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갓차맨 크라우즈 완결감상

 13 - 3분기 애니메이션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본 작품. 용두사미다, 흐지부지다 하는 감상들이 있지만, 뭐 그걸 부정할 생각도 없지만, 어쨌거나 처음부터 갖고 있었던 메시지는 끝까지 관철했으니, 요즘 세상에 이런 애니가 어디있나 싶기도 하면서 칭찬해주고 싶은 기분입니다. 아니 뭐 아쉬움도 크긴 합니다만 솔직히 (.....)


 #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것, 그것은 남의 불행

 캇체의 수수께끼는 어떻게 보면 악인의 못된 마음씨 인 것 같지만, 기본적으로 저 말은 맞는 말입니다. 즐거운 얘기로만 밤을 지새우는 것은 쉽지 않지만, 쓰라리고 불편한 이야기라면 얘기가 달라지죠. 굳이 "불행"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좀 헷갈리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칭찬하는 것보다 까는 데에 더 열심이기 마련입니다. 그게 발전하면 캇체가 원하는 혼돈이 되고, 그는 그걸 부추긴 거죠.

 버버버버버, 버드 고! 의 임팩트가 워낙 커서, 캇체 이 녀석은 그야말로 순수한 악의 근원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최종화까지 보고 나니, 근원이라기보다는 인간에게서 나오는 부정한 감정들이 모여 힘을 얻는 존재라는 해석이 더 맞는 것 같습니다. 남을 흉 보고, 헐뜯고, 불행을 바라는 것은 그에게 힘을 주는 원동력이 되고요.


 # 왜 하지메에게는 캇체가 보이지 않았나?

 가장 큰 수수께끼 중 하나였습니다. 죠와 루이가 캇체에게 얻어 터질 때도, OD와의 최종결전을 치루기 위해 갓챠맨 본부로 향할 때도, 하지메는 캇체를 보지 못합니다. 첫 만남 때는 "이미 캇체가 사라진 뒤" 라는 생각을 했는데, 12화를 보니까 그게 아니었다는 것이 명확해졌네요. 하지메는 캇체를 보질 못합니다. 보려고 해도요.

 캇체라는 캐릭터가 형체를 지닌 외계인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면, 이 부분도 해석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하지메란 아이는 근본적으로 긍정성의 덩어리입니다. 악플이 달리면 핸드폰을 끄고, 다친 사람이 있으면 도와주러 가고, 즐거운 일이 있으면 다 함께 웃는 아이입니다. 그녀가 갓챠맨이든 아니든 그건 상관이 없죠. 부차적인 겁니다.

 그런 하지메에게, 일방적인 부정성의 덩어리인 캇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건 의미있는 표현이 아니었나 싶어요.

 - 캇체의 목소리는 듣고 그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 인지는 할 수 있다 = 악플이 달리는 것을 알 수는 있다.
 - 캇체가 있는 것은 알지만 볼 수 없다 = 눈에 들어오고 의식하지는 않는다 = 악플이 달려도 신경쓰지 않는다.

 이런 느낌이랄까요? 뭐 맞는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스카프 형태로 쪼그라든 캇체랑 얘기하는 걸 보니까, 좀 확신이 서는 것 같아요.
 

 # 갓차맨 = 히어로가 필요없는, 크라우즈 = 군중들의 세상

 얼핏 보면 특촬풍 히어로들의 전투물 같은 느낌도 들지만, 갓챠맨 크라우즈는 그야말로 그간의 히어로물에 대한 안티테제에 가깝습니다. 세상에, 악의 화신에게 우리 편 영웅들이 모조리 당해버리다니요? 근데 싸우지도 않고, 최종보스는 힘을 잃고 쓰려졌다고요? 어떻게? 네 정말 말도 안 되는 마무리죠. 근데 이게 사실이고, 또 이게 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입니다.

 영웅들은 우리들을 항상 지켜줬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란 무엇일까, 그러니까 툭하면 악당들에게 습격받아서 터져나가는 건물 안에 들어있는 사람들은 대체 뭔데? 라는 질문이 이 이야기의 근본이 아닐까 싶습니다.

 악당들이 쳐들어오면 우와아! 하고 놀라는 것만이 일반인들의 역할인가? 그럼 그들에게도 힘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일반인은 히어로가 될 수 없었을까? 하는 질문에, 루이와 크라우즈 게임은 멋지게 반대되는 답변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들도 기회만 주어지면, 언제든지 히어로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대답을요. 예전의 악당들처럼 힘 vs 힘으로 제압할 수 있는 녀석들도 있지만, 캇체처럼 속에서 좀먹는 악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인 군중들이 바뀔 수 밖에 없는 겁니다. 히어로로는 안 되는 겁니다.


 # 작품으로서는 재미가 있나?

 뭐, 결과적으로 덕택에 12화 연출은 시시하고, 결말은 재미가 없다는 게 대세인 것 같습니다. OD가 날개를 펼치든 말든 그건 뭐 크게 중요하지 않은거고, 갓챠맨은 중간에 아예 손을 놔버리죠. 파이맨은 도신진을 하지메라고 부르기로 한 모양이지만, 우츠츠는 어디갔는지 모습도 보이질 않습니다. 이게 갓챠맨이 맞나? 갓챠맨이 주인공이 맞나?

 참 재밌는 결말입니다. 메시지로 봐서는 명확한데, 솔직히 캐릭터 보는 맛으로 감상하는 입장에서는 그다지 유쾌한 결말은 아니에요. 후일담이라도 나와줬음 좋았을텐데, 하지메에 대한 회상편까지 준비했던 걸 봐서는 뭔가 있었던 것 같은데, 아쉬움이 크죠. 결국은 그게 제일 큰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메시지에 충실하다는 변명을 해 줄 순 있는데, 그래서 그게 재밌냐? 라는 질문에는 쉽사리 고개를 끄덕일 수가 없네요. 그걸 재밌게 만들 방법이 있었냐? 라고 한다면, 저였다면 아마 캐릭터 후일담을 다루는 에피소드편을 13화 (번외편)로 만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게 없으니 좀 거칠다는 느낌이 들죠.


 솔직히 이 작품은 캇체 - 하지메 구도에 관심을 갖던 분들이 아니라면 좀 실망을 할 만한 엔딩을 맞이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메시지를 지나치게 단순화 한 결과 다양성을 잃어버렸고, 틀린 말을 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흥미롭지는 않은 뭐 그런 결말이 되어버렸어요. 개인적으로는 위에 이야기한 것처럼 캇체 - 하지메 구도를 키로 생각하고 보고 있었기 때문에 많이 실망하지는 않았지만 (캇체 스카프 데리고 산책 나가는 하지메짱, 결국은 최종승자!), 토로되는 불만들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닙니다.

 캐릭터별 후일담 에피소드만 하나 있었어도!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by Laphyr | 2013/09/30 22:50 | = 애니메이션잡담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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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Gior Chirico at 2013/09/30 23:18
11, 12화를 어째 볼 때마다 취중에 봤더니 군중들이 하나되는 씬이 감동이었던거 말고는 기억이 안 나네요(..)

여튼 말씀하신 대로 메세지 면에서는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하다못해 지난 독백 총집편 A파트만 진행에 써먹었어도 이렇게 아쉬운 마무리가 되진 않았을텐데...OD니 우츠츠니 이래뵈도 제목을 장식하는 갓챠맨들인데 방송분량 좀 주지 ㅠㅠ...
Commented by Laphyr at 2013/09/30 23:23
캇체랑 하지메가 주인공이긴 했는데..
뭐 결국 해결은 군중이 했죠. 말씀하신 장면이 좀 진부하긴 해도 어쨌든 이 작품에서는 진정한 엔딩이 아니었나 마 그렇게 생각이 듭니다.

OD의 전투씬이 아쉬울 따름이에요 ㅜㅜ DVD 나오면 작화도 좀 수정하고 전투씬 좀 보강해 주려나 흑흑.
Commented by 풍신 at 2013/10/01 10:25
테마에 상당히 충실하게 하며, 일부러 절제하다가, 애니로서의 재미랄까 마지막화에 사람들이 기대하는 화려함을 놓아버린 느낌이었습니다. 머리론 납득이 가는 전개에 결말인데, 마음으론 부족하게 느껴진다는게 참...

블루레이에 디렉터즈 컷이랄까 연출을 보강한 최소 5,6분 정도 추가한 버전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Commented by Laphyr at 2013/10/01 21:03
마지막에 폭발시켜 줬으면 정말 바랄 게 없었는데 말이죠..
중간까지 마음에 들었던 만큼 마지막이 아쉬웠습니다.

BD판이 나올 때 반응들을 주목해 봐야겠어요. OD의 전투장면 같은 건 아무리 봐도 일부러 자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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