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늑대아이를 감상했습니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신작 <늑대아이>를 보고 왔습니다. 전작인 시달소, 썸머워즈에 비해 이번에는 사전 정보를 전혀 알아보지 않고 가서 감상을 했는데, 오히려 그것이 정답이었던 것 같네요.

 "내가 사랑한 사람은 늑대였습니다." 

 라는 타이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작품은 조금은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늑대인간의 후예와 사랑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는, 비현실적인 상상이 포함되어 있지요. 그렇지만, 동시에 지극히 평범하고 익숙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하나와 늑대인간(이름이 안 나옴)의 사랑 이야기가 아닌, 그 이후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전작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이번 작품의 주인공인 하나는 굉장히 강한 여자아이, 아니 어머니의 모습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두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경제적, 육체적으로 너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았으며, 두 아이들을 누구보다 끔찍이 사랑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항상 웃는다"는 아버지의 말을 마음에 담아두면서, 이것이 단지 "웃는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희망을 잃지 않는" 자세로 바꾸어 나가는 하나는 정말 강한 아이였네요.

 상반된 성격의 두 아이, 유키와 아메의 성장기도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첨에는 땡깡을 피워대는 말괄량이 소녀였던 유키가 겪는 갈등, 수줍음이 많고 소심한 성격이었던 아메의 고민은 비단 '늑대와 인간의 길' 이라는 택일이라기보다는, 모든 아이들이 겪는 미래, 꿈 등에 대한 갈등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다소 무거워질 수 있는 이야기에 훌륭한 양념이 되는 것은 바로 요 두 꼬맹이 말썽꾸러기 들이었지요. 특히 유키.. 어린 유키는 기운이 넘치는 강아지 같은 느낌으로, 활발하게 뛰어다니고 장난치고, 그러면서도 든든하게 엄마를 계속 도와주는 귀여운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인간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굳히고, 그것이 들통날 뻔 한 위험도 있었지만, 결국엔 무사히 자신의 장래를 선택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한 모습을 보고 마음이 뿌듯해 지더군요. 반면 아메 같은 경우에는 심경의 변화가 어떠한 계기로 일어났는지 잘 이해가 되지 못해, 엄마 속을 썩이는 모습이 밉상으로 느껴지기도 (...


 개인적으로 가장 멋진 장면은 유키와 소헤이의 교실에서의 대화 장면이었습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창문을 열고, 바람에 휘날리는 커튼의 움직임에 따라 인간이 되었다가, 늑대가 되었다가, 소헤이의 대답과 함께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비춰지는 유키의 모습, 이것이 그녀의 갈등과 고민, 선택을 10초에 함축하여 보여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물이 아냐, 빗물이야...! 하며 강한 척 하는 귀여운 모습은 덤이었고요.


 영화를 보신 분들은 어딘지 아시겠죠. 더 이상 하나는 저 앞에서 '그'와 만날 수 없게 되었지만, '그'는 하나를 너무나 자랑스럽게 생각해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 라는 오래된 격언을, 이 영화를 보면 다시 한 번 새삼 되새겨보게 됩니다.

 아름다운 자연과 음악, 영상미까지 갖춘, 아름다운 치유계 작품이었습니다.

(아래는 크레멘테님 감상을 트랙백.)
늑대아이 보고 왔습니다.

by Laphyr | 2012/09/15 17:42 | = 애니메이션잡담 | 트랙백(1)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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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영화중독자 칼슈레이 :.. at 2012/09/23 21:49

제목 : 늑대아이 - "어머니" 그리고 "야성의 부름"
[늑대아이, おおかみこどもの雨と雪, Wolf Children, 2012][&lt;늑대아이&gt;의 포스터]おとぎ話みたいだって、笑われるかもしれません。そんな不思議なことあるわけないって。でもこれは確かに私の母の物語です동화같다고 웃으실지도 모릅니다. 그런 이상한 일이 있을리 없다고 말이죠. 하지만 이건 분명히 제 어머니의 이야기입니다. -&lt;늑대아이&gt;의 도입부 中-&lt;늑대아이&gt;를 보고 집으로 돌아와서 부모님과 함께 옛 ......more

Commented by 츤키 at 2012/09/15 17:52
...이거 전국에서 두 곳 밖에 개봉 안했나요?///
Commented by Laphyr at 2012/09/15 23:58
아뇨! 꽤 많은 곳에서 많이 개봉했습니다. 씨지브이, 롯데시네마 등 큰 극장 체인들에서도 많아요~
Commented by 크레멘테 at 2012/09/15 17:57
아메는 정말... 어린 시절 사냥하면서 물에 빠지는 장면 이후로 야성에 눈을 떴다는 말 밖에는(...)
중간에 하나가 그 자연봉사원인가? 하는 일을 하면서 종종 산에 같이 갔던 것도 계기가 됐던 것 같구요.

동물원산(?) 늙은 늑대를 만났을 때 무슨 일이 있었을지도 모르고...

Commented by Laphyr at 2012/09/15 23:59
아 그러고보니 그 늑대를 본 것도 있었네요. 유키의 이야기에 비하면, 오히려 이쪽이 더 중요한 이야기일 수 있는데도 상징성이 너무 강해서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 같기도..!!
음 아무래도 한번 더 봐야 될듯.
Commented by 제목없음 at 2012/10/29 22:14
상당히 뒷북으로 이달 초에 조조로 제가 살던 동네에 있던 프리머스에 혼자 가서 봤습니다만
아, 정말 사람 적더군요...덕분에 눈물 까진 아니라도 눈가가 촉촉한걸 초딩들에게 쪽팔리지 않...은건 있었습니다만, 블로거로 추정되는 젊은 남성 관객 한분과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자 세분, 그리고 친구들과 모친 동반으로 온 초딩들 대 여섯 빼면 아무도 없었습니다-_-;
(시간이 시간이라 나초나 핫도그 먹으며 보기도 뭣해서 그냥 봤는데 결국 도중에 화장실ㅠㅠ가느라 몇분 놓쳤네요. 아마 유키와 아메가 소학교 들어가고 나서였던거 같습니다)

일단 많은 분들이 리뷰를 했으므로 내용상의 자세한 반응은 생략(<)...
영상미 하나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이건 정말 강조할 필요가 있었음. 살아 생전이나 후에나 계속되는 하나X그이 부부의 대화도 좋았고, 어릴적 유키의 활발한 모습은 정말 말썽쟁이 같이 느낌을 잘 살렸습니다.
최고의 장면으로 뽑자면 광고에도 나온 하나, 유키, 아메 모자녀 셋이서 눈썰매 타던 장면. 정말 제 표현이 모자라 이걸 더 칭송할수가 없습니다...정말 최고의 명장면

감성적으로 보자면, 일본 애니메이션이라기 보다는 한 편의 일본 영화를 본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주제나 연출로 보건데 아이들끼리만 봐선 크게 와닿지 않는게 많았고, 호소다 마모루 감독 본인이 애초에 아이들과 함께 어른들이 봐주길 바란거 같았습니다. 아마 10년후에 어린 관객들이 다시 보면 또 다른 느낌으로 와닿지 않을까...)
국내 작품에선 이에 비할게 마땅찮은데, 굳이 따지자면 마리 이야기 같은 수준이라 사실상 부모님 세대쯤 되어야 어느 정도 와닿는 작품인데, 국내에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 전작들 때문에 좀 엇나간거 같네요...
Commented by Laphyr at 2012/10/30 18:01
눈썰매 장면의 영상미는 정말 대단했죠. 카메라 워크라든지, 음악도 그렇고, 정말 걔네들이 아니라 나도 달려가고 있다는 느낌이 물씬 풍겨오는 멋진 장면이었습니다. 음악.. 지금 생각해보면 음악도 정말 큰 역할을 한 듯 싶어요.

말씀을 듣고보니.. 작품 자체는 애니메이션이지만, 일본 영화의 감성에 가까웠던 것 같기도 하네요. 영화는 아니지만 유명한 드라마 시리즈인 <북쪽 나라에서>를 좋아하는데, 가족의 성장, 반항, 독립, 뭐 그런 주제들이.. 생각해보니 유사한 면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20대 후반 정도의 덕들이라면야 이해가 가겠습니다만.. 그런 부모 - 자식의 감성을 다룬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한 덕들은 불만이 많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
Commented at 2012/10/29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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