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성혁명과 동서양의 구강성교

 본의 아니게 사회학 시간에 페미니즘 강의를 2주 연속으로 듣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는 프로이트와 이리가레의 이론을 여성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이야기를 들었고, 이번 주에는 20세기 이후의 성혁명에 대해서 강의를 듣게 되었네요.

 중심이 된 주제 중 하나가 1차, 2차 성혁명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68운동과 함께 전개된 2차 성혁명에 대해서는 많은 의미가 부여되어 있는데, 여성학적 관점에서는 오히려 1차 성혁명이 더욱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였지요. 1920년대의 1차 성혁명, 즉 데이트 혁명에서는 남녀 관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던 '연애, 사랑'이 부각되었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인해 묻혀 있을 수밖에 없었던 여성의 존재가 인식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 라이히, 마르쿠제 등의 이론을 중심으로 했던 2차 성혁명은 여성학적 관점에서는 오히려 후퇴한 것으로 인식한다고 합니다. 섹슈얼리티에 관계된 다양한 사회적 금기에 반기를 드는 과정에서 생겨난 '자유로운 성욕의 표출'이 결국은 남성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행위는 가학적인 성행위로 대표될 수 있을 것이고, 타이틀에 등장하는 구강성교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하지만 프로이트를 비롯한 많은 이론가들이 모두 서양의 학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이론의 진위여부를 떠나 근본적인 부분에서 차이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근본적인 부분이라는 것이 바로 신체적인 차이입니다.

 여성학점 시점에서 구강성교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생리적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생각해보면 서양과 동양의 그것은 굉장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동양인과 서양인을 비교해보면 평균적으로 동양 남성보다는 서양 남성의 성기가 큽니다. 하지만 여성의 구강의 경우 아무리 체격적인 차이가 존재한다고는 해도 아주 큰 차이가 나지는 않습니다. 신체적인 부분을 감안했을 때, 동양인보다 서양인의 경우가 구강성교의 '난이도'가 높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사실 서양의 경우 구강성교는 여성과의 관계보다는 오히려 동성과의 관계에서 유래된 경향이 있습니다. 여성의 지위가 노예 수준이었던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에는 동성애가 유행하였고, 철학자들조차 동성애가 지고의 사랑이라고 표현할 정도의 상황이었죠. 그 시대의 지주나 귀족들은 '미소년'들을 데리고 있었고, 밤마다 그들에게 구강성교를 요구했던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꼭 여성이 남성 이하의 존재라는 의미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성적인 부분을 배제한 행위에서 시작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동양인의 정서에 가장 어울리는 구강성교의 형태가 영화 '비밀(1999)'에서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저 영화는 히로스에 료코가 주연을 맡아 인기를 얻기 시작한 작품이며, 국내에도 소개가 된 유명한 작품입니다. 극중에서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딸인 모모코의 몸 속에 아내인 나오코의 영혼이 들어갔다는 것이 알려진 상황에서, 나오코(몸은 모모코, 즉 히로스에)가 남편인 헤이스케의 성욕을 걱정하여 관계를 권하는 장면이지요. 헤이스케는 아무리 영혼이 아내라고 해도 딸인 모모코의 몸을 더럽힐 수는 없다며 거절하고, 이에 나오코(거듭 말하지만 몸은 모모코)가 "입으로 해줄까?" 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일본과 우리나라의 문화는 굉장히 다르고, 1960년대의 좌파운동마저 변태적인 성욕의 어두운 역사로 얼룩진 것이 일본이라는 나라인 것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봉사'라는 말을 살펴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일본의 구강성교는 서양의 그것처럼 지위의 확립과 욕망의 분출이라는 측면보다는 오히려 여성이 남성에게 '베푸는' 행위라는 느낌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신체적인 차이에 의거한, 상대적으로 '쉬운 난이도' 는 그에 대한 근거로 제시될 수 있을 것 같네요.)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구시대적인 사고에 사로잡혀 구강성교를 통해 정복욕을 느끼고, 그 여성을 완전히 자기 소유로 만들었다는 착각에 빠진 남성들이 많다는 현실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이며, 그런 잘못된 생각을 바탕으로 구강성교 자체를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은 도돌이표 논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양처럼 개인의 가치를 우선하는 사회, 그 개인의 영역에 여성을 동등하게 포함시킨 현대 사회에 있어서는 분명히 구강성교가 남성의 욕망만을 위한 행위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개인보다는 인간끼리의 관계에 주목하는 것이 전통적인 동양적 사고방식이라고 봤을 때, 동양의 그것을 서양에서 일어난 2차 성혁명의 논리로 설명하는 것은 조금 아이러니한 것 같습니다. 남성이 여성을 위해 행하는 애무와 같이, 구강성교 역시 여성이 남성을 위해 '베풀어 주시는'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 일반적인 시각에서만 바라보느라고 조금 어색한 감이 있는데, 솔직히 저는 이 문제에 대해 설명을 들으면서 얼마 전에 입문한 BL 드라마 CD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제가 BL 드라마 CD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지나치게 상업적이고 보여주기 용도의 느낌이 있을 수밖에 없는 남성향 미연시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인데, 그만큼 BL 드라마에는 이성애보다 더욱 논리정연한 사랑이 녹아 들어가있기 때문입니다.

 거기서는 구강성교가 그야말로 상대방에 대한 사랑의 형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해주고 싶은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는 동양에서의 구강성교는 이러한 모습에 가까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서양의 사고방식과 이론을 그대로 받아들인 껍데기 뿐인 남성우월적 사고방식이 만연하여 이러한 행위가 대표적으로 배척받는 것이 웃기는 상황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물론 상황을 웃기게 만든 장본인은 자기 멋대로 우리와는 다른 서양식 판타지를 동양에 들여와버린 일부 남성들이긴 하지만요.

by Laphyr | 2008/11/12 21:19 | = 경교대 생활일지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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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제리 at 2008/11/12 21:53
논리정연한 사랑...뭔가 어려운 말 같습니다. 헐헐.
이성을 바탕으로 하는 단어와 감정을 바탕으로 하는 단어가 같이 붙어서 그런것이려나요.
Commented by 타즈 at 2008/11/13 06:50
이런 강의를 하는 수업도 있네요;
저도 한번 들어보고 싶습니다.
Commented by 소은 at 2008/11/13 09:11
역시나사랑하지않으면 할수가없는 거죠..
Commented by 지나스 at 2008/11/13 17:14
역시 매체를 통한 학습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의미 많음.).
그런데 (요즘 이 소리 자주 하네요.) 결국 그것도 당사자들 나름의 차이인 거니까요.
아니, 이 경우에는 당사자들 만큼이나 '상황'의 비중도 큰가요...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위가 나오느냐,는 거기에 따른 기분이 제일 중요한 걸텐데.
쳐박는 것과 가져다 대는 것의 차이...랄까요. 아, 자동차 이야기입니다. (......)
무조건 뭐는 뭐고 뭐는 뭐고라고 단정 짓는 사람은 오히려 성적으로 아는 게 없다는 거죠.
말할 자격 없음,이라는 느낌.
Commented by Laphyr at 2008/11/13 19:50
제리// 논리정연한 사랑의 시나리오라고 표현하는 쪽이 나았을지도 모르겠네요. 외적인 의도가 포함되지 않은 순수한 사랑의 느낌이랄까,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조금 표현이 어색했나봅니다.

타즈// 수업 자체는 페미니즘에 관련된 것이었지요. 아래쪽의 망상은 별로 수업 자체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페미니즘 수업이라면 찾아보면 있을 것 같습니다.

소은// 그게 진리입니다. 그런데 서양의 사회학자들이 그것에도 갖은 의미를 부여하고, 그걸 가져온 국내 학자들도 상황도 다른 얘기를 이론이랍시고 펼치고 있는게 우스운 것 같아요.

지나스// 음... 말씀을 듣고 보니 여러모로 어떤 매체를 말씀해주셨는지 짐작이.....
사실 그렇기에 사회과학에는 '답이 없다'는 말이 많이 나오긴 하죠. 그래도 그나마 거기서 일련의
패턴을 찾아내는 것이 학문으로 형성된 것은 사실이긴 한 것 같습니다. 제가 지적한 부분은 이상한 것을
갖다놓고 답이라고 우기는 것이 웃기다는 것이 되겠네요.

마지막 말씀도 굉장히 옳은 얘깁니다. 프로이트가 죽을 때까지 성이론을 자꾸 말을 바꾸면서도 끝내
바꾸지 않은 것이 여성이 갖고 있는 남근숭배사상이라는데, 이건 솔직히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소리니까요. 결국 여자가 아닌 프로이트는 말할 자격없음.
Commented by ckatto at 2008/11/16 11:05
약간 딴소린데 옛날 일본성인만화 뒤적거리다가 '본방' 까지 하는 업소랑 '유사성교'만 하는 업소가 따로따로 존재하는게 기억나네요.

사채꾼 우시지마 잠깐 서서 볼때 '본방'까지 가는건 불법이고 '유사성교' 까지만 하는건 합법이라고도 하고... 이 부분은 대강 봐서 헷갈립니다.
Commented by Laphyr at 2008/11/17 00:37
우리나라도 법조항이 따로 있지 않나요? 그래서 윤락가 단속이 심해지면 변종 유사성교 사업이 더욱 기승을 부려서 문제가 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합법은 아니더라도 처벌 기준이 다른 것 같아요.
Commented by 정종국 at 2009/07/21 03:32
나도 한번 해봐야지
꼭 꼭 해볼겨
Commented by gay at 2009/09/27 00:17
동성애자들은 2차 성혁명과 상관없이 꾸준히 구강성교를 해왔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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