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도시락 전쟁 2 - 잔기 도시락 295엔



작가 : 아사우라
일러스트 : 시바노 카이토
출판사 : 슈퍼대시문고, 익스트림 노벨


 1권에서 이런저런 불만과 즐거움이 교차하는 느낌을 주던 작품이었습니다만, 2권에서는 그러한 느낌이 더욱 강화된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작가 후기를 보면 "수요층이 너무 없잖아!" 라는 질책을 들었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확실히 취향을 탈 수밖에 없는 작품으로 점점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덮지 않고 감상을 적고 있다는 것은, 그 불만과 즐거움의 플러스 마이너스가 허용 범위 안에 수렴했다고 생각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 새로운 히로인 :  이번 작품에는 샤가 아야메라고 하는 새로운 히로인이 등장합니다.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나이스 바디의 벽안금발 소녀로, 소꿉친구 + 덜 익은 풋풋한 감정 + 혼혈 + 털털함이라고 하는 굉장히 여러가지 속성을 한 몸에 지니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지요. 어지간한 작품에서는 두, 세 명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분량의 속성이 모두 사용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그녀 외의 다른 캐릭터들이 독특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그녀는 1권에서 야리즈이 선배만으로는 다소 부족했던 청춘 파트의 보조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도시락 전쟁>이 갖고 있는 바보 같은 뜨거움도 동시에 지니고 있는 만능형 캐릭터였습니다. 다른 캐릭터들에 비하면 다소 전형적인 설정이라는 약점이 있지만, 그것들을 잘 섞어냄으로써 어느 정도 극복하고 있는 호감형 캐릭터라고나 할까요? 얼굴 마담으로는 어느 쪽으로든 굉장히 적합한 소녀라고 하면 딱 좋을 것 같네요.


오시로이와 시라우메 :  이번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저는 확실히 1권에서 오시로이 - 시라우메 커플(?) 덕택에 많은 재미를 느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다소 '뭔가 있는 것'처럼 흘러가는 스토리 가운데 2권에서도 드문드문 등장하여 웃음을 주는 그녀들의 존재가 그렇게 크게 느껴질 수가 없더군요. 소동물 같은 느낌의 오시로이는 약간 성장한 것 같기도 합니다만, 여전하신 시라우메 님(...)의 등장 장면에서는 반가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자칫 겹칠 수 있었던 샤가의 캐릭터를 중화시켜주는 나이스한 타이밍이었으며, 히로인들 사이의 힘의 서열 관계가 재확인되는 것 같아 재미있었지요. 또한 그녀들이 보여주던 저질 시모네타 개그를 사토가 충실히 이어가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 BL 망상 소녀인 오시로이의 희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벗는 것도 모자라 여장까지 서슴지 않는 그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자칫 자기들만 뜨거운 이야기로 끝날 수 있었던 작품이었는데, 주인공의 희생에 의해서 독자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상냥해진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논리 : 1권 리뷰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도시락 전쟁>의 핵심 코드는 "별 것도 아닌 것을 굉장히 훌륭하게 묘사하여 병신같지만 멋있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는 것입니다. 얼핏 이상한 작품으로 까는 것 같은 평가로 들릴 수 있는데, 이것은 <요리왕 비룡> 이나 <따끈따끈 베이커리> 등의 작품 계보로 계속 이어져 내려지던 하나의 훌륭한 방식입니다. 그렇지만 2권에서도 이어지는 이러한 소재에는 여전히 좋은 이야기를 해 줄 수가 없습니다. 예전에 <정의소녀환상>을 깔 때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만, 소설 속의 쓸모 없는 묘사는 아름다운 수식은 커녕 잉여 문장이 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지요.

 어떻게 보면 위에서 언급한 요리 만화에서의 미미(美味) 운운과 이 작품에서의 달라붙는 육즙 드립은 별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그렇지만 요리 만화에서는 '맛'과 '요리'라고 하는 것의 중요성 자체를 충분히 독자에게 납득시킬 수 있는 배경이 뒷받침되는 것에 비해, 이 작품에서는 그 단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구조상의 문제점이 있다는 겁니다. 비룡이 엄마의 유지를 받들어 특급 요시라가 되는 것이나, 카즈마가 일본의 대표 빵을 만들겠다는 의지 등은 작품의 전반과 배경을 통해 충분히 설명이 됩니다만, 개와 늑대들이 도시락을 그토록 진지하게 노리며 병신같은 배틀을 하는 것에 대한 설득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죠.

 좀 더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히카루의 바둑>과 같은 메이저한 작품의 이야기도 해 볼 수 있습니다. 히카루나 아키라를 비롯한 아이들의 놀이(?)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유치하지만, 그것을 전달하는 매개가 되는 것이 바로 너무나도 메이저한 '바둑'이라는 점 때문에 그들의 행동은 정당성을 가지게 됩니다. 마작을 소재로 하는 <사키> 역시 그러한 영향력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죠. 주제만을 따지자면 거의 비슷하게 '친구들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자신의 긍지' 를 내세우고 있는 <유희왕 시리즈>가, 오리지널 카드 게임을 소재로 했다는 점 때문에 유치하다고 욕을 먹는 것과 비교하시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도시락 전쟁>에서는 이 점이 부족했습니다. 도입이 되는 1권에서 이미 "따라올 수 있으면 따라와 봐" 정도의 배경만을 제공해 주었고, 2권에서는 별다른 부연 설명 없이 캐릭터들이 도시락을 위해 목숨을 걸죠. 단어 선택과 문장의 배열을 보면 정말 열심히 공을 들여 번역하셨을 폴리쉬애플님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저는 이 작품 내에서 상당수 등장하는 '도시락에 대한 묘사'는 잘 읽지도 않았고 읽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상에, 장엄하기 그지없을 감동의 장면에서 "위장에게 물어봐." 라니요? 아무리 그럴 듯하게 긍지니 자긍이니 포장을 해도, 그들이 하는 짓은 그냥 의미없는 짓거리일 뿐이라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마치, 일반인들이 듀얼(유희왕 카드 게임 대전)을 하는 듀얼리스트에게 보내는 어이없는 시선처럼 말입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 이 책을 총합 플러스라고 평가할 수 있었던 것은, 중심소재를 무얼로 선택하든 관계 없이 그것을 이끌어나가는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라이트노벨로서 굉장히 재미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두근두근한 - 역방향일 수도 있겠지만 - 청춘 이벤트도 있고, 미소녀들과의 엇갈리는 감정의 이야기도 존재한다면, 굳이 그것이 마법의 세계에서 벌어지든 도시락 전쟁의 세계에서 벌어지든 별로 상관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굉장히 멋지고 아름다운 세계를 만들고 설득력있는 캐릭터를 등장시킨다고 해 봤자, 그들이 펼쳐나가는 이야기가 재미없으면 라이트노벨로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없을 겁니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쏟아지는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사실 그러한 양산작들이 굉장히 많기도 하고요. 이 작품이 일본 내에서 독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던 것은, 상대적으로 위와 같은 경향이 국내보다 훨씬 강할 것이 뻔 한 현지의 상황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국내에서 호응이 있는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말이죠.
 

by Laphyr | 2009/12/25 16:48 | = 라이트노벨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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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사화린 at 2009/12/28 18:47
안에 담긴 '내용'과, 그 내용을 담아내는 '그릇'에 따라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

이 부분에 대해서 좋은 예를 많이 들어주신 것 같네요.. ^^

확실히 요리왕 비룡도 그렇고,
'허구'이고 '자기들만의 이야기'임에도,
거기에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함께 진지하게 몰입할 수 있게끔' 해주는 흐름이 존재하지요..


사실 말씀해주신 부분은, '그 어떤 소설이라하더라도' 간과해선 안되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1차적으로는 소재가 유치하냐, 유치하지 않느냐, 말이 되느냐, 말이 되지 않느냐, 와 같은
단편적인 이야기이지만,
거기서 좀 더 파고들어가면 결국 '독자들이 작품의 인물들에게 얼마나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가'로
이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소설 속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을 얼마나 독자들이 납득하고 받아들이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가-

예를 들면서 설명하신 부분은, 이런 부분과 연결되어 있고,
'이런 부분'이 그야말로 인물, 소재 등 다른 모든 요소를 초월해서
그 소설이 독자에게 '재미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짓는 요소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 기량이 가장 잘 발휘되어야하는 부분이라는 생각도 들구요.. @_@
Commented by Laphyr at 2009/12/29 13:42
제가 말하고 싶은 부분을 잘 정리해 주셨네요. 요즘 인기를 얻거나 많이 나오는 작품군이
제 개인적인 취향에 들어맞지 않는 것도 사실 이러한 부분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일본
내에서도 마찬가지구요.
부기팝 류의 작품으로 라노베를 본격적으로 즐기기 시작한 입장에서는 그러한 작품들이 나와 주는
것을 바라게 되지만, 한국에서는 점점 더 인기를 잃어가는 것 같기도 해서 아깝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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