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노벨 속, 말투와 캐릭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신을 직접적으로 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수단이 굉장히 부족합니다. 영화 속 인물들이 대사나 표정, 심지어는 얼굴색이나 호흡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단을 갖고 있는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느낌을 받게 되죠. 라이트노벨의 경우 일러스트의 힘이 굉장히 큰 도움을 줍니다만, 극히 일부분*을 제외하면 그것이 주가 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결국 독자가 캐릭터를 만나고,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일러스트 페이지가 아니라 텍스트 페이지니까요.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대사'일 것입니다. 외모나 행동거지의 묘사도 충분한 정보 전달의 수단이 되지만, 아무래도 직접적으로 캐릭터의 이미지 형성에 미치는 영향은 대사를 따라오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의외로 순수문학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며, 대화의 비중이 높은 대중문학이나 장르문학에서는 따로 설명이 필요없죠. 라이트노벨도 비슷한 맥락에 자리하여, 대사는 말투라는 형태로 구체화 되어 캐릭터를 구성하는 굉장히 중요한 재료가 되고 있습니다. 


 "벼,별로 네가 걱정되는 것은 아니니까! 차,착각하지 마!"


 ...로 대변되는 츤데레 말투를 비롯해, 정형화된 말투 - 누님 말투, 동일어미고수 말투, 보이쉬 말투 등 - 들은 이미 하나의 패턴으로 자리잡아, 해당 말투가 등장하기만 해도 캐릭터의 성격을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상황에 이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일본어에 해당되는 이야기로, 예를 들어 동일어미고수 말투의 경우 미묘한 어미의 차이를 번역하면서 그대로 살려낸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원서와 번역서를 번갈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재미는 이런 부분에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식상하기 그지없던 말투가 매력적인 한국어로 번역되는 것에서 오는 쾌감이라고나 할까요?




 "당신, 정말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

 가장 성공적인 사례는 바로 <늑대와 향신료> 에 등장하는 호로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래 묵은 신령인 호로는 실제로 고풍스러운 말투를 사용하고 있는데, 한국 정발판에서는 그것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죠. 그녀의 2인칭인 'ぬし'는 분명히 '당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말투와 묘한 뉘앙스로 인해서 보다 친숙하게 느껴지는 호로가 재탄생될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말투를 억지로 번역하여 살려내려 했다면, 과연 지금의 인기를 얻을 수 있었을까요...? 
 (이런 말을 하면 꼭 "나는 무조건 원판이 더 좋아요 뿌우 -3-" 하시는 분들이 계시니 확신은 안 하는게 낫겠군요. 임자, 이리로 와보랑께~ 와 같은 말투를 쓰는 호로는 '저로서는' 상상도 못 하겠습니다.) 

 비슷한 예로는 <렌탈 마법사>의 호나미 다카세 엠블러를 들 수 있습니다. 아이스 블루 빛깔의 눈동자를 가진 그녀는 영국의 전통마법을 익힌 숙련된 마녀로 등장, 소꿉친구인 이츠키를 좋아하면서도 냉정한 태도를 취하며 차가워보이는 여자아이의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근데 그녀는 관서 사투리를 쓰죠. 상대적으로 표준어를 써야 세련된 사람이라는 인상이 강한 우리나라의 정서를 감안했을 때, 그녀의 말투를 정발판에서 사투리 - 주로 관서 사투리라면 경상도 사투리로 번역되는 경우가 많으니 - 로 번역했다면 '차가운 마녀의 이미지'는 많이 죽어버렸을 겁니다. 

 


 반대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Room no.1301>에 등장하는, 존재감 없는 투명라인 여자친구 오오우미 치야코와 주인공 키누가와 켄이치의 관계이지요. 정발판만을 보면 이 둘의 대화가 어째서 겉도는지 잘 이해가 안 갈 수도 있습니다. 다른 여성들과 관계를 맺고 다니는 켄이치의 성향을 제하더라도, 그냥 평범하게 대화를 이어가는 두 사람이 어째서 저렇게 서로를 멀리만 느끼고 있는지 의아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지요. 실제로 저는 그랬습니다. '얘네들이 어째서 가까워지지 않는지?' 가 너무나 궁금했죠.

 일본에서는 친구 사이에서도 존대말을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말도 안 되는 감각이지만, 그네들 입장에서는 처음 같은 반이 된 친구에게 다짜고짜 이름을 부르며, "너, 어디 살아?" 라고 말을 거는 것이 오히려 말도 안 되는 상황이죠. 오오우미와 키누가와는 서로를 성 + さんor 君 으로 부르며, 심지어 남자인 켄이치마저 치야코에게 존대말을 씁니다. 사귀기 시작한 두 사람임을 가정하면 약간 어색할 수도 있지만, 두 사람의 과거 관계(클래스 메이트)를 감안한다면 있을 수 없는 상황은 아니죠. 그렇지만 이것을 한국어로 직역한다면,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됩니다.
 
 어쩔 수 없는 문화적 차이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이 부분은 '연애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끼는' 켄이치의 감정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제대로 살아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치야코와 대화하는 것은 멀쩡해 보이는데, 어째서 이런 공허한 생각만을 하는 것일까- 라는 의아함이 생겼기 때문이죠. 실제로 이 의아함은 이후 켄이치의 종마 행적과 맞물려, '아, 이 녀석은 관계가 없으면 직접적으로 인식을 못 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까지 해 버리고 말았으니.


 

 다음은 굉장히 개인적인 예로, 제가 금서목록에 더 이상 돈을 투자하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어준 츠치미카도 군입니다. 원래 금서목록은 여러가지 면모로 까면서 보기는 했지만, 그래도 접을 생각까지는 들지 않았습니다. 츠치미카도라는 캐릭터는 굉장히 있어 보이기도 하고, 뒤가 구리면서도 주인공의 근처에 있는 것이 마치 예전의 제로스를 떠올리게 만드는 듯한 부분이 있었죠. 근데 문제는 말투였습니다. 원서가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정발판의 어미 번역은 도저히 취향상 더 읽을 수 없도록 만들어 주더군요. 초반에 이 녀석이 비중이 별로 없었을 때는 그냥 스킵하고 읽었습니다만, 9권~10권 즈음이 되자 그럴 수 없게 되어서 결국 하차하고 말았습니다. 번역을 까는 것은 아니고, 그야말로 취향 문제죠. 그런 닭살이 돋는 캐릭터는 보고 있을 수가 없더군요. 

 (물론 말투 뿐만은 아닙니다. 이렇게 비 남성적인 모습으로 실실대다가 사실은 강했다! 라는 캐릭터는 짜증이 나더라구요. 귀엽다가 잔인한 제로스, 털털하다가 비장했던 쿠거 형님도 비슷하게 혼네를 숨기고 있는 케이스지만 호감이었던 것과는 다르죠. 거기다 성우까지 스즈켄 크리..)



 마지막으로, 이 글을 쓰고 싶도록 만들어준 장본인 캐릭터는 <뻥쟁이 미군과 고장난 마짱>의 나가세 토오루 양입니다. 뭐 그녀의 말투에 대한 번역 문제는 너무나 많은 분들이 언급을 했기 때문에, 새삼 그걸로 까거나 옹호할(??) 생각은 없고요. 단순히 나가세 토오루라는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겠지요. 그녀가 평범하지 않은 가벼운 말투를 사용한 것은 사실이고, 1:1 대응이 될 리가 없는 번역이 어려웠던 것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위의 두 가지 경우, 고풍스러운 말투를 옮기지 않은 호로 & 사투리가 표준말로 바뀐 호나미의 긍정적인 면모를 본다면, 나가세 토오루는 잃은 것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첫째, 완전히 미친 현재의 여친과는 차별되는, 가볍지만 때로는 깊이있는 모습의 갭 모에의 가능성을 완전히 잃어버렸죠. 둘째, 정상적인 인물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작품에서 차지할 수 있는 2권 메인 캐릭터의 자리도 굳히지 못했습니다. 셋째, 가장 중요한 것은, 마짱에 버금가는 또라이 캐릭터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결말의 반전(..이랄까, 폭로?)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의 낙차가 줄어들었다는 부분입니다. 정상적인 남자가 '나 실은 게이야' 라고 하는 것이, 립스틱 짙게 바르고 가발을 쓴 남자의 같은 발언보다 파괴력이 크다는 것과 같은 이치. 캐릭터 하나만 버려 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전체의 재미도 반감시키는 아쉬운 결과를 불러온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저는 새삼스레 누굴 깔 생각으로 이 글을 적는 것이 아닙니다. 정발판에는 오히려 원서보다 매력이 있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그와 반대인 경우도 존재하겠지요. 원서를 그대로 옮기지 않았다는 걸로 까려면, 앞에서 예시로 들었던 작품들도 그냥 까야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번역 작업을 하는 분들은 언어적 차원에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작품 내적인 부분에서도 충분히 이해하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by Laphyr | 2009/05/06 21:23 | = 라이트노벨 | 트랙백 | 핑백(1) | 덧글(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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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이루마 히토마 일러스트 : 히다리 레이블 : 전격문고, 익스트림 노벨 말투에 대한 글을 직접 써놓고 말하는 것도 우습지만, 확실히 캐릭터의 말투와 인상은 너무나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습니다. 2권에서는 토오루의 말투 때문에 정말 아쉬움이 ... more

Commented by 유토 at 2009/05/06 21:33
본문과는 상관없는 소리입니다만 츠치미카도 성우는 스즈켄이 아니라 카츠 안리입니다 ^^
(제가 아는 역은 슈퍼로봇대전 OG 외전의 폴리아 에스트 정도)

성우가 정말 스즈켄이었다면 전 지금쯤 금서목록 애니판 3주 혹은 4주는 넘게 주행했을 듯(맞는다).
Commented by Laphyr at 2009/05/06 23:33
헉 미안해.. 매니아 앞에서 경솔한 발언을... ㅈㅅㅈㅅ =.=;;;
바로 고쳐야겠군.
Commented by 월신초 at 2009/05/06 21:35
동감입니다.
말투라는 것이 살리기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그런 중요한 것을 소홀히 접근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력한다면 어느정도는 충분히 가능한 것을 보통수준에도 못미치게 해놓은 것은 정말 사람을 절망에 빠뜨리게 했습니다. 비록 제가 아직 일본어를 못하기에 번역에 기대어 모든 것을 보고있지만... 그래도 미군마짱 2권은 '헐...'소리가 나오더군요. 가능하면 어느정도 이해를 하고 적절한 번역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Commented by Laphyr at 2009/05/06 23:55
미군마짱의 경우 '노력한다면~' 으로 보는 것보다, 너무 노력을 해서 한 가지를 이룩한 대신에 나머지 한 가지는 잃어버린 경우로 보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데몬베인 같은 경우를 감안해 본다면, 노력도 안 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아, 이 말투를 뭐로 바꾸지? 이 단어는 뭐로 바꾸나?" 라는 생각이라도 한 흔적이 보이는 오경화 씨의 열정 자체는 칭찬을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록 방향이 잘못되어 까이고는 있지만.... -_-;; )
Commented by 펑거스 at 2009/05/06 21:52
임자 이리로 와보랑께~ 푸후... 애니 늑향을 보고 호로의 말투가 참 할머니스럽단 생각을 많이 했는데 정말 그렇군요. 미군마짱 2권은 저로선 그닥 무리없이 읽었었는데.. 개인적으로 '~삼' 체를 좋아해서 그런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포스팅 보니까 뭔가 역할이 엄청 흐려졌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막상 읽었을땐 재미있게 읽었으니 할말이 없음[...]
Commented by Laphyr at 2009/05/06 23:58
뭐 그것은 극단적인 예가 되겠구요; 아래 댓글에서도 추가로 예시한 것처럼 간들어지는 기생말투가 사실 더 들어맞기는 하겠죠. 그러나 여지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역자님의 판단이 주효하지 않았을까 싶고요.
저는 읽으면서 나가세가 계속 아쉽더라고요. 정상적인 말투를 쓰는 동생 나가세의 대쉬가 굉장히 귀엽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서, 언니 나가세도 약간이나마 다른 말투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망상을 계속 하게 되었습니다. 하긴, 이걸 그냥 보통 말투로 했다면 또 "원문을 못 살렸다"고 까였을지도 모르겠군요.
Commented by RNarsis at 2009/05/06 21:56
호로는 단순히 고풍스러운 말투만은 아니죠. 원래는 옛날 유곽 쪽에서 쓰던 말투라고 알고있습니다. 한국에 그쪽 말투가 따로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생들의 말투라고 보시면 될 듯.
Commented by Laphyr at 2009/05/06 23:30
그런 표현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걸 100%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도 웃기지 않을까 싶은데요.
"장난은 그만 하시와요. 저와의 약속은 지키지 않으시렵니까?" 라는 느낌이 될려나..

게다가 '그런 말투'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 왓찌, ~아링스 라든지 -, '그냥 늙은이 말투'로 볼 수도 있는 것 - 대부분 ~쟈 느낌의 어미 - 도 있습니다. 호로 말투의 상당부분이 쿠루와코토바(廓言葉)에 근원하고 있다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완벽히 그렇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작가뿐이 아닐까 싶어요.
Commented by 세이앤드 at 2009/05/06 22:06
확실히 말투가 캐릭터성에 미치는 영향도 장난이 아닌 만큼, 캐릭터 분위기와 잘 맞는 번역을 보면 참 느낌이 좋습니다.

음... 딱히 오오 이건 신번역 오오 할만한 책은 당장 안 떠오르지만요(...)
Commented by Laphyr at 2009/05/07 00:01
그러기 위해서는 역자가 일본어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작품 자체를 이해할만한 문학적 소양(...거창하다)도 충분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크로이츠 님의 레진 캐스트 밀크 같은 경우를 들 수 있지 않을까요? 좋아하는 작품을 실력자가 번역하면 어떻게 된다- 는 느낌이..
Commented by Sakiel at 2009/05/06 22:59
호로 말투가 애니에서는 참으로 대박이었죠. 개인적으로 말투와 목소리를 완벽한 수준으로 매칭했다고 생각합니다. 성우의 연기도 그렇고..
Commented by Laphyr at 2009/05/07 00:01
놀려 먹는 능구렁이 같은 능수능란한 연기가 참 대단했죠.
Commented by 리셋 at 2009/05/06 23:06
솔직히 반대의견 많슴다! 자웅을 겨뤄 보아요...하고 덤벼드는게 보통의 저입니다만, 피곤해서 길게 못쓰겠네요...졸려요 ㅠㅠ

싸우자는 것은 아닙니다. 반론인지라 불쾌감을 느끼실 확률이 높을까봐 미리 선방 헤헤(...)

1. 호로의 말투의 번역은 그냥 상식적으로 이루어진 번역입니다. 위에 RNarsis님이 언급하셨지요. 만약 원작자의 의도가 할멈어투였다면, 한국판이 그것을 반영하지 않은 경우 까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2에서 상술.

2. 호나미 사투리 미번역은 번역자를 까야 합니다. 까야 하고요...아무리 번역이 제2의 창조라지만 정도가 있지요. 원작왜곡이에요 ㅠㅠㅠㅠ 사투리로 인한 지방색과 이지적인 모습 사이의 갭 모에를 작가가 노린 것일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랬을 경우 작가의 의도는 대체 어디로 날아가 버리는 건가요(...) 제가 원작자고 이 사실을 알았다면 제대로 뒤집어 엎습니다. 만화도 아니고 소설에서 사투리를 싹 밀어버릴 줄은 몰랐네요. 처음 알아서 놀라움 만만입니다. 지금도 사는 책이였다면 눈물 좀 흘렸을 듯.

3. 룸넘버 번역판에서 존대어를 평대로 바꾸었었나요? 보면서 거슬린 부분은 없었다고 생각하는데, 찾아보기는 또 귀찮네요(...)

4. 어마금은 이제 안보니 넘어가고, 미군마짱의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님 중립을 위장한 까심이 넘치심! 그야말로 말리는 시누이스러우십...(땀)

"~ㅅ"를 "~염"을 번역한 것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오역이라고는 할 수 없다, 취향의 차이는 있겠지만"정도로 결론이 났고, 저도 그 결론에 동의하고 있는 입장입니다. 그런의미에서 잘못된 번역이라는 뉘앙스를 흘리시는 언급에는 동의하기가 힘드네요^^;;

전체적으로 라피르님의 취향을 밝히시는 포스팅으로는 아무 문제 없지만, 그것을 일반적으로 "옳다"고 주장하시기에는 좀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피곤하다더니 어느새 이런 길이가..=_=

하, 하지만 사실 하고 싶은 이야기 다 하고 근거 논지까지 붙이면 포스팅 하나 분량이라능!!
Commented by 리셋 at 2009/05/06 23:07
피곤하다더니 다시 내용 추가 쁘러-스!

크레이지 플라밍고/캥거루 시리즈를 표준어로 본다고 생각해 보세요.

안보셨으면 보세요. 참 좋은 작품임^^(...)
Commented by Laphyr at 2009/05/06 23:53
1. 하지만 원작자의 의도는 할멈은 아니었죠. 그리고 옛날 기생 = 특이한 말 = 고어가 아님 테크도 좀 문제가 있지 않나요? 옛날 기생이라고 간드러지고 귀여운 말만 쓰는 건 아닐테고, "하시어요~ 했사와요~" 이런 말투가 많은데.. 칭찬하는 거죠. 그렇게까지는 아니었다는 의도를 파악하지 않았을까요?

2. 제가 사투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 안 그래도 아디리시아에게 밀리는 감이 있는 호나미였는데 말투까지 경상도 사투리였으면 소설판에서도 완전히 무릎을 꿇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순전한 독자 입장에서의 감상이긴 합니다. 아무래도 리셋님은 원작 보존에 더 높은 비중을 두고 계시는 것 같은데, 저는 원작보다 낫다면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갈리는 의견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3. 켄이치와 치야코의 관계가 그랬죠. 원래는 존대말(데스마스 체)로 서로에게 이야기를 하는데, 번역판에서는 동급생끼리 존대말 하는게 말이 안 되서 그랬는지 그냥 처음 얘기할 때부터 반말을 하죠. 위에서 말씀하신대로 원작자의 의도, 즉 두 사람 사이가 서먹서먹하다는 것을 밝히는 것을 보존하기 위해서라면 이 부분에서도
"키누가와 군, 저랑 사,사귀어 주세욧!", "오오우미 상, 지금 얘기 정말인가요? 정말...이겠지요.", "저기, 안될...까요?", "아니, 안 된다는 것은 아닌데요. 음. 곤란한데요."
뭐 이렇게 써놨어야 했을 겁니다.

4. 잘못된 번역이라는 뉘앙스를 흘리지 않았습니다. 전 정말로 깔 생각이 없어요. 미군마짱이 정말 번역하기 힘든 책이라는 것은 알고 있고, 그 느낌을 어떻게든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오경화 씨의 쓸데없는 노력 자체도 굉장히 훌륭한 열정이라고 평가합니다. (애초에 단어 바꿀 생각을 안 하는 사람도 많으니까) 단지 저 항목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쉬움 입니다. 오역은 아닐지라도, 잃은 것이 있다는 것 자체를 부정할 순 없잖아요? ~하셈, ~해염, 이라는 초딩 통신체를 쓰는 나가세 토오루가 정상적인 매력을 지닌 여고생으로 일반 대중에게 받아들여질 수 없었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확실히 이런 장문의 리플을 쓸 때는 "에이, 트랙백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을 읽고 장문의 댓글을 달아주시니 감사할 따름.
그러고보니 "내 취향을 밝히는 글"을 "객관적인 것처럼" 쓰는 것은 제가 다른 커뮤니티에서 어떤 분을 비판하기 위해 썼던 표현이었는데, 은근히 저에게도 그런 면이 있나보네요. 좀 반성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sonkohan at 2009/05/06 23:21
저는 ~짱을 붙이는 번역을 안 좋아하는 경우입니다만..
그래서 쿠레나이의 번역을 좀 안 좋아하지요..;;
미군마짱의 경우에는 의외로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습니다..
~염, 당근 같은 번역어가 많아서(참고로 저런 통신어체가 책으로 나오는 걸 무지 싫어해서..) 짜증나기는 했습니다만, 재미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흐음..캐릭터 말투 번역에 대해서는 번역자의 취향이 좀 많이 들어가는 편이라서 번역에 대해서 말이 더 많은 것이겠지만요..^^;;
Commented by Laphyr at 2009/05/07 00:05
저도 그래서 예전에 쿠레나이 번역을 깠다가(...) 몇 마디 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키리히코 짱,이 아니라 키리히코야! 라고 하면 어떨까.. 했다가 다굴을 당했었죠 아마..)
당근 빠따 같은 경우는 그래도 원문을 읽고 굉장히 고심한 흔적이 느껴지는 표현이기도 하니.. 위에서도 몇 번이나 이야기했지만 "뭘로 바꾸지??" 이 고민 자체를 한다는 점은 오경화 씨를 높게 평가하고 싶은 점이니.
확실히 그럴 수 있겠군요. 취향이라, 어찌 표현하면 '번역자의 이해도'가 '취향'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Commented by 악몽의현 at 2009/05/06 23:26
하긴 말투가 중요하죠. 하지만, 그것은 번역 문제도 있으니.... 뭐, 사투리 같은 것도 살리면 좋겠어요!
Commented by 천미르 at 2009/05/07 00:47
캐릭터의 말투라는 것이 보통 이젠 라노베의 가장 명확한 개성 확정법 중 하나로 자리잡기는 했지만...바꿔말하면 몇몇 설정이 너무 메이져해진 덕에 이젠 식상하달까, 그런 수준이죠;

특히 어린 여자애나 남자애가 모습에 걸맞지 않는 고풍스런 말투 등을 사용한다는 설정 등은 여기저기서 지나치게 많이 차용되는 탓에 이젠 물릴 지경; 작가가 어지간히 캐릭터의 매력을 잘 어필하거나 하지 않는 이상 전혀 신선함이 느껴지지 않는달까요; 캐릭터의 매력이라는 요소가 인기와 판매부수에 적잖은, 아니 거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라노베라는 매체에선 이 캐릭터 메이킹과 예의 그 중요 요소 중 하나인 말투를 어떻게 다른 설정과 잘 조합해내느냐에 따라 피아가 갈리는 듯 싶습니다.
Commented by Laphyr at 2009/05/07 01:46
맞습니다. 말씀하신 그런 예 같은 경우는 확실히 진부한 맛이 팍팍 풍기죠.
문제는 그러한 설정 중에 소위 '팔리는' 말투는 분명히 존재하고, 뻔 하다고 욕하면서도 사 보니까 출판사에서는 어쩔 수 없이 작가에게 그걸 강요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 같네요. =_=;
애초에 정말 순전히 작가 - 독자만의 관계라면 새로운 캐릭터도 등장하는 등의 변화를 기대할만한 여지가 크겠지만, 그게 아니라 돈이라는 무서운 힘 앞에 노출된 고리이기 때문에 일정한 갈등을 벗어 던지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남는 것 같아요.
인기와 상관없이 작가가 그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또 그것 중에서 팔리는 캐릭터가 나오는 것이 사실 가장 이상적인 형태인데, 그걸 기대하기가 힘드니 아쉬운 상황. 예전에는 신인상들이 그나마 그런 성향을 보여줬는데, 요즘에는 신인상도 노리고 쓴 것 같은 작품이 워낙 많으니..
Commented by 지나스 at 2009/05/07 01:23
언젠가의 제 포스팅이 떠오르네요. 좀만 전투적으로 쓰셨다면 비슷한 물건 하나 나왔을텐데 아쉽...(...)
포스팅 때도 리플에다 줄기차게 적었습니다만 "번역은 취향"이죠.
그걸 가지고 번역자 XX야 라고 덤비는건 좀... 번역의 정의부터가 다른데 무슨.

언제나처럼 딴 소리를 적자면, 전 라노베 읽으면서 문체 따지는 사람이 금서목록을 군소리 없이 재미있다고 하면 일단 색안경 두 장은 쓰고 봅니다. 빨간색, 파란색 더해서 입체로요. 문체의 질을 따지면서 금서목록의 그게 아무렇지도 않단 말이지 라는 거죠. 어떻게 그걸 참을 수 있는지 불가사의.

그런데 이 포스팅. 딱히 "내 의견이 진리라능." 으로 보이지는 않는데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정도로 밖에 안 보이는데.
Commented by Laphyr at 2009/05/07 01:55
사실 좀 더 전투적으로 쓰려고 했는데 막상 올리기 버튼을 누르려니 찜찜해서.. 괄호도 막 넣고 그랬습니다. 대충 몇 군데는 티가 날 것 같군요. -_-; 지나스 님의 그 포스팅은 기억이 나는군요. 제 포스팅보다도 취향에 대한 강렬한 주장을 하셨던 글이 아니었나 싶은데...

그냥 번역자 XX야!! 라고만 까는건 확실히 해결방법이 아니겠지요. 문제는 해결방법을 제시하면서(=모두를 만족시키는 번역을 들고 나오면서 -_-) 까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니 자꾸 이런 문제가.

금서목록에 대해서는 굉장히 반가운 견해이십니다. 금서목록 재밌다고 하면서 이고깽을 깨는 친구들이 제일 답이 없어요. 근데 자각 없는 일빠 친구들 중에서는 그런 경우를 굉장히 많이 볼 수 있죠. 1권 이후로는 캐릭터 보는 재미로 본다는데, 이건 진지하게 말하면 돈 내고 욕하는 겁니다..

마지막 문단! 아까 리셋 님의 댓글을 보고 약간 시껍했는데, 지나스 님께는 그렇게 비춰지지 않았던 모양이군요. 미군마짱 부분도 그렇고, 리셋 님이 약간은 제 글을 적극적인 의도로 받아들이셨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말씀을 들으니 조금 마음이 놓이네요(소심하다....)
Commented by 자이드 at 2009/05/08 13:42
잘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데니군 at 2009/05/09 08:42
매번 느끼는 일이지만 번역이라는게 참 힘들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같은 문화권인 일본어를 한국어로 바꾸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영미 문화권에 발매되면 어떻게 되는건지...핫핫. 항상 와서 한번 생각할만한 이야기들을 던져주셔서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Laphyr at 2009/05/09 21:56
우리나라 문학이 노벨상을 못 받는 것은 영어 번역이 힘들기 때문이라는 말이 새삼 장난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요.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시오 at 2009/05/09 20:36
저도 그냥 평범한 의견으로 읽었는데요....

말투와 캐릭터라고 해서 다양한 말투들을 예시로 들고 있는 포스팅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과는 다른 포스팅이었습니다. 그래도 여러가지 사실을 알고 가네요. ...호로가 그런 말투인줄 몰랐거든요..^^
Commented by Laphyr at 2009/05/09 21:57
호로의 말투에 대해서는 '포스팅 < 댓글'인 상황이 되어버렸죠, 본의 아니게 ;_;
소심해질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티오 at 2009/05/16 18:53
괜히 번역이 재 창작이라는 이야기를 듣는게 아니죠 =ㅁ=乃....

이런 글도 꽤나 재밌네요 =ㅁ=!!... 일본 라노베보다 시드 노벨에 주력하는 제 입장에서는 시도할 수 없는 형식이라 조금은 아쉽 ㅜ,ㅡ
Commented by 안녕 at 2009/08/24 08:00
번역에 한국적 정서를 많이 내포시킬 필요는 있죠. 일본 문화(오타쿠 관련)에 익숙한 독자라면 원작에 있는 표현을 그대로 가져온다 하더라도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한국에 번역 출간되는 라이트 노벨이 독자층을 일부 매니아층이 아니라 일반인까지 넓히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번역에 좀 더 신중을 기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어차피 매니아 밖에 보지 않보잖아!?" 라고 하면 할 말 없지만 라이트 노벨에 굳이 한계를 둘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Commented by 안녕 at 2009/08/24 08:01
"어차피 매니아 밖에 안보잖아!?" 이런 상스러운 오타를 쓸줄이야.
Commented by 윤소현 at 2009/11/23 14:39
잘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Laphyr at 2009/11/23 17:54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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