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우. (부록 : 강민)

 지난주 프로리그, 김택용 선수는 "S급의 포스"가 무엇인지를 vs 화승전에서 확실하게 보여줬습니다. 구성훈 선수를 4단 콤보로 농락하는 완벽한 움직임, 그리고 경기를 마무리 짓는 vs 이제동 전 승리 후 여유있는 승자의 세레모니까지, 그날의 김택용 선수는 그야말로 '눈이 정화되는 경기'만을 보여줬죠.

 오늘, 아발론 MSL 개막전에서 또 그런 경기를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것도 아직 개인리그에서 성적을 내 본 적도 없는 파릇파릇한 신예, 김정우 선수의 경기에서 말입니다. (부록 : 그리고 그 경기의 해설에는 강민이 있었음)

 - 對 구성훈, in 카르타고 : 초반 전진 배럭을 발견한 것부터 시작해서, 구성훈 선수는 완벽하게 김정우 선수의 손아귀에서 놀아났습니다. 관광을 보낸 것도 아니고, 그냥 자기 마음대로 유린했다는 느낌입니다. 주로 '관광 경기'의 경우 한 선수가 압도적인 실력으로 상대방이 뭘 하든 짓누르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의 김정우는 조금 더 잔인했어요. 그렇게 완벽하게 짓누른 것이 아니라, 상대의 행동에 대한 완벽한 카운터만으로 공격을 했기 때문입니다. 

 초반 저글링의 움직임, 뮤탈과의 콤보, 적절한 타이밍의 병력 끊어먹기. 소름이 돋게 만들었던 것은 잔인한 함정, 스탑럴커 플레이였습니다. 어떻게든 진출하려는 구성훈 선수의 바이오닉을 상대로 그냥 공격을 한 것이 아니라 곳곳에 스탑럴커를 심어 놓아 치명적인 대미지를 주었지요. 게다가 한 번도 아닌 두 번의 기다림 끝에 스탑럴커의 함정으로 바이오닉을 밀어 넣어 섬멸하는 "낚시"는 정말로 혀를 내두르게 만들더군요. 거기다 전투 후 드랍쉽까지 당연하다는 듯 떨궈버리니 상대는 전의를 상실할 수밖에요.

 - 對 박찬수, in 아웃사이더 : 박찬수 선수가 얼마 전 승리를 거뒀던 김명운 전과 양상이 굉장히 비슷했습니다. 누구보다 공격적이던 박찬수 선수가 선 스포어를 과신하게 된 것은 약간 아쉬운 일이긴 하지만, 패배만 계속하던 그의 마인드를 바꾸기에는 적절했던 것 같습니다. 오늘도 디펜딩 챔피언은 '별로 못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상대였던 로열로더 후보, 맹금류 김정우가 완전히 각성한 상태였다는 것이었죠.

 뛰어난 판단력과 병력 충원으로 앞마당 해처리를 지킨 뒤, 앞선 뮤탈 숫자를 바탕으로 이어지는 김정우 선수의 공세는 정말로 강력했습니다. 박찬수 선수도 스포어를 최대한 지어가며 방어를 계속했지만, 피해는 누적될 수밖에 없었죠. 오늘의 최고 소름 돋는 장면은 그러한 공방전 속에서 나왔습니다. 계속 유리한 상황이 지속되던 가운데, 박찬수 선수의 몰래 해처리를 아무런 근거 없이 '감'으로만 찾아낸 김정우 선수가 병력을 돌려 마지막 변수를 제거했던 것입니다. '될 놈은 된다' 는 말처럼, 확실히 스타판의 최강자급에게는 이러한 감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오늘의 김정우에게는 그것이 있었죠.

- 해설자 강민 : 강민 해설은 프로토스 출신으로 MSL 메인해설을 꿰찼지만, 사실 그의 등장이 6룡의 전성시대와 맞물려 있었기 때문에 타종족전에 대한 해설 역량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김택용의 두 경기, 오늘 김정우의 두 경기를 포함한 네 번의 훌륭한 경기를 해설하는 강민의 눈은 놀랄만큼 정확했습니다.

 김택용 선수의 경기도 굉장했지만, 어쨌거나 그것은 플토가 낀 경기. 그렇지만 오늘의 테저전, 저저전 해설은 그야말로 무당이었습니다. 상황을 타개할 구성훈 선수의 행동을 예측하는 것도 그렇지만, 스탑 럴커의 의도에 대한 그의 눈은 너무나 놀랍더군요. 김정우 선수가 실제로 그런 의도로 매복 & 유인 계책을 짜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의 예상 시나리오는 너무나 완벽했습니다. 실제로 그대로 엔딩 - 스탑 럴커의 적절한 공격 - 으로 이어졌고요. 저저전 역시 마찬가지. 경기를 즐기며 디펜딩 챔피언을 가지고 노는 김정우 선수의 마인드가 그대로 느껴지는 그런 해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MSL은 개편 이후에 관심을 좀 안 두려고 했는데, 이런 대박 신인이 S급 경기를 보여주니 관심을 안 가질수가 없네요. 솔직히 김정우를 상대하게 될 E조의 2위가 누가 되든, 그가 테란을 상대로 16강에서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도저히 못하겠습니다. 랭킹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잘 하면 또 한번의 대박 테러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강자들만을 상대해야 하는 저랭킹 루키의 특성상, 오히려 개편된 MSL의 방식은 그에게 거품이라는 수식을 벗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설레발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할 것 같네요.

by Laphyr | 2009/06/11 22:14 | = 온라인/비디오게임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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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민성 at 2009/06/12 03:01
요즘 구성훈은 개인리그건 팀 리그건 간에 캐발리는 -_-;;;

지못미 ㅠㅠ

강민 해설 의외로 날카롭조()

초기에는 플토전에만 그 날카로움을 보였는대 이제 해설에 완전히 적응을 했는지 다른 종족전도

해설이 아주 +ㅁ+
Commented by Laphyr at 2009/06/12 15:31
구성훈은 딱 그 타입인 것 같아요. 팀 내 2인자 타입이랄까? 자기 뒤에 강력한 이제동이 받치고 있을 때는 의외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데, 정작 자신이 해결해야 되는 자리에서는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주더군요. 위너스 리그가 딱 그 타입이었죠.. 자기가 져도 뒤에 누군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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