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사라지지 않는 여름에 우리는 있다.


작가 : 미즈키 히로미
일러스트 : 카라스바 아메

 유년시절의 큰 사건은, 트라우마라고 할 정도가 아니더라도 그 사람의 성장에 있어서 많은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이전까지는 활발하고 명랑하던 아이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조용하고 내성적인 아이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소극적이던 아이도 긍정적인 일을 겪고 나서 자신감 있는 삶을 살게 될 수도 있지요.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하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러한 삶의 방향성 자체도 사람의 의지에 달려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개선하고 바꾸어 나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청춘 군상극 <사라지지 않는 여름에 우리는 있다>는, 그러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5년 전 어느 여름 날, 초등학교 5학년 소녀인 히비키가 사는 시골마을에 도시의 초등학생들이 야외학습을 하러 방문하게 됩니다. 히비키는 나이에 비해 조숙하고 어른스러운 소녀였으며, 야외학습을 왔던 아이들 중 천방지축 토모키, 똑똑하지만 길치인 소라타, 남자애 못지 않게 활달한 성격의 키이,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여자아이 유카리 4명은 그녀를 만나 의기투합 하게 됩니다. 도시에서 온 모험심 넘치는 아이들은 '괴담'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폐교의 비밀을 알고 싶다며 히비키를 꼬드기게 되며, 어른스러운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가 도시 아이들을 위험으로 몰아갈 수 있기 때문에 안내역을 자처하게 됩니다.

 다만, 폐교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사건은 시시한 괴담 따위가 아닌, 그야말로 초등학생 소년들의 일생에 트라우마가 될 수 있었던 현실의 공포였으며, 이 사건을 함께 겪은 5명의 소년소녀들의 시간은 모두 제각기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그로부터, 5년 후.


 사건의 안 좋은 기억을 봉인하고자 일부러 고향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고등학교로 진학한 히비키였지만, 우연찮게도 1학년에 배정된 반에서 토모키, 키이, 유카리와 원치 않은 재회를 하게 되고 맙니다. 5년 전의 사건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느끼고 있었던 히비키는 지금 와서 옛 친구들을 다시 만난 것에 혼란을 느끼며 정체를 숨기려 하지만, 세 명의 친구들은 사실 첫 날부터 히비키를 알아본 상태. 게다가 누군가가 5년 전의 사건을 '저주'라는 이름으로 유언비어를 퍼뜨리게 되고, 결국 그녀가 감추고자 했었던 비밀은 교실 전체의 친구들에게 모두 드러나고 맙니다. 그리고, 5년 전 여름에 끝나고 사라졌어야 할 이야기는, 6월의 여름 문화제를 앞두고 다시 나타나게 되지요.


 기본적으로 이 작품은 약간의 미스터리 요소를 가미한 청춘 군상극으로, 5명의 소년소녀들의 시점을 번갈아 가면서 서술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덕택에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히비키를 제외하고도, 다른 아이들이 어떤 감정의 변화를 겪는지, 또 사건을 대하는 감정은 어떻게 다른지 등에 대한 모습들이 잘 드러나고 있는데, 이것은 잘 쓰여진 군상극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메인 스토리를 끌고 가는 사건 외에도, 자잘한 감정의 대립이나 고민 등이 드러나는 형태로, 자잘한 재미를 주고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전술한 것처럼, 어떠한 한 사건이 사람의 성향을 바꾸어 놓는 것은 매우 빈번한 일입니다만, 또 어떻게 보면 안타까운 일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에서는 5년 전의 사건을 계기로, 5명의 소년소녀들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조심스럽게, 하지만 노골적으로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특히, 히비키의 경우, 첫 등장 시 보여줬던 어른스러운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소심하고 걱정이 많은 타입으로 변한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누군가에게는 잊어버리고 말 사소한 사건들이, 누군가에게는 성격까지 바꾸어 버릴 정도로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단순히 사건 하나만을 다루기 위한 5년이라는 설정이 아니라 위와 같이 각 캐릭터들의 특징과 변화를 잡아내기 위한 배경이라는 것이 특징적이었으며, 위에서도 말한 것처럼 '잘 쓴 청춘 군상극이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더군요.



 다만, 약점과 아쉬운 점이라고 한다면 미스터리, 흥미요소 부분에서는 힘이 부족하다는 부분입니다. 일단 '사건'이라는 것이 등장하고는 있지만 강도가 그다지 센 편은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청춘 미스터리물에서 클라이막스가 되어야 할 [해결편] 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어떻게 보면 매우 현실적인 결말이기도 하지만, 독자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후련해지지 않는 느낌이 있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작가의 문체 자체가 약간 MSG를 뺀 담백한 느낌이기도 하고, 한 번쯤 읽어보시고 직접 평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이 작품은 카제고등학교 5인조 시리즈의 1편으로, 2편으로 <당신과 보낸 거짓말쟁이의 가을>이라는 작품이 나왔습니다. 이 작품도 계속 정발을 해 줬으면 좋겠네요. 

by Laphyr | 2016/09/25 22:09 | = 라이트노벨 | 트랙백 | 덧글(0)

[감상] 내 뇌속의 선택지가 학원 러브 코미디를 전력으로 방해하고 있다 9권


작가 : 카스카베 타케루
일러스트 : 유키오


 소라 누나의 저주에서 풀려나고, 후라노와 오카, 쇼콜라의 감정을 눈치채게 된 아마쿠사 카나데. 진정한 러브 코미디가 시작되는 줄 알았지만, 여전히 그를 방해하는 뇌 속 선택지와 세 소녀들 사이에 끼어서 좌충우돌 하는 모습은 변함이 없습니다..만, 이 작품 치고는 정말로 드물고, 진지하게 히로인들의 모습을 담아낸 에피소드 입니다.


 세 소녀의 진심과 함께 그녀들이 여태껏 보여온 행동의 진의를 알게 된 카나데는 엄청나게 고민을 하게 되지만, 계속 도망만 가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도 어렴풋하게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누구 한 명의 고백을 받아들이기에도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마침 학원제와 연극이라고 하는 절호의 이벤트가 찾아오게 됩니다. 당연한 듯 주인공 4인방이 메인 히로인과 히어로를 맡게 되는데, 여타 작품과 다른 <뇌코메>이기 때문에 오히려 카나데가 여장을 하게 되는 상황. 일단 카나데는 어느정도 마음을 정리해 나가는 가운데, 세 소녀들의 반응이 제각기 다르게 드러나게 됩니다.


 먼저 쇼콜라. 얘는 애초부터 카나데를 너무 좋아한다고 고백을 한 바 있었고, 지난 권에서 인격분열 에피소드를 통하여 그 마음이 얼마나 강렬한지 잘 드러났었습니다. 덕택에 이번에는 연습 중에도 '좋아해요!'를 부담 없이 남발하는 강력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다음은 오카. 그녀 역시 몇 번이나 카나데에게 고백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던 적이 있었긴 하나, 실전에 있어서는 망설임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은 모습입니다. 오카의 다소곳 모드의 귀여움은 이미 검증이 되었기 때문에.. 이번에 맡은 역할도 잘 어울립니다. 마지막은 후라노. 완전히 글러먹은 그녀의 입버릇은 고쳐지질 않지만, 쇼콜라와 오카가 보이는 모습에서 자기도 지지 않아야 한다는 오기가 생겨나게 되고, 결국은 행동에 나서기까지에 이르게 됩니다. 부들부들 하는 소동물 같은 후라노의 모습을 보면 자동적으로 보호본능이 발동되기도 하지요.


 에피소드 자체는 전술한 것처럼, <뇌코메>답지 않게 산으로 가는 개그 스토리 없이, 연극을 소재로 하여 네 사람의 연애감정을 충실히 표현하는 건전한(?) 청춘 러브 코미디의 전개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태까지 왜 안 이랬어!?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우 정상적이고, 심히 아름다운 소년소녀의 핑크빛 감정들을 엿볼 수 있었지요. 다만 아직 완결이 나려면 3권이 남아있고, 또 '뇌 속 선택지'라는 저주가 사라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연애소설다운 결말보다는 라노베적인 애매함이 묻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흐지부지 하지 않고 선방했다고 생각합니다.


 추가적으로 이야기 해 보고 싶은 것은... 연애감정에 들어선 여자아이에 대한 라노베에서의 표현법에 대한 부분입니다. 여기서는 바로 쇼콜라의 케이스가 되겠네요. 앞서 설명한 것처럼 그녀는 이전 권에서 인격분열을 소재로 메인을 차지했었고, 그 과정에서 얼마나 그녀가 카나데를 좋아하는지, 그 각오의 크기와 형태가 어떠한지를 독자들에게 잘 알려주었습니다. 덕택에 저도 <뇌코메>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감동 - 사실 이 작품을 계속 보는 이유는, 이렇게 개그와 감동이 잘 섞여 있기 때문일 겁니다 - 에 눈시울을 붉혔었는데요. 이것이 미연시적인 시점으로 보면 "이미 공략이 끝난 히로인" 같은 느낌으로도 생각할 수가 있습니다. 이미 얘는 카나데를 너무 좋아하거든요. (고백도 했고)


 라노베라는 것이 고백한 이후의 알콩달콩한 연애담을 그리는 경우가 거의 없고, 친구 이상 애인 미만의 애매한 관계 (예전엔 이런 말도 없었는데, 썸 타는 관계라고 표현하기에 정말 적당한 수준)가 대부분이다보니, 사실 이미 고백을 마쳐버린 히로인을 어떻게 취급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기가 쉽질 않습니다. 이번 권에서도 주역은 아직 완전히 고백을 하지 못한 오카, 후라노가 메인이라는 느낌이었고, 쇼콜라의 감정에 대해서는 카나데도 알고는 있지만, 애써 그 사실 자체를 크게 의식하지 않으려고 하는.. 그런 애매한 상태로 표현이 되었어요. 이는 어떻게 보면, 자신의 감정을 모두 토로한 쇼콜라 입장에서는 엄청 상처를 받을만한 상황이기도 하거든요. 이미 다른 두 소녀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안다고는 해도, 고백도 안 한 라이벌들에게 밀려서 순번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받아들여질 수 있으니......


 물론, 쇼콜라라는 캐릭터가 워낙 순진무구하고 순종적인 성격이라서 이러한 전개에 큰 무리는 없었지만, 카나데가 그녀를 대하는 모습이 8권과 다르다는 점에서 순간 저런 생각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확실히, 라노베에서는 "이미 고백을 해서 좋아하는 상태"인 여자아이를 귀엽게 잘 그리는 경우가 드물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네요. 다른 작품이긴 하지만, <청춘잘못>의 유키노와 유이가 하치만과 보여주는 아슬아슬한 관계 역시, 결과적으로 "고백하면 끝"이라는 라노베적인 대전제 하에서 이끌어져 나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 애초에 독자 입장에서도 똑같기도 하고요.


 완결까지는 3권 남았고, 국내에서는 10권까지 정발이 되었습니다. 깔끔하게 완결 난 양작인만큼, 다음 권도 기대를 갖고 읽어봐야 될 것 같네요.



by Laphyr | 2016/09/19 01:34 | = 라이트노벨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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