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02일
[감상] 클레이모어 (完)
아래 글에서 중얼중얼 푸념을 털어놓았습니다만, 그래도 보던 것은 어쩔 수 없이 (....)
그야말로 뛰어난 패러랠 월드를 잘 만들어냈다는 감상이 생깁니다. 프리실라의 단계별 변신, "우리들은 따라갈 수 없어" 발언, 중요한 순간에 분노를 통해 힘을 회복하는 클레어의 모습 등 여러가지 전투적 요인으로 인해 드래곤볼이 연상됩니다만, 오히려 그보다 더 드래곤볼틱한 것은 '손오공이 심장병으로 죽은 미래'가 존재하는 드래곤볼과 비슷한 수준의 또 하나의 세계관인것 같습니다. 뭐, 물론 타임머신 같은 것은 나오지 않지만요.

당연히 눈길이 가는 것은 작품의 축이라고도 할 수 있는 클레어 vs 프리실라 구도, 클레어 & 라키의 갈등 관계를 단시간 내에 집약시켰다는 부분입니다. 애초에 뭐 만화책에서도 각성자 끼리의 세력대결, 조직의 새로운 얼굴 등의 이야기를 보여주지면 결국 피해갈 수 없는 클레어 vs 프리실라 구도를 극단적인 액션과 함께 '애니메이션틱하게' 잘 표현한것 같습니다. 그다지 군더더기가 없다고나 할까요, 완결나지 않은 만화책을 26화 분량의 애니로 완결시키는 것 치고는 나름대로 성공적인 클라이막스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나 아쉬운 것은 소년 만화적이지 않은 분위기를 지향해왔던 작품의 마무리가 지극히 소년 만화적인 에피소드로 매듭지어졌다는 점입니다. 클레어가 최종적으로 프리실라를 베려고 했을 때 라키가 그녀를 막아서고, 그의 호소에 의해 죽이지 않고 모두 살아가는 방향으로 해결되는 방향은 지극히 일반적인 소년만화의 전형인것 같습니다. 툭 하면 목이 날아가고, 세다고 생각되는 전사들의 팔다리가 후두둑 떨어지는 의외성을 갖고 있던 작품의 결말 치고는 솔직히 '시시'하기 그지없지요. 지금까지의 전개를 생각해본다면 오히려 클레어가 프리실라를 죽이고 스스로도 자살하는 편이 분위기에는 어울리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러한 스토리는 원래부터 멋있는 두 캐릭터를 더더욱 멋있게 부각시켜버리는 역할을 했습니다. 감상하신 분들은 모두 동의하시겠지만, 다름아닌 테레사와 진입니다.

클레이모어 팬동호회 등에서는 항상 (제대로 본 실력을 발위하지 못한) 테레사의 강력함이 어느정도의 위치에 있는가? 에 대한 논쟁이 심하게 벌어졌었습니다. 애초에 클레어의 몸에 들어간 테레사의 피와 살에 얼마나 큰 힘이 있느냐에 따라 주인공인 클레어의 일종의 잠재력, 혹은 숨겨진 가능성이 판가름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클레어의 힘이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만화책의 내용으로는 약간 논쟁이 빗나갈 수 있는데, 이번 애니판의 엔딩은 그야말로 '테레사'라는 캐릭터가 가진 프렛셔를 잘 나타내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힘의 가능성이라는 면에서도,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말입니다.)

또 한 명, 의리의 사나이, 아니 클레이모어 진 또한 본래 퇴장했어야 할 스테이지를 통과하여 멋지게 클라이막스를 마무리짓고 있습니다. 그것도 원래 진이라는 캐릭터가 보여주는 속성을 가장 잘 특화시킬 수 있는, '목숨까지 내던지는 의리' 라는 시츄에이션을 통해서 말이죠. 조금은 억지스럽게 살아남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설정이었지만, 역시 진이라면 만화책에서의 허무한 죽음보다는 이렇게 그녀다운 최후가 어울리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른 부분은 패러랠 월드가 아닌 원작 만화책 설정을 따라야겠지만, 진의 죽음에 있어서만큼은 단연코 애니판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네요.
여기서부터는 조금 더 사감이 들어갑니다. -_-; 사실 여기까지만 해도 봐줄만한데, 한 녀석 때문에 분위기를 엄청 망쳐버린 느낌을 지울 수 없거든요. 그것은 다름아닌 북의 이슬레이입니다.
저는 피에타에서부터 시종일관 지속되는 이슬레이의 '난 모든 것을 다 알아~ 여유여유' 라고 하는 듯한 자세가 마음에 안들었습니다. 원래 클레이모어에는 이와 같이 관찰자의 시점을 부여하는 것은 조직 쪽의 인물들이었고, 서쪽의 리플조차 캐릭터의 일부로 등장했을 뿐이었죠. 그러나 북의 전란을 지속하는 도중에는 일종의 '나레이션'을 맡아 혼자 중얼중얼 거릴 캐릭터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전에는 주로 밀리아나 루브르, 갈라테아 등의 독백을 통해 나레이션을 대신했죠.) 그러니 결국 이슬레이가 그 역할을 한 것인데, 애초에 이슬레이는 방관자 혹은 관찰자의 입장을 취하기에는 무리가 많았던 겁니다.

북의 전란을 일으키는 장본인인데, 리가르도가 죽고 프리실라가 폭주할 때까지 단순히 아무짓도 안하고 '재미있는 구경'만 하면서 중얼중얼거린다는 것은 앞뒤가 맞을 수가 없습니다. 그에게 있어서 프리실라가 애니메이션에서 얘기한 것처럼 불완전하고 실험적이며 지켜보아야 할 존재라면 모를까, 사실은 그렇지 않고 실제로 둘의 관계가 어떤 상태인지 아는 상태라면 그의 이상하리만치 침착한 상태가 정상으로 보일리가 없죠. 거기다 나중에 와서 슬쩍 "뭐 또 싸울래 나 이렇게 세거든!" 하면서 힘을 보여주며 신사적인척 하는 태도는 전형적으로 골 빈 악당들이 하는 행동이라 이슬레이를 대체 어떻게 써먹을라고 하는지 제작진의 의도를 모르겠습니다. 프리실라만 달랑 데리고 남쪽으로 가버리는 걸까요? 만약 애초에 그럴 생각으로 그들의 싸움을 재미있게 지켜본 것이라면 라키가 막지 않았다면 어찌할 셈이었을지.. 라키가 클레어를 가로막을 것도 예상하고 있었다 뭐 이런 얘기도 아닐테고.. 여러모로 애니메이션 판의 이슬레이는 뭔가 하나의 정체성을 가진 캐릭터가 아니라, 대충 제작진이 나레이션 용으로도 써먹었다가 얘기가 해결이 안되니까 대충 불완전한 데우스엑스마키나로 써먹었다가 하는 등 연출의 일부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뭐 어쨌거나 26화 완결 작품만으로 놓고 보자면 상당히 재미있던 것이 사실입니다. 액션의 묘사도 좋았고, 극단적으로 퀄리티가 떨어지는 작화가 등장하지도 않았고요. 무언가와 피터지게 싸운다는 단순한 구도에서 태어난 21세기, 아니 2007년 감각에 뒤떨어지지 않는 작품이었다는 평가를 최종적으로 내리고 싶습니다.
# by | 2007/10/02 02:07 | = 애니메이션잡담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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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레 볼게 많아지는데;
애니도 봐야겠어요. 아 링크 걸어갈꼐요 ~
Somu// 뭐 만화책을 재미있게 보셨다면 애니도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것 같습니다. 갭도 크지 않고..
그나저나, 테레사가 후반부에 한번 더 재조명됬나보군요? -_-;
보고싶어라아.. OTL
아니 그간 클레어가 죽여온 요마 숫자가 몇마리에 각성자도 좀 죽인 클레어인데
그상황에서 죽인다고 뭐가 요마랑 똑같아진다던가 뭐 그런건지 모르겠더군요(...)
덕분에 클레어가 진의 도움으로 사람으로 돌아오는게 가능했다 뭐 그런거면 모르겠는데...
테레사는 얼마전에 나온 연재본 보면 적어도 애니메이션의 프리실라보다는 확실히 강했을 것 같습니다.(...) 아니 정말로 이미 죽은 캐릭터라고 그렇게 띄우는건지는 모르겠는데 정말 강하더군요. 오오 누님 오오ㅠㅠ
여하튼 2쿨이라는 짧은 시간안에 클레이모어의 스토리를 압축시킨다고 정말 고생은 한 듯.. 꽤 재밌었고 말이죠. 결말만 살짝 허무했다-고 할 순 있었지만 전투신이나 결말까지의 연출등등은 정말 괜찮았던 작품이었습니다.
그나저나 모 피시방에선 아저씨들이 클레이모어를 본다던데(...) 결말 어떻게 생각하셨으려나...(홍차)
뭔가 애매하게 퇴장한 테레사가 역시 걸렸는데 -ㅅ-!
크레멘테// 라키가 말하는게 좀 어이가 없는게, '남은 사람들끼리 서로 죽이다니' 라고 하는데.. 그건 프리실라가 요마가 안되었을 때의 얘기지, 어차피 걔도 요마이고 프리실라가 사람 죽이고 먹는거 봤으면서 그런 소리를 한다는 것이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그러면 식인 호랑이가 사람을 잡아먹는 것을 보고도 "아 쟤도 가족을 사냥꾼에게 잃었어! 그러니까 남은 자들끼리 죽이면 안돼" 라며 사살을 막는 것과 뭐가 다른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호랑이는 가치라도 있지 요마는 뭐..
아저씨들이 보기에는 그냥 얼떨떨 했을것 같습니다. 2기 나오나? 하는 생각을...했을 리도 없고. 뭔가 찝찝했을 것 같네요.
타즈// 아마 만화책에서도 어떤 방향이든 테레사가 한번 정도는 더 다뤄질 것 같은 포스를 풍기고는 있는데, 그것의 미리보기라는 느낌도 어느정도 들기는 하더군요.
이슬레이 < 프리실라 구도를 알고 있는 사람이 보면 그야말로 어이없을 수 밖에 없는 오리지날 엔딩이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26화에서 완결을 내야 했던 만큼 한계가 있었던 것 같기는 합니다. 이미 죽은 사람이건만 테레사의 광휘는 너무 뛰어나서, 클레어 팬 중에서도 그녀의 모습에서 죽은 테레사의 후광을 좇으려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