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나는 친구가 적다 7권 - 진 히로인 괴롭히기


작가 : 히라사카 요미
일러스트 : 브리키
레이블 : MF문고J, 익스트림노벨

 작년 말 폭발적인 인기를 등에 업고 애니메이션까지 방영을 한 <나는 친구가 적다>의 최신간. 애니메이션은 여러모로 마음에 드는 점과 아쉬운 점이 공존하는 물건이었기에, 방영 시작에 맞춰 출간된 7권을 읽고 싶었던 것이 사실이다. 애니판의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은 역시, 이 독특한 작품을 마치 평범한 러브 코미디인 것처럼 만들어 놨다는 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그런 아쉬운
엔딩을 접했을 즈음에 출간된 최신간을 보면, "걱정 말라!"는 메시지가 들어있는 것 같다. 


 - 요조라의 추락

 가장 눈여겨 볼 부분은, 이웃사촌부의 부장이자 여태까지 '스스로 허둥대는' 모습 외에는 보여주지 않았던 요조라의 포지션이 땅바닥으로 추락했다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의 요조라는 굉장히 빈틈이 없는 캐릭터였다. 명목상의 부장이며, 일단은 가장 큰 권력을 갖고 있으며, 코다카와의 관계에서도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

 이는 코다카, 요조라와의 만남을 통해 재색겸비의 천재 이미지가 벗겨진 세나와는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금발벽안의 아가씨 캐릭터인 것처럼 보였던 세나는 작품 초반부터 온갖 에피소드를 통하여 가면이 벗겨졌고, 독자들에게는 그 사이로 그녀의 빈틈을 마음껏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요조라와의 서투른 우정을 통해 드러나는 솔직한 모습이나, 코다카와의 어설픈 교제(?)에서 나타났던 여자아이다운 모습 등은, 그녀가 갖고 있는 히로인적인 매력을 어필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거기에 작년 말 애니메이션 방영으로, 그녀의 가장 큰 매력이었던 비주얼이 빛나면서 화룡점정을 이룬 셈)


 다시 말하면, 여태까지 요조라는 히로인다운 매력을 제대로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셈이다. 코다카와는 가장 먼저 만났으며 소꿉친구 속성까지 가진 쿨 뷰티이면서, 정작 그녀는 일부러 귀여운 옷을 입지 않거나, 활동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는 등의 구제불능의 모습들만 보여줬다.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그런 그녀의 수줍어하는 모습들도 충분히 사랑스럽게 느껴졌지만, 이건 사실 어느 정도 취향에 직격 + 눈에 콩깍지 옵션이 없으면 객관적인 매력이라고 말하긴 힘들다(네 요졸파였스빈다..).

 그런데 이번 권에서는,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을 통해 그런 모습들이 무너졌다. 잘못을 저질러놓고 질타를 피해 순식간에 화장실로 도망가려 한 모습이나, 리얼충 학생회장의 뒤에서 '쳇'거리며 부러워하는 모습 등은,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아도 충분히 망가진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망가진다는 것은 친숙함을 의미한다. 마치 나친적 애니메이션에서 고기의 뱃살이 뿔뚝 나오는 모습이 공개되었을 때처럼, 완벽하지 않은 히로인의 모습은 또 다른 매력 포인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요조라의 직접적인 심경의 변화가 이제서야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여태까지는 '소꿉친구'라고 하는 비장의 무기를 남겨두었으나, 그것을 드러낸 후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 라이벌들(?)의 모습에 조바심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잘 꺼내지 않던 '10년 전'의 일을 계속 언급하는 모습이나 코다카와 단 둘이 영화를 보도록 조작한 행동력 - 핵심은 오타 투성이 문자 -, 세시봉한 영화를 고른 일 등은, 소라가 조금씩 과거의 추억에서 벗어나 타카와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려는 여자아이다운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카즈키 요조라, 그녀가 드디어 정식 히로인으로 추가된 것이다.


 - 세나의 활약

 7권의 표지를 장식한 세나의 활약 역시 대단했다. 새롭게 등장한 공기 캐릭터에 얽힌 에피소드는, 결과적으로 세나가 적어도 '연애감정'에서만큼은 정상인의 감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더욱 부각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2등이 누군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으며, 자신만 잘 하면 된다는 이 천재 미소녀도 결국은 여자아이였다는 것이다.

 요조라가 땅을 파는 만큼 세나는 나아간다. 요조라가 과거를 추억하는 만큼 세나는 앞으로의 계획을 세운다. 어쨌거나 세나는 이웃사촌부 멤버 안에서는 코다카와 가장 자연스러운 '교제'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히로인이다. 코바토 쨩 하악하악 하는 걸 보면 이 아이도 결코 정상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코다카를 대하는 모습에서는 진정성이 느껴진다. 다시 한 번 작품을 읽어보자. 그녀가 그만한 진심을 드러내는 다른 장면이 있었나.


 덕택에 7권에서는 그런 대립구도가 더욱 잘 드러났다. 요조라가 과거의 영광에 얽메여 있는 동안에도 세나는 착실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고, (본인의 의도와는 관계가 없을 수 있지만) 약혼 소동, 꼬마 시절의 약속 공개 등도 같은 맥락이다. 땅을 파는 것만으로는 마음을 얻을 수 없고, 게다가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이미 자신과 동등한, 아니 저 멀리 앞서 가 있었던 셈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라이벌 본인에게서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요조라 입장에서는 멘탈붕괴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았던 것. 

 어쨌거나 세나 덕택에 구도는 더욱 재미있게 흘러간다. 그녀 역시 조금 더 긍정적인 적극성을 보여줬음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웃사촌부>라는 소재 자체가 갖고 있는 문제의 성격상 아직은 쉽지 않을 듯하다. 


 - 리카의 존재

 거기서 필요한 것이 바로 시그마 이과.. 시구마 리카의 존재이다. 리카는 처음에 이상한 곳에 흥분하는 구제불능의 동인녀 같은 컨셉으로 이웃사촌부에 합류했다. 그러나 지금 와서 돌아보면, '천재인 그녀는 처음부터 요조라의 계획을 간파하고, 거기에 반하지 않는 포지션으로 합류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7권에 등장하는 요조라를 향한 리카의 질책은, 이미 책을 읽은 독자들은 모두 공감하는 내용이나 이웃사촌부 내부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은 분명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나는 위에서 애니메이션판의 단점으로, '평범한 러브 코미디화'를 꼽았다. 사실 이는 나친적 소설이 2권 이후 본격적인(?) 하렘루트에 들어설 때부터 우려되던 부분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이 작품이 "러브 코미디 요소 때문에 뜬 것이 아니라, 애초에 유감계 학원물로써 가치를 평가받았다" 고 착각을 하는데, 실제로 나친적의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모여 러브 코미디로서의 재미를 뿜어내기 시작한 이후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그러한 접근성을 제공한 뒤, 이 작품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독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빠르게 퍼져간 것도 사실. 즉, 저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이다.
 
 문제는 애니메이션에도 그랬고, 소설판에서도 4~5권의 전개에서 그랬던 것처럼, 무난한 러브 코미디화는 분명히 드러났었다는 점이다. 리카의 고백, 유키무라의 성별공개를 기점으로, 이미 이 작품은 '친구 만들기'보다는 코다카와의 '연애의 향방' 쪽에 더 무게가 실리게 되었다.


 시구마 리카 박사님은 7권에서 그 문제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코다카는 그냥 생각없는 하렘계 주인공으로 있어도 되는 것인가. 요조라, 세나의 어설픈 감정 숨기기(= 러브 코미디 하렘계에서 주요 히로인들의 어설픈 감정 숨기기는 작품 권수 연장의 기본과도 같은 수법이다)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이 이야기는, 그냥 평범한 하렘물이 되고 말 것인가.

 가장 가려운 곳을, 작가는 가장 이성적인 캐릭터의 입을 빌려 긁어주고 있는 셈이다. 

 물론, 덕택에 리카는 결과적으로 가장 빨리 히로인의 위치에서 탈락할 가능성을 높이고 말았다. 작가의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 캐릭터가 하렘물에서 최종 승자가 되는 일은 결코 쉬운 것은 아닐 것이다. 약간의 안타까움은 있지만, 그만큼의 기대도 생긴다.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의 강력함은 새삼 강조하지 않아도 유명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많은 걱정을 불식시켜주는 동시에, 또 재미있는 7권이었다. 제가 요조라 빠라서, 죄송합니다 연발하는 요졸의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얼굴 붉히면서도 열심히 세시봉 올려다보는 그녀의 모습이 상상되어서 그랬던 것만은 아닙니다. 나친적답고, 또 히라사카 요미다운, 그런 한 권이었음.




by Laphyr | 2012/06/17 00:10 | = 라이트노벨 | 트랙백 | 핑백(1)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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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쿠로현 at 2012/06/17 00:30
이제 마지막 한권 남았지요. 저는 애니부터 그렇게 재미있다라는 느낌을 못 받아서..
Commented by Laphyr at 2012/06/17 01:02
소설부터 시작된 작품인데 애니부터 그렇게 재미있다는 느낌이 없었다는 것이 원작을 감상하는 데 방해가 될지는 잘 모르겠군요..
그리고 8권 소개에서 종막이라는 언급은 있지만, 라이트노벨 소개문구에서 그런 수준의 낚시성(?) 멘트는 굉장히 자주 찾아볼 수 있는지라.. 8권이 완결일 것 같지는 않네요.
Commented by 구라펭귄 at 2012/06/17 00:58
고기는 뱃살만이 아니라 다른것도 막 노출을 했디요 ㅎㅎ (....)
Commented by Laphyr at 2012/06/17 01:03
음 맞습니다 (...) 다른 것... 좋은 것들도 많이 노출을 했었지요....!!
근데 훌렁훌렁~ 은 금발계 히로인들이 자주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하고.. 눈부셔서 친숙하진 않았어요..!!
Commented by 구라펭귄 at 2012/06/17 01:04
블루레이로 보시면 또렷하고 생생하게 볼 수 있습죠 (...)
Commented by Laphyr at 2012/06/17 01:10
얼른 블루레이 드라이브를 사야되는데 보지도 못하고 뜯지도 못한 블루레이들이 쌓여갑니다 ㅎㅎㅎㅎ
<<- 엑박360으로 블루레이 볼 수 있는 줄 알고 있었던 바보
Commented by 구라펭귄 at 2012/06/17 01:13
으헝;; 언넝 사셔요;;
역시 애니는 블루레이로 봐야 제맛! ㅎㅎ
Commented by standaloner at 2012/06/18 08:10
-후반부의 리카무쌍에 정신을 빼앗긴 터라 요조라의 자폭에 대해선 깜빡 잊고 있었네요.
언급하신 것 처럼 확실히 친구 사이건 인간관계 전반이건 친근감을 느끼려면 망가져 줘야 하는 것 같습니다.

-요졸파시군요. 저는 딱히 요졸요졸 요원은 아니지만 코믹스판이나 애니판에서 가끔 보여주는 썩소나 가학적인 표정은 무지 좋아합니다요.
Commented by Laphyr at 2012/06/18 22:02
으흑 저는 계속 요졸이 무슨 행동을 하나, 하는 것을 신경을 쓰며 읽다보니 좀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친구 관계도 그렇고.. 회사에서도 그렇고. 어느 정도는 망가지는 모습이 있어야 가까워지기 쉽다는 느낌을 받게 되지 싶어요. 캐릭터도 다르진 않은 것 같습니다.

요졸은 그 썩소 사이에 숨겨져 있는 연약함(?)이 매력인 소녀!!
Commented by 스팀보이 at 2012/07/15 17:19
와아... 엄청 재밌는 리뷰네요.
게다가 날카롭고 정확하게 지적하기도 했고.
추락하는 요조라가 안쓰럽긴 했지만...
아무렴, 그게 요조라를 버리려는 작가의 의도였겠습니까...(그래뵈도 1권표지 히로인)


7권보고 이 리뷰도 읽으니 재미가 두배올시다.
8권도 부탁하지요.

p.s:자... 그럼 이 블로그를 추가해 둘까?
Commented by Laphyr at 2012/07/16 02:48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저도 기분이 좋네요.
애니화 시기에 등장했던 7권이라 이모저모 쓸 것이 많았는데, 8권에서야말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될텐데 걱정입니다..?!
Commented at 2012/07/15 18:33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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