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7월 06일
[리뷰] 장미의 마리아 3권 - 단체 & 표현

조금 뜬금없는 제목입니다만, 3권을 읽으면서 제가 느낀 키워드는 저 둘이었습니다. ZOO라는 단체 안에서, 또 모럴 키퍼스라는 단체와의 관계 속에서 마리아로즈는 방황하면서도 자신이 서있을 자리를 드디어 찾아냅니다. 1~2권에서 다소 불안한 것처럼 보였던 마리아의 심리적 갈등이 해소되는 동시에, 본격적인 스토리라인을 풀어나가기 위한 전초가 마련되었다는 느낌입니다.
1. 단체
2권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만, 3권에서도 SmC와 모럴 키퍼스라는 거대 클랜들의 충돌이 펼쳐집니다. 소규모였던 2권과는 달리,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엄청난 규모의 '패싸움'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여기서 첫 번째 키워드, '단체'라는 부분. 어느 작품에서나 독립 '집단'의 성격은 비슷하게 설정되기 마련입니다. 강력한 대장 아래 어중이떠중이가 모여있는 그룹이 있고, 개개인은 강하지만 협동이 안되는 그룹도 있으며, 접근전은 약하지만 교란전에 능숙한 그룹이 있을수도 있지요. 이러한 그룹의 특성은 주로 '기사단'류가 많이 등장하는 정통 판타지에서 유래합니다만, 어쨌거나 전투가 등장하는 작품이라면 이 특성은 해당 집단에 대한 '이미지'로서 작용하게 됩니다. 여기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초절정 고수의 숫자는 부족하지만, 집단전에서는 지지 않는다'는 설정이며, 모럴 키퍼스가 이런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이 특징은 이번 에피소드에서 양날의 검으로 작용합니다. 분명히 모럴 키퍼스는 수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SmC와 대등하게 싸우지만, 개개인의 평균능력이 SmC의 맴버보다 월등한 대신 '초절정 고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번번히 클로즈업되는 장면에서는 처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권에서 샤쿠나와 호무라가 그랬고, 3권에 등장하는 어사일럼과 센리의 사정도 다르지 않죠.
하지만 대국적으로 모럴 키퍼스는 아군이 일어나서 적이 되는 사령술 등의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거머쥐는데, 이것은 애매하게 작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ZOO가 담당하는 역할이 바로 '부족한 초절정 고수'의 자리이며, 토마토 군뿐만 아니라 핌퍼넬과 트와닝 등이 보여주는 전투 속에서의 모습은 지금까지 클랜 ZOO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무언가를 느끼게 해줍니다. 과연 그 이질감을 통쾌하게 받아들일지, 혹은 미심쩍게 받아들일지는 독자의 몫일것 같습니다만, 어느 쪽인지에 따라서 평가가 갈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2. 표현
장미의 마리아를 읽으면서, 마리아로즈를 보면서 이 얘기는 항상 떠오르는 질문입니다. 과연 마리아는 여자인가, 남자인가? 아니, 정황상 남자이겠지만 도대체 이 '표현'은 뭐란 말인가? 이번 3권에서는 더욱 이러한 물음표로 머리를 가득 채워야 했습니다.
아지안이라는 멀쩡한 남성 캐릭터가 사랑 운운하는 것이 애매하긴 하지만, 그 녀석을 일단 단순한 변태로 치부한다면 마리아는 남자가 맞습니다. 수없이 여자로 오해당하고 그로 인해 여러가지 수모를 당하긴 하지만, 마리아는 자신이 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항상 강조합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나는 남자야!" 라고 주장한 적이 없다는 겁니다.
당연한것처럼 느껴지는 마리아의 성별에 대해 헷갈리는 것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는 여자로 오해받았을 때, "여자가 아니다" 라고 대답하지, "남자다" 라고 대답하지 않습니다. 3권에서도 결전을 앞둔 전야, 폴 부장에게 여자아이로 오해받고 함께 목욕하자고 권유받는 상황이 발생하지만, 여기에서도 "여자애가 아니다" 라는 대답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작가가 끝까지 독자에게 희망(혹은 절망)의 끈을 놓지 않게 하려는 의도일수도 있고, 혹은 이슈타르 고든과의 과거 때문에 생겨난 어쩔수 없는 현실일수도 있는것 같습니다만..
태클 담당이라고 하는 팀내의 위치 또한 조금 오묘합니다. 신입인 마리아가 차지한 자리는 온라인 RPG를 자주 하신 분이라면 감이 오시겠지만, 주로 길드나 파티 내의 귀염둥이인 '여동생격 유저'가 차지할 가능성이 높은 포지션이기 때문입니다. 마리아는 남성 캐릭터들의 말에 꼬박꼬박 지지 않으며 태클을 걸면서도, 여성 캐릭터들에게는 '감사의 인사'를 받을 정도로 마음을 써주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그의 설정이 ZOO 안에서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습니다만, 결과론적으로 저런 포지션이 마리아로즈 성별의 의혹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름 '씩씩하고 싹싹한' 크래커의 면모를 보여줬던 1~2권과는 달리, 3권의 마리아는 정말 귀엽게 묘사됩니다.
'소중한, 혹은 소중할 수 있는' 두 남자의 싸움을 말리기 위해 전쟁터 한복판에 뛰어들며, '너희 때문에 내가 왜 아파야 하느냐'면서 화를 내지만 그것은 더할나위 없이 말리는 몸짓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겠죠.
마리아의 그런 모습에 원래 홀랑 빠져있는 변태 아지안은 물론, 그 근엄한(?) 토마토 군마저도 누그러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렇게 이 분야에서 강력한 남성 주인공은 전무후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뿐입니다. 부끄러움을 감추려고 머리를 정돈하는 모습이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에 인정하고 싶지 않은 기쁨을 느끼는 모습 등도 너무나 귀여운 히어로 마리아로즈의 모습을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3. 성장
3권은 많은 캐릭터들의 성장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좌절에 빠지는 베아트리체와 마리아로즈의 모습을 비춰진이후, 시시각각 긴박해지는 대국의 흐름 속에서 각 캐릭터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는 것이 3권의 특징입니다.
가장 주목할만한 것은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마리아로즈가 클랜ZOO에서 완벽히 자신의 자리를 인식하고, 또 돌아올 자리로 인지했다는 점입니다. 그전까지는 겉으로는 친해보여도 속으로는 다른 생각 - 물론 마리아 혼자만의 착각이었지만 - 을 품고 있었는데, 자신때문에 생겨났을수도 있는 거대한 합전에 참여하면서 마리아는 마음을 굳세게 다잡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강조되는 사파니아의 토마토 군을 향한 연심, 처음으로 등장한 트와닝과의 대화 + 밝혀지는 유리카의 과거 등은 비슷한 시기에 맞물려 마리아가 ZOO안에 완전하게 녹아들어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권과 3권을 잇는 중요한 캐릭터로 작용할 것 같았던 베아트리체는 조연으로 밀리고 만 느낌이지만, 너무나도 강력한 어머니 몰리 립스의 에피소드와 함께 어우러지면서 의외의 결말을 통해 마음을 따뜻하게 해줍니다. 게다가 차가울 것만 같았던 그녀의 마음이, 어떻게 생각하면 마리아로즈보다 먼저 열려가는듯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것도 의외의 수확이었습니다. 마리아에게 어사일럼은 제2의 집과도 같은 곳인데, 앞으로 재미있게 지켜볼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드네요.
성장이라고 보기엔 애매하지만, 점점 드러나는 토마토 군의 과거 역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일 것입니다. 평균보다 강력하긴 하지만 그래도 일개 클랜에 불과한 ZOO를, 엘덴 최대의 파벌 2개의 합전에서 최전방에 이름을 올리게 만든 것이 다름아닌 이 작품의 최고 치트 캐릭터 토마토 군이니까요. 의외로 그의 과거의 실마리가 SIX가 아닌 아지안을 통해 독자들에게 드러나는 것은 앞으로 런치타임 역시 지금보단 높은 비중을 차지하리라는 예상을 해볼 수 있게 만듭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장미의 마리아는 1~3권까지가 묶여있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에피소드의 내용은 다르지만 결국 비슷한 방향성을 지니고 있으며, 결국 그것이 3권의 마지막에 와서 매듭지어지고 있으니까요. 작가의 독특한 서술 방식을 싫어하지 않는 분이라면, 또 1,2권에서 흥미를 느꼈던 분이라면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할 3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by | 2008/07/06 02:24 | = 라이트노벨 | 트랙백 | 덧글(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