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도서관에서

 다음 주부터 시험기간인지라 친구들과 함께 동네 시립 도서관에 다녀왔습니다. 산 좋고 물 좋은 우이동에 있는 도서관이라 바로 앞에 공원도 있고, 집에서 10~15분 거리밖에 안되니 부담없이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그래도 열람석이 200석이 채 안되니 빨리 가야하긴 하지만, 9시 30분 정도에 도착하니 많이 비어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남성용 열람실과 여성용 열람실로 나뉘어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9시 30분에 남성용 열람실은 150여자리가 남아있는데 여성용은 꽉 차서 만원이었다는 것. 그만큼 평소 여성들쪽이 준비성이 좋다는 것인지, 아니면 3층에 위치한 여성용 열람실의 시설이 훨씬 좋은 것인지는 안가봐서 잘 모르겠네요. (...)

 여하튼 동네 도서관인지라 이용하는 사람들의 연령은 매우 다양합니다. 고시공부를 하는 아저씨에서 자격증 공부를 하는 할아버지, 시험 공부를 하는 초등학생들까지 여러 남성들이 있었지요. 학교 도서관만큼 쾌적한 시설은 아닙니다만, 집이 가깝다는 점 때문인지 아니면 여러 사람이 함께 모인다는 점 때문인지 분위기 자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단 한가지 걸렸던 것은 바로 슬리퍼. 학교 도서관에서는 무개념 하이힐 소리가 귀에 거슬립니다만, 남자만 있는 동네 도서관에는 그런 것이 없는 대신 찍찍 끌고 다니는 슬리퍼가 있었던 겁니다. 물론 이러한 슬리퍼를 이용하는 것은 20대 이후의 청년 ~ 30대 가량의 아저씨 정도로, 체면을 지켜야 하는 어르신 층이나 아직은 어린 학생들은 신발을 잘 신고 다니긴 했습니다.

 한두 사람이라면 별 상관이 없었지만, 도서관 열람실에 상주하는 것 같은 차림새(동네에서 입는 털털한 반팔 반바지에 슬리퍼)의 그들은 상당히 많이 존재하였는데, 관리하는 분과도 잘 아는 사이인지 별 얘기를 안하더라구요. 

 공공을 위하여 존재하는 도서관인데, 그런 식으로 기득권을 차지하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우리나라 사람의 특징이구나 싶었습니다. 학교만 해도 도서관의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밤에 책을 놓고가서 자리를 맡는다던지, 당연하다는 것처럼 두 자리를 차지해놓고 쓰는 사람 등을 볼 수 있는데 그러한 사고방식도 비슷한 것이 아닌가 싶더라구요. 새삼 지킬 것은 지키고 안할 것은 안해도 되는 서구식 예절이 필요한 부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by Laphyr | 2008/04/20 18:28 | = 경교대 생활일지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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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ckatto at 2008/04/20 18:31
열람실 가본지는 굉장히 오래되긴 합니다만(...) 반팔 반바지는 넘어가도 슬리퍼는 정말 거슬릴듯 합니다. 끌지라도 않으면 그나마 낫겠습니다만...
Commented by 레뮤 at 2008/04/20 22:59
하이힐 굽소리는 없는대신 슬리퍼 끌어대는 소리라니(..) 어딜가나 그런 사람들이 한명씩은 있나봐요
Commented by rezen at 2008/04/20 23:52
도서관 이용하다보면 그런 문제가 의외로 심하군요. 저도 근처 시립 도서관을 자주 방문하는데 사람이 적어서 그런지 그런 문제는 없었습니다.
Commented by Laphyr at 2008/04/21 13:48
ckatto// 뭐 나이도 없는 학생들도 아닌데 왜 그러는지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더라구요. 우리나라 사람들의 공중도덕 한계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레뮤// 한 명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ㅜ_ㅜ 슬리퍼 끌고 다니는 사람이 꽤 되더라구요.

rezen// 열람실이 커지기 전에는 그다지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그 이후로는 공부를 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을 포함해서 상당히 많은 인원이 이용하는 것 같더라구요.
Commented by 제목없음 at 2008/04/21 14:11
라피르님 주변에 은근히 무개념이 많은듯 합니다(저는 제 자신이 무개념한 경우이지만)
생각보다 주변에 은근히 그런걸 많이 겪으시는듯 하군요;
Commented by 두문불출 at 2008/04/21 18:35
슬리퍼가 대체 어떻다는 겁니까? 질질 끌고 다니거나 딱딱 소리내며 앉아서 발을 떨며 소리내는게 문제라는 말씀이지요?

단지 슬리퍼가 보기에 안좋다라는 이유라면 그건 좀 그렇네요.
Commented by 이터널스웜 at 2008/04/21 19:45
일욜에 누나가 누구누구누구는 도서관 갔다는데 넌 집에서 게임하냐 그러길래 어떻게 아나 했더니 ==);;;;;;
그건 그렇고, 우리 학교는 도서관이 자리 선점이 아니라 시간제에 표를 끊는 방식(마치 은행처럼)이라, 저런 일은 적군. 가끔 맡은 자리에 미리 앉아있던 사람도 있는데, 대부분은 얘기하면 바로 비켜주더군 --)
참 좋은 도서관이야 [...]
Commented by 제르디 at 2008/04/21 20:50
난 시험을 망쳤소

어려웠던건 대충 봐줄만하게 봤는데
매일매일 공부해서 증명까지 다 할 수 있던 과목은 시간이 부족해서
대문제 하나 를 놓쳤지 (소문제가 4개 포함된..)

흑흑.. ㅠㅠ 내일도 시험이야
Commented by Laphyr at 2008/04/21 21:53
제목없음// 제가 좀 까칠한 성격인 타입인 이유도 있을지 모르겠네요. =_= 스스로 왠만한 규칙은 어기지 않는 것을 신조로 삼고 있는지라, 저런 식으로 거슬리는 행동을 보면 마음이 찜찜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것 같습니다. 무라사키처럼 그것을 보고 옳은 방향으로 이야기할 용기는 없다는게 문제지만요.

두문불출// 너무도 당연한 말씀입니다. 예의없는 슬리퍼 착용人 = 질질 끈다 소리 낸다 라는 것은 스스로 당연하다고 여겨서 본문에 미쳐 쓰지 않았던것 같네요. 한 두 사람도 아닌 슬리퍼 착용자들이 잠시 바람쐬러 나갈 때마다 찍찍 끌고 다니니까 정말 짜증이 나더군요.

이터널스웜// 음? 누나라니 누굴 이야기하는거야? 내 블로그에 들어오는 니가 아는 누나가 있었던가?; 우리 학교 도서관은 완전 야생의 덩굴 같아서 한번 자리 잡기가 그렇게 힘들더라구요..

제르디// 크헉 그런 경우에 더욱 마음이 아픈데 말이야.. 얼른 상처를 추스리고 화요일 시험에 임하시게나.
Commented by 이터널스웜 at 2008/04/21 22:13
제릇군 여자친구 - ㄱ-;;;; 아니 뭐 그렇다고 그냥 [...]
그리고 제릇군, 힘내라구 - ㄱ-; 나도 목욜에 시험인데 졸작때문에 준비가 안 되고있다 - ㄱ-;
일욜에는 창고정리한다고 붙들려서 하지도 못하고 ㄱ-
Commented by Laphyr at 2008/04/21 23:13
아 그렇군. 아마 그럴 거라고 생각을 하긴 했는데 설마설마 했구만;
Commented by 소은 at 2008/04/24 19:05
헛, 찔리네요. 하이힐이 아닌 로퍼인데도 이상하게 자꾸 딱딱 소리가 나요..ㅠㅠ
조심해도 그러네요.
좀 봐주세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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