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창해걸즈! - 귀여움은 성별을 초월한다

작가 : 시라토리 시로
일러스트 : 야스유키
레이블 : GA문고, L노벨


 최근 농림으로 인기 작가의 반열에 이름을 올린 시라토리 시로 선생님의 두 번째 작품. 첫 번째 작품인 <라디컬 엘레멘츠>가 괴작이었던 것에 비해, <창해걸즈!>는 상당히 대중적인 모습이며 농림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개그들의 원형도 살짝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표지는 아름다운 두 소녀가 장식하고 있지만, 무엇을 숨기랴, 두 명 중 한 명이자 주인공인 슈펜은 무려 남자아이. 이 작품의 발매가 2009년 여름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는 시대의 흐름을 앞서 갔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작중에 등장하는 금발의 미녀 로빈의 말을 빌리자면, 이 작품의 매력은 다음의 한 마디로 대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일에서 내가 얻은 교훈은 ─ 귀여움은 성별을 초월한다, 라는 거야.」 - p.224

 
 1. 귀여운 캐릭터

 이 작품은 여성들만 입대를 하는 나라, 아라미르 왕국 소속의 군함인 비셔스 호스를 무대로 한다. 주인공인 슈펜은 남자이지만 아라미르 군함은 금남의 영역이므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하여 여장을 한다는 설정. 즉, 자연스럽게 밀폐된 대중적인 하렘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슈펜이 다른 미소녀들을 능가하는 미모를 갖고 있다는 특징을 빼놓고는. 

 슈펜의 편의를 봐 주는 함장 세네카를 비롯하여, 메인 히로인 격인 슈펜네 반의 반장 팜, 명랑한 바이섹슈얼 로빈, 과묵한 꼬마 앙가씨 라야, 상냥한 누님 엘렌, 까칠한 츤데레(?) 아릴까지, 작품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소녀들은 모두 저마다의 개성을 갖고 있어 충분한 재미를 느끼게 해 주고 있다.

 물론 이 작품의 캐릭터가 특출나게 뛰어나지는 않다. 대부분 다른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스테레오 타입의 히로인들이기 때문. 그러나 소녀들의 귀여움이 색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이 작품이 결코 '하렘' 으로만 이루어지는 내용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창해" 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소녀들은 단순한 여자아이가 아니라 해군이다. 슈펜을 귀여워하고, 또 아껴주거나 질투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그녀들은 자신들을 위해 싸울 줄 아는 각오를 갖고 있는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그러한 갭은 단순히 위에서 이야기 한 캐릭터 설정만으로 작품을 구성하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어 주어, 약간의 긴장과 함께 소녀들의 매력을 보다 강렬하게 느낄 수 있는 장점으로 다가온다.


 2. 에로와 개그

 시라토리 시로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에로와 개그(...가 되어 버렸다). 작가 본인도 "나는 에로나 개그를 넣지 않으면 글을 쓸 수가 없습니다만 (in 라이트노벨 페스티벌)" 이라고 밝힐 정도로, 에로와 개그는 필수적인 양념이다. 농림에서는 애초부터 변태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이를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다면, 본 작품에서는 다소 소극적인(?) 사용법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금남의 영역에 홀로 침투한 남자 주인공이라는 것은 에로게에서 자주 쓰일 법한 설정이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여자라는 설정은 그만큼 성적 판타지에 불을 붙이게 되는데, 문제는 주인공 슈펜이 여자보다 더 귀여운, '어린' 아이라는 부분. 덕택에 함 내의 절대 권력자인 세네카로부터는 성적인 추행을 당하기도 하는데, 이 장면들은 충분히 '오싹오싹'할 만큼 에로틱하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슈펜은 고X가 아니다. 여장남자이긴 하지만 그는 조국을 위해 불타는 마음을 갖고 있는, 매우 멋진 남자아이다(마음만). 그런 그의 멋진 모습에 팜과의 플래그가 서기도 하고, 상상할 수 없었던 인물까지 함락(!)시켜 버리는 등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으므로, '여자아이만 있어서 연애 요소가 부족할' 걱정은 없다.

 또한 기본적으로는 에로를 기반으로 하지만, 작품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수준의 깨알같은 개그들은 작중에 산재하여 쉽게 읽을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냉정하게 말해, 에로가 재미있다! 개그가 최고다! ─ 라는 <농림>에서나 붙일 수 있는 수식어를 사용하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일본 내의 독자들의 반응, 판매고를 봐도 자명한 사실. 그렇지만, <농림>에서 웃고 즐긴 작가의 센스로 정통적인 하렘물을 보고 싶다면, 결코 실망하지 않을 수준은 된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3. 함대물

 개인적으로 작가를 칭찬하고 싶은 것 중에 하나는, 작품 하나를 구상함에 있어서도 정말로 열심이었다는 느낌이 작품 내에서 드러난다는 부분이다. 이미 <농림>을 쓰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조사를 했는지는 몇몇 에피소드를 통하여 밝혀진 바 있으나, 이 <창해걸즈> 또한 그에 뒤지지 않는 전문성을 자랑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할 수 있는, 함대물이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무대가 되는 비셔스 호스는 기본적으로 범선이자 군함이다. 이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배의 구조는 물론이고, 어디서 무얼 건드리면 어떤 상황이 되는지, 또 여기서 이걸 만진다는 것이 무얼 의미하는 것인지 ─ 등의 조사가 필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배를 무대로만 사용하고 다른 요소를 전혀 차용하지 않을 수 있으나, 시라토리 선생님의 작품에서는 그러한 모습은 잘 찾아볼 수가 없다.

 결과적으로, 작품 후반부에 등장하는 배 vs 배의 추격전과 함대전은 정말 긴박하고, 또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라이트노벨에 있어서 '전투'는 특히, 과정의 설득력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명확한 부분이다. 아무리 뛰어난 책사 캐릭터를 만들어도 전략전술이 형편없는 것으로 느껴지면 사실성이 떨어지고, 강력한 캐릭터를 등장시켜도 전투 장면이 납득되지 않으면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창해걸즈>에서는, 작가의 조사 덕택에, 이 부분이 거의 완벽에 가깝다. 개인적으로 배나 함대전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 이게 맞는건지 틀린건지는 알지 못하지만, 사실 그런 건 별로 관계가 없다. '잘 모르는 독자'가 봤을 때, '얼마나 납득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위에서 잠시 이야기 한 것처럼, 이와 같은 전투의 사실성은 소녀들의 매력을 돋보이게 만드는 또 하나의 장치가 된다. 파편이 박혀 피를 흘리고, 손가락이 날아가고, 바다에 빠져 목숨을 잃는 전장 속에서도 마음을 뭉쳐 헤쳐 나가려는 모습은, 어지간히 일반적인 에피소드를 통한 캐릭터의 어필보다 충분한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다.



  어쨌든 이 작품은 단순히 '여장남자가 등장하는 하렘물'은 아니다. 에로와 개그를 즐기며 가볍게 손에 쥘 수는 있으나, 읽고 나서 뭘 읽었는지,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 유형은 아니라는 것. 물론 이 부분이 장점인지, 단점인지는 독자의 판단에 달려있겠지만 말이다.


 Ps. 번역 과정에서 역자의 고생이 대단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역자 후기에 어디서 고생했고 저기가 힘들었고 하는 이야기들이 눈물겹게 소개되어 있더군요. 캐릭터의 개성을 전달해야 하면서, 배와 관련된 전문용어까지 완벽히 소화해야 했을 역자분의 노고를 치하합니다.

by Laphyr | 2012/08/15 14:35 | = 라이트노벨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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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tandaloner at 2012/08/15 14:53
무엇하나 취향에서 벗어나는 요소가 없는지라 엄청 기대되네요! 안심했습니다. 택배빨리와라!
Commented by Laphyr at 2012/08/15 14:57
하지만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각 요소요소들이 최상급! 이라고 치켜 올리기에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ㅎㅎ;;
요즘 워낙 애매한 작품들이 많이 정발되다보니, 이렇게 중상급 평타를 쳐 주는 타이틀도 굉장히 반가운 현실이죠.. ㅜ
Commented by Gior Chirico at 2012/08/15 20:00
아니 라이트노벨로도 이렇게 좋은 작품이 있을 줄이야...
하지만 이런 요소를 야겜으로만 즐겼더니 읽었다간 욕구불만 날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Laphyr at 2012/08/16 02:20
일단 남자애 자체가 워낙 '아이' 상태라서 초반엔 그렇게까지 욕구불만 느낌은 없었지만..
말씀하신대로 이야기가 진행되다보면 ㅋㅋ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농후한 건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라노베니까..!!
Commented by 무뢰한 at 2012/08/15 20:52
백합인가요? 백합인가요??;
Commented by Laphyr at 2012/08/16 02:19
제대로 된 남자아이가 등장하기 때문에 백합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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