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7월 18일
[리뷰] 정의소녀환상 - 의미있는 시도와 그 한계

시드노벨 7월 발매작인 정의소녀환상은 작품이 갖고 있는 독특한 특성 만큼이나 많은 얘깃거리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작가인 ki-on님의 다른 컨텐츠에 대한 몇몇 비평글을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개인적인 기대를 갖고 있던 작품이었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논란의 주제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어서 조금 놀라기도 했죠. 다소 늦은 감이 있긴 합니다만, 여태까지 많은 감상과 리플을 통해 이야기가 오고간만큼 좀 더 객관적인 감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1. 의견이 갈리는 이유?
여러 감상글을 읽은 분들이라면 눈치를 채셨겠지만, 정의소녀환상에 대한 칭찬/비난은 전혀 다른 표적을 향해서 화살을 날리고 있습니다. 다소 공격적인 감상이나 리플이 나올 수 있는 것도 당연한데, 왜냐하면 두 입장은 한 작품이 갖고 있는 다른 특성에 대한 평가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야기가 통하지 않으니 답답하고, 서로 답답하니까 자기가 느낀 것을 전달하기 위해서 말투가 공격적이 될수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정의소녀환상을 비난하시는 분들은 주로 작품에 등장하는 지나치게 과장된 묘사, 개성없는 캐릭터의 나열, 설득력이 없는 독립사건(주로 전투의 형태를 띄고 있는)을 근거로 삼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작품에서는 여타 작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엄청난 단위의 수식어가 여기저기 사용되고 있고, 그 결과 지구를 수십 번쯤 날려 먹을만한 전투 묘사가 '자주' 등장합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설정의 무난한 캐릭터들이 차례차례 등장하며, 다른 이야기의 등장없이 오직 이어지는 전투로만 작품을 전개해나가고 있습니다.
반면 정의소녀환상을 칭찬하시는 분들은 이 작품이 갖고 있는 주제, 테마와 그것을 전달하려는 호소력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 작품을 단순히 마법소녀들이 나와서 싸우는 내용으로만 받아들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Final act 에 이르기까지 진행되는 모든 내용이 최종적으로 주인공, 작가가 독자를 향해 전달하려는 메시지로 연결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어디까지나 재미와 흥미를 최고의 가치로 치는 경향이 강한 우리나라 라이트 노벨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시도였고, 충분히 그 의미를 인정받을만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정의소녀환상을 통해 이루어진 것은 어디까지나 시도였을 뿐, 성공적인 연습이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위에서 지적한 단편적인 문제점 외에도, 이 작품은 너무나도 많은 허점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2. 왜 문제가 되는가?
일본에서조차 제대로 정의를 내릴 수 없는 라이트노벨, 이것은 그만큼 라이트노벨이라는 장르에서 독자들이 바라는 모습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동시에 그것은 많은 독자가 다양한 부분을 통해 얻어가는 재미의 양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보편적으로' 훌륭한 작품이라고 정의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그것은 매력적인 캐릭터가 될 수도 있고 치밀한 미스터리가 될 수도 있으며, 드라마틱한 반전일 수도 있겠지요.
정의소녀환상이 선택한 것은 바로 작품 전체에 흐르고 있는 확연한 주제의식 입니다.
타이틀에서 '환상'이라고 표현된 것처럼, 이 작품은 근본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했던 주인공이 '환상'이라는 비일상을 통해 무언가를 깨닫고, 비록 아무리 가혹한 현실이라고 해도 거기에 맞서고 적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세계대전이라고 하는 재앙 속에서 나타난 마법소녀라는 존재는 더할나위 없이 가혹한 현실이며, 초반에 등장하는 방대한 파괴극 역시 그것을 일깨워주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구조 자체는 신선한 것이 아니며, 라노베 뿐만 아니라 다른 매체에서도 다양하게 사용된 전례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에반게리온과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입니다. 신지라는 소년이 에바를 받아들이고, 타인의 의지로 여태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되는 모습은 2대 블랙 세피로트의 탄생과 흡사합니다. 말도 안되는 비일상에 조금씩 적응해나가는 그녀의 모습은 쿈의 그것을 오버랩되며(스케일은 다르지만), 동시에 한 소년과 동아리 친구들이 있는 현실로 돌아오려는 왕민폐 단장님의 모습과도 닮은 점이 있습니다. 억눌렸던 무거운 고리를 벗어던지고,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나갈 것을 맹세하는 모습은 에바의 마지막 장면과 겹쳐집니다.
예를 들었던 에반게리온과 하루히가 그랬던 것처럼, 메시지를 갖고 있는 작품이 대작이 되는 경우는 많습니다. 그러나, 메시지가 있는 작품이 대작이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수많은 팬들을 만들어내며 그들을 울고 울렸던 두 작품에 비해, 정의소녀환상은 모자라는 부분이 너무나 많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큰 두 가지의 문제는, 이 작품이 갖고 있는 최대의 장점과 단점에 그대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2-1. 테마
분명 이 작품이 갖고 있는 테마는 멋지고, 또 의미가 있습니다. 미소녀들에 둘러싸여서 하악대는 소년의 이야기가 애니화되고 인기를 얻는 현실에 비추어 본다면, 고결하기까지 한 주제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나 작품의 테마는 어디까지나 독자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둬야 하는데, 이 작품은 그런 부분을 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Final Act 에 등장하는 주인공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라노베를 읽으면서 거기서 교훈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고, 무언가를 배우려고 읽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에반게리온과 하루히를 훌륭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이야기로서의 전개와 주제로서의 테마가 잘 조화되어 있기 때문이지, 그 주제 자체가 엄청난 철학적인 내용이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두 작품은 독자, 혹은 시청자가 얼마든지 나름대로의 재미를 찾으면서도 최종적으로 작가, 감독이 제기하고 있는 주제의식에 도달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는데, 정의소녀환상은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해봤어요? 안 해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위 대사가 어째서 웃음을 유발하는 것일까요? 이것은 개그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대사입니다만, 라이트노벨 감상에 있어서도 어느정도 적용의 여지가 있습니다. 뒤통수를 때리는 반전, 혹은 화끈한 결말이 있는 소설에 대해 많은 독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끝까지 읽어보셨어요? 안 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올까요? 많은 경우, '끝까지 읽어볼만한 의지가 안 생긴다' 가 정답으로 제시됩니다. 아무리 결말이 재미있더라도 거기에 이르는 과정이 재미가 없다면, 순수문학이라면 모를까 라이트노벨로서는 처참한 실패라고 봐야 합니다. 과정도 재미있고 결말도 재미있는 작품도 많은데, 결말에서 터져나오는 포스가 대단하다고 해도 굳이 선택할 필요는 없겠죠.
정의소녀환상이 '테마'라는 부분에 있어서 범하고 있는 치명적인 오류가 이것입니다. 최종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히 의미있지만, 거기에 이르는 과정이 너무나 미흡합니다. 주인공이 별다른 배경설명 없이 피 튀기고 사지가 절단되는(마법으로 금방 다시 붙습니다만) 싸움에 뛰어드는 것이나 의미없는 과장된 수식이 나열된 전투가 연속되는 것 등의 소위 '까는 이유'들의 대부분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겠죠.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아무리 뚜렷한 테마가 있더라도 그것을 독자들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없다면 그 시점에서 이미 빛을 잃었다고 봐야 합니다. 뛰어난 작품들은 대부분 과정과 결과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절충적으로 잡아냈고, 그렇기에 뛰어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정의소녀환상은 작가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고, 그렇기 때문에 과정에서 재미를 구하는 독자를 배려할 수 없었습니다.
독자가 이야기에 몰입하지 못할 것을 예상이라도 했는지, 아니면 작가에게 그것은 관심 밖의 영역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메시지의 전달방식마저 주인공의 입을 빌린 '직접적인 발언'이라고 하는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이야기에 동조할 수 없는 독자는 대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 것일까요. 작가는 '최종발언 이후 에필로그' 라는 식상한 패턴을 사용해 망연한 독자들의 물음으로부터 도망치고 있습니다. "내 목소리를 들어-!" 라는 걸까요.
2-2. 캐릭터와 표현
정의소녀환상에 대한 비난글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항목이 바로 캐릭터와 표현에 대한 부분일 것입니다. 말기 양산형 판타지 소설에 대한 거부감 때문인지, 특히 라노베를 즐겨보는 독자들 층에서는 '오버 밸런스'에 대한 안 좋은 시각이 많은데요, 아마 그러한 배경이 이 부분에 있어서의 비난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지만 드래곤 볼, 투명 드래곤으로까지 비유되는 엄청난 규모의 과장된 표현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등장인물이 시속 100KM로 날던 광속으로 날던, 돌을 던져서 지구를 부수던 블랙홀을 던져서 우주를 삼키던 그것은 어디까지나 캐릭터의 개성으로 치부할 수 있겠죠. 등장인물이 너무 황당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까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에 의한 의견에 불과하며, 취향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것을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옳지 못한 일입니다. (등장하는 모든 여성의 헤어 스타일이 똑같이 단발이라고 작품을 깔 수는 없겠죠.) 정의소녀환상의 경우 한 캐릭만 오버 밸런스인 것도 아니고, 아예 모든 캐릭터가 그런 수준이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안됩니다.
정답은 의외로 간단한 곳에 있습니다. 드래곤 볼 - 투명 드래곤, 분명 두 작품(?) 모두 초인적인 강력함이 등장하고 있습니다만, 드래곤 볼은 길이 남을 명작으로 치부되는 반면 투명 드래곤은 잡설로 취급됩니다. 차이점은 드래곤 볼의 스토리가 거기에 등장하는 엄청난 힘에 대한 개연성을 보조해주는데 비해, 투명 드래곤은 그런 요소가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에네르기 파로 혹성을 날려버릴 수 있는 초사이어인의 등장이 크리링의 죽음이라는 사건을 전제로 갖고 있는데, 투명 드래곤은 '태어났을 때부터 짱 셌'거든요.
정의소녀환상의 이해할 수 없는 수식어의 난무는 이러한 맥락에서 문제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초반부에 등장하는 마법소녀에 대한 묘사는 당연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녀들이 '도피하고 싶은 악몽같은 현실'을 만들어내는 장본인이며, 현대 사회의 어떠한 병기로도 해칠 수 없는 강력한 존재라는 것을 독자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간접적인 상황 묘사 수단으로는 상당히 세련된 방법일 수 있기에, 평범한 여고생이 떨어지는 마법소녀를 보고 '대략 음속의 7배의 속도였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 쯤은 사소한 문제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후 이어지는 마법소녀들과 블랙 세피로트의 결투는 어떨까요. 애초에 '쓰러져야 할 악당의 부하'라는 '배역'을 맡은 그녀들이 전할 메시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으며, 전대물과 같이 색색들이 등장하는 마법소녀들과의 전투가 갖고 있는 의미 자체도 굉장히 단순합니다. 소돔과 고모라, 가브리엘과 재림 예수라는 그럴듯한 소재(뭔가 깊은 뜻이 있어보이는)를 끌어와놓고는 있습니다만, 결국 주어진 배역에 허탈함을 느끼면서 무대에서 퇴장할 뿐 위 소재를 이용한 그들의 이야기는 전혀 펼쳐지지 않습니다.
왜 그런 전투에 상상을 뛰어넘는 묘사가 남발되어야 하는 걸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 불만을 갖고 계시는 분들은 결국 이와 같은 답답함을 느끼게 됩니다. 메시지 전달에 온 힘을 기울인 나머지 캐릭터성은 희미해졌고, 그것은 필연적으로 세부 에피소드에 대한 획일적인 진행(스토리를 갖고 있지 않으니까, 전투 밖에 할 것이 없다는 것)으로 이어지고, 결국 독자의 동조를 얻어낼 수 없게 되었다는 얘깁니다. 만약 좀 더 캐릭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에 신경을 썼다면, 독자는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다소 과장된 액션도 재미있게 받아들였을지도 모릅니다. 이 작품에서 거의 유일하게 배역과 캐릭터성이 맞아 떨어지는 데우스 액스 마키나, 안트로포스의 경우처럼 말이지요.
3. 연극? 게임?
블랙 세피로트와 마법소녀들이 등장하는 '환상'은 책 속의 세계에서는 '연극'이라고 표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동작 하나하나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관객과 함께 호흡하려 노력하는 '연극'에게 미안한 비유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작품에서 말하는 '연극'은 직접적으로 독자를 '관객'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본문 중에도 '책장을 넘기는 사람'을 지칭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연극의 대상은 결국 정의소녀환상이라는 책을 읽는 독자가 될 것입니다.
저는 오히려 작품의 등장인물들을 말 : 윷놀이, 장기 등에서 놀이의 도구로 사용하는 물건 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연극에서 표현되는 인물의 모습에 전혀 미치지 못하고, 단순히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되는 도구 라고 말이죠.
정의가 악을 징벌하는 환상을 집단무의식의 의지로서 제기하고 있는 것은 의외로 순진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과연 1900년대 이후의 사람들이, 자신이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대리만족을 위해 만들어낸 '환상' 이 권선징악의 형태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이미 여러가지 이념들이 복합되기 시작한 다원적인 사회에서 일방적인 정의는 구시대적인 개념이며, 작가가 블랙 세피로트의 목소리를 빌려 비판하는 '만들어진 시스템'이라는 것도 현실성이 없어보이거든요. (조선시대에 남녀평등을 그린 소설이 나오면 충격이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은 것처럼요.)
물론 이 글 역시 정의소녀환상이라는 작품에서 제가 부족하다고 지적한 부분에 대한 재미까지 문제없이 섭취하신 분들에게는 긴 헛소리가 되겠습니다. 그만큼 라이트노벨 독자들이 작품에서 재미를 얻는 경로는 너무나도 다양하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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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8/07/18 13:16 | = 라이트노벨 | 트랙백 | 핑백(1)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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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우에 통용되는 한계라는 것이 문학 감상에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소위 말하는 감상글의 '퀄리티'라는 잣대가 될 것입니다. 예전에 <정의소녀환상>의 감상을 작성하면서, 당시 일부 사람들이 정소환을 까는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경우에는 감정적으로 느껴지는 혐오의 감정이 제 ... more
정의소녀환상을 안 보신건지 양판소를 많이 보신건지 모르겠는데, 적어도 제가 읽은 라노베 중에서 이 작품만큼 과장된 묘사가 등장하는 경우는 처음이었어요. 라노베에서 충분히 나오다니 도저히 납득할 수 없네요.
워낙 그 쪽 게시판에 논란이 많기도 하지만 확실히 뭔가 다른 부분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시드노벨과 시드L노벨이 다르긴 하지만, 어쨌거나 체크는 필요한 것 같아요.
그걸 전하는 방식에 있어서 많은 것들이 결부되었다는 느낌..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주제'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꿈보다 해몽이라고, 대놓고 '내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이거다' 라고 정해놓기보단,
독자들이 해석하기 나름인 '많은 방향성'을 '내포'하고 있는 쪽이 더 훌륭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것이 잘 되어있는 작품일수록, 작품에 대해 곱씹으면 곱씹을 수록 새로운 맛이 나고,
새롭게 주제를 발견해나가는 즐거움이 생기는 것이지요...
(일례로 이영도씨의 '피를 마시는 새'.. 이 작품은 워낙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이 나오고,
작가가 표현하고자하는 '큰 주제'이외에도, '각 인물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그만큼 다양해서,
몇번을 다시 읽어도 새로운 인물에게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되더군요..)
마지막 전투 이외의 부분에서, 이런식으로 각 인물들에게도 '어떤 해석의 요지'(혹은 '방향성')를
남겨주었다면, 그만큼 그 캐릭터에게도 몰입할 수 있고, '작가가 생각한 주제 이외의, 미지의 많은
주제를 내포'할 수 있었을텐데, 그 점이 아쉽습니다.
이렇게 각 캐릭터별로 호소하는 것이 없다보니, 말씀하신대로 그냥 '쓰러지기위해' 나오는 것일뿐..
존재 의의로 따지자면, 포켓몬스터처럼 한 화 나오고 퇴치당하는(로켓단을 제외한) 악당이나 라이벌보다도
못한 수준이라 느껴질 정도...
표현에 관해서도 문제가 있는 것이,
말씀하신대로 '개연성'의 문제인데,
더 정확히 보자면, 이건 '주인공의 성장'으로 연출해낼 수 있는 부분인데, 그렇게 연출하지 못했기에
사람들에게 위화감을 준게 아닌가 싶습니다.
예를들어주신 '크리링'의 경우도 있고,
게임에서는 페르소나4와 같이 '진정한 자신을 인식하고 각성'하는 것으로 더욱 강해지는 경우도 있죠.
그만큼, '겉으로 드러나는 힘'에는 그만큼의 '정신적인 힘'도 동반될 수 있다는 것..
마치 MMORPG에서의 캐릭터 마냥, '공속 증가 물약을 먹었다. 공격 속도가 증가하였다'가 아닌,
캐릭터의 '겉으로 드러난 힘'이 강해지는 '과정'을 그림으로써, 그 캐릭터의 내적인 성장까지도
함께 연출할 때, 그만큼 독자들이 캐릭터에게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는거죠..
(그게 바로, MMORPG의 자신의 캐릭터와, 소설 속의 캐릭터에게 감정적으로 몰입하게 되는
차이 아니겠습니까? 과연, MMORPG의 캐릭터에게서 소설에서만큼의 '정서적 몰입'을 할 수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요?)
양산형 판타지에 마냥 쉽게 등장하는 '기연' 등의 요소가 비판받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정의소녀환상은 오히려 라노베라기보단 '양판소'에 가까웟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캐릭터를 강하게 어필하는 성향이 강한 라노베에서는, 일반적으로 '비일상적인 힘'을 얻은 주인공을
선보이고, 그 주인공이 '성장'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연출하는데,
(물론 '델피니아전기'등과 같이 처음부터 강하게 나오고, 인물 그 자체의 성장보다는, 인물이 속한
나라나, 인물간의 관계의 '발전'을 연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정의소녀환상은 그런 부분이 '전혀' 없었다는게 문제...
사실, 내포하고있는 주제의식이 '기특'해서 아쉬움이 좀 남을뿐,
장점과 단점이 너무나도 분명하기에 '논란거리'가 되기도 힘든 '괴작'이라고 개인적으로 평가합니다.
(실제로, 이게 왜 논란이 되는가 개인적으로 의아했었지요 -_-;)
'나노하가 싫다'고 대놓고 인터뷰에서 말하는 점까지 감안해서,
작가에 대한 제 개인적 이미지는 '노이즈 마케팅을 즐기는 녀석'이라고 안좋은 쪽으로 굳은 상태 -3-;
그래도, '작가로서' 좀 더 다듬고 다음 작품을 쓴다면 기대되는군요..
(솔직히 정의소녀환상은, 본인이 정한 주제의식 외에는 '작가로서 보여준 실력'은 형편없기 그지없어서..
이 작품의 대부분의 단점이 작가에게서 비롯된것이니만큼..)
잘보고 갑니다^^
정의소녀환상이라는 글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비평글을 읽으며 거의 짐작이 가더군요.
비평글을 읽으면서 재미있게 읽었던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오늘은 재미있게 비평글을 읽고 갑니다^^
칭찬해주시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