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6/20~26 라이트노벨 감상 정리


 1. 공허의 상자와 제로의 마리아 3


 1,2권에서 보여줬던 몽환적인 게임이 아니라 직관적인 형태의 게임으로 구성되었던 3권. 게임의 형식은 '인사이트밀'과 같이 유명한 작품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의심과 시기가 넘치는 서바이버 방식이나, 지극히 라노베다운 느낌으로 재구성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다소 애매모호한 작품 자체의 내용과도 비슷하게, 전체적으로 흐릿한 인상이었던 캐릭터들의 특징이 확연해 졌다는 것이 강점. 이야기의 구조상 캐릭터의 특징이 부각되는 건 당연한 것일 수 있는데, 긴박감이 넘치는 게임 양상을 전개해 나가면서 이와 같은 자연스러움이 드러나도록 만들었다는 점이 베테랑 작가답다는 느낌입니다. 다른 작품에서도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이야기를 펼쳐 오긴 했지만, 제가 읽어본 미카게 에이지의 작품 다섯 권 중에서는 이번 하코마리 3권이 가장 라노베에 가깝지 않았나 싶네요. 

 미스터리 계열의 소설이 갖고 있는 것처럼 한 번 책을 쥐면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장점을 지님과 동시에, 그 안에서 각 캐릭터의 매력을 1순위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라 재미가 없을 수 없었습니다. 라노베 중에 게임, 미스터리, 수수께끼 같은 요소를 좋아하시는 분께는 추천할 만한 에피소드. (물론 다소 허들이 높은 1,2권을 무사히 넘어 오셔야 합니다만......)



 2. 사쿠라다 리셋 1


 초능력자들이 살고, 그 초능력이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여지는 현실 속에서 '리셋' 능력을 지닌 소녀와, 그 능력에 혼자만 영향을 받지 않는 소년이 중심이 되어 펼쳐 나가는 이야기. 어쩐지 요즘 즐겨보는 슈타게하고도 약간 겹치는 감이 있는 설정인데, 오카린의 '리딩 슈타이너'와 마찬가지로 주인공 케이는 뒤바뀐 세계선 안에서 기억을 유지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다른 점이라면, 세계선 변화가 D메일이 아닌 하루키라는 소녀의 '리셋' 능력으로 뒤바뀐다는 것, 그리고 세계가 바뀌는 것은 아니고 단순히 세이브한 시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

 호오인 쿄우마를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이런 상황에 놓인 주인공은 매우 중2중2거릴 확률이 높은데, 주인공 케이가 전혀 그런 녀석이 아니다 보니 거부감 없이 작품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초능력자들이 많다', '사쿠라다 마을에서 나가면 능력이 사라짐', '그것을 뒤에서 조절하는 관리국'이라는 수상쩍은 설정에 걸맞지 않게, 1권의 에피소드는 케이와 하루키가 다른 소년, 소녀들과 얽히면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착한(?) 이야기였는데요.

 일단 시간을 되돌린다는 설정 + 갖가지 다양한 능력 덕택에, 제대로 된 추리를 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미스터리라기보단 유흥물에 가깝다는 인상도 있습니다만, 케이와 마찬가지로 작품 자체가 그것을 자랑으로 여기지 않는 담백한 맛이 있기 때문에 부담을 갖고 내용을 파악한다기보다, 가볍게 쭉 따라가면서 이야기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중간중간 풀려가는 깨알같은 복선들도 굉장히 흥미롭고, 요즘 작품답지 않게 바람직한(?) 결말을 보여주고 있어 뒤끝도 깨끗했네요..

 한국에서는 작년 NT 가격 인상과 함께 등장한 작품이라 거의 묻혔었는데.. 사실 비싸다고 욕을 하면서도 이런 작품을 내 주는 출판사는 NT밖에 없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좌절..


 3. 이것은 좀비입니까? 그래, 마이 달링은 밥법레다

 
 애니메이션 감상 후 재미있게 원작 정주행 중인 좀비 5권. 1~3권은 쭉쭉 봤습니다만 그 이후로는 좀 아껴두고 있습니다. 같은 루트로 비탄의 아리아도 애니 시작 후 원작을 정주행 중인데 전혀 아끼는 마음이 일지 않아(....) 쭉쭉 보고 있는 데 반해, 이 작품은 정말 취향 직격입니다. 아니, 정말로요......

 분위기로 봐서 5권은 애니판 12화의 모태(?)가 된 서비스 에피소드에 가깝습니다. 크리스 선생님의 부활과 악마남작의 등장이라고 하는 급전개가 이루어졌던 4권에 비하면 한 숨 놓고 쉬어갈 수 있는 셈인데, 이게 또 좀비스러운 느낌이 잘 살아 있다고나 할까요.. 오리토가 메인이 되는 단체 미팅 이야기와, 사라스바티가 메인이 되는 흡혈닌자 집회 이야기가 크로스 되어 아유무가 속한 세계의 캐릭터들이 다양한 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장이 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히라마츠까지..

 애니 12화를 다들 어떻게 감상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재미가 있었습니다. '죽어도 죽지 않는' 좀비의 특성을 가진 주인공과도 같이 이 작품의 특징은 '시리어스해도 시리어스해지지 않는', 언제 어디서나 개그가 튀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였는데요. 원작에도 존재하는 '인터넷 아이돌'이라는 소재에서 바리에이션 된 각 캐릭터들의 노래 경연의 장은 그야말로 막장이지만, 또 그 안에서 좀비만의 웃음 코드가 있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입니다(그에 반해 최근 공개된 13화는 다소 서비스 정신이 강했지만요).

 5권이 바로 그런 힘을 보여준 장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전권에서 흡혈닌자 부대장다운 장렬함을 보여줬던 사라스의 귀여운 면, 솔직한 면, 충실한 면을 통해 '무엇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지'에 대한 메시지가 전달 되었으며, 쿄코 갱생(?) 스토리에서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는 달리, '무엇이 정말로 중요한지'에 대한 메시지가 실려 있었죠. 얼핏 진지해 보이다가 캐막장으로 달리고, 또 캐막장 엉망진창 같지만 그 안에 훈훈한 메시지가 숨어 있는 것, 그것이 이 작품의 최고의 매력이 아닌가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5권의 사라스는 너무 멋있고 사랑스러웠습니다. 그러나 반한 이유가 '찰진 엉덩이'라는 점에서 마냥 얘를 좋아할 수도 없어요.... 이 이율배반적인 부분이 코레좀비의 매력..!!)

by Laphyr | 2011/06/27 00:08 | = 라이트노벨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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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Rain at 2011/06/27 00:21
중2병이라고만 하면 범위가 꽤 막연해지지만,사실 사쿠라다 리셋도 의외로 개똥철학과 중2병이 꽤 강한 작품입니다만 세계관이나,묘사나,캐릭터 설정이 본문의 언급대로 '착해서인지' 중2병 특유의 건방떠는 느낌을 별로 느껴지지 않게 만들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인데 하필 가격인상 타이밍에 나왔다는 것도 있고,작품 자체도 대중적인 분위기는 아니고 해서 좀 아쉽군요.
Commented by Laphyr at 2011/06/27 00:28
개인적으로는 중2병이냐 그렇지 않느냐의 구분을 현실성에 두고 있는데, 이 작품은 그런 면에서 설정과 캐릭터가 완전히 어울리지 않았다는 점이 직격이었던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어떻게 보면 내가 다 구하겠어! 같은 케이의 생각이야말로 중2의 극치일 수 있는데, 그렇지 않게 보이도록 만들었다는 점이 좋았네요.

이런 대중적이지 않은 작품들도 좀 인기를 얻어줘야 더 많이 나오고 그럴 텐데, NT에서도 이 작품은 그냥 "안 팔리니까 총알받이로 내자" 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Commented by ReSET at 2011/06/27 00:56
1. 근데 공상제마 3권은 상하분권의 상권, 프롤로그에 가깝다는 읽은 분들의 소감이....

저는 4권 나올 떄까지 기다리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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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진짜 타이밍 환상이였죠. 이제는 다들 익숙해져서 그냥 사고 말지만, 그 당시만 해도 가격 인상의 저항감이 워낙 강해서.....저도 그거 떄문에 안 사 본 1人.

근데 이거 너무 작품이 늦게 나와서 또 이제와서 사 보긴 꺼림칙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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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래 마이 달링은 밥벌레다".

이 문구 왜 보는 순간 머리에 착 달라붙어서, 그 이후로 머리에서 떨어지질 않는 걸까요...

진짜 찰진 문구 아님? 작가에게 상 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밥법레! 밥벌레! ㅋㅋㅋㅋㅋ

좀비 2기 애니나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렵니따!
Commented by Laphyr at 2011/06/27 01:01
1. 사실 맞습니다. 1~2권이 단권으로 끝났었기 때문에 3권도 그런 줄 알았다가, 뒤로 가면 갈 수록 "어 끝나야 되는데 왜 이래?" 하는 맛이 있죠...? 또 그게 매력이더라구요. 일종의 뒤통수 치기랄까?


2. 버리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던 거 같습니다 정말. ㅜㅜ 사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안 팔릴 물건이기도 하고(....) 원작도 텀이 그리 짧은 편은 아니니까, 그냥 가끔 신간 살 때 모자라는 듯 하면 끼워넣기 좋을 것 같아요. 후회는 안 되는 작품이네요.


3. 아주 그냥 자동 음성 재생입니다. ㅋㅋㅋㅋ 이게 분명 메인 스토리는 흡혈닌자들이 아닌데, 저는 자꾸 흡혈닌자 캐릭터들이 너무 마음에 드네요. 세라도 그렇고 사라스도 그렇고..

2기에서는 흡혈닌자들이 더욱 활약해 주길 바랍니다!!! 근데 캬라송은 왜 안 내주는 거죠? 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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