고 있는 기생수, 영화판을 감상했습니다. 바람의 검심 극장판과 기생수를 보려고 했는데, 바람의 검심은 생각보다 개봉관이 엄청 적더군요. 그만큼 오히려 기생수 쪽이 최근의 한국에서 먹힐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건가? 라는 현실적인 감상이 들기도.

 여하튼 영화판은 딱 2편의 구성이기 때문에, 당연히 스토리의 압축이나 변경이 있습니다. 그러한 부분은 어느정도 감안할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신이치와 오른쪽이의 대화' 장면이 적었던 것이 좀 아쉽습니다. 두 가지 서로 다른 종(種)인 신이치와 오른쪽이의 대화를 통해, 두 생물체의 가치관의 차이라든지, 인간이나 삶의 의미 등을 고민하게 만드는 것이 작품의 특징인데, 그러한 부분은 많이 생략된 것 같습니다.


 첨언하자면 주인공인 신이치 - 오른쪽이의 성격이 많이 각색된 것도 원작과의 괴리감을 느끼게 하는 데 한 몫을 했습니다. 원래 조용한 모범생이었다가 불의의 사고로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해진 나머지 차갑게 식어버리는 것이 신이치의 '마음' 인데, 영화에서는 모범생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아이였다보니(...) 신이치가 변해가는 과정이 잘 조명되지 않았던 것 같네요. 

 또한, 애니메이션판에서 히라노 아야가 연기한 오른쪽이는 그야말로 '이건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괴생명체지?' 라는 이질감, 괴물같은 느낌이 발군이었는데, 영화판의 오른쪽이는 너무 사람같다는 것이 달랐습니다. 애니판의 오른쪽이는 지적이고 침착한 원작의 이미지를 잘 살려냈을 뿐만 아니라, 적인지 아군인지 믿을 수 없는 느낌까지 잘 표현을 했었죠. 영화판의 오른쪽이는 굉장히 수다스럽고 마치 사람과 같은 감정을 보여주고 있으며, 자신의 이름이 잘못 불러지자 스스로 정정까지 하는 등, 괴생명체라기보다는 오른손에 동거하는 친구라는 느낌까지 주고 있습니다. 심장 복구에 성공한 뒤 신이치가 눈을 뜨자, '기뻐하는' 감정을 드러내기까지 하구요.


 뭐 여러가지로 만화, 애니와는 다른 영화판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오른쪽이와 신이치의 담담한 대화라든지 종에 대한 의문, 탐구 같은 것은 너무 호흡이 길어서, 원작의 스토리를 그대로 가져오면서 메세지를 제대로 담기에는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대신, 어색하지 않은 CG효과를 충분히 활용하여, 기생수끼리의 전투씬 등은 충분히 박진감 넘치게 재현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볼거리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고요.

 영화 상편에서 원래의 주제를 대신하여 내세운 것은 바로 '어머니', 모성이라는 주제입니다. 가녀리고 약하지만 신이치를 구하기 위해 화상을 입은 어머니는, 영화판에서는 홀몸으로 아들을 키워 온 '강한 어머니'의 모습으로 각색되며, 원작에서는 후반부에 가야 큰 의미가 부여되는 타미야 료코의 '어머니'에 대한 궁금증이 좀 더 비중을 갖고 조명됩니다. 어머니의 죽음이 신이치를 뒤바꾸는 가장 큰 계기로 작용하며, 어머니의 목숨을 빼앗은 A와의 결전에서는 원작에 없었던 영화적인 연출을 통해, 감동과 함께 1부의 마무리를 짓게 됩니다.


 이러한 연출은 분명 원작과는 차이가 있고, 그것을 영화로써 그대로 재현하는데 더 가치를 두신 분들이라면 충분히 불만을 가질 수 있는 각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원래 이 작품 자체가 갖고 있는 메시지를, 원작 스토리를 따라가면서 전달을 하기에는 굉장히 어렵다는 점 - 원체 호흡 자체가 길다는 문제가 있으니 -을 고려하면,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각색이었다고 생각이 되네요. 기생수들의 싸움 등의 장면은 충분히 볼 만 하고, 영화 자체의 메시지 역시 지리멸렬하게 자멸하는 것이 아니므로, '무조건 원작과 똑같아야 해!!' 라고 생각하시지만 않는다면 재미있게 볼 만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by Laphyr | 2015/03/01 18:08 | = 애니메이션잡담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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