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문의 바깥 완감



 저는 어지간한 심정의 변화가 있지 않으면, 혹은 굉장히 좋아하지 않는다면 같은 작품에 대해 여러 번의 글을 늘어놓지 않는 스타일입니다. 1권과 2권에서 체크할 포인트가 같다면, 별달리 주목할만한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면 굳이 2회에 나누어 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인데요. 이 작품의 경우 1권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3권까지 모두 읽은 후에 드는 아쉬운 느낌들을 정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1.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1권 리뷰에서 자세히 이야기했지만, <문의 바깥>이라는 작품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작품이 지닌 메시지입니다. 물론 다양한 성격을 갖는 매력적인 히로인 캐릭터들을 통해 라노베의 재미에 대한 기본적인 기대감은 만족시키고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이 작품을 감상할 때의 포인트는 역시 작가가 '문의 안쪽'에 갇힌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라는 것에는 대부분의 독자들이 공감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나름대로 성공적인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에 성공했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2학년, 각 반에 따라 다른 인간사회를 형성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솔직한 본성에 대해 일관성있게 풍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에 <정의소녀환상> 리뷰에서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만, 작가가 작품 내에서 직접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은 굉장히 세련되지 못한 방법입니다. 이 작품 역시 각 권마다 작가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서술자격 주인공이 존재하긴 하지만, 그들은 직접적으로 무언가를 전달하기보다 스스로가 겪고 느끼는 것을 독자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팔찌를 찬 자와 팔찌가 풀린 자, 총알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새장에 갇힌 자와 지켜보는 자, 게임에서 승리한 자와 패배한 자, <문의 바깥> 에서는 이렇게 다양한 '강자와 약자' 구도를 차례차례 등장시키며, 각각의 상황에서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솔직하고 잔인한 모습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여기까지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무엇으로 이야기하는가?

 이 작품이 라이트노벨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부분이 가장 아쉬운 부분입니다. 작가는 독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서, 무엇으로 이야기해야 할까요? 세계관, 배경, 설정, 스토리 등 많은 수단들이 있겠지만, 이 작품이 라이트노벨의 범주에 속한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무엇보다도 캐릭터의 비중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물론 라노베가 아닌 경우에도 대부분 캐릭터의 비중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죠). 여기서 아쉬움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1권만을 봤을 때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이즈미, 마사키, 아오이라는 세 명의 메인 히로인 캐릭터는 분명히 각각 특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고, 이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라이트노벨적 요소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3권이 진행되면서 사정은 좀 달라집니다. 시간적인 경과, 공간적인 변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사키와 아오이라는 소녀는 처음에 작가가 '설정'한 그 모습 그대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사키는 포용력이 있고 이상을 갖고 있는 '착한' 소녀이며, 아오이는 겉으로는 강하고 아름답지만 약한 마음을 유리로 위태롭게 감싸고 있는 소녀입니다. 이는 1권에서도 등장했던 구도이며, 이야기의 진행에 따라 타파되었던 부분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2권에서는 다른 주인공을 따라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그녀들은 1권에 등장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타파 과정이 답습되며 2권의 에피소드가 진행되죠. 이즈미 - 아오이 - 마사키의 단계를 가졌던 1권에서, <문의 바깥>으로 사라져버린 이즈미를 제외한 2단계가 말입니다.

 물론 1권과 2권의 주인공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녀들이 겉으로 보여주는 모습이 같았던 것도 어느 정도 납득할 수는 있습니다. 아무리 심경의 변화가 있을만한 사건이 있었다고 해도, 다른 사람에게 쉽게 드러내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3권을 읽으면서, 미스즈라는 캐릭터를 보면서 저에게는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작가는 캐릭터에 애정을 담지 않았다'라는 느낌이 말입니다.

 3권을 읽으면서, 도통 미스즈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는 종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 때는 굉장히 무관심하면서도 섬세한 것 같다가, 어느 때는 냉정하면서도 여자아이 같은 감수성을 보여주기도 했죠. 이것은 결국 작가가 '캐릭터를 창조한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기 위해 '캐릭터를 이용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녀가 보여준 다소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적응력이나 판단력은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설정에 불과하였으며(1권의 노리유키가 보여준 통찰력과 마찬가지로), 갑자기 등장한 백합 코드 또한 '미스즈'라는 캐릭터를 제대로 만들어두지 않았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타이밍이 될 수 있습니다.

 원래부터 그녀가 이반이었다면 "나도 예쁘고 스타일도 좋은데, 왜 남자애들이 말을 듣지 않을까?" 라는 말을 하는 것은 굉장히 이상합니다. 그만큼 남자애들의 관심과 시선의 향방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얘기가 되는데, 이는 나중에 그녀가 마사키를 '사랑'하는 모습을 본다면 같은 인물이라고 납득하기는 굉장히 힘들죠. 그런 맥락에서 아오이, 마사키 등의 캐릭터도 각각의 살아있는 히로인을 만들었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며, 단순히 이야기의 진행을 위해 필요에 따른 설정을 제공하는 도구에 가까웠다고 해석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다 읽고 난 뒤에도 어쩐지 라노베가 아닌 것 같은 찝찝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3. 무엇을 제시하는가?

 이 작품이 라이트노벨이라는 점을 배제한다면, 이 부분이 가장 아쉽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분명히 이 작품은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는 성공했고, 그 방법 역시 나름대로 세련된 형식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결말입니다. 1,2권이야 애매하게 마무리했다고 해도 별 문제가 없을 수 있겠지만, 같은 느낌으로 3권이 완결되고 있다는 것은 굉장히 아쉬운 부분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모든 작품이 '결론 : 이렇게 하라' 는 방식으로 매듭지어질 수는 없습니다. 그럴 필요도 없고요. 그러나 <문의 바깥>과 같이 문제점을 잔뜩 헤집어 놓은 작품이라면, 적어도 어떠한 방향성은 제시할 수 있었어야 합니다. 정확한 상황 판단과 사건 해석은 당연히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전제가 되겠습니다만, 그 이후에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면 받을 수 있는 평가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생각할 소재를 제공했다는 면에서는 어느 정도 점수를 줄 수 있겠습니다만, 궁극적으로 무언가 해답이 제시되어야 할 상황에서 "알아서 생각하라"는 식으로 손을 놓아 버리는 것은 여운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이들이 갇힌 시설에 대한 비밀, 그것이 드러나는 방식, 이전에 사라진 아이들의 행방 등에 대한 부분도 분명히 지적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내적인 부분이고, 궁극적으로 지적받아야 할 것은 '무책임하지 말아야 할 작품에서 무책임한 결말을 보였다' 는 부분입니다. 열린 결말은 때로는 모두를 납득시키는 해답이 될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가장 바람직하지 못한 도주의 모습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작가의 첫 작품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분명히 굉장히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결말이 아쉽지만 충분히 재미있었고, 너무나 다음을 읽고 싶어지는 기대감이 들게 했으니까요. 다음 작품들도 굉장히 재미있게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by Laphyr | 2009/03/01 15:58 | = 라이트노벨 | 트랙백 | 덧글(7)

트랙백 주소 : http://Laphyr.egloos.com/tb/2248821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악몽의현 at 2009/03/01 19:06
으음, 이게 배틀 로얄 비슷한 거였나? 어찌됐든 저는 안 지를 거에요!
Commented by 사화린 at 2009/03/04 20:37
리셋님의 감상글이 떠오르네요.

1권은 너무나 만족스러웠는데, 3권 매듭이 너무나 아쉬워서
정말 머리를 쥐어뜯고 작가에게 글을 다시 써달라고 말하고 싶을정도의 심정-
이라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읽으면서 -ㅅ-ㅋ;



요즘에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 등의 감상글을 읽으면서
작가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혹은 글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도구'에 대해 생각하게됬는데,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가 개그요소에만 집중하며, '스토리'를 이를 표현하기 위한 도구 정도의 수준으로만
구축하고 사용했던 것과
이 작품이 유사한 경우가 아닐까 싶네요.

그러니까 한가지를 위해서 한가지를 희생하는 경우라 생각되는데,
이 경우는 손익중에 손해가 더 많았다는 느낌일까..


...이게 무슨 횡설수설일까요? -_-;;




아무튼, 여러가지 면에서 굉장히 관심이 가면서도 그 결말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지르기가 굉장히 고민되는 작품이네요 OTL
Commented by Laphyr at 2009/03/06 22:50
리셋님의 감상글은 읽지 않았지만, 말씀하신 내용에는 공감이 갑니다. 다음 작품에서는 조금 나아졌을 것을 기대해야겠죠.

횡설수설이 아니라 굉장히 명확한 지적이신 것 같습니다. 라노베에는 그런 작품이 상당히 많죠. 3류 작품의 경우에는 더더욱 많고, 인기 작품들은 그런 약점을 잘 드러내지 않으니까요.
바보와 시험과 소환수를 읽어보지는 않았습니다만, 이 작품의 경우 딱 반반이었다고 봅니다. 다른 분들이야 읽으면서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는 그렇네요.

읽으면서 이렇게 손에 땀을 쥐고, 다음이 궁금하고, 결말을 읽기가 아까워지는 작품은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물론 결말이 아쉽긴 하지만요.
Commented by Kurame at 2009/03/07 20:45
정말... 저도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1권은 정말 재미있었는데 3권의 그 결말은 분노까지(...) 느꼈다고 할까.
1권에서부터 캐릭터를 작가가 '위에서' 바라보며 움직인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만 그것조차 취향이라서요. 설정이 미숙한 점, 플롯이 치밀하지 못한점, 그 모든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놀랍도록 정소환스러운 느낌이 나는 작품이었어요. 1권만요(...) 물론 그정도까지 플롯이 터무니없지는 않았지만^^;
Commented by Laphyr at 2009/03/10 12:35
아니... 정소환이 이 작품을 본받아야겠죠. 물론 3권까지는 아니지만 -_-;;
전달하려는 메시지 자체도 훨씬 세련된 것이고, 그 수단 역시 "재미가 있는" 것이었으니... 그거보단 나았다고 생각을.....
물론 정소환 자체를 전혀 높이 평가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3류 작품보다 낫다고 해서 칭찬이 되지는 않겠습니다만..;;
Commented by 윤소현 at 2009/11/23 14:07
1권만 읽었는데 결국 결말이 어떤지 궁금; 누가 네타 좀 안 하나.
Commented by Laphyr at 2009/11/23 17:59
네타 해 드릴까요? 궁금하면 해 드림 (...)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