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집 지키는 반시 完感


 제12회 전격소설대상 금상 작품으로, 은상 작품이었던 <늑대와 향신료>에 완전히 묻혔죠. 현재의 상황만 놓고 보자면 이러한 현실을 절대 부정할 수 없습니다만, 1권만 놓고 생각하면 또 어느 정도 납득이 가기도 합니다. 반시 1권은 나름 새로운 시도에 꾸밈없는 서술이 매력적이었고, 늑향 1권은 경제 요소를 뺀 구도는 그다지 신선하지 않았으니까요.

 <집 지키는 반시>의 가장 큰 특징은 요즘 작품답지 않게 오손도손한 분위기인데, 마지막까지 이러한 분위기는 잘 살아 있었습니다. 다소 심각한 문제라도 마치 아리아의 평소 성격처럼 부드럽게 해결되고, 점점 늘어나는 거짓말 속에 꼬여가는 상황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었죠. 다른 작품의 캐릭터에 비하면 그다지 파괴력은 없지만, 개성이 뚜렷한 오를레유 성의 식구들은 작품 속에서 스스로 살아있는 매력을 분명히 갖고 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목적 의식의 부재였던 것 같습니다. 소소한 일상이 펼쳐지는 것도 재미있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요즘 추세에는 잘 맞지 않죠. 그나마 시장이 큰 일본에서는 낫겠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좁은 시장에서 이렇게 '큰 특징이 없는 것이 매력인' 작품이 살아남기는 굉장히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숨겨진 진짜 목적이 있었다고 해도 부족한 상황에, 마지막 권인 4권은 제대로 된 끝맺음을 짓지 못한 채로 막을 내리고 있으니 문제가 될 수밖에요.

 아기자기한 배경과 오손도손한 캐릭터가 매력적인 만큼, 깨끗하지 못한 뒷마무리 방식은 정말 아쉬웠습니다. 작가는 아리아와 친구들이 살아가는 오를레유 성의 평화가 영원히 지속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일까요. 차라리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은 브라드 경의 악마로서의 모습을 살려, 조금은 현실적이고 비극적인 에피소드를 막바지에 이르러 등장시켰으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렇게 되었다면 '마지막이 재밌으니 그것을 기대하라!' 는 식이 아니라, '동화같은 나날의 끝에 존재하는 것은?' 이라는 식으로 과정도 재미있고 마지막의 반전의 충격도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by Laphyr | 2008/10/06 01:54 | = 라이트노벨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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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악몽의현 at 2008/10/06 09:01
저는 이거 꽤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래서 4권에서 완결은 뭔가 아쉬웠지만.... 그런데 저희 양판소 애들이 큰 특징이나 목적이 있었습니까? 그냥 심심하면 깽판. 드래곤 잡고, 게임질하는 그런 평범한 이야기뿐. 뭐, 커플들이 많이 나온다는 것도....[후]
Commented by Laphyr at 2008/10/06 19:20
뭐 저도 재미있게 보긴 했습니다. 아쉬웠다는 거지요.
이 작품이 목적의식이 없어서 양판소보다 못하다거나 그런 얘기는 아닙니다. 아니, 본문에 양판소 얘기는 없는 것 같은데..;;
굳이 따져보자면 막장 양판소에도 목적은 있는 경우가 많죠. 원래 세계로 돌아간다던가, 세상의 모든 아티팩트를 독차지 한다던가, 신들로부터 세계를 구한다던가... 문제는 과정이죠..
Commented by Skeith at 2008/10/06 20:59
흠...탄산수가 아닌 이온음료 같은 느낌이려나요?[뭐?]
소소한 일상이 나오는 작품들을 좋아하긴 합니다만 뚜렷한 중심이 없다면 그건 또 조금 미묘하군요.
4권 완결이라는 점도 조금 아쉽습니다. 하지만 읽어보지 않고 단정을 내릴 수는 없겠죠.
흐음,돈만 있었으면 함 사보는건데...
Commented by ckatto at 2008/10/07 02:09
집지키는 반시를 읽어본건 아니지만 같은 목적없는 라노베인 요시나가씨 댁의 가고일이 15권까지 쭉쭉 나아가는것과 비교하면 너무 밋밋한게 아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Commented by Laphyr at 2008/10/11 11:20
요시나가씨 댁 가고일은 그나마 누굴 쓰러뜨려라! 하는 식으로 가끔씩 목표가
나오는 것 같기도 하던데... 뭐 궁극적으로는 심각하지 않으니 그게 그거일수도 있겠지만..;;
Commented by 사화린 at 2008/10/11 10:33
꼭 목적의식이 없다는게 문제가 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떤 특별한 일이 있었기에 적는 것이 아닌,
그저 자신이 살아갔기에 그걸 적는 '일기'와 같이,
인물들의 일상을 그대로 읊어가는 작품들이 여럿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런 작품들은 보통, '치유계'로 흘러가는 편이 많더군요)

AIRA같은 경우도 있고, '치유계'라는 말로 정의되어 하나의 대세가 될 정도이니만큼,
목적의식이 없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작가가 독자들을 몰입시키거나 감동을 주는 방식이 아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직접 보질않았으니 예상뿐입니다만.. -3-
Commented by Laphyr at 2008/10/11 11:22
근데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그런 일기 같은 작품들은
상대적으로 상업성이나 대중성이 떨어지지 않나요? ARIA 같은 경우는 만화책이고, 아름다운 그림체 등이 + 효과로 작용하겠지만 라노베는 '치유계'가 '하나의 대세'로 부를 만큼은 안되지 않나 싶습니다.

Commented by 사화린 at 2008/10/12 12:51
흐음- 만화책은 아무래도 말씀하신대로 '그림'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말로 못할 감동이나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데,
(실제로 ARIA는 절정부분을 2장에 걸친 '컷'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죠.)
소설은 그게 안되서 문제.. -3-
Commented by Laphyr at 2008/10/12 17:31
아, 그 컷이라는거 굉장히 납득이 가는 표현이네요.
확실히 ARIA에서는 '흐뭇한 표정을 짓는' 캐릭터들과 아름다운 배경이 하나의 컷으로
나타나서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어주는 엔딩이 참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소설에서는 그게 힘들죠(...)
Commented by 사화린 at 2008/10/18 23:00
ARIA는 그림이라는 표현수단을 참 제대로 활용하기도 했죠.


은반컬라이더스코프가 심리표현을 통한 '절정'을 연출해낸다면,
ARIA는 이끌고 가던 감정선이나 텐션을 '한 장면'에 집중적으로 담아내는게 특징이라고 생각해요.

2장에 걸쳐서 비둘기가 날리는 장면이나 노을지는 바다와 같은 장면을
'소름끼치도록' 표현해내는게 정말... ;ㅁ;b
Commented by 윤소현 at 2009/11/23 14:28
이 작품과 늑향은 자주 비교가 되던;
Commented by Laphyr at 2009/11/23 17:55
아무래도 수상작 문제가 .... -_-;;
전격은 뭐 대,금상보다 은상이 무난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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