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차라투스트라로 가는 계단 1,2



작가 : 도바시 신지로
일러스트 : 시로미자카나
레이블 : 전격문고, 익스트림노벨


 우리나라에서는 굉장한 연기 끝에 발매가 되어 인터넷 서점에 보면 1권보다 2권이 먼저 등록되어 있다는 해괴한 상황을 연출해주신 <차라투스트라로 가는 계단>! 우리의 도바시 신지로 작가님은 전작 <문의 바깥>에서 뒤통수를 아주 그냥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세게 후려갈겨 주셨던 전례(나쁜 의미로)가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은 그만큼 이 작가분만이 가진 특출난 재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 작품 이후 전격문고에서 발매되었던 <라푼젤의 날개>를 나름 재미있게 읽은 후 안심하게 된 부분이 있기도 하고요.


- 게임 : 역시 이 작가님은 '게임' 자체를 고안하고 그려내는 것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미스터리나 스릴러까지는 아니면서도 교묘하게 사람 머리를 쥐어 짜게 만드는 것은 여전합니다. 1권에서는 탈출 게임(?), 바벨의 세계, 2권에서는 보너스 땅따먹기 게임(?)이 등장하고 있는데, 확실히 전작인 <문의 바깥>이 조금 뜬금없는 면이 있었던 것에 비해 세계관적으로 다양한 게임이 등장할 수 있도록 설정하고 있어서 마음 편하게 두뇌 싸움을 즐길 수 있습니다. 


- 목표 : 전작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살아남기 위한 싸움' 이었던 <문의 바깥>에 비해 이 작품은 '누나를 구하기 위해 빌리언 게임에 참가'한다는 것입니다. 게임의 목적이 다른 셈이죠. 그렇기 때문에 전작에서는 주로 인간 사회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관계와 관련된 문제들을 광범위하게 조명하고 있었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좀 더 시야가 좁아졌습니다. 이건 나쁜 게 아니라, 소설로서의 재미가 좀 더 명확해졌다는 좋은 의미입니다. 쓸데없이 거창한 목표를 세웠다가 3권에서 '열린 결말'이라는 허명만을 놓고 와르르 무너져 버렸던 전작에 비해, '자신을 위해 싸웠던 누나를 구한다'는 목적이 명확하기 때문에 이것에 의해 파생되는 한정적인 인간 관계만을 흥미롭게 지켜볼 수가 있습니다.


- 주인공 : 다중 시점(?)이었던 전작과 달리 이 작품의 주인공은 누나를 구하기 위해 빌리언 게임에 뛰어든 후쿠하라 한 명으로 압축되어 있습니다. 그는 교내 마작 대회나 어둠의 듀얼 도박에서 이름을 날릴 정도로 애초에 두뇌파라는 설정이라, 상대적으로 평범했던 아이들이 상황에 따라 급격하게 변해가는 무리수를 뒀던 전작에 비하면 훨씬 안정된 느낌입니다. 뭐 다양한 가치를 다루고 여러 시각을 통한 작품을 집필하고 싶다면 전자가 나을 지 모르겠습니다만, 재미를 추구해야 할 라이트노벨에서 그런 시도는 자칫 망할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작가이시죠. 후쿠하라 이 녀석은 적절히 머리가 좋으면서 그렇다고 너무 튀지도 않고, 입담도 좋은데다 둔감하기까지 하다는 서술형 주인공으로서 아주 잘 어울리는 인물입니다.


- 이능 : 두뇌를 쓰는 게임이 메인이긴 하지만 이 작품에는 이능이 존재합니다. '펄스'라고 하는 정체 불명의 힘이 그것인데, 빌리언 게임의 참여자들은 이러한 펄스를 이용하여 고위 등급에 올라서 부를 차지하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스템을 조정하는 협회는 그러한 펄스 사용자들을 발견, 육성하고 있고요. 펄스는 공격형, 방어형, 육체형, 지능형 등으로 구분이 되는데, 이것은 단순히 빌리언 게임에서만 유효한 것이 아니라 현실 생활에서도 어느 정도 힘이 있는 것입니다. 마치 <액셀 월드>에서 가속 기능을 일상에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펄스 또한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죠.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펄스가 주로 사용되는 것은 빌리언 게임의 상황이며, 이는 게임 자체가 좀 더 비일상적이 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 히로인 : 이 작가님은 히로인을 굉장히 매력적으로 잘 그리십니다. 근데 문제는 '연결되는 히로인'과의 분홍빛 광경을 잘 그리는 것이 아니라, '연결되지 않는 히로인'의 안타까움을 너무나 잘 나타내 주신다는 데 있습니다. 주인공 후쿠하라를 중심으로 히로인들은 꽤 많이 등장하는 편입니다. 일상의 상징 짝사랑 소꿉친구 소녀 유키, 비일상의 상징 로리 에이전트 마이, 또 하나의 비일상의 상징 같은 반 친구 아스카, 바벨에서 만난 믿음직한 그녀 올리비아, 머리카락 만진 남자는 용서치 않는 카렌 여왕님 등, 에피소드가 진행될 때마다 거의 키가 되는 인물이 여성인 경우가 많습니다.

 후쿠하라 녀석이 연애에 별로 관심이 없는 가벼운 남자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런 그와 관련되는 매력적인 히로인들의 모습은 어딘가 안절부절 못 하는 느낌이 드는데 그런 상황을 재밌는 대화로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다만 이건 작가의 문제인지 후쿠하라의 문제인지 모르겠는데, 밥은 잘 지어 놓고 먹기만 하면 되는데 간장을 잔뜩 부어 버린다든가 하는 느낌의 과한 장면이 등장하는 것은 좀 아쉬웠습니다. 뒷심이 부족한 느낌이랄까요? 히로인들과의 관계를 마무리하는 장면들이 다소 미흡한 면모가 있습니다.


- 장점과 단점 : 확실히 이 작품은 '읽는 순간의 재미'만 따지면 개인적으로 굉장히 높은 순위를 주고 싶을 정도로 흥미롭습니다. 이것저것 머리를 쓸 요소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는데다, 캐릭터도 충분히 매력적이죠. 비슷하게 '게임'을 소재로 하는 <신의 게임> 시리즈 같은 경우 게임이란 구실일 뿐이고 재미가 하나도 없으며 캐릭터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수단이 될 뿐인데, <차라투스트라로 가는 계단> 같은 경우는 목적, 즉 누나를 구할 수단이 되는 게임 자체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또 이것은 '펄스에 중독되어 타락'할 수 있다는 요소의 추가로, 주인공과 독자 모두에게 양날의 검으로 다가오죠. 설정을 굉장히 재밌게 잘 살리고 있습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마무리 부분입니다. <문의 바깥>은 3권에서 죽을 쒔지만 그래도 1,2권은 개별적으로 충분한 메시지를 담은 엔딩을 제시했었습니다. 그에 비해 이 작품은 상대적으로 1,2권의 엔딩이 3권을 위한 포석이라는 느낌이 강할 뿐, 그 자체만으로는 개운치 않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마이, 아스카, 유키 등 히로인들과의 관계도 깔끔히 정리되지 않아 현재 어느 정도의 위치에 와 있는지에 대한 가늠도 불분명한 편이구요.

 그래도 사실 이 작품을 약간 기대하는 마음으로 읽고 있는 것은 3권에 대한 현지의 평가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도바시 신지로 쨩이 엔딩을 제대로 썼어요~ 느낌의 감탄하는 반응들이 많았고, 1~3권 자체를 깔끔히 매듭 짓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기에, 적어도 죽을 쑤지는 않았겠지 싶은 마음으로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1권의 뒷맛보다는 2권의 뒷맛이 더 좋지 않기 때문에 3권은 가급적 빨리 내 줬으면 싶은 바람이네요. 가급적이면 6,800원이 되기 전에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by Laphyr | 2010/07/14 23:06 | = 라이트노벨 | 트랙백 | 핑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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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Rain at 2010/07/15 00:35
이것도 3권 연중이라고 들었습니다만....
Commented by Laphyr at 2010/07/15 01:00
뭐 그렇기는 하죠. 넷상에서의 평가가 좋아졌다고 그만큼 판매량이 확 뛰었다는 보장도 없고..
적어도 제가 본 감상들은 "뭐냐 이게 3권에서 연중될만 하군" 이라는 말들보다는 "뭐야 이게 좋은데 왜 3권에서 끊겨" 같은 말들이 많았기 때문에 아쉽지만 기대가 되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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