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나MSL4강 이제동 vs 박영민

 이제동 선수가 유리할 것이라는 것이 당연하기에 박영민 선수를 응원하면서 봤습니다만, 이건 뭐 너무 격차가 큰 게임이 나와버린 것 같네요. 그렇다고 연습량이나 뭐 그런 문제가 아니라 두 선수 모두 준비한 모습을 엿볼 수는 있었지만, 태생적인 스타일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 문제인것 같습니다.

 이제동 선수는 두 번의 우승경력이 있는데, 두번 모두 프로토스가 상대였습니다. 하지만 대 송병구전(EVER배)과 대 김구현전(곰TVS4)의 양상은 조금 달랐습니다. 소위 말하는 정파 프로토스의 교본이라고 할 수 있는 송병구 선수를 상대로는 예상을 깨고 무난한 승리를 거둔 반면, 사파라고 할 수 있는 견제형 프로토스 김구현 선수에게는 엄청난 고전을 했습니다. 그런 면을 생각해본다면, 확실히 이제동 선수는 정파보다는 사파가 약점이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프로토스의 정파/사파 논란은 사실 비슷한 병력 체제로 양 종족을 상대해야 하는 종족 특성의 비애일지도 모릅니다. 강민 선수의 스플래쉬 프로토스 - 김택용 선수의 Bisu류로 이어지는 사파 프로토스는 확실히 저그에게 강력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상대적으로 테란에게는 정파보다 약한 모습을 보여왔었죠. 박영민 선수는 특징을 크게 잡아낼 수 없는 정파 프로토스의 교과서 같은 선수이고 - 신중함이나 센스 등으로 공명토스라는 닉네임이 있긴 하지만, 이기는 경기에서 그런걸 안 보여주는 선수는 없으니 경기 내에서 드러나는 특징이라고 하기엔 부족한듯 -, 결국 그 한계를 이번 경기에서 보여주고 말았던것 같네요.

 1경기는 이제동 선수의 맞춤 뮤탈 빌드가 빛을 본 반면, 견제를 잘 하지 않는 박영민 선수의 스타일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뮤탈 생산을 조금 늦추고 멀티를 2개 가져가는 상황에서 하나라도 견제에 성공했다면 그렇게 많은 뮤탈이 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그런 타이밍을 너무 늦게 잡다보니 이제동은 뮤탈 뽑고 할거 다 할 수 있었죠. 멜스트롬으로 묶는 등의 '쇼'를 보여주긴 했지만, 전황을 뒤집기에는 역부족. 만약 김택용이나 김구현 등의 사파 프로토스였다면? 적절한 타이밍에 다크 한두기를 '앞마당이 아닌' 멀티로 보내서 견제에 사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정찰의 문제가 있긴 합니다만..)

 2경기는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빌드 싸움에서 완전히 속았죠. 아무리 그래도 프로브로 꾸준한 정찰을 한다던가, 그 이후에 2~3질럿으로 찔러봤다면 성과를 볼 수 있었을것 같긴 한데... 다전제 경기의 특성상, 1경기에서 석패한 박영민 선수는 그럴 겨를이 없는것 같았습니다.

 3경기는 이제동 선수의 배째라 타이밍의 진수를 보여준 경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동 선수가 2008 신한은행 프로리그 전반부에서 이상하게 허무한 패배를 많이 당했었는데 (EVER스타리그2008을 포함해서), 그때 보면 병력이 전혀 없는 타이밍에 공격을 당해서 어이없이 패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그게 바로 이제동 힘의 근원이자, 기세의 문제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3경기에서도 공발업 질럿이 나오는 타이밍에 뮤탈이 조금만 늦었어도 완전히 밀릴 수 있는 상황이었으며, 이후 아칸과 질럿의 진출 역시 히드라 1부대의 타이밍이 너무 좋았죠. 그야말로 '날이 선' 상태의 타이밍 방어라고밖에 할 수 없었으며, 그런 식으로 자원에서 최대한 이익을 가져갔으니 후반부 대전에서는 이길 수 밖에요.

 정말 오늘 박영민 선수의 3:0 완패는, "더블 넥서스 운영을 한다고 모두 Bisu류라고 할 수는 없다" 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경기가 될 것 같습니다. "저그에게 강한 프로토스는 따로 있다"는 생각을 하게도 만들고 말이죠.

by Laphyr | 2008/07/10 20:49 | = 게임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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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핌군 at 2008/07/10 21:48
박영민은 뮤탈에 그렇게 시달리면서 끝까지 커세어를 가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어.
Commented by Laphyr at 2008/07/11 00:34
얼마전 프로리그 카트리나SE에서 붙었을 때, 이제동이 배째라식으로 완전 지상군으로 나갔던 것이 심리적으로 부담이 된것 같더라.. 그땐 박영민이 커세어 5~6기까지 모으면서 초반에 공중을 내주지 않았었는데, 결국 지상군과 드랍에 밀렸으니 이번에도 그런 트릭이 있을거라 생각한게 아닐까? 어쨌거나 나도 한번도 2스타 커세어로 공중장악을 생각하지 않은 것이 아쉽긴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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