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칼리 1권


 칼리는 라이트 노벨로서는 드물게도 현실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고식 같은 작품도 시대 배경이야 현실이지만, 이 작품은 중심이 되는 소재도 영국와 인도의 식민지 관계라는 역사적 사실이 된다는 것이 특징이 되겠습니다. 

 표지와 책 소개를 보고 독특한 배경을 갖는 백합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작품의 중반부 이후 펼쳐지는 치열한 암투가 더욱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여성 운동가인 이모의 영향으로 진취적인 사고 방식을 갖고 있는 샬롯이, 고리타분한 과거의 장밋빛 생활에 젖어있는 기숙사제 학원에 들어가서 펼쳐지는 아기자기한 이야기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다소 어리숙해 보이면서도 심지가 굳은 주인공 샬롯의 캐릭터는 독자들에게 자연스러운 웃음을 줄 수 있을만큼 귀엽고, 그녀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 또한 충분히 재미있게 지켜볼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 작품의 제목이 말해주는 것처럼, 빠져서는 안되고 빠질수도 없는 것이 바로 칼리라는 소녀(?)의 존재입니다. 시름에 빠진 샬롯에게 힘이 되는 말들을 던져주며, 가끔은 이상하리만큼 친밀감을 과시하기도 하기도 하는 신비한 소녀. 이것이 3인칭 서술에 의한 수식이 아니라, 샬롯의 1인칭에 의한 순수한 - 하지만 다소 둔하기도 한 - 시점에서 표현되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도 샬롯과 함께 칼리의 매력에 빠져들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고 있었습니다.

 샬롯의 학원 생활을 보면서 좀 더 호흡이 긴 작품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인한 2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함께 이야기도 급전개의 물살을 타기 시작합니다. 좀 더 그녀들의 아기자기한 학원 생활을 엿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이미 비뚤어진 방향으로 굴러가기 시작한 세계 정세의 흐름은 샬롯과 칼리를 올가 여학교라는 온실 속의 여학생으로 놔두지 않습니다. 비극적인 식민지의 역사를 가진 인도와 해가 저물기 시작하는 영국을 배경으로, 따뜻한 여학교의 분위기와는 정반대인 차가운 현실의 이야기가 소녀들을 감싸기 시작하는 것이죠.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이 작품에서 대부분의 스토리 키는 칼리가 쥐고 있습니다만, 그 파트너가 되는 샬롯이라는 캐릭터도 굉장히 매력적이라는 것이 마음에 듭니다. 스스로도 '배울꺼야!라고 이야기할 만큼 재론의 여지가 없는 성장형 캐릭터이지만, 적어도 그녀가 갖고 있는 순수한 의지만큼은 너무나 깨끗한 광채를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수를 해도 따뜻한 눈으로 감싸주고 싶고, 울고 있으면 보듬어주고 싶고.. 그런 매력이 샬롯에게는 있습니다.

 의외로 호흡이 빠른만큼 뒷 이야기도 굉장히 궁금해집니다. 1권 후반부는 살짝 급하게 진행된 면모가 있긴 하지만, 초중반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에는 어쩔 수 없었다는 생각도 드네요. 여자아이들의 이야기와 물 밑 암투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굉장히 만족하실만한 작품입니다.

이글루스 가든 - 라이트노벨을 읽어봅세

by Laphyr | 2008/10/30 02:26 | = 라이트노벨 | 트랙백 | 핑백(1)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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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사화린 at 2008/10/30 05:58
어흨, 작품 소개만 보고서 암투나 성장등의 이야기까지만 예측했었는데,
'그 다음'이 있다하니 갑자기 기대되네요 -0-;;
Commented by 타즈 at 2008/10/30 06:31
칼리라는 단어는 고유명사로 인도의 살육의 여신을 일컫는 말이 아니였나요;;
제목이 이런 살벌한 단어를 따 온건 분명 이유가 있을터인데....

1권 내용만 가지고는 아직 짐작이 안됩니다 ><
Commented by 악몽의현 at 2008/10/30 09:41
암투와 성장이라.... 이제 남은 것은 반역[응?] 뭐, 반 농담이고요. 타즈씨 말대로 이름에는 책에 대한 뭔가 심오한 뜻이나 그 캐릭터를 확실하게 나타내주죠.
Commented by Laphyr at 2008/10/30 10:31
사화린// 생각보다 템포가 빠른 작품이라, 2권에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댓글 단 시간을 보니 당직이셨나...;;

타즈// 캐릭터 자체보다는 작품의 환경에서 그러한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칼리가 보여주는 얼굴 중에는 누구보다 강인한 모습도 분명히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얘가 살육을 하거나 그럴 것 같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악몽의현// 캐릭터는... 글쎄요. 일단 '살육의 여신'에서 후반부의 수식은 이미 틀려 있으니까요. 칼리가트라는 캐릭터 자체보다는 작품 전체가 갖는 느낌을 나타내주는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지나스 at 2008/10/30 12:39
소녀들의 기숙사와 암투를 지켜보며 심신을 정화시키셨군요(...축약하면 이상해지는 한국어의 묘미).
전 이 책 출판사가 거기(..)라서 좀 다른 의미의 논외 취급이었습니다만 괜찮으려나...

근데, 그래서 백합물인가요, 아닌가요? (진지)
Commented by Laphyr at 2008/10/30 21:13
으음 어느 곳에 포인트가 맞춰진 것인지는 모르지만.....;; 어쨌거나 정화된 것은 맞네요.
미씽은 번역 문제로 안 좋은 소리가 많았는데, 이런 괜찮은 작품도 묻히는 것은 좀 아쉽습니다.

진지하게 대답하자면 노 코멘트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백합물인지 아닌지 대답해버리는 것으로 네타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하지만 이 정도의 본문과 대답으로도 짐작은 가실듯.)
Commented by Skeith at 2008/10/30 23:23
이것도 강각의 레기오스와 더불어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2권이 기다려지는 작품이지요.
저는 성장형의 캐릭터를 꽤나[아니 많이] 좋아하기 때문에 샬롯같은 녀석이 마음에 쏙 듭니다. 거기에
칼리라는 캐릭터[훗 이녀석...]역시 제 취향에 맞는 녀석이지요. 단순히 캐릭터 뿐 아니라 스토리의
흐름 자체도 좋기 때문에 즐거웠습니다. 아, 역시 소설은 이런 녀석을 찾아냈을 때의 기쁨 덕분에
보는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슬견 at 2008/11/12 12:50
2권이 매우 기대되는 소설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 두명이 행복해졌으면 하는 마음이 들는 책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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