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발, 과시욕

 떤 분야가 되었든 설레발은 참 꼴불견 입니다. 설사 그것이 맞았다고 하더라도 얄미운 느낌이 들기도 하고, 틀렸을 경우에는 그야말로 킥킥 비웃음이 나오기도 하죠. 물론 설레발을 친 사람의 태도에 따라서 조금씩 느낌이 다르긴 합니다. 정중하고 예의있는 설레발(...?)인 경우, 맞으면 대단해 보이고 틀려도 뭐 그냥.. 이란 생각이 들죠. 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맞든 틀리든 신뢰감과는 별개로 꼴 사납다는 느낌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솔직히 과시욕이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욕구라고 봅니다. 명예욕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군가 자신의 업적을 알아줬으면 하는 생각은 다들 가지고 있죠. 까놓고 말하면 블로그 역시 그런 용도가 상당한 부분이 들어있을 것입니다. 밸리에 있는 '지름' 테마는 말할 것도 없고, 애초에 '밸리' 기능 자체에도 조금은 그런 속성이 섞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설레발에 의해 수반되는 거북함마저 면죄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전에 도서 구매, 대여 사태에서도 나왔던 얘기지만, 내가 갖고 있는 재산 - 그것이 물리적이든 지적이든 - 을 지나치게 어필하려 하는 태도는 분명히 '까임'을 당할만한 소지가 있습니다. 하물며 그게 틀린다면 말 다했죠.


 스트사가 MSL에서 박찬수 선수가 우승을 한 뒤. 스타크래프트 팬 사이트 포모스에서는 "봤냐! 나의 성지다!" 라는 식으로 자신이 박찬수 선수가 S급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적어뒀던 1여년 전의 포스팅을 링크한 글이 올라왔습니다. 물론 그 당시에는 박찬수 선수는 4강 연속 탈락으로 '그릇론(우승자 재목이 아니다)'의 중심이 되어있어서, 그의 성장을 단언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기도 했어요. 여기까지만 보면 분명히 일리가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의 글에는 박찬수 선수 이외에도, 대표적으로 KTF의 '정명호' 선수의 이름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프로리그에만 얼굴을 비추던 선수를, 가능성이 있다고 예언하듯 단언했던 것이죠. 근데 현실은? 정명호, 배병우 선수가 잘했으면 김재춘, 박찬수가 영입될리가 없었겠죠? 배병우 선수는 그렇다 치더라도, 정명호 선수는 거의 나오지도 않습니다. 결국 저 글은 '성지' 따위가 아니라, 오히려 '소 발에 쥐 잡기' 에 가까웠던 것입니다 (물론 그 소는 평범한 소는 아니에요. "쥐를 잡는 소" , 즉 그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인정해 줄 필요가 있죠).


 터넷을 돌아다니다보면, 위의 '설레발'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지나칠 정도의 '과시욕'으로 느껴지는 글은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 유행했던 주제로 살펴보자면, 야구와 주식을 들 수 있겠죠.
 
 야구의 경우, 예선에서 일본에게 치욕적인 패배를 당한 이후, "역시 한국은 안 된다. 이번에는 정예 맴버가 아니므로 어쩌구 저쩌구..." 하는 식의 비판적인 글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희망적인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바람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았죠. 그런데 최종전 승리 이후, 본선 승리까지 이어지자 그런 말들은 싹 들어갔습니다. 진 것이 뛰어난 작전이었다, 장한 선수들이다 등의 이야기를 누구나, 마치 전문가처럼 !! 포스팅했죠.

 주가는 작년 유명한 M 님 덕택에 인터넷 상에 수많은 투자 전문가를 양성했습니다. 평소에 알고 있었든 모르고 있었든은 차치하고, 그런 식으로 '꺼내놓는' 사람들은 분명히 많아졌으며 그 영향의 중심에 M 님 - 즉, 이 상황에서는 권위자 - 이 있었죠. 그 분께서 500 바닥론을 주창하신 이후, 너도 나도 앞다투어 "내려갈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번지르르하게 써댔습니다. 마치 전문가처럼 !! 물론, 현실은 타협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게다가 안타깝게도 코스피는 결코 혼자 놀지 않았죠. 쌀나라 동향에 온 신경을 기울였으니 말입니다.

 
 사실 위 이야기들은 제가 잘 아는 분야도 아니고, 그냥 들은대로 혹은 읽은대로 정리해봤을 뿐입니다. 하지만 저 안에 사소한 fact는 잘못된 것이 있을지라도, 결국 그로 인해 느낄 수 있었던 '감상' 자체에 변함은 없을 겁니다. 또한, 개인은 어디까지나 배경지식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하나의 글을 보고 다른 댓글을, 혹은 다른 포스팅을 할 수도 있겠지요. '약간은 특별한' 지식에서 오는 그러한 말들을, 모두 설레발이라고 할 수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마찬가지로, 거기서도 똑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비슷한 환경에 있는 사람이, 혹은 더 잘 아는 사람이 본다면, 그야말로 우스운 꼴일 수도 있거든요. (야구 전문가, 주식투자 전문가가 위의 예처럼 들끓는 여론을 보고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결론 : 아는 체는 위험하다.


 

by Laphyr | 2009/04/01 19:28 | = 경교대 생활일지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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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keith at 2009/04/01 21:02
아...데몬베인에 대해서 신나게 깐 터라 조금 찔리는군요;
결론에서 한방에 정리해주신 것처럼 아는 체는 확실히 위험하다고 봅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
라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겠죠;;; 에구구...
Commented by Laphyr at 2009/04/02 02:18
아냐 너의 데몬베인 포스팅은 여기에 전혀 속하지 않아 ㄲㄲㄲ 당연한 내용을 지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나처럼 잘 몰랐던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는 일이지!!
그냥 이런저런 쪽으로 관심을 갖다보니, 우스운 모습들이 많이 보여서 드는 느낌이었음.
Commented by 나인테일 at 2009/04/01 21:46
쥐를 잡는 소....
....뭔가 현 시점에 매우 적절하게 필요한 소님이시로군요..;;;;
Commented by Laphyr at 2009/04/02 02:19
하긴 그렇습니다. 쥐를 잡는 고양이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소라도 나와서 역할을 다해준다면 고맙다는 생각이 들겠죠.
Commented by 티오 at 2009/04/02 16:56
인터넷의 특성 때문이 아닐런지요.....흐음 =ㅅ=.... 개인적으로는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그것이 아는체일지라도 자주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ㅁ=.. 뭐... 그 정도가 지나치면 안되겠지만 =ㅅ=;
Commented by Laphyr at 2009/04/02 17:28
맞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양방향 소통이 이루어지기 힘든 인터넷에서는, 더더욱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야 하는 상황이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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