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람하는 어설픈 츤데레 히로인, 무엇이 문제인가?


 2000년대 중반 이후, 게임, 라이트노벨, 애니메이션을 가리지 않고 새로운 캐릭터 유형의 폭풍이 몰아쳤다. 별로 관심이 없거나 싫어하는 것처럼 틱틱거리다가, 이내 못 이기는 척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 '츤데레 캐릭터' 는, 한바탕 떠들썩한 열풍을 일으킨 뒤에도 사라지지 않고, 지금도 가장 친숙하게 찾아볼 수 있는 캐릭터 유형으로 자리를 잡았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츤데레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다가 하루 아침에 생겨난 것은 아니다. 용어 자체의 기원이야 일본이겠지만, 이와 같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소녀'의 유형은 예로부터 다양한 컨텐츠에서 찾아볼 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현실 상황이다. 바로, 어딜 보나 츤데레 히로인들이 넘쳐 나고 있다는 것이다.


1. 정의

 "거의 일상 언어 수준이 된 지금은 츤데레라고 하면 보통 '평소에는 츤츤(쌀쌀맞게 구는 식의 행동)거리며 매정하게 대하지만 일정한 조건하에서는 데레데레(쑥스러워하는 태도 등)거리며 달라붙게 되는 행동을 하는 인물' 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츤데레는 '연애 관계' 에서 좋아하는 걸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는것이지 공과 사를 분명히 분별해 말하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 엔하위키 '츤데레' 항목에서 발췌


 기본적으로 정리하고 넘어가자. 위에서 설명하고 있는 것과 같이, 츤데레는 연애관계 하에서 좋아하는 것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나머지, 평소에는 틱틱거리면서 마음을 숨기지만, 일정한 조건 하에서는 마음을 열고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정리를 할 수 있다. 농담으로 최강의 츤데레는 베지터라느니 고길동이라느니 하는 이야기들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츤데레는 연애관계에 관련된 심리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여기서 포인트로 꼽고 싶은 것은 바로 '연애관계' 라는 키워드이다. 연애 요소를 빼 놓기 힘든 서브 컬쳐 작품에서 어떻게 보면 이 키워드는 당연히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가 있다. 

 연애관계란 무엇인가.
 남자가 싫다는 여자를 졸졸 쫓아다니는 것을 연애관계라고 부를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여자아이가 별 생각도 없는 남자아이를 짝사랑하는 것을 연애관계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것이 바로 맹점이다. 
 


2. 긍정적인 츤데레의 사례

 초기 츤데레 붐을 일으킨 캐릭터들은, 위에서 설명한 매우 정석적인 과정을 잘 지키고 있다. 아니, 어떻게 보면 바로 그녀들로부터 츤데레의 정석이 태어난 것과 마찬가지다. 과연 그녀들의 츤데레는 작품 내에서 어떻게 그려지고 있었을까.

 위 세 캐릭터들을 정석적이자 긍정적인 츤데레의 전형으로 꼽고 싶다. 배경과 전개는 조금씩 다를지언정, 위 세 작품의 히로인들은 처음에는 주인공에게 큰 감정을 품고 있지 않지만, 점점 그녀들의 영역에 들어오고자 노력하는 주인공의 노력에 마음을 열게 되고, 그러한 모습을 감추고 싶어 솔직하지 못한 츤데레 폭언, 폭력을 일삼게 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세 작품의 주인공들도 마찬가지. 처음부터 히로인을 열렬히 사랑하지는 않지만, 그녀들의 고민이나 문제를 알게 된 후에는 그것을 해결하고자 노력하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호감을 갖게 되는 공통점을 갖는다.

 결과적으로 위 세 작품에서, 주인공과 히로인은 서로를 연애의 대상으로 의식하고 호감을 갖는, 명백한 연애관계에 있다는 것. 따라서, 그녀들의 츤데레 행동은 다음과 같은 도식에 따라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독자나 시청자, 플레이어는 기본적으로 주인공의 감정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인공의 감정이 고조되고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연애관계의 카타르시스를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이는 곧 히로인의 매력이 UP 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 즉, 주인공이 히로인에게 연애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을 한다는 가설이다.



3. 부정적인 츤데레의 사례

 그렇다면 이와 같은 고민을 하게 만든, '어설픈 츤데레 히로인' 들은 어떤 모습을 보여주었을까.

 재미있게도, 고민하여 선정하는 과정에서 선택한 세 작품은 모두 상업적으로는 충분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들이다. 물론 위 작품들이 위의 세 소녀 때문에 잘 팔린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거나 성공적인 성과를 낸 작품 내에서는 츤데레 캐릭터가 빼놓지 않고 등장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각설하고, 위의 세 소녀들의 포지션을 정리해보자. 처음에는 주인공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갖고 심하게 대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이 오해였음을 깨닫고, 점점 주인공의 매력에 반해가는 변화를 보여주는 소녀들이다. 또한, 그런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싶어서 강한 체 하거나, 오기를 부리고, 주인공에게는 폭언, 폭력을 휘두르기도 한다.

 어라? 위의 긍정적인 사례와 별 차이가 없는데? 라고 생각되시는 분은, 다시 한 번 잘 읽어보시도록. 

 차이를 눈치채셨는지? 

 그렇다. 긍정적인 사례에서는 '히로인들의 문제를 알고, 그것을 해결하고자 그녀들의 영역에 들어가는 주인공' 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있지만, 위 사례들에서는 그런 과정을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즉, 쉽게 말하면, 히로인들은 주인공에게 반해 있지만, 주인공은 그녀들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연애감정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녀들의 츤데레 행동은 아래와 같은 도식으로 귀결되고 만다.

 굉장히 슬픈 이야기다. 그녀들이 아무리 주인공을 좋아하는데 그것을 표현하지 못해 츤데레 행동을 하더라도, 주인공이 이해를 못 하면 그냥 "쟤 왜 저럼?" 에서 끝나는 것이며, 데레를 보여준다 한들 갭 모에로 다가올리가 없다. 컨텐츠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이처럼 미적지근한 관계는 애매하게 받아들여질 뿐, 결과적으로 이들은 '츤데레 캐릭터'가 아니라 '그냥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는 히로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4. 결론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1) 츤데레의 본질이란 연애감정 하에서 상대방을 좋아하나 솔직해지지 못하는 여자아이의 태도를 말함
 2) 주인공도 히로인에게 연애감정을 갖고 있는 경우, 그녀의 츤과 데레는 갭 모에로서의 긍정적 효과를 발휘
 3) 주인공이 히로인에게 별 감정이 없는 경우, 그녀의 츤은 의미가 없으며 데레는 그냥 일반적인 매력의 어필에 불과


 결과적으로, 수많은 서브 컬쳐 컨텐츠에 범람하는 '어설픈 츤데레 히로인' 들의 문제점은, "츤데레" 라는 매력적인 유형의 본질의 매력을 제대로 발휘를 하지 못하는 환경에 놓여 있다고 정리할 수 있다. 이들은 "츤데레" 를 통해 제대로 된 갭 모에를 발휘하지도 못하면서, '츤'을 부정적 (혹은 마니아틱한, 전형적이기 때문에 지루해지는) 요소로 사용하고 있기에, 본래 그녀들이 지닌 본연의 매력조차 제대로 발휘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PS) 물론, 꼭 남자 주인공이 히로인을 좋아해야만 성공적인 츤데레가 되는 건 아니다.

 
 그 훌륭한 반례가 바로 "츤데레포" 미사카 미코토이다. 카미조가 미사카를 좋아하나? 아닌 것 같은데. 근데 왜 그녀는 이렇게 인기가 좋고, 또 매력적인가?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그녀가 '어설프지 않은' 츤데레 히로인이기 때문이다. 미코토의 경우, 연애방면으로 보여주지 못하는 자신의 매력을, 본편 자체나 외전에서의 활약을 통해 훌륭히 발산하고 있다. 그녀는 카미조에게만 솔직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쿠로코나 친구들에게도 솔직하지 못하고, 심지어 시청자에게도 솔직하지 못하다. 그럼에도 그녀는 독자가 바라는 방면에서, 그녀다운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제공받았다. 아이들을 구하고 칭찬을 받아도 얼굴을 붉히며 목소리를 높이는 그녀의 모습은, 카미조에게 직격할 수는 없어도 독자와 시청자의 하트는 지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by Laphyr | 2013/02/17 00:27 | = 라이트노벨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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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네리아리 at 2013/02/17 00:49
IS는.....ㅋㅋㅋㅋㅋ 진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ㅋㅋㅋㅋㅋ
Commented by Laphyr at 2013/02/17 00:50
IS의 세실리아는 가장 부정적인 사례죠 (...)
Commented by rumic71 at 2013/02/17 15:24
어차피 지금은 츤데레만 뜨는 게 아니라 다양한 데레를 모아 하렘을 구축하는 게 대세죠.
Commented by Laphyr at 2013/02/17 20:24
그렇긴 합니다 종합 선물세트처럼..
근데 다른 유형은 몰라도 츤데레는 선물 세트의 하나가 되어버리면 제대로 매력이 표현되질 않는 것 같아요.
Commented by Gior Chirico at 2013/02/17 21:00
죄송합니다 도식 보고 좀 뿜었어요(...)
'히로인 츤츤' → '주인공 실망'이 너무 귀엽네요 ㅋㅋ;;

확실히 미사카는 츤데레니 뭐니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정말 '너무 멋있다'는 소리가 절로 나올만큼 매력이 한가득 발산됐었죠. 정말 감동일 지경이었는데..
Commented by Laphyr at 2013/02/17 21:13
줄여서 만들다보니 ㅜㅡ
실망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참 귀엽지요?! (.....)

미사카가 금서목록에만 나오는 히로인이었다면 모르겠지만, 초전자포를 통해서 보여준 모습들은 히로인이 아니라 그냥 소년만화의 주인공 같은 느낌이었죠. 정의로운 마음, 굽히지 않는 의지만 놓고 본다면 그녀를 앞설 주인공들이 많지 않은 듯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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