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으로

 저번에도 이야기 했지만, 저는 특별히 좋아하는 E-스포츠 팀이 없습니다. 하지만 싫어하는 팀들이 있는데, 그것은 '뻔하게 강한' 팀들입니다. 예전에 이윤열 제2의 전성기 시절의 팬택을 그래서 싫어했고, 제대 이후에는 르까프(현 화승)를 싫어했죠. KTF는 이영호 원맨 팀이긴 하지만 워낙 다른 사람들이 못해서 싫지 않았고, SKT 역시 강력한 라인업에 비해 허무하게 무너지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별로 싫어하지 않았습니다.

 위너스 리그 진행 중에 가장 즐거웠던 것은 화승이 이영호 선수에게 올킬을 당한 날 + 조병세 선수의 스나이핑으로 GG가 나왔던 날이었습니다. 구성훈은 제일 싫어하는 선수 중 하나이고, 이제동은 너무 강력해서 호감이 가지 않더군요. 강렬한 눈빛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야 매력 포인트로 다가오겠지만,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짜증날 뿐이죠.

 일요일은 그래서 너무 짜증이 났습니다. 우승까지 거머쥐었음에도 까이는 박찬수 선수나 방출 비슷한 형식으로 이적한 박지수 선수, 양대 백수라는 놀림을 들어야만 하는 이영호 선수 등이 이제동 한 명을 꺾지 못하고 올킬을 당했기 때문이죠. 강력한 선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모양이지만, 저는 정말 짜증만이 났습니다. 잘 써먹던 오영종 - 박지수를 그런 식으로 떠나 보냈던 조정웅이 이제동을 껴안아 주는 모습을 보고는 역겹다는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사실 제가 싫어하는 팀을 정하는 것은 재미를 위해서입니다. 특별히 좋아하는 팀이 없는 이상, 싫어하는 팀을 설정하는 것이 훨씬 경기를 재미있게 즐길 수 있으니까요. 근데 화승의 경우에는 감독 크리까지 겹치면서 정말로 싫어지고 있네요. 이제동 한 선수만을 놓고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팀을 묶어놓고 생각하면 짜증만 납니다.

 결론은? CJ화이팅.

by Laphyr | 2009/03/24 21:53 | = 경교대 생활일지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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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onkohan at 2009/03/25 00:36
군대가기 전에는 좀 즐기기는 즐겼는데, 주로 임요환 선수 한명에 초점을 맞추고 즐긴거라서, 임요환이 떨어진 개인 스타리그는 안 보거나 했죠..프로리그는 아예 관심조차 없었고..^^;; (결승전에 임요환이 소속된 팀이 올라가면 보긴 했습니다만..;;)..그것도 군대 가면서 관심이 안 가더군요...스타라는 종목이 지겨워지기도 했고 말이죠..;;
Commented by Laphyr at 2009/03/25 18:09
저도 군대를 기점으로 전/후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군대 가기 전에는 그야말로 사대천왕, 신사대천왕의 시대로 지금의 올드들이 활약하던 재미로 봤었고.. 다녀온 후에는 이름도 모르던 선수들이지만 훨신 발달된 컨트롤이나 전략 등에 감탄하며 본 것 같아요.
프로리그도 예전보다는 훨씬 세련되어 진 것 같고요. 저같은 경우 스타라는 종목이 거의 스포츠의 느낌으로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종족은 같아도 맵이 다르니까 매 시즌마다 새로운 재미가 있기도 하고요.
Commented by 티오 at 2009/03/25 08:31
전 삼성 & 뱅구 빠입니다[...] 덕택에 스타 재밌게 잘 보고 있죠 =ㅁ=... 이 팀은 어떻게 오랜기간동안 사기적인 포스를 보여주진 않고 있네요...OTL so1 때가 굉장히 재밌었는데...쩝 OTL
Commented by Laphyr at 2009/03/25 18:07
저는 그 재밌다는 소원을 실시간으로 보지 못했던 것이 정말 아쉽습니다. (군대 크리)
나중에 그분이나 빵종의 유명한 결기들은 찾아보긴 했지만, 실시간으로 보지 못한 것이 정말 느낌이 다르니까요. ㅜㅜ
삼성 정도가 적절하죠. 강하긴 하지만 어이없이 패하기도 하고;
Commented by 폴리시애플 at 2009/03/25 11:24
저도 임요한 선수 한명에 초점을 맞추고 스타를 봤는데 최근에 자주 안나오니까 시들해 지더군요
좀 나와줬으면 좋겠네요 가능하면 좀 이겨주기도 하면 좋겠구T_T
Commented by Laphyr at 2009/03/25 18:08
다음 예선전을 기대해봅니다. 조지명식에서 한 번 마이크 워크를 감상해보고 싶네요.
Commented by 지나스 at 2009/03/25 17:36
(뜬금없이) 전 MBC 해설진이 싫습니다. 늘 생각했지만 이번 결승 보면서 좀 심하게 굳었...

음, 저는 강한 선수는 좋아하는데 그 선수 하나로 판도가 확 뒤집히는 양상이 싫다고 할까요.
덧붙여 잘 하는 선수한테 목매는 게-물론 당연한 거지만- 너무 티가 나는 감독도 싫고.
(우승까지 해놓고 딱히 포스가 느껴지지 않는 병구를 좋아하는 이유. 질 땐 화끈하게 지니까;;)

그래서 지금의 프로리그 대전 방식, 개인적으로 마음에 안 듭니다. ㅇㅂㅇa
올킬도 좋고 멋져보이기는 하지만, 그 킬에 묻히는 선수들도 있지 않나... 싶은.
기껏 팀플 없애고 싹 개인전으로 바꾸더니 왜 또... ...하여튼 좀 그러네요.

그나저나, 박카스는 우승도 했는데 왜 까이는지... 영무 응원하긴 했지만 영무가 못한게 아닌데.
Commented by Laphyr at 2009/03/25 18:06
해설 능력은 인정하지만, 제 성향에는 엄옹의 쎀힝이 더 맞는 것 같더군요.
이제동 선수에게 호감이 안 가는 이유가 그런 부분인 것 같아요. 데뷔 후 저그전 승률이 80% 육박하기 때문에, 다른 저그 선수들이 잘하더라도 그 선수를 묻어버리죠. 1:1에서 지니까요. 찬수가 그래서 피해를 많이 보고 있는거고..
MSL에서 김구현-진영수-신상문-허영무 등 쟁쟁한 타종족들을 제압하며 우승했고, 이제동은 3명의 테란을 극복하지 못하고 떨어졌죠. 그걸 찬수는 극복한 셈인데, 일요일에 1:1에서 바르니까 바로 찬수 거품론을 들고 나오는 -_-

위너스 리그도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장기 리그로 끌고가기에는 우려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7경기는 너무 많기도 하고요. 영무는 결승전에서 판짜기를 좀 더 잘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Commented by Cruel at 2009/03/26 17:11
전... 오로지 SKT1 @_@!
Commented by Laphyr at 2009/03/27 03:18
빠심이 있으면 분명 최고로 즐거울 때가 오지만, 짜증도 밀려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_@
Commented by 사화린 at 2009/05/22 01:12
으음, 저도 제대하면 다시 e스포츠 열심히 챙겨보고싶네요 ;ㅁ;


스포츠에 있어서 어떤 팀을 응원한다거나 하는건
경기를 보는데에 있어서 좀더 풍성한 감성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합니다.

뭐, '싫어하는 팀'이 있다면
그 팀이 지는 경기를 보면서 느끼는 쾌감은 더해질테고,
포스팅에 담아내신 감정은 '싫어하는 팀'이 있음으로서 생기는 페널티- 가 아닐까 싶네요.


분함, 짜증남 등의 감정은 부정적이고 가지고있기 거북스럽지만,
그래도 그런 '풍부한 감정'이 그야말로 경기를 보는 '맛'을 가져다주는게 아닐까 싶네요.
Commented by Laphyr at 2009/05/22 01:58
뭐 그래도 CJ가 이겼으니 위너스 결승은 최고의 경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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