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6월 15일
[감상] ROOM NO.1301 9 - 시이나는 히로익! -

여러 방향으로(...) 주목을 받았던 초기에 비해, 최근에는 1~2권이 정발될 때 만큼의 주목은 받지 못하고 있는 룸넘버의 최신간, 솔직히 저도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읽었습니다. 도입부의 충격적인 전개 이후로는 조금 정체된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별다른 내용 없이 주제를 빙빙 둘러가는 특유의 대화 방식 또한 메인에 흥미가 있을때와 없을때의 재미가 확연히 차이가 나니까요.
하지만 9권을 읽은 뒤에는 이러한 생각은 사라지고, "아, 또 다른 시작이구나." 라는 새로운 느낌이 생겨난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마치 주인공인 켄이치가 시이나 & 버킷의 라이브 영상을 보고, 스스로는 인식할 수 없었던 자신들의 모습을 통해 충격을 받았던 것처럼요.
1. 시이나
솔직히 4권 이후로 조금 지루함을 느꼈던 것은, 시이나라고 하는 캐릭터를 애초부터 잘못 받아들였던 것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지금에서야 듭니다. '자신도 모르게' 많은 여성 캐릭터들과 인연을 맺고 또 관계를 가지면서 수상한 방향으로 진행되던 스토리였으니, 쌍둥이 자매인 카나 & 히나의 등장과 그 여동생 히나가 감추고 있는 시이나라고 하는 캐릭터에 대해서도 모에 코드에 대한 편견없이 인식하기기 쉽지 않았거든요.
카나는 솔직하지 못한 모습을 갖고 있으면서 한 번 반해버리면 무서울 정도로 사람이 바뀌어버리는 유사 츤데레 유형(거기다 빈유라는 속성까지), 히나는 초절정 미소녀이지만 수줍음을 많이 타며 언니인 카나를 짝사랑한다는 특이한 유형으로 등장했습니다. 이전까지 치야코, 아야, 사에코, 호타루, 니시키오리 등과 이런저런 플래그 싸움을 해오던 켄이치의 모습을 감안했을 때, 이 두 소녀 또한 비슷한 쪽으로 다루어지리라는 생각을 하기 쉬웠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케이코와의 일이 마무리되는 과정이나 아야와의 관계에서 나름대로의 선을 긋는 과정, 아리마와의 유대가 깊어지는 장면 등과 함께 진행된 시이나 & 버킷의 이야기는 '흘러가는 배경'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습니다. 극도로 좋지 않았던 카나와 켄이치의 관계 개선, 시이나가 아닌 히나와의 친밀감 형성 (및 가정 방문 이벤트) 등을 감안한다면 '그 쪽'으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이상할 정도라고 봐도 무방하겠죠.
그러나 히나, 그리고 시이나 & 버킷은 켄이치에게 단순히 배경이 아니라, 의지를 갖지 않고 흘러가는 상황에 몸을 맡기며 대충대충 지내온 그가 무언가의 방아쇠를 당기게 되는 중요한 계기였다는 것이 9권을 통해 밝혀집니다. '나는 연애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평범한 연애는 할 수 없다'는 사상을 갖고, 심지어 관계조차 쾌락보다는 의무감이라는 측면으로 받아들였던 켄이치가,
"우리들은 전부 손에 넣을 수 있어."
라는 시이나의 말을 해석하고 자신에게 적용시키는 과정을 9권을 통해 유감없이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용기를 내어 승부(?)에 임하는 히나의 뒷모습을 보고 느낀 켄이치의 감정은, 시이나 & 버킷을 통해 두 사람이 한 단계 성숙하는 과정을 의도했었다는 것을 잘 알수 있게 해주더군요.
2. 아야
저를 포함해서, 룸넘버 시리즈에 입문하면서 초반부에 아야의 매력에 빠지지 않으신 분은 없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보케+누님+폭유 속성을 가진 그녀는 그만큼 1,2권에서의 활약이 대단했었으니까요. 이후 다른 여성 캐릭터들에게 시점이 옮겨가고, 적어도 아야를 대함에 있어서는 무언가 선을 만들어버린 켄이치의 모습을 보고 안타깝기 그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9권에서는 드디어 아야와 켄이치가 오랜만에 데이트(?)를 하는 모습이 등장해서 마음을 훈훈하게 해줍니다. 그리고 더욱 따뜻한 것은, 전혀 변하지 않고 멍한 소리만 해대는 캐릭터로 전락한 것 같았던 아야의 결심과 의지를 보여주는 행동이었지요. 둔한데다 길치인 그녀가 데이트를 위해서 몇 번이나 차이나 타운을 방문했을 것을 생각하면 읽는 사람의 마음도 뭉클해지는데, 당사자인 켄이치 - 그것도 일부러 아야에게 거리를 두려고 했던 - 는 얼마나 미안했을까 짐작이 가더군요.
전에 다른 리뷰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장편으로 이어지는 라노베에서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없이 이미지를 리뉴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존 캐릭터의 재발굴이라고 생각합니다. 캐릭터 자체도 다양성을 갖춘 사람인 이상 츤데레, 누님처럼 하나의 속성으로는 정의할 수 없으니까요. 그러한 관점에서 생각할 때, 9권에서 보여준 아야의 새로운 모습은 별다른 비일상 요소 없이 장편으로 이어지는 이 작품이 계속 역동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을듯 합니다. 그녀 외에도 아리마, 치야코 등 스스로가 가진 모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캐릭터가 잔뜩 있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모두 손에 넣자" 는 멘트를 재인식한 켄이치와 아야의 관계였기에, 이후로도 조금은 그녀에게 다정하게 대해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주지도 않는데 계속 졸라대는 아야의 모습은 불쌍한 정도를 넘어서 그녀가 갖고 있는 속성에서 '에로'도가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었으니까 말이지요.
캐릭터의 재발굴 이야기에 대해서도 언급했었지만, 저에게 있어서 9권은 확실히 룸넘버 1301이란 작품을 재인식하게 되는 중요한 에피소드라는 생각이 듭니다. 당사자이면서도 방관자와 같은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켄이치 때문에 제대로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고 질질 끌려오는 느낌이 있었지만, 이제는 그가 마음의 결심을 한 상황이니 어떤 식으로 다음 얘기가 흘러갈지 기대도 되고요.
# by | 2008/06/15 17:05 | = 라이트노벨 | 트랙백 | 덧글(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신간이 올라와도 반응이 냉랭하고 그다지 감상글도 안올라오는데 다 이유가 있었네요.
저도 도전해볼까... 도전해볼까... 하다가 뒷권에 갈수록 크게 급감하는 언급에
일단 보류해놓고 있었는데 틀린 선택은 아니었나봅니다.
분명 취할것은 있는 작품이겠지만, 읽는것도 많은 작품으로 보입니다.
계륵이네요 :>
근데 1,2권이 그렇게 주목을 받았었군요. 그냥 떡밥 투척한거로만 보여서 그때도 좀 냉랭했는데...
러브코메만으로 9권까지 이야기가 진행된 것만 해도 볼 만할 것 같습니다. 돈주고 사볼 용기는
없지만요 ㅋ 아는 사람중에 라노벨을 읽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안타깝군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