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정령사의 검무 3 : 잘 팔리는 작품은 이유가 있다

 작가 : 시미즈 유우
 일러스트 : 사쿠라 한펜
 레이블 : MF문고J, J노블

 시미즈 유우는 MF문고J에서 <드루이드가 떴다>, <백은의 성희> 등의 작품으로 나름대로의 개성을 드러냈으나 크게 성공하지 못하고, 미디어팩토리식 조교(?)를 받은 본 작품에 와서야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최신간인 8권의 첫 1주 판매량이 오리콘 기준 3만부를 넘겼으니,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의 이번 작품은 어떤 것이 달라진 것일까. 이전의 작품들에서는 보여주지 못했던, 대체 어떤 것을 터득한 것일까.


 - 집필 능력

 솔직히 집필 능력이 갑자기 좋아졌다고는 보기 힘들다. <정령사의 검무> 자체가 뛰어난 실력을 요구하는 작풍이 아니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그러한 러브 코미디 계통의 필력이 A급을 올라선 것도 아니다. 이건 <나는 친구가 적다 유니버스>에 실린 시미즈 유우의 단편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이웃사촌부 멤버들의 특성을 잡아 그려내는 것은 성공했을지언정, 그들의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상황 자체를 재현하는 데는 원작과 많은 차이가 있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이것이 정답이다.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잘 못했는지.


 - 가장 잘 하는 것은 무엇인가?

 본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히로인들을 굉장히 귀엽게 그려낸다는 부분이다. 히로인의 속성 자체는 사실 특출날 것이 없다. 전형적인 츤데레인 불고양이 클레어 루주, 쌔고 쌘 아가씨 캐릭터 린슬렛, 히카사 요코의 목소리가 자동으로 떠오르는 쿨데레 앨리스, 에로 요소 담당 피아나 왕녀 등, <정령사의 검무>에 등장하는 아가씨는 하나같이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아이들 뿐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전형적인 히로인 캐릭터들은 정말 많은 러브코미디 라노베에 등장하고, 또 묻혀간다. 아마 1개월에 묻혀가는 아가씨 히로인, 츤데레 히로인 숫자만 집계한다고 해도 1년이면 손가락 세 개를 헤아려야 할 것. 이유는 매우 당연한데, 개인적으로는 "전형적인 히로인을 전형적으로밖에 그리지 못했기 때문" 이라고 정리하고 싶다. 

 뻔한 히로인들, 잘 나가는 속성의 히로인들을 가져와 자신의 작품에 등장시키는 것은 굉장히 훌륭한 2등 전략이다. 그렇지만 2등 전략을 쓰는 경쟁자들이 엄청 많은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차별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말이 쉽지, 그 차별성이라는 것이 또 시장에서 독자에게 먹힐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건 굉장히 어려운 문제일 수밖에 없다. 


 그렇긴 하지만, 라노베를 좋아하는 우리 덕 독자들은 대체로 답을 알고 있지 않은가. 라노베를 왜 보는가? 좋은 스토리를 보려고? 뛰어난 설정을 즐기려고? 치밀한 두뇌싸움을 기대하고? 우리 솔직해지자. 작금의 라노베는, 귀여운 히로인의 등장이 가장 큰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지 않은가.


 - 후아앗, 후에엑..!!

 그렇다면 결국 가장 쉬운 정답은? "전형적인 히로인을 더 귀엽게 그리면 된다" 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시장이, 대중이 바라는 가장 단순한 차별성이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라노베보다 더 귀여운 여자아이들이 나온다면, 충분히 그 작품에 손을 대고 싶은 기인이 된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 점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솔직히, 작가의 전작들에서는 히로인들이 굉장히 별 볼 일 없었다. 좋게 말해 치유계인 <드루이드가 떴다>는 심심하기 짝이 없었고, 칭찬하는 말로 '양작'인 <백은의 성희>는 충분히 흥미로운 설정임에도 히로인이 부각되지 않았다. 자신의 작품에서 어떤 부분이 문제였는지를 파악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방안을 찾으며, 또 시장에 통할 법한 해결 방안으로 결과를 도출해 낸 것이다.

 <정령사의 검무>의 여자아이들은 정말 매우 사랑스럽다. 주인공인 카미토가 옷차림을 칭찬한다거나, 음식을 칭찬하거나, 심지어 똑바로 바라보기만 해도 화악- 하고 얼굴이 붉어지는 것이다. 또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질 못하다 보니, 손발을 옴질옴질 거리면서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른 여자아이와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불같이 화를 내며 때리고 난리를 치다가도, 자신이 갖고 싶어하던 팬던트를 생일선물로 주는 모습에 눈 녹듯 분노는 사라지고 발개진 얼굴로 솔직하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등 순진한 모습도 일품이다. 

 주인공 카미토의 태도 역시 같은 맥락. 그는 여자아이들을 칭찬할 때 부끄러워하며 돌려서 말하거나 하지 않고, "다람쥐나 작은 동물같이 귀엽다고 생각해서." 와 같이 닭살 돋을 듣한 직접적인 말투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는 약간 세련되지 못한 방법일 수도 있으나 히로인이 작은 동물같이 귀엽다는 사실을 독자에게 어필한다는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굉장히 큰 효과를 갖고 있다는 것도 부정할 수가 없다. 

 후아앗, 후에엑과 같은 갖가지 비명소리가 텍스트를 통해서 그대로 전달이 되고, 다소 유치하다 싶을 정도의 부끄러운 대사들이 오가기도 하는데, 결국 이는 히로인들을 귀엽게 그려내기 위한 방편인 것이다.


 
 이처럼 <정령사의 검무>와 같이, 얼핏 굉장히 허접한 필력과 유치한 상황설정을 가진 작품들이 성공하는 이유는 분명 그 작품만의 차별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긋한 연령대의 자칭 "인터넷 라이트노벨 리뷰어"들은 종종 이러한 계열의 작품의 흥행을 이해할 수 없다며 초중딩의 코 묻은 용돈의 힘이 대단하다는 식의 평가를 내리곤 하는데.. 일본 현지의 수만 독자들이 모두 코 묻은 용돈 유저라고 단정짓기에도 힘들고, 비슷한 이유로 히트하는 작품들이 점점 늘어나는 만큼, 사실로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하지 않나 싶다. 

  

by Laphyr | 2012/11/11 23:31 | = 라이트노벨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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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tandaloner at 2012/11/12 05:10
본작은 읽지 않았지만 나친적 유니버스에서 여타 라이벌 청춘물 작가들을 제치고 가장 재밌게 읽은 에피소드가 이 작가 파트였어요. 남의 작품이긴 하지만 캐릭터의 특징을 잘 보고 살려내서 인상에 남은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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